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관악산 산행
色+樂+狂2006. 5. 1. 20:59
1. 프롤로그
지난 3월 30일.
팀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아래와 같이 메일을 날렸다.
" 안녕하십니까. OO팀OOO 입니다.
2006년 야유회 일정이 4월 29일(토)로 정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OOOO실' 의 야유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기에, 괜찮은 아이디어나 장소를 공모합니다.
각 팀별로 가보고 싶으신 장소나 야유회 방안, 기타 의견을 모아주시거나 개인별로도 접수를 받습니다.
기간은 4월 5일까지 받도록 하겠으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만일 별 다른 아이디어가 없으면, 제가 정하는 곳으로 '따라와~ ' ' 따라 와~'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산이 될 거라는 것 다 알고 계시죠? ㅎㅎ)
그럼 수고하십시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시간이 지나고 4월 19일. 10일을 남겨두고 다시한번 사람들을 소집하였다.
그냥 야유회를 회식으로 하자느니, 유원지로 가자느니 등등 말이 많았으나
미리 몇몇 사람들을 포섭해놓고 물밑작업을 벌여온 나였기에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이날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최후의 수단을 벌일 수 밖에 없었다.
" 회사, 조직에서 가지는 야유회는 그저 만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건 아닙니다.야유회를 통해 조직 안에서의 통합과 단결과 화합을 이루어 앞으로도 잘 해나가자는 것입니다. (중략)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바로 회사 사람들과 산을 같이 타보는 것입니다. (하략)"
눈물어린 호소로 말미암아 아슬아슬하게 1차, 2차 투표까지 이어져 결국 '산행'이 결정되었다.
우하하핫~!!! 성공이닷!!!
2. 본편
전날 가볍게 끝내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한 선배가 지난번 키핑해놓은거 혼자 마신다고 하길래 잽싸게 따라가서 한잔 한다는 것이 두잔이 되고 세잔이 되고... ㅡㅡ;;
결국 12시까지 마시고 들어와 급하게 씻고 1시쯤 잔 다음
아침 6시에 깨서 이것 저것 준비하고 인천터미널로 향했다.
인천터미널 도착하니 7시 45분.
미리 나와있던 부사수(후배)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보니 한명, 두명씩 모여든다.
예매해놓은 표에 따른 출발시간은 8시 20분.
9명이서 용인가는 버스를 탄다.
25분쯤 고속도로를 통과하여 평촌에 도착한 시간이 47분 정도.
그리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과천역으로 향해 과천역 7번 출구로 나온 시간이 9시 15분 정도.
먼저 사람들 출발시키고 과천에서 도시락을 사오기로 한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만난 시간이 9시 30분.
먼저 간 사람들 따라가려면 무던히 달려가야겠다 생각이 든다.
나 혼자 캔맥주 하나를 마시고는 슬슬 채비를 갖춘다.
선발대 6명, 후발대 6명.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전화해보니 제1대피소에 있다고 한다.
후발대를 독촉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번에 산행에 참가한 사람들 중, 가장 최근에 산을 타본 사람이 거의 없다.
나 혼자 3월 초에 산을 타보고... 나머지 사람들은 산을 타본 경험이 거의 없다.
아니, 광주에서 올라온 한 명만 지리산이나 광주 근처의 산들을 타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의 '바위산'은 좀 틀리지...
연령대는 50대 1명, 40대 1명, 30대 4명, 20대 6명
남녀비는 남자 11명, 여자 1명.
휘유... 이 사람들을 어떻게 끌고 산을 넘을까???
예정된 산행코스는
과천향교 - 연주암 - 연주대 - 헬기장 - 사당역
예정된 시간은
출발 10:00 ~ 도착 14:00 해서 4시간 정도.
하지만 30분을 먼저 출발하는 터라 준비사항을 제대로 얘기해주지 못했다.
빨리 올라가야겠다.
이날의 날씨는 뭐 비온다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호언장담했다.
비 안옵니다!!! 절대!!!!
계곡을 따라 진달래가 피어있다.
저 멀리 정상(?)이 보인다.
벗꽃이 아직 다 지지 않았다.
산이 언제 이렇게 푸르러졌지?
3월 초에 소백산 오를 땐 하얗기만 했는데
언제 이렇게 알록달록 녹음이 생긴거지?????
참 좋다~!!!
계곡물 수면에 비친 그림자를 본다.
중턱에까지 벚꽃이 아직 지지 않고 피어있다.
드디어 제1 약수터에서 일행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 사람들 벌써부터 헥헥대고 힘들어한다.
