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ABC 트레킹 - 8일차(2)
色+樂+狂2006. 11. 3.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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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MBC(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3,700m)에서 ABC(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4,130m)로 출발한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저 아래쪽부터 구름이... 개스가 몰려온다.
개스는 순식간에 MBC를 덮치더니....
우리를 향해 달려온다.
쌀쌀한 차가운 기운이 같이 몰려오면서.. 주변의 공기가 싸늘해짐을 느낀다.
그렇게 개스가 가득 찬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이미 일행은 두 세 그룹으로 나뉘었다.
첫번째 그룹은 큰형님과 한분이 속도가 늦어 먼저 출발한 그룹이고...
두번째 그룹은 본대...
세번째 그룹은.... 이렇게 뒤에 쳐져서 가는 그룹이다.
그러나... 지금은 마라톤도 아니고.... 순위를 가리는 게임도 아니다.
트레킹 자체가 그것이 아니던가....
구경하면서 오지의 체험을 할 수 있는 것.......
우리의 목표는 고산을 최대한 빨리 오르는 것이 절! 대! 아니다.
그렇기에... 가면서 양떼와 염소떼가 있는 곳에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한다.
그래도 가긴 가야 하니깐..... 조금 더 가보자.....
힘내 보자....
이 사진을 잘 봐야 한다.
이곳을 오면서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그 규모나 분위기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아래의 사진도 마찬가지다...
그냥 보면 평범한 자갈들이 있는 언덕이다.
하지만.... 오른쪽 아래를 자세히 보시라.....
한 형님이 저 언덕을 향해 바위.... 낙석들을 밟고 오르고 계신다....
사진의 규모.... 는 ..... 이정도인 것이다.
실제로 눈으로 보면 얼마나 더욱 크고 대단하겠는가.....
4,000미터를 넘어가는 곳이라.... 산행이 힘들다...
뭐, 술과 담배에 찌든 내 탓도 있겠지만....
확실히 가파른 길도 아닌데.... 숨이 많이 찬다.
숨이 차다....
숨이 차긴 하지만.... 그래도 천천히 걸으니.... 그나마 고생하지 않고 꾸준히 오를 수 있다.
약간의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동반된다.
이것이 고산병이라는 것일까?
다행인 것은 그리 심하지 않고 가볍다는 것.,....
그것때문에... 깊은 개스 속에서도.... 무사히 ABC를 향해 오르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개스가 없었다면.... ABC를 통해..... 절경을 바라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는 사이에 눈 깜짝할 사이.... 드디어 ABC에 도착한다.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저기가 오늘의 목적지이자.... 이번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이다.
ABC 도착 후... 우리가 묵을 숙소는 한국인들이 많이 묵은 숙소.
안나푸르나 생츄어리 롯지....
주인과 이야기를 해보진 못했지만.... 이곳 주인은 한국(부산)에서 몇개월간 노동자로 일하다 온 네팔인이다.
이곳이 롯지 내부...
우리가 자야 할 곳이다.
온도도 온도지만 참 삭막하다.... 이전에 잤던 롯지에 비해서는......
그래도 어디메냐..... 한밤중에 영하로 떨어진다는 이곳에서....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롯지....
여기서 침낭 하나로 밤을 버텨야 한다.
저녁식사 전.... 이곳저곳 구경을 하는 사이....
ABC에서 네팔 젊은 청년들이 자신들의 나라의 전통을 알려주기 위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얇은 전통옷을 입고 공연을 한다.
그들을 지나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조금 윗쪽으로 올라가다 아래와 같은 추모석을 본다.
내용을 살펴보니..... 안나푸르나... 이곳 히말라야 산에서 죽은 사람을 기리는 추모비다.
한두개가 아니다.
이곳 저곳에 수많은 추모비가 때론 이름 없이.. 때론 종이에... 때론 바위에 이름을 새겨놓고 있다.
문득.... 저 곳으로 .... 저 안개가 낀 곳으로 발걸음이 계속 이어진다.
(사실은 빙하를 보기 위해 나온 것인데..... 목적이 바뀌었다.... 그냥 보는거다....)
오르다가 같이 만난 일행의 한 형님께서....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신다.
