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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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남녀할것 없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다.
젊은 친구들 중 50일째 여행하고 있는 친구도 있고
친구들 셋이서 군대가기 전에 하는 친구들도 있으며
아가씨 둘이서 고생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내가 자전거 타면서 만난 이들....
그러나 아직 30대는 보질 못했다.
있긴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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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 - 중문가는 길을 만나다.
드디어 만나다.
중문가는 길....
2년전 이 길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 서부관광도로로 올라갔었지.
이젠 지금은 그때와는 반대다.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시원하게 내려갔다.
몇몇 자전거 여행자들을 지나가면서 "수고하십니다~"라고 외치며 제치고
열심히 달려 드디어 중문관광단지로 진입하였다.
17:30 - 중문해수욕장 도착

날씨가 그리 좋진 않고 바람도 많이 불고 있으나
그래도 중문해수욕장엔 사람들이 많다.
관광단지에서 하야트 호텔 쪽으로 쭈욱 내리막길을 내려와 끄트머리에 가면
절벽에 이렇게 관망대를 만들어 놓고 구경하도록 되어있다.

저기 저 하야트 호텔.... 오른쪽으로는 쉬리의 언덕이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해안절경...
저~어기 멀리... 저 뒤에 화순해수욕장이 있다.




도착한 기념으로 짐을 풀고 셀푸샷 한방.


시원한 파도가 몰려온다.


여기서 한 젊은 아저씨를 한분 만났다.
혼자 계시던 분인데... 관광객인줄 알았다.
그분이 먼저 나보고 무슨 여행하냐고 하길래 자전거여행을 한다고 하고
서로 십여분동안 이야길 나눴다.
그분은 휴가기간인데 회사일로 제주로 출장을 왔다고 한다.
그리고 볼일 마치고 서울 가는 비행기 시간이 남아 해수욕장에 와서 발을 담그고 나온거라 했다.
회사일과 여행일과
그리고 내 카메라를 보고, 서로 카메라와 취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분이 기념삼아 해안을 배경으로 사진한방 찍어주시고....
(첫날 유일하게 남이 찍어준 사진)
시간이 다 되어 호텔로 올라간다.
여행 즐겁게 하라는 인사를 마치고...
저렇게 이야기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
뭐라고 할까... 오히려 다리에 힘이 난다.
고생스럽던 자전거 여행은 오히려 즐거움과 기쁨으로 가득해지고
끙끙거리며 찌뿌리던 얼굴에도 웃음이 듬뿍 피어난다.
생각해보라.
자기는 인식 못하겠지만...
약간 입이 벌어지면서 눈이 살짝 풀리면서
실실 대고 웃으며 자전거 타는 모습을...
ㅎㅎㅎㅎ
다시 올라갈 때 쯤... 두세무리의 자전거 여행객들이 이쪽으로 내려온다.
다들 중문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인줄 알았나보다.
2년 전에는 나도 실수를 했었지.
저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긴 있지만 계단이고...
저 모래사장을 자전거를 끌고 간다는 것은 일반 평지에서의 3배 이상의 체력을 요구한다.
다시 올라가서 테디베어 박물관을 끼고 우측으로 돌아야 해수욕장 입구와
야영지를 만날 수 있다.
잠시 바람쐬고 구경하고 천천히 오라고 하고...
나는 먼저 올라갔다.
왜냐!!!
야영지 자리 좋은데를 빨리 잡아야 하니깐~!!! ㅎㅎㅎ
18:00 - 중문해수욕장 야영지 도착
2년만에 다시 찾아온 중문해수욕장 야영지.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자리 좋은데 잡아서
물골을 만들고 텐트를 치고...
아~! 바닥에서 습기가 많이 오르는데 어쩌지??
깔 것을 안가져 왔네...
잠시 고민하다 드는 생각!
아!! 우비가 있었지...
우비 가져온 것을 텐트 바닥에 펼치고 그 위에 침낭을 깔고... 짐정리 완료~!
가장 무거운 식량을 먼저 꺼내 저녁을 해결한다.
물 붓고 끈을 땡기기만 하면 부글부글 끓어올라 덮혀지는 1회용 육게장...
식사를 하다보니 자전거 하이커 팀들이 하나 둘씩 도착하여 야영장에 짐을 푼다.
대부분 둘, 셋, 넷 이상 몰려다니는데...
한 사람이 눈에 띈다.
자전거 뒤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꽃고 달리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동해안과 경상도 지방을 50일째 달리고...
제주에서 2일째 달리고 있는 중이란다.
와우~~~ 장난 아니시로군...
젊은 친구인데... 대단하시다.
쌀을 가지고 밥을 하고...
저분이야말로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그리고 짐과 옷가지 대충 챙기고 빨 것, 씻을 것 챙겨서 해수욕장에 있는 샤워실로 향한다.
2년전과는 다르게 건물식으로 공사를 했네...
그리고 안받던 돈을 받네... 1000원이라...
까짓껏...


20:00 - 한라산 소주
중요한 물품을 챙기고... 이제 자기전에 술이나 가볍게 한잔 하고 자려고 했는데...
그래서 해수욕장 입구쪽 가게로 내려갔다.
중문 야영장에는 매점이 없어서 좀 불편하다.
호텔쪽으로 올라가면 편의점들이 많지만......
언제 거기까지 올라가나???
맥주 한두개 사서 올라가려는 생각은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와....
그리고 해산물을 보자마자 싸악 사라지고.....
결국 멍게 1만원 어치와....
제주의 소주인 '한라산 소주' 한병을 시켰다.


일단 보이시는가? 한라산 소주. 소주 잔. 그리고 멍게...


