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부러움.

樂+狂2004. 11. 22. 12:04
아이 아빠에게서 느껴지는 부러움.
이런 모습을 그동안 느낄 수 없었는데....
이런 구체적인 부러움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친구와 저녁약속을 했다.
아이를 낳은지 어느덧 두달.
만나지 못한지는 조금 더.
인천서 멀리 구의동까지 가는데 두시간이나 걸린다.
그래도 저녁에 찾아갔다.
우리 시골에서는 남의 집에 찾아갈 때 소고기 한근이 선물이었다.
아이 낳은 집에 기저귀라도 사가지고 가야 했으나 조금 급히 갔기에 동네에서 고기를 사가지고 갔다.
집은 작다.
벌써 세번째인가 네번째 오는 거라 집이 작다는 것을 안다.
여기서 잤을 때 난 안방에서 자고 친구부부는 침실에서 잤었는데
요즘은 애기때문에 안방에서 아기를 가운데 두고 양 옆에서 자고 침실은 창고가 되었단다.
어차피 자고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방에서 애기를 보고 귀여워 죽는줄 알았다.
애기를 안아보고 쓰다듬어보기 위해 인천에서 출발할 때부터 이를 다시 닦고
담배를 피우지 않고 껌을 씹고 왔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 마자 손을 씻고 아이를 만졌다.
정말 귀엽다.
제수씨가 안방에서 작은 상에다가 저녁을 차려준다.
결혼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서로 반말에 이름을 부른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다.
ㅇㅇ엄마라고 부르는게 낫겠지.
친구와 밥을 먹고 있는데 애기가 갑자기 뿌직! 한다.
밥을 먹고 있는데 똥을 싼 것이다.
자연스럽게 제수씨는 옆에서 기저귀를 갈아주고
난 애기가 싼 똥을 보면서 이런 저런 농담을 하며 밥을 먹는다.
애기의 똥은 정말 노오란 카레다.
밥을 먹고 잠시 쉰 후 맥주를 한잔씩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칭얼대자 친구가 아이를 달래주며 안아준다.
예전에는 약간 약한 모습으로 보여지던,
그래서 별명도 해골이었던 친구녀석.
그러나 이날의 모습은 어엿한 한 아이의 아버지요 한 가족의 가장이다.
나도 모르게 친구녀석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바라본다.


사진을 찍으면서 정말 부러웠다.
물론 주변에 친구들이 많다.
결혼한 부부도 있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도 있다.
녀석들 연애할 때도 많이 보아왔다.
결혼할 때도 사회까지 볼 때도 있었고 매번 친구들의 결혼식에 찾아갔다.
그런데..
이렇게 친구들의 모임이 아닌, 친구로 집에 찾아가
이런 모습을 보니.... 부럽다.
무엇이...
무엇이...
아이가?
결혼이?
가정이?
.
.
.
이 모든 행복이....
무엇보다... 듬직해진.... 너무 당당하고 커보이는 친구녀석이... 부럽다.
한 아이의 엄마, 아빠로 가정을 충실히 키워나간다는 말이 이렇게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 없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가정을 이렇게 꾸미고 살겠지.
한동안 이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내년에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