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둘째날은 조용히 지냈다.
하지만 첫날과 둘째날이 그렇게 지나고 이제 쉴 수 있는 시간이 왔으니~!
가자~!! 소백산으로~!!
새벽에 일찍 일어나 가려던 계획은 당연히 취소.
2~3일간의 운전이 피곤하긴 피곤했나보다.
이번 설 연휴의 소백산행은 죽령길을 시점으로 하기로 했다.
죽령~제2연화봉~연화봉~희방사 로 내려오는 것.
물론 차를 끌고 갈 것이기 때문에...
희방사에서 히치를 하여 죽령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마도 죽령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30분쯤?
이것저것 준비하고 출발한 시간은 45분쯤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오른쪽 죽령 고개의 매표소를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거리는 ... 보자...
4.5km + 2.5km + 2.4km + 1.2km = 10.6 km 이다.
10km라...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어차피 이번에는 짧게 하려고 했으니...
왜 죽령을 시점으로 잡았냐 하면...
아직 제대로 된 능선을 타보지 못했기 때문.
죽령에서 연화봉 ~ 비로봉 ~ 국망봉을 거쳐 형제봉까지 능선을 종주하는 것이 최종목적인데
가본 능선이래야 연화봉에서 비로봉이니... 조금 더 연장해봐야지...
봉우리는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을 거쳤고...
이번에 죽령에서 연화봉 능선을 타니...
으흐흐... 이제 남은 능선은 두개.
형제봉은 나중에 한다고 치고...
꽤나 고민할 능선이 비로봉 ~ 국망봉 능선이다.
겨울은 힘들테니.. 봄이나 여름으로 기약하자.
지난 해 늦여름 갔을 때, 국망봉의 들꽃들이 아직 눈에 선하다.


시작하는 마당에 다시한번 친절하게 길과 거리를 알려준다.
보자..
천문대는 바로 연화봉 밑에 있다.연화봉에서 천문대까지 한 200미터니까.. 좋아.
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는 4.5km 정도.
그 사이에 제1연화봉을 넘어야 하고 그보다 낮은 봉우리를 또 넘어야 한다.
비로봉에서 국망봉까지는 3.1km
그 사이 봉우리는 없지만 꽤 아래로 내려갔다가 쭈욱 올라오는 코스다.
아마, 다음에 해야 할 코스의 거리는
희방사~연화봉(3.6km) + 연화봉~국망봉(7.6km) + 국망봉~초암사(6.6km)이니...
흐음... 이거 꽤 멀구나~
하루코스로 안되니 비로사~비로봉~국망봉~초암사 로 잡아야겠다.
15km면 하루코스로는 약간 빡세도 괜찮지 싶구나.


죽령매표소를 지나 가파른 포장길이 나타난다.
이 포장길은 제2연화봉이 있는 중계소까지 쭈욱 이어지고,
중계소에서 다시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 밑까지 또 쭈욱 이어진다.
이런 포장길 산을 타는 맛은 그리 좋진 않지 싶다.
포장길에 동물발자국이 있다.
시멘트가 마르기 전에 동물이 지나간 흔적이 마치 화석처럼 남아있다.



발가락이 홀수면 육식동물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반대인가?
헷갈린다.
잠시 볼록거울에 비친 내모습을... 촬쿠락~!


이날 날이 포근해서인지 눈이 보이지 않았다.
꼭대기 올라가서도 눈을 볼 수 없을까?

이런~!
코너를 돌자마자 응달에 녹지 않은 눈이 얼음이 되어 빙판길을 만들어놓았다.


빙판길이 끝나니 갑자기 안개가 길을 덮는다.
길의 끝이 보이지 않지만, 괜찮다.
포장길이니...



자.. 30여분동안 쉬지않고 올라와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곳.
에게? 2km밖에 못왔어?
그래도 해발 910미터나 되네.
그럼 죽령이 해발 몇이냐???
어디선가 살펴보니 689미터.
한 2km를 220미터 올라온것이네... 흠...




다시 안개가 덮칠 때 즈음...
길가의 나무에 걸려있는 노오란 장갑~
누구것일까?
이정표일까?
분실문표시일까?


또 한번 숨을 돌릴 수 있는 곳.
1.3km를 더 올라왔다.


얼래?
갑자기 눈꽃이 덮인 듯 한 하얀 산이 보인다.




오호... 벌써 1,200미터나 올라왔네?
한 200미터 더 올라가면 연화봉이다.



길을 돌으니 저기 중계소가 보인다.
우훗... 저기까지 가면 제 1착은 성공하는 것이다.




가쁜 숨도 가라앉고 어느새 여유를 찾았는지 숨돌릴 사이 살짝 얼어붙은 나무를 찍어주고...
눈인지 비인지 모를 것이 얼어붙어있다.
얼음꽃이네?



