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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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이 생겼다.
이곳에 와서부터는... 항상 새벽 두세시에 일어나게 된다.
알고보면 당연한 일이다.
새벽 두세시면... 한국 시간으로는 세벽 대여섯시다.
뭐....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시간에 잠이 깨서 일어나지 않으면 계속 자는 거고 일어나면 나오는거다.
그런게 버릇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쪽 시간으로 어느새 새벽 두시 반인가 세시인가....
잠이 깨어서 잠깐 바깥으로 나온다.
맑은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나온거지만.... 나오는 순간 불빛을 보고 깜짝 놀랜다.
저게 ....
해골이야? 무어야????


다행히도....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고는 하늘을 바라본다.
이미 달은 산 너머로 넘어가고 있지만... 첫날 밤의 그 은하수는 오늘도 보기에는 틀린 듯 하다.


저녁 한번 나와보니 달빛에 산 모습.
새벽 한번 나와보니 달빛.
새벽 한번 더 나와보니 별빛.
그런 상태에서 아침 한번 더 나와보니 훤한 마차푸차레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식사 후....
도반을 떠나 히말라야 롯지로 향한 출발준비를 한다.
여기서 잠깐 포터들이 짐을 꾸리는 모습을 살펴보자.
일단 짐을 흔들리지 않게 싸기 위해 땅바닥에 줄을 미리 깔아둔다.


그리고 그 위에 짐을 올리고.....


그 짐을 향해 여러 포터들이 모여 꾹꾹 눌러싼다.


마지막으로 헤어밴드??? 비슷한 머리띠로 무게중심을 잡은 후 저 상태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것이 저들의 짐싸기다.
저 상태로 고생스럽게도 우리가 가는 길을 같이 간다.


출발 전.... 마차푸차레도 어느새 구름에 조금씩 휩싸이기 시작한다.


한 형님이 주신 배탈약....
일단 먹고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햇살이 능선 위로 비추기 시작한다.
좋다... 그런 상태에서.... 우리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지....
트레킹을......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우리가 있던 곳이 어딘지를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도반에서 출발된 코스는 바로 밀림으로 들어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몸이 풀린건지... 배탈이나 감기기운은 싹 사라지고...
아침부터 쭈욱 트레킹 일행의 선두권에 섰다는 것.....
아래의 형님은 나를 제외한 선두권에 서신 분.....


폭포가 어우러지는 곳을 지나 계곡을 한참 따라간다.


참고로.... 다들 스틱을 들고 왔지만 나는 스틱이 없다.
그러다 한 누님이 사신 대나무를 물려받아 나에게 맞게 정리 한 후 그것에 기댄다.
이 대나무 스틱은 트레킹 도중 항상 나를 지켜주게 된다.


능선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밀림을 벗어나게 되고....
밀림을 벗어난 순간 눈 앞에 또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보라... 저 멀리 하얀 설산으로부터 계곡을 따라 여기까지 흘러내리는 물.....
우리는 이러한 계곡을 따라 쭈욱 쭈욱 올라갈 뿐이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제서야 보이기 시작한 설산....
저걸 눈 앞에 보기 위해서는.... 하루를 꼬박 걸어야 한다.


주변의 산세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저 아래쪽에서는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게 피어오르고....
나에게는 무엇이 피어오르는건지.....


히말라야 롯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피자를 시켜먹었다.
이곳에서 먹는 피자맛이란......
좋더라....


히말라야 롯지를 지나..... 계속해서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가다....
꾸준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드디어..... 본격적인 3000미터급으로 향하는 길이다.
그 길 도중에 여러 폭포가 마중을 한다.
저 폭포는... 세상에....
저 위로... 또 다른 산이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멀리 보이는 계곡.....
아찔한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는 거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보이는 쉴 곳이 나온다.
저기가 바로 데우랄리다.
저기까지 가는 것이 일단 점심식사를 하기 위한 것이므로.... 조금만 더 힘내자....
보라.... 왼쪽의 롯지에 비해.... 오른쪽 계곡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산사태나 다른 것들로 인해 저런 모습이 되었을 터인데....
진짜 사진으로 봐서는 별거 아니지만.... 웅장할 뿐이다.....
같이 가는 일행들도 그 웅장함에 입을 다물지 못할 뿐이다......


힌쿠 오두막이란 곳...
무슨 롯지가 있는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그냥 Cave....
돌로 비나 다른 것을 피할 수 있는 그런 곳....


여기까지 왔으니 한편 찍어보는건데...
부쩍이나 나이가 많이 들어보인다.


자.,.. 여기 힌쿠 케이브 부터는.... 밀림도 없고... 높은 나무도 없다.
본격적으로 고산지대의 트레킹을 시작하는 것이다.
게다가.... 높이가 보이지 않는 산으로부터 내려오는 폭포는...
오히려 가는 길의 두려움을 더욱 크게 만든다....


아까보다 더 멀리 보이는 롯지....
그 아래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쉽지 않은 길이다.


이러한... 폭포수가 흐르는 다리도 건너고.....


그 다리를 건너 수많은 낙석들... 혹은 바위를 지나 다시금 올라간다.
펨바라는 가이드가 무릎이 좋지 않나보다.
같이 가시는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분께서 무릎 보호대를 가이드에게 전해준다.
산을 타는 사람은 알겠지만.. 무릎이 맛이 가면 오르막보다는 내리막에서 더욱 고통스럽다.
가이드이면서.,.. 주방장이잖아??
조금만 더 힘내라고......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데우랄리,...
이곳의 고도는 3,230미터이다.
세상에....
드디어 조심조심해야 하는 코스로 올라온 것이다.


점심시간이니 일단 점심을 먹고......


구름과 바람에 휩싸인 주변을 잠시 구경한다.


데우랄리에 도착했을 때.... 깜작 놀란 것이 있다.
올라가보니 한 한국인 여자아이가 뛰어다니고 있던 것이다.
일단 만나자 마자 반가워서 사진 한방 찍고....
(내가 찍은 것이 아니라 일행 중 누님이 찍어주신 사진... 눈좀 뜰껄.....)
이 아이의 이름은 전소희(9살이다)
가족들과 같이 네팔에 사는 친척 만나러 와서 같이 산을 오르는데...
이곳부터 MBC까지 오르다 고산병때문에 구토하고 해서 다시 어머니와 내려와 적응하는 중이란다.
귀여운 녀석....
고산병의 어려움은 다 없어진건지.... 기운내면서 펄펄 난다.
게다가..... 이곳 롯지의 여자애와 만나 그녀석과 손을 꼭 붙들며 돌아다닌다.
그렇지... 순수한 사람들은.... 순수함 자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녀석이 나보고... .
네팔 아저씨에요?
포터 아저씨에요?
라고만 안했더라면...... ㅡㅡ;;;;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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