色, 樂, 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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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이곳에 와서는 항상 새벽 두세시쯤에 깨는 경향이 있다.
참고로.. 이곳 시간이 새벽 세시라면 한국시간으로는 여섯시 15분 쯤 된다.
그것때문일까???
아닐까???
어쨌든....
네팔 저 아래쪽 나야풀이나 비레탄티에서 25도 이상의 온도에서 걷다가...
며칠만에 4000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엇 저녁... 비가 오는데다...
으슬으슬한 롯지 안에서 벌벌 떨면서 잠을 청했는데...
새벽 세시에 벌떡 일어나 대충 옷을 입고 나오니... 역시나... 바깥의 온도가 아래쪽 동네와는 틀리다.
세상에.... 너무... 너무 춥다....
하여튼.... 그 시간에 나와보니... 어느새 비는 그쳐있고....
하늘엔 보름에서 슬슬 그물어 가는 달이 떠있다.
어라? 비구름은 어디갔소????
그런 상태에서.. 주변에는 수많은 설산들이 나를 압도한다.
나뿐만 아니다....
이미 몇몇 분들이 나와서 벌써 며칠전부터 봤던 새벽... 한밤중의 설산을 구경하는데...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세상에...
전후좌우... 새하얀 설산들이 둘러쌓인 광경을 어디서 보겠는가????
그것도 새벽 세시에....
어두컴컴한 상황에서.....
도~~~저히... 이 하이엔드급 사진기로는 표현이 안된다.... 크흑....


아무래도....
전날 비가 온 것이 밑겨지지 않는 듯.....
어디 보자.... 이대로 한 삼십여분 구경하다가.. .새벽에 빨리 일어나야지 하면서 재빨리 롯지로 들어간다.
그리고 조금만 더 자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자....
새벽 다섯시.
이미 바깥에서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후다닥 잠에서 깨어 옷을 꾸역꾸역 껴입는다.
새벽이니 추울것은 당연!!!
옷을 꾸역꾸역 껴입고 일출을 보기 위해 롯지 바깥으로 나간다.
카메라도 챙기고.... 이제 일출을 잘 보기 위한 장소까지 이동!!!
그런데.... 어라라라????
이미 주변에는 가벼운 안개가 살살 껴 있는데...
그래서 이 베이스캠프 아래쪽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될것 같은데...
이 베이스캠프, 4,130미터 에서 기다리면 될 것 같았는데....
어느 한 네팔인이 급하게 어둠 속을 지나간다.
그러면서 외치는 소리...

"Big Sight~! Big Sight!!!! Comm'on~!!!"
뭐야?? 어딜 가겠다고 하는거야???
"There~!!!"
대충 봐도 도저히 힘들 것 같다.
새벽에 목숨걸기도 그렇고.....
그런데..... 이런.... 왜 내 맘과 내 말과는 다르게 내 발은 그 네팔녀석을 따라가고 있는거지???
뭐야???
그리고....
왜.... 미끌거리는 수풀을 지나....
미끌거리고 힘든.... 바위를 기어 오르고 있는거지???
도저히 힘들어 죽겠다....
그리고 위험하기도 하고...
이거 밑에서 바라봤을때보다... 직접 오르니 힘들어 죽겠네...
그리고 무척 위험하다... 흑흑....
하지만....
하지만.....
한참을 오르다... 도저히 힘들겠다고....
"I'm tired~~!! I can't any more~~~!!"
라고 외치다가...
문득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때....
돌렸을 때....
돌렸을때....
눈에 들어오는 황금빛.....
어라??? 저... 저게 무어야?? 뭐야????


그리고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다... 내가 올라온 언덕 너머로 하얀 안개 위에...
저 멀리서 하얀 봉우리가 드러난다.
어제 봤던 그놈인가????


다시한번 저 모습을 보기 위해... 조금 더 올라간다.
올라가본다.
올라가보는데...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훨신 더 밝아진 황금빛....


뒷편도... 훨씬 더 잘 보이는 능선...
저 안개구름은 점점 더 아래쪽으로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리고...........................
아마도.... 올라온 지점이 4,500미터쯤????
할 말을 잊어버린다.
잊어버렸다....






