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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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길이던 그 종착지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 종착지는 오늘의 종착지이지
내일은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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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0 - 남원큰엉해안경승지 도착(설명 -> 큰엉해안경승지 )
가게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가다보니 바로 큰엉해안경승지 입구가 나온다.
그런데 어디로 들어가야 하나?
금호타이어 휴양지 같은 건물이 오른쪽에 있고 왼쪽엔 펜션같은게 있다.
그 사이로 들어가니 널찍한 평지가 나오고 그 뒤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혹시나 계단으로 내려가니 역시나 절벽과 바다가 나온다.
이곳이 큰엉해안경승지이다.
그런데 뭐????
이거 사전지식 없이 오다보니... 여기에 뭐가 유명한건지 모르겠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시원한 파도가 바위와 함께 시원한 절경을 이룬다.


오른쪽으로는 절벽이다.


위험하니 넘어가지 말란다.
난 소심하다.
안넘어갔다.


그래도 혹시나 저 아래 뭐가 있을까... 하며 고개를 내밀어 보기는 했다.
보기만 했다.
이 길을 따라 가볼까 하다가...
이번엔 모험을 하지 않기로 한다.
사람 한둘이 겨우 지나가는 길이며...
게다가 돌과 바위들이 많아 자전거로는 가지 못하는 길이다.
더욱이, 5시 반이 넘었는데.... 이제 한시간 반만 있으면 해가 진다.
너무 늦으면 밤길이라 위험하다.
자전거를 타고 밤길 가는 건 너무 위험하다.
그래서 잠시 바람만 쐬고 바로 출발~!!
신영영화박물관엔... 왜 들어가겠는가... 뭐 볼게 있다고...
라고 자위하며... 눈물을 머금고 지나쳐야 했다.
17:45 - 해안도로 진입
남원읍사무소를 지나니 해안도로가 나온다.
오호... 좋다....
해안도로를 끼고 오른쪽엔 멋진 바다가, 왼쪽엔 아름다운 언덕이 있구나.
마주오는 차를 피하면서 잠시 바다를 찍다가 누군가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구나..
전날 중문해수욕장에서 만난,
아침에 떠날 때 만난 50일째 자전거 여행하는 하이커다.
아침에 중문에서 헤어지고 지금 만나는거니...
그 사람은 11시에 출발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금새 왔구나..
아니,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여기저기 들렀다 온 것 같다.
그 부자 일행은 지금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이 동료가 같이 가자고 한다.
누군가와 같이 가는 재미도 있겠지만... 11시에 출발해서 이시간에 벌써 도착한 그의 체력을 보니...
내가 따라가지 못할 것 같아 사양했지만... 결국 같이 가기로 하고...
먼저 출발할테니 바로 따라 오시라고 하고... 먼저 출발했다.
그리고 한참을 달리는데... 뒤돌아보니 보이질 않는다...
그 친구를 놓쳐버린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
6시가 넘었는데 그 친구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어차피 오겠지...
표선해수욕장에서 야영한다고 했으니...
18:10 - 태홍 항구 방파제 도착
혹시나 몰라 방파제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몇몇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고...
요기 보이는 등대 오른쪽에서는 높아지는 파도 속으로 세명의 아이들이 뛰어들고 있었다.
바람과 함께 파도가 높아져서 방파제를 때리고 낚시하는 사람들을 뒤엎기도 한다.
여전히 동남쪽 하늘은 맑다.


그러나 북서쪽 하늘은 점점 구름이 많이 낀다.
이러다 밤에 비오는거 아닐까???








누군가 나를 보더니 파도가 높아지니 위험하다고 어서 끝에서 나오라고 한다.
점점 높아지는 파도에 나도 잠시 겁을 먹고 나오기로 했다.
낚시질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담배한대 다 피고...
사람들 사이로 조심조심 빠져나온다.
내 뒷편으로 방파제에 부딪힌 파도가 쏟아져 내린다.
30여분을 달리다 보니... 이상한 푯말을 발견한다.
황근자생지...
황근이란 무엇인가???/
모르지...


무궁화와 같은 속인 식물로써, 학술적 연구와 관상용으로 가치가 높습니다.
어디있지?
어디있는거지???