오르기 전에 미리 이야기를 해줬어야 했는데....
쉬는 동안 사람들에게 다시한번 얘기해준다.
" 다들 산행은 오랜만이시거나 아주 간만이시거나 할테니까요... 막 오르시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꾸준히 오르셔야 해요... 그렇게 체력분배 하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어지십니다~!"
다들 내 이야긴 듣는둥 마는둥 약수물 드시기 바쁘다.
많이 힘드신 듯 중간에 두어번을 더 쉰다.
후우... 이렇게 자주 쉬면 고생일텐데.... 어쩔 수 없지 뭐....
다시한번 사람들에게 힘을 돋궈준다.
"여기만 올라가시면 바로 연주암이 나와요~!! 100미터 남았습니다.~!!!"
"김대리~!! 연주암 올라가면 끝이야?"
"아뇨~!! 거기서 10분정도 더 올라가야 정상입니다~!"
"헥~!!"
그렇게 연주암으로 올라오자 다들 털썩 주저 앉는다.
그러는둥 마는둥 나는 간만에 본 연주암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면서 사진을 찍는다.
곧 초파일이 다가와서인지 이런저런 준비를 많이 해놓고 있다.
예전에도 찍은 적 있던 인형들.
누워서 하는 발차기냐??
선글라스 끼고 댄스 중???
이제 10여분을 쉰 다음 일행들을 데리고 다시 출발한다.
깔딱고개로 갈까... 계단으로 갈까 하다가 계단으로 향했다.
어차피 깔딱고개에서 연주대로 가는 길이 좀 더 귀찮으니깐...
계단이면 그리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깐....
이 마지막 계단이 사람들에게 무척 힘들텐데...
"김대리~!! 여기 정상 말고 옆으로 빠지는 길 있는데 여긴 어디로 가지?"
"거긴 정상을 거치지 않고 우회하는 길인데요, 저도 가본 적은 없어서 난이도를 모르겠습니다!"
"하아~ 우리 여기로 가면 안되?"
"글쎄요... 제가 가 본 길이 아니어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힘드네요... 그냥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니 올라가시죠???"
울며 겨자먹기로 올라가는 사람들...
죄송합니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여 다같이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단체촬영은 한다.
정상에 오르니 사람들 다 기분이 좋나보다.
정상엔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김대리님~! 이제 어디로 가요??"
"예~ 저기가 정상이거든요? 저 정상을 넘어서 반대편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이젠 내리막길 뿐이죠?"
"네~!! 이젠 내리막길 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제가 출발하기 전에 말씀드린거 있죠?
이 산행에서 바위타는 구간이 하나 나온다구요...
그러니 출발때 나눠드렸던 장갑을 끼시구요...
그리고 가방을 잘 동여메주세요... 떨어질 것 있으면 가방에 넣으시고
각자 준비물들을 잘 챙겨주세요....
절벽을 탈겁니다~!"
"네에???"
몇몇 분들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약간 어리둥절~
한두분이 마악 정상으로 올라가더니 반대편을 보고 비명을 지르신다.
이때의 내 기분은....
'흐흐흐흐... 씨익~~~~~'
먼저 나이드신 두분을 내려보내드렸다.
조심조심...
그리고 여직원 한명을 거의 안다시피 해서 내려놓고 구석으로 보내 잠시 대기.
그리고 남자직원들 한명한명씩 내려오는 방법을 알려주고 도와준다.
"그래요~!! 몸을 밧줄 안쪽으로 잡구요... "
정상에서 바로 내려온 뒤 이제 본격적으로 절벽따라 내려가는 길.
여직원은 어쩔줄 몰라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게다가 운동화라 어려워한다.
"제가 뒤에서 받쳐주니까요.... 바위, 벽쪽으로 몸을 돌리시고.. 마주보시고...
그렇게요... 그리고 저처럼 내려오세요... 오른발 먼저... 다음 왼발....
위에 계시는 분들도 벽으로 바짝 붙어서 내려오세요... 잘 보시구요..."
이 후로 두세개의 봉우리를 넘을때까지 사람들의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재밌어 하는 사람, 두려워 하는 사람, 힘들어 하는 사람...
나?
무척 재밌고 즐겁다.!!!!
드디어 점심시간...
도시락 가게에서 도시락을 사왔기 때문에 그것들을 다시 다 사람들에게 분배를 한다.
그리고 내가 가져온 캔막걸리를 꺼내놓는다.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밝아진다.