네팔 녀석이 더 올라가잔다.
저 뒤로 보이는 곳까지 올라가면 히운출리란 곳의 설운을 볼 수 있을 터...
그러나 도저히 힘들고 도저히 안될 듯 하다.
아마도 한시간 전에 올라왔더라면 가능했을 터...
이미 태양이 떠오르며.... 올라왔던 곳의 얼음이 녹고 있다....
그리고....
4,500미터의 고지에서 오르다보니...
이거 열발자국만 오르면 숨이 가파르고.... 가빠지고...
다리고 심장이고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죽을 것 같다.
가장 위험한 것은 저기까지 오르는 가벼운 언덕이 실은 무지무지 위험한 언덕이었다는 것...
내 머리의 서너배 만한 돌들이 밟기만 하면 우르르 무너지는 그런 곳.....
결국은 여기서 포기... 난 더이상 안되...
게다가 태양이 떠오르는 거 보니...
여기서 포기하지 않으면.... 내려갈땐 무척 낭패를 보게 될 듯...하다.
그 이유가 뭐냐하면...
전날 내린 비는 이곳 낙석들에 달라붙어서 오를 땐 얼어서 미끌미끌했다.
결국 중간부터 오를 땐.... 그 낙석들에 나도 바짝 달라붙에서 두손 두발을 다 사용하여
기어서 오를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곳에 일출이, 태양이 비추기 시작하면 얼음은 녹으면서....
아마도 낙석들이 우르르 우르르 굴러내릴 것이기 때문...
네팔 녀석도 그걸 알기에.... 더이상은 안될 듯 하면서 마지막 고지를 남겨두고
후퇴하기 전에 사진이나 찍잔다...
그래... 찍자.....
ABCㅣ가 4,130미터이면... 내가 오른 이곳은 아마도 4,500미터 정도 될 듯?
더 이상일 수도 있지만...
비록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EBC)가 5000미터가 훨씬 더 넘는다지만...
오늘 이게 어디인가...
ABC에서 이정도까지 오른 이는 오늘은 나와 이쪽 네팔인이 유일할 듯...
본전 제대로 뽑은거 아닌가?????
히운출리를 배경으로...
(솔직히 히운출리는 오른쪽 더 위에 있지만...)
저 뒤에 언덕만 넘으면 바로 눈이 있는 곳인데...
저기까지 얼마 안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척 가파르고 미끄럽고... 무척 위험한 곳이었다.
진짜다....
참고로 히운출리는 약 6,441미터....


요 아래쪽의 인물이 나를 꼬득여서 여기까지 데리고 온.... 네팔녀석인데....
이름이 뭐더라....
하여튼... 저 뒤의 봉우리가 안나푸르나 남봉(7,219미터)이다.
오른쪽 아래의 낮은 세개의 봉우리중 가운데가Baraha Shikhar(Fang)이란 곳으로 7,647미터이다.
훨씬 뒤에 있기 때문에 낮게 보일 뿐이다.


사실 이녀석보고 내 사진좀 찍어달라고 했더니... 엉망진창으로 찍어놔서 내 사진은 못올리고
이녀석 사진만 올린다.
우씨~!!!


다시 한번 바라본 안나푸르나 남봉....


저기 태양이 비추기 시작하는 곳이 바로 히운출리....


아... 쓰....
하여튼... 이녀석 뒤로 저 멀리 ABC가 보일 것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이 사진은 이녀석이랑 아침에 사진찍고 내려오다가 한 형님을 만나 근처에서 찍은건데...
예전 사진에서도 말했지만... Size is matter....
규모의 차이다....
아하하하하...
장난아니지....


에구국....
그래도 같이 왔으니... 히운출리를 배경으로 한잔...
아니... 한 컷....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안나푸르나 1봉... 즉 주봉...
저기가 해발 8,091미터의 안나푸르나 1봉이다.



태양이 점점 더 떠오를 수록.... 안나푸르나 남봉 아래에 있는 빙하가 점점 더 모습을 드러내고...
우르릉 쾅쾅~~~@!!!!@@
빙하가 무너지는 소리가 우렁차게 이쪽 베이스캠프를 뒤흔든다....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베이스캠프까지 햇살이 비출 터...
그러면.... 난 여기서 빨리 내려가야한다...
햇살이 이쪽 능선까지 비추면... 얼음이 녹고...
난 낙석을 동지삼아 저 아래 베이스캠프까지 내려가야 할지도.... ㅡㅡ;;


네팔 녀석하고 낙석지대를 내려가다가 내가 디딘 한 바위가 미끌 거리더니 갑자기...
2~3미터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나는 거기에 미끄러져.. 구를 뻔 했다.
순간 내 앞에서 5미터 앞에 내려가던 녀석에게 소리친다.
"You there~!!, I'm Here~!!!"
그녀석에게는 왼쪽 능선을, 그리고 나에게는 오른쪽 능선을 가리켰다.
눈치 빠른 녀석 대뜸 눈치채고 왼쪽 능선으로 간다.
나도 조심스럽게 오른쪽 능선으로 향한다.
새벽에... 다섯시 반에 오르기 시작한 후....
이렇게 긴장되고... 팔다리가 후들후들거리고.... 목숨이 아까워지는 순간은 처음이구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자..... ㅡㅡ;;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