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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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닷~!!
피해~!!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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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0 - 성산일출봉 출발
48분 성산항을 지나 다시 해안도로로 진입한다.
5시가 다 되어가니 사람도 없다.
도로가 조용하다.
갑자기 한적한 느낌과 얇은 상실감이 느껴진다.



해안을 뒤덮은 저 초록색은 무엇일까...


다시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다녀간 길...
아직도 저기에 미련이 남은 것인가.
길 위에 전깃줄과
그 뒤로 보이는 마을과
마을을 지키는 일출봉의 모습...
무언가 가슴이 아려온다.
무엇을 놓고 온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


17:00 어느 방파제에 다시 들어갔다.
우도의 모습이 다시 보인다.


그리고 성산일출봉은 또다시 저렇게 멀어져간다.
자꾸 돌아보면 돌아볼 수록 그리움이 점점 더 깊어간다.
그리고 외로움이 밀려온다.
요 며칠동안 이렇게 외로움이 밀려들긴 처음이다.
분명...
저기 성산일출봉에 무엇인가 있을 것이다.
젠장...
빨리 벗어나야지....
17시 18분 종달리 포구 도착.





우도는 점점 더 가까이 보인다.
그러나 이제는 성산일출봉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정도 마음이 풀린 듯 하다.



여러 오름들이 펼쳐진 가운데....
날은 슬슬 저물고 있다.

5시가 넘었는데 이제서야 바다로 나가는 저 배는 무얼까...



지금 바다로 나가 무엇을 잡을까...
오늘 밤을 바다에서 보내게 될까...

우도 앞바다를 지나는 저 배는 돌아올 때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싣고 돌아올까...
그리고 돌아오는 저 배를 맞이하는 것은 누구일까...




다섯시가 넘었음에도 햇살이 따갑다.
등대에 기대어 등대의 그림자에 숨어 한숨을 돌려본다.
어느정도 사그라든 외로움을 갈무리 하고
응어리 진 마음 한구석을 다시 어루만지고...
슬슬 출발 준비 완료.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오르막 내리막을 번갈아 가다
눈길을 잡아 이끄는 곳에 자전거를 멈추었다.
하도 가는 길목에 있는 이상한 바위모습을 보고 후다닥 올라갔다.



오는길에 몇개 보았는데.... 이게 무얼까?


아까는 보이지 않던 성산일출봉이 다시 보인다.
그러나 아까 같은 감정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잘 있어라 성산일출봉아~
다음에 언제 또 오게 될런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겠지....
그리고 그때는
오늘 느낀 그리움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겠지.


요 바위 참 희한하다.
바위가 아니라 돌을 사람이 쌓아 올린 듯 한데...
멀리서 보니 부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망부석일까.
누군가 기다리는, 누군가를 기리는 마음으로 저 바위 위에다 망부석을 쌓았을까...




우도를 바라보는 삼층돌탑?


이게 무언가 했더니 문주란이란다.
이 길로 조금 더 가다보면 문주란 자생지인 토끼섬이 나온다.
그러나 들어가는 길이 없어(험하게 가야 한다.) 그냥 스치고...
목적지인 하도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17:40 - 하도해수욕장 도착
다리 하나를 건너 하도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이제 날이 저무느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고 철수하려는 듯 한 분위기다.
이제 성산포에서 내려오는 일행들은 이곳이 목적지일 것이다.
멀리 우도가 보이는구나.
지도를 보니 김녕까지는 거리가 좀 된다.
어느새 6시가 다 되어가는데...
이러다 정말 밤길을 달려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도해수욕장을 둘러 볼 겨를도 없이... 다시 출발준비.
서너명의 하이커들이 먼저 쏜살같이 달려간다.
그나마 다행인건 바다를 끼고 달릴 수 있다는 것....
그렇게 20여분을 달리다보니 다시 어촌이 나온다.
약간은 큰 어촌...
18:05 - 세화해수욕장 도착
다시보니 조그맣지는 않다.
해수욕장을 지나 방파제로 올랐다.


방파제에서 보는 세화해수욕장의 모습.
야영장은 보이지 않는다.
낚시 하는 사람과 늦은 시간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조용한 곳이다.


나도 이제는 기운이 떨어진 것일까...


방파제에서 오른쪽으로 보니 무슨 공사를 하고 있는 듯 하고
그 뒤로 멀리 풍력발전을 하는 커다란 프로펠러들이 보인다.
제주도의 서쪽에도 있두먼 동쪽에도 있네....
행원리 풍력발전소인데...
저길 지나야 김녕해수욕장으로 갈 수 있다.
거리가 만만치 않을 듯 한데...
꽤 늦게 도착할 듯 하다.


다소 잠잠해진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이들...


