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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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자전거여행이던, 다른 여행이던,
무엇보다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다 가끔 계획과는 틀린 길이나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그걸 두려워 하지 않고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예상 외의 즐거움이 생기겠는가...
물론 그 길이나 상황이 즐거울수만은 없을 터,
간혹 힘들고 죽을 고생을 하는 길이 될 수 있을 터...
너무 고생하지만 않는다면...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외돌개 가는 해안절벽 산책로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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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편의 마지막에서.... -
12시 35분....
잠시 쉬기로 하고... 왼쪽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생각보다 산책로 길이... 평평하다.
흐음.... 위험한데....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라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이유는 뭘까???
어차피... 갔다가 길 없으면 다시 또 돌아와야 하는데... 헛고생 하는 건 아닐가???
흠....
모험인데.... 어떻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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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쉬고 주변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여기가 서귀포 여고 옆길을 빠져 해안쪽으로 쭈욱 내려왔으니...
지도상을 살펴보면....
아무래도 저 섬은 '범섬'이란 곳 같다.
지금 내려온 곳에서 오른쪽으로 펼쳐진 바다위에 있는 섬이다.


그 섬 진짜... 희한하게도 생겼다.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있을까?
저기에 사람이 살았었을까????


왼쪽으로 또다른 작은 섬이 보인다.
허허... .범섬보다는 작은....
아마도 '문섬'이란 곳일 거다.
문섬 옆에 작은 바위섬이 솟아있다.
저기도 사람이 살진 않겠지...


오케이~~~ 잠시 휴식~!!


나무로 된 산책길을 보고 아직도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금 더 쉬었다.
베낭을 벗어놓으니 참 몸이 가볍다.
다른 하이커들처럼 다음번엔 베낭을 뒤에 싣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까....
하여튼... 쉴만큼 쉬었으니... 조금 더 힘을 보충하여 출발~!!


기가막힌 절경이 숨어있는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조금씩 조금씩 전진...
그럴때마다
조금씩 드러나는 해안 절경과 새로운 바다와 새로운 섬들이 보인다.
아까 보았던 문섬 왼쪽으로 새로운 해안절경이 나타나고...
그 뒤로 또 다른 섬이 보인다.
지도를 찾아보니.... 저 섬은 아마도 '새섬'이란 곳일꺼다.
그 왼쪽으로 멀리... 절벽 위에 호텔인지 뭔지 신축건물이 보이는데...
저쯤이... 천지연이나 정방폭포가 있는 곳일까??
생각보다 멀다... 휘유.....
그나저나 이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가다 보면 도대체 뭐가 나올까....
외돌개는 지난건가????
저기 눈앞에 보이는 저 절벽을 돌면.... 제대로 된 길이 나올까?
혹시 중간에 산책로가 끊긴건 아닐까???
조금 더 줌을 해서 보니.... 저 절벽만 지나면.... 어느정도는 괜찮을 듯 하다.
길만 있으면 어떻게든 가면... 내리막이 나올거고...
그 다음에 저 등대가 나를 맞이해줄꺼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그러다 나온 길이 이런 계단이다.
허걱..
적당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져 있길래....
다소 안도하면서 자전거를 끌고 왔더니...
저기 저 아래에서부터 여기까지 몇십개의 계단이 나와버린다.
컥...
계단을 자전거 타고 오를 수는 없는 법.
자전거를 끌고... 한번에 다섯계단을 오르고... 한숨 고르고...
다시 다섯계단,
다시 다섯계단,
이번엔 네계단.
이번엔 세개,
두개...
헉헉...........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한번에 여섯번...
그리도 다섯번....
거의 다 올라왔다...
세번, 네번을 마지막으로 힘들게 자전거를 어깨에 들고 올라섰다.
휘유~~~
다 올라온 후 구석에 자전거를 세우고... 올라온 계단을 쳐다본다....
힘 다 빠지겠다....
과연... 이렇게 올라온 길의 끝이 어디일까....
앞으로 갈 길을 바라보았더니... 조금전과 같은 계단이나 심한 오르막은 없다.
그런데 저 절벽 끝에 사람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얼래???


