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어 샤브샤브 in 강구막회
色+樂2007. 2. 25. 22:57
0. 엠파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블로거들끼리 모임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초반에는 단순히 신세(?)를 읊는 곳이었다가 나름대로 주제를 가지고 사진, 글을 올렸었다.
그렇게 내 글과 다른 블로거의 글들을 보면서 예전처럼 이해하니 부럽느니 하는 인터넷 상의 예의만 지키면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인다고 하지 않던가? 같은 취미와 같은 욕구, 같은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게 되어 있다.
나는 그렇지 않겠지... 라고 생각한 것은 오해였고 그렇게 블로그란 세상에서 한사람씩을 알아가게 된다.
자전거여행을 통해, 산행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통해 또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고...
인적 네트워크라는 것 자체가 한다리, 두다리 걸쳐 거미줄처럼 뻗쳐나가는 것 아닌가? 다만 그 와중에 여러 오해와 갈등으로 말미암아 등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오늘 올리는 글은,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이리저리 알게 된 사람들과 맛나게 먹어주고 마셔주고 한 일이다.
1. 파찌아빠님과의 산행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중 마라톤과 불수사도북 오산종주를 하시는 '설봉'님을 알게 되었다.
설봉님과의 인연은 다름아닌 2005년 송년산행을 통해서 시작된다. 처음 뵈었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던 것은 말로만 들어왔던 '과메기'를 제공해주신 분이셨고, 그 과메기에 필이 콰악! 꽃혀서 발버둥쳤던 것 때문이다. 나중에서야 설봉님께서 '강구막회'란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알고보니 05년도에 알게 되었지만.... 무슨 일 때문인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하지만 1년동안 설봉님과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 드물어졌다. 2006년이야 회사 일을 그만두고 이리저리 돌아다녔기 때문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아구가 맞지 않아서일테지. 1년만에 다시 만난 것은 산이 아닌 때 이른 2006년 송년모임이다. 그 송년모임의 장소가 바로 강구막회란 곳이다. 말로만 듣던 그곳에서 2006년 송년회를 맞이하여 또다시 여러 사람들과 만나 즐거운 추억을 하나 만들어놓는다.
비록.... 내상을 입긴 했지만 말이다. 그 이후, 내 서식지가 인천/서울에서 충청도로 바뀌게 되었지만 한번 더 설봉님과 만나게 되었다.
다시 한번 산에 같이 가자는 말만 몇번이나 주고받은 것 같은데... 올해는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작년에 히말라야를 다녀오면서 만들어놨던 체력이면 가능했을텐데.... 어느새 그 이전 체력으로 돌아가 허덕대기 시작하는 나로서는... ㅡㅡ;;
2. 정신없는 새 직장에서의 일에 이리저리 치여다닐 무렵..... 저녁에 잠깐 시간을 내어 들어간 블로그에서 파찌아빠님의 글을 봤다.
지금은 제목이 바뀌었는데... 그때는 돌문어 어쩌고 저쩌고였다. 그 장소가 바로 설봉님의 강구막회였으니.... 다시한번 설봉님의 블로그에 들어가 상황을 살펴보았다. 장난아니다! 문어를 저렇게 먹을 수 있다니!!! 난 문어를 저렇게 먹어본 적 없다. 문어야 제삿상에 올라오는 삶은 문어나 먹어봤지 저렇게 샤브샤브로 먹을 수 있다니!!! 바로 신청한다. 비록 산은 못타지만....
그리고 전날 회사사람들과 무리하게 회식을 하느라 부시시한 몰골로 '가산디지털단지'역에 도착했다. 약속시간은 16시 정각이었는데 정작 산타는 사람들이 그 시간에도 산에서 내려오고 있단다. 이런.... '강구막회' 위치를 모르는 짝퉁님을 기다리는데 짝퉁님도 졸다가 독산역까지 가시고.... 은근히 쌀쌀한 날씨에 역앞에서 기다리다가 도착한 짝퉁창렬님과 함께 강구막회로 향한다. (왜 안에서 기다리지 않았을까.... ㅡㅡ)
이날의 공식적인 찍사였던 짝퉁창렬님, 그리고 먹깨비(?)대장이신 파찌아빠님과 이날 죄(?)지은 야매보더의 글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
짝퉁창렬님의 [강구막회] 주말 한정판, "돌문어 샤브샤브"
파찌아빠님의 [강구막회]의 주말한정 예약메뉴 '돌문어샤브샤브'
설봉님의 돌문어 샤브샤브에 낚인 사람들
그리고 지금부터 나도 사진을 통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오는데 30분 걸렸다... )
강구막회는 가산디지털단지 오거리에서 가까우나 찾기는 힘들다.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걸어서 10여분 걸린다. 비좁은 골목에주차장 여유도 없어 주차는 힘들다.
술한잔을 생각한다면 차는 가져오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마리오아울렛 사거리에서 공단오거리 방향으로 가다가 오거리 못미쳐 나이키매장에서 우회전하여 들어가면
아래와 같은 골목이 나온다.
물론 아래와 같은 사람이 나오지는 않는다. (찬조출연 : 짝퉁창렬)
미리 온 사람과 이런 저런 이야기 후,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합류하여 본격적으로 돌문어 세팅이 시작된다.
열심히 바득바득 문질러 씻어내고...
세마리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손과 비교했을 때 그 크기를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다.
샤브샤브용 국물은 무 만 들어갔고...
배추 속과 대파, 버섯만 데쳐서 먹어준다.
준비가 된 상태에서 동갑내기 시원아빠가 준비해온 '안동소주 일품 40도'로 술 세팅을 시작한다.
어느 누구에게나 호평을 받은 40도짜리 소주.