자... 이제 여기서 연화봉까지는 2.7km밖에 안된다고~
여기까지 약 1시간 조금 넘게 걸렸으니... 오늘 상태 좋은걸?








중계소 아래의 헬기장에 있는 봉화(?)인듯 보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장관이 좋다.
산 아래에서는 안개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그 안개 위쪽으로 눈꽃들이 만발하다.
아니, 얼음꽃이겠지...







셀프한번 찍어주고~!




잠시 쉬었으니 이제 가긴 가야 하는데...
중계소 바로 아래가 해발 1,270미터이다.
얼래?
저쪽 길은 있는데.. 저긴 어디지???
한번 가볼까?


바로 윗사진에서 보인 봉우리까지 가서 바라본 중계소의 풍경.
으흐흐... 걷다가 걷다가 앞뒤에 아무도 없길래 이길이 무언고 가다보니
발자국이 뚜욱 끊기고 눈은 무릎까지 푹푹 빠지고...
스패츠를 챙겼는데.. 가져오진 못하고,.. 이런...
그래서 어쩌다 여기까지 왔다.
원래 가야 할 목표는 가운데 멀리 보이는 봉우리. 그곳에 연화봉이다.


저기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비로봉.
그럼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어딘가 푯말을 보니, 이 봉우리는 옛 중계소가 있던 자리라고 되어있다.
지금의 중계소는 예전에 이곳에 있다가 지금의 저 자리로 옮긴것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
내가 모르는 소백산의 모습을 봤다는 것이 다시한번 새롭다.
그러나~! 저 눈길을 어떻게 다시 헤쳐서 돌아가나... 에효~


어떻게 꾸역꾸역 오긴 왔다.
하지만 어느새 시간은 1시를 훨씬 넘었고...
배는 꼬르륵 하고 있었으니~!
밥 먹자~!!
연휴 전날 우연히 얻은 캔막걸리와 육개ㅇ 컵라면, 그리고 어머니께 받아온 김치~!
김치는 순전히 막걸리때문에 가져온 것이다.
으흠...
자랑은 아니지만, 울 어머니 김치는 정말 맛있다.
아흑~


우여곡절 끝에 중계소에서 천문대까지 도착 완료~!
그 사이 멋진 상고대가 있었으나... 날이 흐린 관계로 대략 패쓰.
이것이 예전의 천문대 건물이다.
붕괴위험때문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경고표시가 있다.
물론 저 자판기는 고장난거다.
저 아래 가다가 갑자기 건물이 무너지면??



이것이 새로 지은 천문대건물.
평일 1시부터 5시까지 1시간인가? 30분 단위로 관람객을 맞아 설명해준다.
왜 오후 1시부터냐하면...
밤에는 천문관측을 하기 때문에 오전에는 취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아무도 없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듯 했다.
전날이 설날이었고... 이날도 빨간날이니...
당연히 문은 열지 않겠지?
그러나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한다.


자.. 위의 천문대 건물 뒤로 올라가면..
아래와 같이 멀리 연화봉이 보인다.
이쪽의 풍경은 언제나 좋다.


연화봉 정상에 올랐슈~
저 왼쪽에 제1연화봉이 보이고, 오른쪽에 비로봉이 보이네유~
그 뒤가 아마도 국망봉이지 싶다.


증거샷~!
인상이 잘 안풀린다.


연화봉, 천문대 정상의 높이는 1,380m 입니다.
이제 희방사쪽으로 내려갈까요?


언제나 그렇지만...
희방사는 난 별로다.
저렇게 깨끗하게 발라놓은 절은 별로다.
왜그럴까...
그래도 별로다.




날이 풀려서 폭포가 녹았겠거니 내려왔지만...
아직 얼음은 녹지 않았다.
대신 물줄기의 길은 터져 있어
저 얼음 사이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희방사매표소를 나와 잠시 기다리다가
다행히 제천에 사는 분이 집으로 돌아가시는 차를 얻어탈 수 있었다.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
이번 산행에서도 피로때문에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지 못한 것이 아쉽고.
그리고 제발 길이 아닌 곳을 궁금해하여 함부로 가지는 말자는 다짐을 다시 해본다.
죽령에서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은 처음인데...
지루하긴 해도 꽤나 재밌다. 즐겁기도 했고.
(초행길이어서 그랬을까?)
다음의 능선타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지난 1년 사이에 희방사에서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이 많이 달라졌다.
깔딱고개 이후, 못보던 계단들이 많아졌다.
왜 길을 없애고 계단을 만들었을까?
길을 없앤 것이 아니라 길을 보호하기 위해서겠지...
점점 더 산을 타는 맛이 없어진다.
하지만 어쩌랴.
산에선 산이 주인이지... 그래서 주인을 잘 모셔야지...
다음에 이 길로 오르기는 힘들 것 같다.
휴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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