절벽이 멋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 반갑다.
저 사람들은 이 산책로를 따라 저기까지 그저 구경간 사람들일까?
아니면 저쪽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일까???
저 절벽 모서리를 돌면 .... 호텔이나 건물이 나올까???
이 산책길을 돌다보니 희한한 생각들이 다 든다.
두근두근,...
없던 길이 생길 수도 있고
있던 길이 없어질 수도 있다.
그저 감 하나 만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내가 무모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무모하다.
그러나 그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이 해안절경을 어떻게 구경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저기를 돌면 또 무엇이 나를 반겨주고 위협을 할까....
그 두근거림은 절 대 잊지 못할 두근거림이다.
혼자 여행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나만의 두근거림이다.


절벽 모서리에 오자 위와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우뚝 솟은 저 기암을 보라.
설마 저게 외돌개인가???
주변에 표지판도 없다.
안내판도 없다.
그러나 절벽 옆에 홀로 저렇게 우뚝 솟은 바위가....
장대하거나 위압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외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건 왜일까...
나만 그렇게 느끼는건가?


여기까지 온 증거~!


이제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사십여분만에 사람을 만났다.
저들도 저 바위, 저 절경을 향해 사진을 찍는다.
이쪽 절벽에는 펜스나 안전장치가 없다.
흐음.... 다소 위험하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절경 자체, 절벽 자체를 바라볼 수 있다.


절벽 아래를 찍어보았다.
그러나 무서워서 너무 뒤로 갔나보다.


조금 더 팔을 내밀고 절벽 아래를 찍어본다.


팔다리가 오그라든다. ㅡㅡ;;
어릴 땐 그저 아무 생각 없었겠지만...
이상하게 군대를 다녀오고 난 후에... 공포, 무서움에 대해 더 잘 느끼게 되었다.
이젠 무서움을 안다.
예전엔 고소공포증도 없었는데...
이젠 오금이 저린다는 말의 뜻을 알겠다.
그래도 무사히 한컷~!!!


여기까지 무사히 온 자전거야...
고생 많았다.
너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데...
김훈씨 처럼 '풍륜'이란 이름을 붙인 나만의 자전거 친구를 만들고 싶은데...
아직은 아닌가보다.
조금 시간을 더 가져보자.


절벽을 뒤로하면 약간의 공터와 그 위에서 말을 타는 사람들이 있다.


제주도에 와서 말한번 타보는 것도 좋겠지.
아이도, 어른도 말 타는 것에 재미를 붙였나보다.
그들을 뒤로하고 다시 절벽해안가를 따라 돌았다.
어느새 나무로 된 산책로는 없어지고 일반 길이 나온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이 나오고 매점도 보인다.
다행이다.
음료수와 물을 사고 잠시 쉬면서 주변풍경을 바라보았다.


역시 외돌개가 맞았다.
아까와는 달리 여기서 바라보니 더욱 외롭게 느껴지는 듯 하다.
멀리서 보이는 밤섬이 외돌개를 부르는 것일까?
아니면 밤섬을 외돌개가 기다리는 것일까.




사진찍는 곳에서... 다른 이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여성분인데.... 자기는 사진 커다란거 (dslr)을 들고 있다.
내 자그마한 은색 디카를 부탁하니...
이렇게 찍어줬다.
그리 날씨가 어둡거나 한건 아닌데...
내가 세팅을 잘못했나보다.
한숨을 돌리고 난 후 길을 찾았다는 기쁨에 자전거를 끌고 길위로 올라갔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으면서 다음코스를 둘러보니
얼래? 바로 얼마 가지 않으면 천지연 폭포가 나온다.
휴우....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어느새 1시 반을 향해 다가온 시간.
아까 서귀포여고에서 그냥 직진을 했으면 10여분만에 외돌개 입구, 이곳을 만났을 터.
다른사람들에겐 입구가 여긴데... 나는 정작 이상한 곳으로 들어왔으니 원~~~
1시간을 지체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 길이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흔한 도로가 아닌 산책로로 자전거를 끌고 타고 들고 지나쳤으니...
물론 계획대로 여행을 한건 아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여행들이 계획대로 되겠는가.
패키지도 아닌, 혼자하는 여행은 오죽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혼자하는 여행의 묘미이고 참맛이 아닐런지...
자위하는 건 아니다.
혼자 여행할 때,
자기가 보고싶은 것, 구경하고 싶은 것,
구경하고 싶지 않은 것.
그리고 자신만의 느낌을 가지고 싶은것....
그것을 자기 맘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 아닌가.
그 즐거움이 외로움과 괴로움이 섞일 지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13:30 - 외돌개 입구에서 천지연폭포를 향해 출발


8월 4일 네번째 코스 - 산책로, 그리고 외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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