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ABC 트레킹 - 11일차(1)
色+樂+狂2006. 11. 2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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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서의 마지막 아침이다.
남은 양주 한병을 가이드 형님과 둘이서 마시다가 들어갔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날은 새벽에 눈을 뜨지 못한 듯 하다.
대신 아침 일찍 나와보니.... 머리 뒷쪽으로 설산이 보인다.
어제는 날이 흐려서 볼 수 없었는에 이렇게 아침엔 항상 쾌청하게 설산이 보인다.
안나푸르나 남봉이지 싶은데... 아침햇살을 받아 또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남봉에서 약간 내려온 히운출리의 모습.
송파 4인방 형님들 중 세분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계곡쪽에서 올라오신다.
새벽에 일어나 온천하러 가셨단다.
전날의 거머리때문에 걱정이 되셨는지 온몸을 완전무장하신 상태다.
세분이서 온천에 몸을 뉘이고 밤하늘의 별과 동트는 아침을 보시면서 즐기셨다고 하니 부러울 따름이다.
따라갈걸....
시원하고도 맛있는 아침식사를 한다.
이것이... 산에서의 마지막 한식이란다.
점심은 내려가다가 마을에서.... 현지식으로 먹는다고 하니....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계란과 밥과 무우국에다가 김치를 먹어준다.
산에서의 마지막 한식이다.
아침 출발준비를 하고 나니.... 노오랗게 물들었던 설산은 어느새 하얗게 빛나고 있다.
오늘의 일정은 이곳 지누단디에서 뉴브릿지쪽으로 내려가다가 시누아까지 가서 점심을 먹고...
나야풀까지 쭈욱 가는 것이다.
아직 달은 지지 않았지만.... 날은 훤히 밝아졌기에 마지막 산행....이라기보담...
마지막 트레킹을 시작한다.
지누단다에서 출발하자마자 가파른 길을 내려간다.
비명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한 형님이 가파른 길가에서 포터때문에 길을 피하시다가밑으로 떨어지셨다.
다행히 길 밑이 우거진 나무와 수풀이 있어 가이드가 잽싸게 잡아 올린다.
길을 피한다고 해서 왼쪽의 풀이 있는 곳을 밟았는데 그곳이 바로 허공이었던 것....
마지막 날... 아주 위험한 일이 생길뻔 했지만.... 크게 다치시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모두들 마음을 다시한번 다잡으면서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그리고 계곡의 다리를 또 한번 건너주고....
가파른 계곡의 급경사 계단을 올라간다.
먼저 포터들을 올려보내고.... 막내누님과 내가 선두에 선 다음.....
저 아래 뒤따라 오는 분들을 바라본다.
가파른 계곡이 지나자 마자 즐거운 길이 나타난다.
왼쪽으로는 수수인지 조인지 모를 식물들이 밭에 나있고....
길 뒷편을 돌아보니... 저 멀리 안나푸르나가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점점 구름에 가려지고....
길 왼쪽으로 가파른 낭떠러지가 있고 그 멀리 계곡이 흐른다.
다른 형님의 말로는 영월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신다.
좁은 길을 가다가 두마리의 소때문에 다들 기겁을 하고 길 안쪽으로 피한다.
이녀석들.... 우리를 지나치자마자... 그 좁다란 길을 달려간다.
한 사십여분을 걸었을까?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도중 우리가 돌아온 계곡을 바라본다.
이게 안나푸르나를 바라보고 찍는 마지막 사진이 될 터.....
기념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지....
다시 출발하니 다리가 하나 보인다.
저기가 뉴브릿지(New Bridge)다.
여기서 일정이 두 갈래로 나뉘게 되는데....
저 다리를 건너 계곡 반대편 능선을 따라 가면 1박 2일 코스고...
다리를 건너지 않고 이쪽 능선으로 쭉 가면 1일 코스다.
우리는 오늘 나야풀로 도착해야 하기에.... 이쪽 능선으로 내려간다.
우기가 끝났는데도.... 며칠 전 비가 와서 그런지 길 가에 거머리가 많다.
일행들의 발걸음이 무척 빨라진다.
거머리가 싫어서인지 후다다닥 길을 내려가는 듯 하다.
나는 뒤에서 느긋하게 천천히 구경하면서 길을 걷는다.
날도 풀리고 해서 가볍게 얇은 나시 하나만 입고 반바지 옷차림으로 내려오는데...
저런 거머리가 어디에 붙어있을지 모른다.
좁은 산길을 내려오다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니... 때론 등산화에 두어마리 붙어있기도 하고...
때론 지팡이에 한두마리 붙어있기도 하다.
언제 다리까지 올라와 피를 빨지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드니 은근히 머리나 목 뒤, 온 몸이 근질근질해져온다.
계곡길 따라 만난 건너편 폭포..
어느정도 내려왔는지.... 계곡이 바로 왼쪽에 지나간다.
저 길다란 관은... 아마도.... 아래쪽으로 물을 흘려내려보내...
수력발전을 하는 곳인가보다.
저 위의 촘롱에서도 저런 모습을봤었으니....
막내누님이 너무 급하게 계곡을 내려오신 탓인지 무릎에 이상이 생겼다.
결국 쩔뚝거리면서 응급처치를 한 다음.... 보호대를 착용한다.
내리막길은 힘들 것 같다면서.... 조심조심 내려오신다.
아래가 이곳의 벼가 익어가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벼에 비해서는 그 낱알이 작다.
또한 모내기할때 처럼 그렇게 규칙적으로 심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냥 볍씨를 논에다 뿌린 듯 불규칙하게 자라나있다.
그리고 길다란 계곡 사이의 좁은 길을 한시간 가량 걸어 두번째 휴식장소에 도착한다.
갑자기 난리가 났다.
사람들 모두 베낭을 벗어놓고 바지와 신발, 옷에 붙은 거머리를 비명을 지르면서 떼어낸다.
혹시 몰라 신발을 벗어 신발 안까지 확인까지 한다.
몇명의 바지에 달라붙은 거머리를 떼어내고.... 심지어는 모자와 상의에까지 붙어있다.
다행히 물린 사람은 없어보였는데....
한 형님이 더워서 그런지....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렸다.
이런..... 이 놈이 언제 그 안에 들어가 종아리에 붙어있는거지?????
당사자인 형님 뿐만 아니라 모두가 놀란다.
실컷 빨아먹고 있는 중인지 아주 통통하다.
이러니... 한 여름에 온다면... 우기에 온다면 매일매일 이녀석들에게 피를 헌납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련의 소동이 끝나고....
일단은 더운 날씨에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한다.
이런 맥주.... 오랜만이구나....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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