" 이게 뭐야.... 배부른데 밥은 계속 들어가네~"
" 산을 타면 평소보다 많이 들어가구요.. 참 맛있습니다. 막걸리 한잔 하실 분~"
" 저요~!"
" 저두요~~~"
" 여기두요~~~"
5개의 캔막걸리가 순식간에 동이 난다.
"김대리~!! 이거 생각보다 맛있는데???"
우하하하핫~!~!!
이맛이라구요~!!!!
식사 후 20여분간의 시간이 남았다.
"김대리. 이제 얼마나 내려가야 하지?"
"글쎄요... 제 생각으론 1시간 정도?"
"무슨~! 정상에서 보니 사당까지 내려가는데 2시간 20분 걸린다는데...."
"아... 지금 발걸음으로 보아... 아마도 1시간 반정도 걸릴 듯 합니다. "
"그래? 그럼 1시엔 출발해야겠네..."
"네~!"
"내려가서 어디로 갈꺼야? 이렇게 고생시켜놓고... 뒷풀이 제대로 안하면 죽어~~!!!"
"네? 이런.. ㅡㅡ;;;; 걱정 마십시오~!!"
솔직히 걱정되었지만...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사람들과 다시 하산 시작.
"이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봉우리는 없구요... 차근차근 내려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의 표정이 풀어지는걸 느낀다. 흐흣...
내려오다 보니 시원한 바람이 아래쪽에서 불어오고...
비온다는 소식은 하늘의 태양과 함께 머얼리 날아가버렸다.
내려오다 셀푸 또 찍어 주고~!!
머얼리 보이는 서울대 공학관의 풍경~!!
날씨가 많이 흐리다....
중간에 약수터에서 15분 정도를 쉬면서 이야기를 하고
드디어 2시 40분 쯤, 약간은 지루한 하산길을 마쳤다.
쭈욱 내려오는 길에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해진다.
빨리 내려가 길 건너편의 '두부보쌈'집으로 데려가려고 하는데...
젤 대빵이신 이사님께서 지치신거 같다.
그리고 더워죽겠는데 시원한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하신다.
"네~!! 알겠습니다. 바로 맥주집 알아보겠습니다~!!!"
"건배~!"
"캬하~!!!"
"다들 수고하셧습니다!!!"
피곤하실텐데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내려와서 사람들에게 이런 코스로 데리고 가서 몰매맞을 줄 알았는데 몇몇 사람들이 또 산행을 같이 가자 하신다.
"김대리. 이번엔 이런 코스 말고 조금 더 낮은 코스로 안될까?"
"아... 관악산에선 이 코스가 제일 편안한테요.... "
"이런거 말고~"
"그럼 담번엔 북한산이나 도봉산 코스로 하죠 뭐... ㅎㅎㅎ"
3. 에필로그
그렇게 공식적으로 회사 사람들하고의 야유회인 산행을 마치면서
사람들과 헤어지고 후배 한녀석과 길 건너편의 오뎅빠로 향했다.
사람들은 한 패는 바로 전철타고 집으로(서울패)
두 패는 각자 택시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나중에 전화해보니... 사당에서 인천까지면 5만원 정도는 나올텐데... 3만원으로 해결했단다!
대단하신 분들~!!!
후배녀석과 오뎅빠에서 한잔 두잔....
오뎅 다 먹고 소라 삶은것으로 한잔 더~!!!
그리고 후배와 헤어지고 대학로에서 결혼한다는 동아리 후배녀석 만나 한잔 더!!!
(술사진은 뺐다.)
비록 몇잔 마시다가 도저히 피곤해서 도중에 양해를 구하고 잠깐 잠들다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한두잔 더 하고 먼저 인사를 드리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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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사람들에게 참으로 고맙다.
이번달 19일을 마지막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는데,
막판에 곧 나갈 녀석인데도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서 고맙고...
이사님께도 참으로 감사드린다.
이 빌어먹을 녀석 욕해도 되실텐데... 4년만에 야유회도 같이 다니시고...
개인적으로도 참 기쁘다.
산을 두달만에 다시 타서인지...
뭐, 앞으로 한두달동안은 자주 산행을 하게 되겠지만... ㅎㅎㅎ
무사히 집에 들어온 시간은 한밤중. 1시 반.
이것 저것 하고 잠든 시간은 3시.
눈뜬 시간이 다시 6시라니... 피곤했을텐데... 어떻게 6시에 눈이 떠졌을까....
P.S 예고! - 자전거여행
5월 6일~7일 1박 2일간의 동아리 MT(체육대회)
자전거 여행 - 인천에서 장흥까지 Again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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