나도 낚시를 하고 싶긴 하다만....
가만히 앉아있는 것 보담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과연 참을 수 있을까?
그래도 하고 싶긴 하다.
아차차....
한동안 멍하니 낚시질을 구경하다가 정신차리고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길을 잘 못 들었다.
해안도로로 빠져야 하는데.... 큰길로 나와버린거다.
12번 일주도로를 타고가다 행원리 쪽으로 빠졌는데....
해안도로가 아니고 산길이다.
이런....
기어를 조정하고 달릴 수 밖에 없다.
산길을 가다보면.... 여기가 어딘지를 알 수 없다.
그리고 산길은 금새 어두워진다.
제주도야.... 그리 깊숙한 산길은 아니어서 그리 큰 걱정은 없다만...
그래도 내가 어디쯤 있는지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하고 두렵다.
기어를 조절하고 일단 달렸다.
이십여분을 무작정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그러다 다시 행원리 어촌으로 들어와 해안도로를 만났다.
18시 43분...





원래 저 풍력발전기가 있는 해안길을 지나야 하는데....
엉뚱한 길을 돌고 나오니 이미 지나쳐있다.

에고고.....
뭐 볼건 없긴 해도....
그래도... 저길 지나쳤으니... 약간은 아쉽다.


하지만 이젠 시간이 없다.
저기 끝이 김녕일까?
이제 태양은 거의 해안선 가까이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쉬는거다.
여기서만 쉬고 열심히 달려서 김녕까지 가자...
아마도.... 한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겠지????
19:00 - 김녕해수욕장 도착
얼래.... 15분 정도를 열심히 달리니... 벌써 도착했다.
김녕해수욕장이다.

아슬아슬하게 날이 저물기 직전이다.
휘유우....




야영장을 배경으로 셀푸...
이런.. 코끝이 빨갛게 익었구나... 얼굴에 익은 곳이 많다.
그리고... 헤어밴드와 선글라스를 쓴 부분은 하얗다...
회사 나가면 볼만 하겠는데...
지금도 이러니... 흐흐흐...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한 컷....
이마의 선... 진짜 장난 아니군....
내일은.... 헤어밴드 없이 달려야겠다....
조금이라도 색차이가 없도록 해야지....
샤워를 하고.... 텐트를 치고.... 저녁준비를 한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햇반, 곰탕, 참치와 깻잎...




맑았던 하늘에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태풍이 올라온다는데.....
해안경비대에서도 방송이 흘러나온다....
훗.... 그러라지...
캔맥주 세개를 마시고.... 자리에 누웠다.
어느새 밤 9시...
시원한 바람 아래 다소 걱정을 해본다.
태풍이 올라오면....
내일 비를 맞으면서 다녀야 할텐데.....
뭐, 비맞으면서 자전거 타는 건 문제가 아니다.
지도를 펼치고 다시 살펴본다.
내일코스를... 어떻게 잡을까....
오늘 김녕까지 왔으니... 내일은 느긋하게 구경해도 충분히 제주에 들어갈 수 있다.
김녕해수욕장을 떠나
거꾸로 올라가다 만장굴을 들리고...
다시 내려와 북촌리를 지나
해안도로를 달리다 함덕해수욕장을 지나고
다시 달리다 삼양해수욕장으로 들어가면 바로 제주시다.
빡세게 달리면 오전 중에...
느긋하게 여기저기 들릴 곳 들려도... 오후 중에는 도착하지 싶다.
이것 저것 뒤척이다.....
비가 오면 어쩌나 하나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바람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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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광~ 쾅~~~~
자다말고 문득 눈을 떴다.
무슨 소리지???
텐트가 심하게 펄럭이고 있다.
뭐야??
다시 한번 번쩍이는 소리와 함께....
우루루루루 쿠쿠쿠쿠쿠쿵~~~
천둥이 몰려오고 있다.
펄럭이는 텐트로 두둑두둑 한두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갑자기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많이 떨어진다.
이런.....
급히 일어나 텐트 바깥으로 나왔다.
새까만 하늘에 번쩍이는 번개불로 살펴보니 먹구름들이 장난이 아니다.
옆의 텐트에서는 자던 두 젊은이가 텐트를 철수하고 있다.
또 번쩍~!!
콰광~~~
텐트를 접을 수는 없는 일...
자전거와 짐들을 급하게 세면장 처마 밑으로 옮겼다.
그리고 바람 부는 반대 방향으로 텐트를 들어다 가져놓았다.
1~2인용 소형이라 이럴땐 편하네...
쉴새없이 번개와 천둥이 몰아닥친다.
시계를 보니 10시 반인가.... 11시인가...
쏟아지던 빗줄기가 갑자기 사그라지고...
간혹 빗방울만 몇방울 씩 떨어지고 있다.
바람은 여전히 장난 아니게 불고 있다.
흐음....
단순한 소나기야?
아니면 태풍이야...
태풍때문인 것 같긴 하다만..
비가 다시 내리진 않는다.
그래도 모르니 다시 야영장으로 갈 순 없는 일....
처마 밑에 놓은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래도 다행히 비는 피할 수 있겠군....
점차 천둥소리가 멀어져간다....
8월 5일... 다섯번째 코스 - 돌고 돌아 김녕해수욕장 도착.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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