큽큽한 알콜향이 코를 확 쏜다.
그리고 세가지 야채가 들어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육수에 드디어 돌문어가 투하된다.
(사정상 한마리가 들어가지 않고 조각조각 나서 투입되었다.)
자알 익어가는구나...
이 오동통한 문어다리를 보라.
그 굵기가 소주잔만하다.
닭다리처럼 각자 다리하나씩이 아니기 때문에 건져내어서 가위로 자른다.
한입에 쏘옥 들어갈 정도로 잘라낸다.
처음에는 잘라서 그냥 다시 육수에 투입했는데 나중에는 잘라서 보관한 후
먹고 싶은 사람이 집어서 육수에 토렴해서 먹는다.
적당한 양념에 야채와 같이 먹기도 해보고...
야채없이 문어만 먹어보기도 하고...
초장에 찍어 먹어보기도 한다.
삶고 난 이후의 제삿상 문어는 쫄깃쫄깃하고 말캉말캉한 식은 감이 있는데
이것은 금방 샤브샤브로 데워서 그런지 뜨겁게 입안에서 오동통통 튀어오른다.
처음의 문어는 너무 익혀서인지 씹는 감이 거칠고 약간 딱딱하다.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그 입안에서 탱탱거리는 문어살들이 기분을 더 행복하게 해준다.
2% 모자란 육수에 청양고추가 투입되면서 몇몇 사람들의 입맛의 기대를 확 올려놓는다.
박카스에만 들어있는 줄 알았던 타우린이 여기에도 듬뿍 들어있지 않은가.
게다가 청양고추의 칼칼함이 국물속에 퍼져 한술 떠먹으니 갑자기 사래가 들 정도다.
하지만 그 시원하고도 칼칼하고 얼얼한 국물이 어제 먹은 술기운을 샥 가시게 한다.
(아니... 좀 전에 먹은 술때문일까?)
이렇게 술 한잔 안할 수 없지.
자리를 잘 잡았다. 내가 있는 테이블은 파찌아빠님과 야매보더가 있는 자리다.
옆에 시원아빠가 있지만 어느샌가 잠깐 자리를 떴다?
이 두사람의 옆에 자리를 잡으면 먹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뭐 원래 내가 소식하기도 하지만...)
그런데 설봉님이 이 두 대식가의 양을 채우기 위해 다른 테이블에 비해 몇조각을 더 투하하신다.
얏호!!
적당히 익혀서 꺼내놓은 돌문어.
씹을때마다 통통통통...
앗! 이번엔 서비스로 피문어 다리가 투하된다.
돌문어보다 1.6배가 비싸다는데....
돌문어에 비해 색깔이 연하다.
오히려 선홍빛이 선명하달까?
요것의 맛은....
돌문어에 비해 상당히 부드럽다. (제삿상에 올라가는 문어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돌문어의 탱탱통통한 치감이 워낙 강렬해서인지 이 부드러움이 그닥 와닿지 않는다.
다리 몇조각만 먹어서 그럴까? 한마리 다 먹어보면 틀려질까?
그리고드디어국수처럼 먹기 위해투하된 면발...
얼래? 이건 우동면발 아닌가? 생생....
들어가자마자 무언가 순식간에 해체되어버린다.
흐물흐물...
아차차차!! 먹물을 깜빡했다.
먹물 투하!!!
지금 양은 저것밖에 안되지만.... 다 풀고 난 후의 그 색깔이란~
캬하~
면발 대충 건져먹고 나니 바로 공기밥이 투하된다.
그래... 이 상태로 그냥 비비는거다.
참기름이 안타까웠다.
비록 고소해지긴 했지만 그 냄새만 너무 났던듯.... 한방울이 아니라 한 스푼이었나?
한편 다른 테이블에서는 우동면발에 불만을 토로한 사람들이 소면을 투하하고 있었으니!~
이게 왠일??
설봉형수님께서 그토록 말리셨건만 아랑곳 없이 소면 투하!
그런데 소면이 익지 않는다.
흐물해지기만 할 뿐.
중간에 잠깐 나온 담금술인데.. 뭐드라??
소면넣은 곳에도 공기밥이 투하되었는데....
이 맛은 그다지...
오히려 소면이 없는 우동면발이 더 나은 듯.
늦게 오신 광팔이형님을 위해 남겨놓은 것과
허걱? 저 무침이 있었단 말야? 왜 못먹은거지????
어디선가 말로만 들어봤을 돌문어 샤브샤브.
내가 주식처럼 먹는 순대만큼은 아니지만 가끔은 충분히 먹어주고도 남는다는 것에 무척 공감한다.
산타고 내려와서 먹어줬으면 더욱 좋았지 않았을까?
비록 막판에 전화받느니 뭐하니 하면서 잠깐 나가있는라 마지막 입가심을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게다가 다시 서식지까지 들어와 이것저것 하고 담날 회사까지 나가야하니 야매보더와 짝퉁창렬과 시원아빠가 같이 가자는 것을 따라가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오랜만에 산족님과 미세스산족님도 뵙고... 보딸이를 드디어 만나게 되고... 병달군님과 만나 인사도 하게 되고... 해서 좋았다.
몸이 좋지 않으신 파찌아빠님 얼른 정상컨디션 회복하시길...
산사형님과 광팔이형님도 반가웠습니다.
p.s
이 모임의 사람들은 국물이 있으면 끝까지 남김없이 해치우는데 나도 드디어 동참했다.
p.s2
막판에 일행들의 입맛을 확 사로잡은 설봉형수님의 김치!
최고였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구나.. .아쉽다.
에필로그.
집에 들어가는 길에 염색약을 사서 염색하고 잤다.
흰머리가 보이지 않는다.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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