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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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지인들의 모임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어느날 문득 '선비'님이 말씀하신 '홍어먹어주기'가 실현되었다.
일단, 홍어에 대한 기억은
장례식장에서 홍어무침 먹어준 기억이 어릴 적이고.... 24~5살때 처음으로 생선회라는 것을 먹어본 나로서는 홍어회라는 것 자체가 무언지 이해가 가질 않았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한두번 홍어란 것을 먹어주었는데 그 특유의 냄새때문에 싫어했었다.
그러다가 인천에서 한 식당을 알게 된다. 그 식당은 간판도 없는 음식점인데 낮에는 문을 열지 않고 저녁에만 쪽문을 열어 손님을 맞이한다. 1인당 12,000원이나 18,000원, 혹은 8,000원을 기준으로 내면 그에 맞는 식단을 차려준다. 18,000원 정도 내면 5~6가지의 요리 및 음식이 풀코스로 나오는데 거의 한식 위주다. 어느날은 찌개, 어느날은 조림 코스, 어느날은 전이나 튀김 등등....
그러다 어느날 몇가지 코스 중에 막걸리와 함께 홍어가 나왔다. 같이 갔던 일행들 대부분이 40대의 형님들이었기 때문에 그분들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별다른 좋은 기억이 없던 나로서는 탐탁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한 절음 집어 입에 넣는 순간.... 그 퀭한 냄새가 코를 뻥 뚫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때 느낀 그 쾌감이란~!!
많이 먹진 못했지만(그리고 많이 나오지도 않았지만)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하고 충격적이었기에 그 이후 홍어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홍어를 알아보니 크게 국산과 칠레산으로 나뉘고 국산도 흑산도 홍어를 최고로 쳐준다고 한다. 그 이후 몇몇 홍어를 먹어보니 그게 다 칠레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홍어를 먹는 치감만 그저 즐길 수 있을 뿐,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고 코를 뚫게 만드는 그런 홍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탄진에서 먹어본 홍어 : http://blog.empas.com/samma0/12436379)
(인천에서 먹어본 홍어 : http://blog.empas.com/samma0/13651380)
(서울 민어집에서 먹어본 홍어 : http://blog.empas.com/samma0/16618682)
(서울서 꼬막먹을때 먹어본 홍어 : http://blog.empas.com/samma0/17082681)
그러다 지난 11월의 마지막날 서울서 벌교산 꼬막을 먹어줄 때 진짜 흑산도 홍어 먹어주기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12월의 어느날 동네에서 단고기를 먹어주면서 일정이 대충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날.... 야매보더님의 블로그에 정확한 날짜와 시간이 공지되었다. 그래! 드디어!!!
그리 많지 않은 일행. 그들은 먼저 1차를 먹어주고 나는 따로 일이 있어 정리한 후 2차에서 송내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시간은 8시. 그들과는 달리 저녁을 먹어주지 않은 나로서는 일단 가는 도중에 우유와 샌드위치로 대충 배를 채워서 합류했다.
송내역 북부광장에서 길을 건너 양지프라자쪽으로 가서 건물의 1층으로 들어간다. 홍어집이라 해서 허름한 곳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깔끔하다. 같이 간 이내형님의 말로는 '여의도 식당 스러운'이라니..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코에 확 다가오는 특유의 냄새. 마음이 설레인다. 흑산도 고래방 횟집 직영점이라니... 이곳에 장사를 시작한지 1년 되었다니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고..... 선비님의 우려 아닌 우려가 슬슬 사라져가고 있다.
이내형님/선비님/울트라런너님/야매보더/삼마
이렇게 다섯이서 홍어를 어떻게 먹어줄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결정을 한다.
홍어회 大 를 먹어주기로. 다행히 사장님이 김치랑 돼지고기를 내어주신단다.
예약을 하고 온 터라 더 잘해주시는가 했더니 선비님 말씀으로는 원래 잘해주신다니...
사장님과 사모님의 웃는 얼굴과 친절한 서비스, 설명이 기대치를 높여주고...
나중에는 맛까지 높여준다.


밑반찬들....미나리?


홍어무침


톳!




꼬막!


그리고 막걸리
처음 나온 막걸리는 찌인한 그런 막걸리라 하기에는 다소 약했다.
그러나 다음 막걸리가 나오면 나올수록 점점 진해지고 컬컬해지는 맛이 강해졌다.


기름소금과 새우젓


진짜 전라도 묵은지!
예전에 한번 전라도 김치라 해서 먹어본 것이 있는데 그 맛이 무척 칼칼하고 독하고 강해서 혼난적이 있다. 뭐, 지역마다 틀리니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했지만 다음에 먹어본 전라도 김치는 그렇지 않았기에 그 맛을 금방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 맛을 다시한번 맛보게 되었다. 이게 바로 전라도 진짜 묵은지란다.
어머니의 김치에 입맛이 길들여진 나로는 너무 독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잘 먹는 김치건만 이렇게 강한 맛에는 젓가락이 가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진짜 진짜 맛난 묵은지일 뿐이다.


일행중 한분 이내형님은 막걸리 도중 혼자 소주로 전환하시고....


