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
나는 길이 아닌 곳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사실은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길이 없으면 돌아올 것을 알기에...
길이 아닌 곳으로 가기도 한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앞에 길이 있으면...
혹은 길이 있는 듯 하면....
일단 꺾고 본다.
그리고... 길이 끊어졌으면...
다시 돌아나온다.
===============================================================================
11:05 - 대포포구 도착
아까 그 연대는 대포연대라고 한다.
이곳이 대포항이고... 자그마한 항구이니까...
대포동(?)은 아니겠지??
다 바다로 갔는지 포구는 조용하다.
방파제 옆의 등대로 다가갔다.



오늘은 바람도 바람이거니와 파도가 꽤 높다.
바다에 나간 이들 모두 무사하시길~


멀리 건축물이 보이는데... 해경인지 군인인지... 그들이 쓰는 막사다.
길이 없어서 돌아나온 곳...



왠지 등대가 좋다.


등대가 왜 좋을까?
이 등대는 사람이 없이 혼자 불을 밝히는 곳이리라.
그래도 불을 밝힌다는 것이 어디인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등대의 불빛 하나만으로
저 거친 바다에서 집으로, 고향으로, 뭍으로 돌아오는 이들을 구원한다.
등대는 돌아오라는 표시인가, 비껴가라는 표시인가.
대낮의, 한낮의 등대는 그걸 가르쳐 주지 않는다.

파도는 여전히 세고 바람도 여전히 세다.
간혹 바람을 등지고,
간혹 바람을 마주하고...
그렇게 페달을 밟는 것이 인생이다.
누군가의 힘에 조금 더 쉽게 앞으로 나아가고
누군가의 힘에 조금 더 힘들게 앞으로 나아간다.
뒤에서 부는 바람은 더 쉽게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만 땀을 식혀주진 않는다.
앞에서 부는 바람은 조금 더 힘들게 하지만 그나마 땀을 식혀준다.
어느것이 도움이 되고 되지 않고는 명확하지 않다.
도움도 되고 해도 된다.
바람은,
더 나아가 자연은...
인간에게 해도 되고 도움도 된다.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11:15 - 대포항 출발
양쪽으로 한라봉, 감귤밭이 무성하고
직접 체험하는 체험코스도 많다.
그 길을 따라 쭈욱 가다보니 24분경 '약천사'라는 절을 지난다.



건물도 새것의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일반 우리나라 전통의 절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
특이하다.

이 약천사 앞을 지나면서두명의 하이커들이 나를 제쳐 지나간다.
얼래? 인사도 안하네....
뭐 어때....
그리고 조금 달리다 보니 약간의 언덕배기에 아까 그 하이커들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고 있다.
난 약간의 내리막에서 기어를 바꾸고 열심히 달려 그들을 지나치면서
"수고하십니다~~~"
라고 외쳤다.
그들도 얼떨결에 "네에~~~" 라고 한다.
그리고...
다음 언덕에
이번엔 내가 다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고 그들이 자전거를 타고 오르면서 지나쳐간다.
그렇게 자기 기운에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도...
경쟁하거나 따라잡을 생각은 없다.
할 수 있긴 해도....
무엇보다 또 샛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리라....
비록 사진은 찍지 못했어도, 강정포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고...
풍림콘도를 지나 서귀포 올림픽 경기장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아침에 헤어졌던 부자(父子) 하이킹 일행을 다시 만난다.
서로 반가워 하면서 분명 내리막길인데 내리막이 아닌 길을 힘겹게 같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내려간다.
그리고 내가 먼저 앞선 다음,
중간의 기척지에 멀리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이 보이길래 잠시 자전거에서 내린다.
그리고 사진 찰칵~~!!
월드컵 경기장의 지붕이다.



맑은 날씨와, 아래에 있는 야자수인가.... 저 식물들과 같이 어울린다.

도대체 요 식물은 무엇일까?
분명.... 야자수 같기도 하고....
이걸 키워서 길에다 심던지, 마당에 심던지 하겠지....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자전거를 탄다.