내가 전에 마셨던 것은 한라산물 순한소주인가... 초록색 병이었는데...
이건 그냥 한라산이다.
천하명주 한라산~!!
투명한 병.
라벨에는 눈덮인 한라산을 표시한 그림(그런데 빙산같다.) 위에 빨갛게 한라산이라고
예쁘장한 글씨체로 씌여있다.
그리고 밑에는 Since 1950.... 50년부터?? 히야~~~
희석식 소주고 증류원액을 첨가했다고 되어있다.


해산물은 한치도 있고 뭐도 있고 한데....
멍게가 젤루 맛있을 것 같아서 한접시 시켰다.
혼자 먹기에는 멍게가 딱이다.
저 살아 꿈틀거리는 듯한,
그리고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것 같은 저 멍게 살을 보라~!!


일단 소주잔에 한라산 소주를 한잔 채우고~


멍게 한점을 초장에 푸욱 찍어서... 장전 완료~!
소주한잔을 들이킨 후 멍게한점을 집어넣고 씹는다.
우물우물...
으음...
왜 지금 글을 쓰는 이시점에서 멍게맛이 입안에 느껴지는 것일까?
멍게의 특유의 시원하고 고소한 향이 입안으로 퍼진다.
그리고 씹을수록 느껴지는 나긋함과.... 그리고 약간의 쓴 맛...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소냐~~~~~


한라산 소주를 해부해보자.
병 모양은 일반소주와 비슷하다.
대신 투명한 병을 사용한다. 아무 색이 없는...
그런데 제주도 사람들은 이걸 하얀 병이라고 부르고...
한라산물 순한소주를 파란 병이라고 부른다.
프리미엄, 제주 천연수 사용이라~~~
생긴건 허접하게 보이는데...(물에 젖어서 그런가?)


공장도 가격 930원
도수는 22%
오호라~~~ 22도면... 지금 참이슬이 순해져서 21도고...
대부분 순한 소주들이 21도인데...
22도면...
흐음...
오랜만에 약간 찐한 소주를 제대로 맛보고 있는거다~~ 잇힝~
용량은 360ml로 정상... 크흐....


라벨 아래쪽엔 경고문이 씌여져 있다.
일단 맛은...
확실히 순한 소주인 참이슬이나 잎새주, 참소주에 비해.... 22도라서 그런지... 더 쓰다.
그리고 더욱 진하다.
맛 자체의 특유의 향이나 느낌은 없지만
안주인 멍게와 같이해서인지...
왠지 모를... 바다향이 풍겨나는 듯 하다.
짠 맛이나 느낌이 아닌...
무언가 파도같은 시원함이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마시는 곳이 바로 방파제고 방파제 건너편에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지...
그리고 멍게 자체도 신선하고 풍부하고...
깔끔해서....
제대로 된 소주맛을 느낄 수 있다.
목넘김은 21도짜리에 비해 그리 쉽진 않다.
그러나 이런 맛이 얼마만이냐...
짜릿하고 진한~
그리고 씁쓸한 소주의 맛을 느껴본지가 얼마만이냐....
후후후...
행복한 소주와 안주와 분위기를 두고...
몇몇 사람들에게 전화하여 자랑좀 하고.....
깨끗하게 비운 후.....
한잔 더할까 하다가... 내일을 위하여... 여기서 그만~~~
어느새 한시간이나 흘렀다.
맥주 캔 두개를 사서 야영장으로 다시 올라간다.
바람이 잘 불지 않는 야영장에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자전거여행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힘든 코스이고 남들이 잘 안가는 코스인 서부관광도로에서는 만나지 못했지만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된다.
실제로 남녀 할것 없이 많은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한다.
젊은 친구들 중엔 50일째 혼자 여행하고 있는 친구도 있고,
친구들 서넛이서 군대가기 전에 하는 친구들도 있다.
아가씨 둘이서 고생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연인사이인지 남녀 둘이서 다니는 경우도 있다.
내가 자전거 타고 다니며 만난 이들...
서로 지나칠때 목례를 하거나 수고한다고 소리치거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거나...
하면 다들 웃으면서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30대는 아직 못봤다.
있긴 있을텐데...
그래도 못봤다.
대부분 20대 초중반...
왠지 억울한 이 기분은 무얼까?
나이가 들어가니 점점 힘들어진다.
4시간동안 오르막이라니... 미친짓이다.
휴우... 그래도 어쩌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저 언덕을, 저 산을 오르지 않고
어찌 꼭대기, 정상의 세계, 산너머의 세계를 찾아갈 수 있으랴...
삼마~!
넌 30대이지만.. 아직도 모르는 세계, 모르는 경험들이 많다.
넌 아직 도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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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0 - 정리 및 취침
사진 찍은 것을 바탕으로 시간과 코스를 다시한번 추적해 보았다.
10:10 - 시외버스터미널 출발
10:50 - 사리마을 도착
11:10 - 사리마을 출발
11:45 - 제주관광대학 도착(휴게소)
12:00 - 제주관광대학 출발
13:00 - 경마공원 도착
13:15 - 경마공원 출발
14:10 - 금악휴게소 도착
15:05 - 금악휴게소 출발
15:45 - 소인국 테마파크 도착
16:30 - 소인국 테마파크 출발
17:25 - 하얏트 호텔 도착
17:45 - 하얏트 호텔 출발
18:00 - 중문야영지 도착
1일차. 약 45km...
별로 달리지도 않았구먼...... 흐음.....
내일 계획만 세우고... 후다닥 자야겠다.
중문을 출발해.... 천제연, 주상절리, 월드컵경기장, 외돌개, 총피류화석, 천지연, 이중섭미술관, 정방폭포, 위미동백나무군락지, 남원큰엉해안경승지, 신영제주영화박물관, 제주민속촌, 표선해수욕장...
오케이...
삼마~! 오늘 수고했다....
잘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