그렇게 준비가 된 상황에서 드디어 홍어 코스(?)요리가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드디어 홍어 한상이 나오고...
양쪽으로 돼지고기도 나온다.
사장님이 직접 들고 오시더니 이것저것 설명해주신다.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 흔히 먹는 홍어살이고...
6시 방향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뱃살, ???, 큰날개, 작은날개가 이어진다.
(??? 이게 뭐였더라??? 왜 기억이 안나지??? ㅡㅡ;;)




그리고 홍어 코!
저 윤기가 자르르한 코라니!!!
사장님이 '이제 홍어 한마리 다 나왔습니다'라고 하시다가...
'이런~! 애가 안나왔네~!'라며 다시 준비하신다.
이 홍어코는 나도 먹어본 적이 없는 거다.
이렇게 윤기가 잘잘잘 하다니...
일행들 서로 한점씩 살짝 기름소금에 찍어 온갖 기대를 가지고 입에 넣어본다.
그리고 잘근잘근 씹기 시작하는데.... 서로의 표정이 다들 죽인다!
입안에서 슬슬 퍼지는 고통이란!
혓바닥의 한쪽 귀퉁이와 어금니 바깥쪽의 입안쪽 살이 달달달 하다가 콕콕 찌르다가
싸하게 얼얼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입안 가득히 퍼지는 그 냄새와 같이 온몸이 짜릿해지기 시작한다.
일행중 야매보더의 말로는 "입천정이 헐어버리는 느낌"이라고 한다.


그리고 홍어애!
인천에서 먹었을 땐, 크기만 컸지 이상한 맛에 별로 땡기지 않았었는데...
이 홍어 애는 그 맛이 기가막히다.
2005년 송년산행 후 먹어줬던 식당에서 나온 '등골'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그 달달함과 입안에서 넘쳐나는 부드러움과 혓바닥에서 흥건하게 넘쳐나게 하는 맛이란!
표현력만 아쉬울 뿐이다.
등골보다 더 입안 가득히 퍼져나가는 그 진한 포만감!
멋지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홍어를 하나씩 먹어주기 시작한다.
먼저 뱃살!


도대체 여기가 어디 부위였지?


이건 큰 날개


요건 작은 날개


일반부위


이 홍어의 특이한 점은 그리 코를 뻥 뚫는 강렬함은 없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이 얼얼해지면서 그 톡 쏘는 강렬함이 더욱 강하다는 것이다.
입안에 집어넣고 이로 씹는 순간 잇몸이 바르르 떨리고 그 느낌이 점점 더 강렬하게
혓바닥, 입천정, 입안 전체로 퍼져나간다.
아~흐~!!
씹으면 씹을수록 점점 더 세게! 점점 더 강하게~!!!!
사장님께 홍어를 얼마나 삭히셨는지 여쭤보았다.
계절에 따라 틀리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15일 정도 삭힌거란다.
흑산도에서 직접 공수해오는 것을 감안하면 흑산도에서 삭히다가 올라온 것이리라.
하지만 실제로 흑산도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삭힌 홍어보다는 삭히지 않은 홍어를 더 좋아한다고 할까?
그래서 우리도 삭히지 않은 홍어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왔다.
한접시.
일단 색깔먼저 틀리다. 삭힌 홍어는 색이 불그스레 하고 굉장히 선명하다.
하지만 삭히지 않은 것은 삭힌 것에 비해 색이 연하다.




그리고 삭히지 않은 것을 먹어보았다.
"아~"
다들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이 쫄깃쫄깃한 치감이란~!
야매보더가 쫀득쫀득이라고 교정해준다.
이와 잇몸, 입안을 기분좋게 찰지게 달라붙으며 느끼는 그 고소함이란~!!!
삭힌 것에 비해서는 그 강렬한 통증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


색깔을 비교해보라.
왼쪽이 삭히지 않은것, 오른쪽이 삭힌 것.


이렇게 홍어 한마리를 기름소금에 찍어 먹어보고
깨소금에 찍어 먹어보고
돼지고기와 곁들여 새우젓을 얹어 먹어보고
전라도 묵은지와 함께 삼합으로 먹어보고
사모님이 그냥 여기서 담근 푸욱 쉰 김치와 같이 먹어보고
오고가며 막걸리도 먹어주고
그러다 나온 메생이국도 먹어주고...
제주도와 흑산도에만 난다는 후박나무 껍질로 담근 술도 먹어보고....(향이 죽인다~! 어디서 맡아본 향인데 도저히 기억해내지 못하겠다... 요즘 저장장치 성능이 많이 떨어졌다.)
(후박나무가 소백산에서도 발견되었다는 기사도 있고....)





그러다가 홍어탕을 먹어볼까 하다가 홍어해장국을 주문한다.
(주인아저씨랑 야매보더, 선비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데 딴생각 하다가 못들음)
이것저것 들어간 홍어해장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우거지국 같다.
그런데 한 숟가락 떠서 먹어보니 홍어 특유의 그 칼칼함이 느껴진다.



야매보더가 몇번 맛을 보더니 공기밥을 시켰고
해장국에 공기밥과 전라도 묵은지를 넣어 말아 먹으니 꽤 맛있다.
냠냠냠...
진짜 밥비벼 먹으니 정말 맛있는데....
나는 좀 꺼려진다만.... 다른 이들은 이런 해장국으로 아침 해장하면 좋겠다고들 한다.


다들 배가 빵빵해졌다.
제대로 된 홍어 한마리를 각자 입안에, 가슴에, 뱃속에, 머리 속에 담고
방긋방긋 웃으며 가게를 나선다.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의 반가운 배웅을 뒤로 하고 입가심을 해본다.
오랜만에 만난 듀벨(8.5%)


언제나 부드럽고 달짝지근한 호가든



아마도 한동안은 블로그 지인들과 이런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 터라 더욱 더 고마운 자리였다.
Thanks to 이내/선비/야매보더/울트라런너
찾아가는 길... 및 명함...


아마도 곧 야매보더님이 좋은 글을 올려주시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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