아들의 힘겨움에
아버지는 때로는 고통을, 때로는 칭찬을 하면서 같이 언덕을 오르려고 한다.
그리고 때로는 아들과 같이 가로수 그늘 아래 같이 눕기도 한다.
그들이 부럽다.
나도 저들처럼... 10년... 아니 15년이 지난 후에...
나의 자식과 같이 저렇게 길을 달릴 수 있을까.....
오늘 저녁 표선까지 간다고 했는데...
아마도 표선해수욕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가로수 그늘 아래 같이 누워 쉬는 그들을 지나 먼저 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12:05 -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도착
제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설명 -> http://www.2002seogwipo.com/games.asp


[경기장의 지붕은 제주조상들의 생업수단이었던 '테우 Teu'라는 고기잡이 배의 그물모양을 닮았다. 지붕은 6개의 돛대가 지탱해주고 있는데 이 돛대 역시 6대주를 뜻하며 돛대 사이사이 5개의 공간은 5대양을 의미한다.]



[제주에는 섬 전체에 걸쳐 360개가 넘는 기생화산인 '오름 Oreum'이 있는데 '오름 Oreum'의 꼭대기는 움푹 들어가 있는 형태를 지닌다. 이렇게 오목하게 패여있는 형태를 경기장의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지하 14m아래에 잔디그라운드를 만들어놓았고 이러한 그라운드의 지하화는 제주의 취약요소인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얻게되었다.]



서귀포 경기장의 그늘 아래서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며 한동안 쉰다.
내가 사는 인천에도 문학경기장이 있긴 하지만...
시설은 거기가 좋다고는 하지만....
겉모양새는 이곳이 더 이쁜 듯 하다.
이곳을 목표로 하여 온 몇몇의 하이커들이 앞뒤로 지나가고 그늘 아래서 쉰다.


날이 너무 더운지.... 이곳을 찾는 주민들이나 쉬는 관광객들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12:20 - 서귀포 경기장 출발
나는 길이 아닌 곳으로 가는 경향이 있는 듯 하다.
사실은 무서움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길이 없으면 돌아올 것을 알기에...
길이 아닌 곳으로 가기도 한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앞에 길이 있으면...
혹은 길이 있는 듯 하면....
일단 꺾고 본다.
그리고... 길이 끊어졌으면...
다시 돌아나온다.
서귀포 경기장을 출발하여 다음 목적지인 외돌개로 향하기로 했다.
경기장 앞을 지나가는 12번 일주도로를 타고 가다가 외돌개/천지연폭포 방향으로 꺾었다.
얼마 뒤 서귀포 여고가 나오고.... 그곳을 지나자 마자
명승지인지 뭔지 푯말에 이끌려 오른쪽 내리막 샛길로 턴(Turn)을 한다.
(이 길이 고생길이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지만.... 나중에 보니... 재미는 있었다.)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돔베낭골'이란 표석이었는지...
아니면 무슨 펜션이란 표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또 길이 아닌 곳으로 쭈욱 내려갔다.
약간은 가파른 길을 쭈욱 내려가면서 드는 생각은....
여기 길이 없으면 다시 올라와야 하는데... 죽었다..... 라는 생각이었다.
역시나~!!
내리막길 끄트머리에는.... 절벽과 펜스가 나타났다.
그 펜스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긴 있었는데... 너무 가파라서... 엄두도 내지 못했다.
대신 그 절벽에서 왼쪽으로 나무로 박아놓은 산책로 길이 있었다.
잠시 그 산책로 길에 올라.... 약간 쉬기로 했다.
어차피 갈 곳은 없고 길이 없음 힘들더라도 다시 올라가면 되지....


12시 35분....
잠시 쉬기로 하고... 왼쪽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생각보다 산책로 길이... 평평하다.
흐음.... 위험한데....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라는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이유는 뭘까???
어차피... 갔다가 길 없으면 다시 또 돌아와야 하는데... 헛고생 하는 건 아닐가???
흠....
모험인데.... 어떻하지????
8월 4일 세번째 코스 - 제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