형님께서 아시는 선배가... 아는 사람이 이곳에서 돌아가셨기에.. 혹시 모를 추모비를 찾는다는 것이다.
[안나푸르나(8,091m)는 5개의 봉우리를 각각의 이름(좌로 안나푸르나남봉,우로 안나3,4,2봉)을
붙일 정도로 산맥군을 이루고있어, 그 이름이 "풍요의 여신"이란 뜻이다.
세계 10번째 봉우리지만, 8천이상 고봉중 1950년에인간이 등정한 최초의 산으로 기록되어있고
몇년전 우리의 위대한 여성산악인 지현옥씨가 등정성공후 하산중 실종사망하여 지금도
설산 어디쯤엔가 묻혀져있는 곳이라 더욱 안타까운 곳이다.]
한 형님의 여행기에서 발췌한 글이다.
이러한 추모비와 능선을 따라 안개속을 올라가본다.
이미 MBC에서 능선의 반대편에 절벽과 협곡이 있다는 것을 봤으나....
그래도 발걸음이 계속 이어지게 된다.
왼쪽은 가파른 초원이나 오른쪽은 금새 떨어져버릴 듯한 깎아지른 절벽이다.
게다가 오르는 도중에 산사태가 일어나는 듯한 "우르릉~ 쾅쾅"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것이 산사태인지.... 눈사태인지는.... 안개속에 가려져 분간을 할 수 없다.
이 오른쪽 절벽 밑으로는... 도대체... 몇백미터가 되는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우리는 그 경계선을 한없이 아슬아슬하게 타고 한참을 올라갔다.
그러다가 점점 더 각도가 가파르게 되자... 두려움에 휩싸였다.
도저히 이 각도로 올라가다 어떻게 내려와야 할지 걱정이 되어 앞에가는 형님께 호소한다.
결국... 형님과 나는 이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ABC는 약 4,130미터....
이곳은.... 아무리 봐도... 그곳보다... 2~300미터를 더 올라온 듯 하다.
대충.... 감 잡아도 4,300미터 정도 될까....
하지만 식사시간에 맞추어 무사히 내려오는 터라....
중간에 서로 사진도 찍고 하면서.... 두려웠던 마음을 달래본다.
(사실은 혼자 달랬다.....)
그러는 사이... 저 멀리.... 구름 사이로... 높은 봉우리가 보이는데.....
잠깐 보였다가 사라진다....
저기는 무엇이고... 얼마쯤 될까.....
안개가 사라지고 구름도 걷히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이러면 다행이다.... 내일 좋은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오른쪽 밑에...... 하얀 띠가 보인다....
우기때.... 빗물이 고이는 곳이다.
하지만 우기가 끝난 지금은 삐쩍 말라있다.
무사히 베이스캠프까지 내려와.... 우리가 올라왔던 길을 살펴본다.
이놈의 개스.... 없어지면 좋으련만... 이상하게도 점점 더 짙어지더니....
이내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ABC의 왼쪽에 있는 능선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호수....
저기까지 가려면 깎아지른 듯한 그런 계곡을 내려가 다시금 그런 계곡을 올라가야 한다.
이곳은 얼음이나 빙하가 보이지 않는다.
그 빙하는 아직까지 왼쪽의 언덕배기에... 안개에 쌓여있다.
밖에서 들리는 빗줄기 소리를 들으며...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에 한두방울씩 내리던 비는 이내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고
모두들 내일 하늘 날씨를 걱정하면서 잠자리에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중 몇명은 자기들끼리... 혹은 다른 롯지에서 만난 한국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녁시간을 보낸다.
이 생츄어리 롯지에는 왔다 간 사람들의 사진이 무척 많이 걸려있다.
우리와 코스가 같은 사람도 다른 사람도 있고....
우리처럼 가을에... 혹은 여름 우기에.... 혹은 ... 아주 추운 겨울에 온 사람들도 있다.
그나마 반가운 것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사람들이었다는 것.....
나도 다음날 떠나기 전에 무언가를 남겨놓고 가고 싶은데.....
가고 싶은데....
그렇게..... ABC에서의 하루는 저물어간다....
빗줄기에 잠이 솔솔 오기 시작한다....
내일의 아침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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