아... 저놈인가?
뭐지???
너무 작아서 안보인다.
아니 너무 멀어서 안보이는거다....
19:14 - 표선해수욕장 도착
해안길 따라 가다보니... 왼쪽으로 무슨 리치빌인지 뭔지가 한참 공사중인 곳이 나온다.
그리고 튀어나온 길을 따라 왼쪽으로 도니 바로 해수욕장 하나가 나온다.
제주민속촌 표지도 있다.
드디어 표선 해수욕장에 도착한 것이다.
그러나 해수욕장 입구에는 자전거나 차량이 들어갈 수 없단다.
흐미.... 야영장 없는 것 아냐???
이미 7시가 넘어서 어둑어둑해진 길을 조금 더 가다보니... 텐트가 있는 곳이 나온다.
그리고 자전거도 몇대 서있다.
일단 그리로 올라가서 자전거를 세우고 짐을 내려놓는다.
얼래?
바로 옆에 그 아버지와 아들이 여행하는 부자일행을 다시 만났다.
서로 반가워 할 수 밖에...
월드컵 경기장에서 헤어지고.... 여기서 다시 만났는데...
자기들도 한 30분 전에 왔다고 한다.
부럽다. 여전히....

아래가 표선해수욕장의 전경이다.

무슨 만처럼 오목하게 들어간 곳에 잔잔한 파도가 밀려와 모래를 적신다.
여긴 중문이나 다른 곳에 비해 꽤 조용하다.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구나....
저녁이라서 사람들이 없는건가?


오른쪽으로는 잔디밭이 있고 이 길 따라 쭈욱 걸어가면 가운데 보이는 건물에서 샤워를 한다.
그러나 내가 갔을 땐... 7시에 물을 잠그고 장사 끝냈다고 한다.
왼쪽이 표선해수욕장으로 들어오는 입구... 이다.



저 앞에는 파도가 있는데...
이 만을 한참 들어오다보니... 파도가 점점 잔잔해진다.
수도에서 대충 얼굴과 팔다리를 씻고...
부자일행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아저씨는 학교 선생님이시고...
집이 분당이시란다.
회사가 서울 저 남쪽 어딘가에 있는데 매일 1시간 10분에서 20분 정도로 출퇴근을 하신단다.
자주 자전거를 타시면서 돌아다니시는데... 참 건강해 뵈인다.
아들은 중2이고.... 이번이 처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는거란다.
사모님은 둘째와 함께 거제도 친척집에 있단다.
아들은 팔다리와 온몸이 쑤시면서도 그래도 잘 참고 따라다닌다.
술을 한잔 하고 싶었으나... 드시지 않는 듯 해서...
식사를 접고 짐을 풀었다.



9시 반...
맥주 한병을 사들고 해안을 향해 바라본다.
여러 색깔의 등이 켜져있긴 한데... 그리 아름다워 보이진 않는다.
야경이 맘에 안드는건지... 카메라로 찍은 모습도 그리 아름답진 않다.
옆 텐트에서는 잠자리 든 줄 알았던 아버지와 아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그러고보니... 나는 가족과 여행 간 적이 언제던가...
아버지와 함께 여행다닌 적이 언제던가...
어렸을 땐 그렇게 다닌 적이 있는 듯 하다.
집에 가서 앨범을 보면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에 바다에서 발가벗고 가족과 함께 해안에서 찍은 사진이 있으니...
누님이 국민학교때였으니... 나와 동생은 발가벗고 고추를 내밀고
똥그란 배를 같이 내밀며 찍은 사진이었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씩은 다닌 듯 하다.
그러고 보니 당신들도 자식과 가족에 대한 애착이 크셨으리라.
그러나 고등학교 올라가는 순간, 누님도 서울로 올라가시고...
그러면서 그때부터 가족여행이란 것이 없어진 듯 하다.
마지막 여행이... 아마도... 나 군대 전역 후....
아버지가 아버지의 고향인 전라도 어디쯤을 데려다 주신적이 있다.
그것이 아버지와의 마지막 여행이었으리라.
아버지와, 어머니와... 누님과 나와 동생...
언제쯤 그렇게 다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내년쯤엔 한번 시도를 해봐야겠다.
부모님의 연세도 이제 예순을 넘기셨으니....
텐트로 돌아와 오늘 일을 정리해본다.
사진을 통해 다시 돌아보고....
되새겨본다.
이틀째의 여행이 무사히 끝났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간 끈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적지까지 잘 도착했다.
어느 길이던 그 종착지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 종착지는 오늘만의 종착지이지
내일은 출발점이 된다.
표선을 시작으로 제주민속촌 - 신천치 - 삼산리 샛길 - 삼산리 - 신양해수욕장 - 섭지코지
- 성산일출봉.... 그리고 시간을 재보고.... 초기 목적지인 하도해수욕장이 아닌
세화나 김녕해수욕장을 내일의 종착지로 결정했다.
오다가 여기저기서 들은 말이 있다.
지금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고....
내일은 제주도가 영향권에 든단다.
흐음.... 약간은 걱정이다.
하지만 오늘은 괜찮은 듯 하다.
내일을 기대하면서.... 어서 자야지....
8월 4일 일곱번째 코스 - 큰엉해안경승지, 그리고 표선해수욕장.
2일차 자전거 여행 종료...
대충... 거리... 64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