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영주에서 살았던 시간은 그러니까... 8살때부터 19살때까지였으니... 11년인가 12년 되었을테고...
어릴적 몇번 가다가
그리고 이후 몇번 더 가다가
이젠 명절때마다 들리는 곳이 소백산인데...
우리 고향의 명산이자 백두대간의 한 축에 당당히 끼는 소백산을 내가 너무 무시했던걸까?
거... 참...
희방사를 알고, 희방계곡을 알고, 연화봉과 비로봉을 알면 소백산을 다 아는게 아닐텐데.....
그저 무작정 능선 몇번 탔다고 남들에게 자랑을 해댔다니...
너무 쪽팔리다.
왜 그런가 하면... 초암사 코스를 올라 국망봉을 갔다 온 이후 느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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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한 전날 밤, 포장마차에서 '참소주' 한병을 마시고
간단히 맥주 두어잔 더 마시고 잠을 자는 바람에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전날 계획했던 연화봉~비로봉~국망봉 능선종주는 실패.
결국 아침을 먹고 느즈막히 씻고 집에서 나와 풍기에서 김밥을 사고 초암사 코스 입구로 들어선 시간은 11시 반.
아침 11시 반에 등산이라.... 거참... 왜이리 게을러졌더냐...


대충 시간을 보니 아래 주차장에서 초암사까지 1시간, 초암사에서 국망봉까지 3시간이란다.
에효.... 다소 걱정.
하여튼.... 그래도 부지런히 오르기로 작정하고 길을 오른다.
매표소에서 차를 세워놓고 한적한 길을 따라 오른다.
비로사 코스나 희방사 코스에 비해...
여긴 계곡이 등산길을 따라 함께 나 있다.


자그마한 계곡이다.
그러고 보니 이쪽 초암사 코스는 죽계구곡이란 것이 있다.


계곡인데.... 참 아름답다고 한다.
여름은 지났고 9월 중순이니.... 이제 막 가을이 다가오는 시점에...
한참의 계곡의 아름다움은 지났겠으나... 그래도 시원한 물소리는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시원하게 해준다.
가을햇살의 따가움에 막바지 들꽃들이 여러개 피어있다.
매표소를 지나 초암사로 오른다.
길을 따라 가다보니 제9곡은 저 아래에 주차장 있는 곳에 있었다네...
제8곡이 나온다.
과연 어떤 곳일까?
길에서 제8곡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고
길에서 벗어나 약간의 풀숲을 따라 들어가면 바로 계곡 물줄기가 나온다.





시원한 물줄기가 햇살과 그늘 사이에 물보라를 헤치며 나선다.
조금 더 올라가니 이번엔 제7곡이 나온다.



저 밀림같은 통로를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보니 등산객 일행이 옷을 벗고 쉬고 있길래 황급히 뒤돌아 나와야 했다.
시원했겠다. 부럽기도 했고...
약간의... 걱정도 ... 있기도 했고....
이건 구곡에 속한 건 아니지만...
길을 오르다 보니 아주 시원해 보이는 물줄기들이 있어서 한장 찰칵.
아마도 이 물이 내가 서 있는 다리 밑으로 지나자 마자... 제4곡인가로 흐르는 것일거다.
제6곡은 과수원에 가로막혀 있어 볼 수 없었고
제5곡 역시 중간에 있었고 볼 수 있으나 들어갈 순 없는 곳이었다.
무슨 탕처럼... 물이 고인 곳도 잇었으니.
제 4곡은 내려가는 길이 마땅치 않아 물소리와 모습만 살짝 구경할 뿐.



오래된 나무의 구멍이.... 약간은 무섭게 생기기도...


초암사에 거의 다 도착을 했다.
40여분만에 주차장에서 초암사에 도착한것이다.
초암사 바로 밑을 지나는 계곡 물줄기.


여기서부터가 제대로 된 등산길이 시작된다.
거리로는 약 3.2km라고 되어 있는데... 진짜 3km밖에 안되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 초암사에서 국망봉까지 4.4km인가.... 에효....
저 철망으로 된 문을 지나면 초암사를 지나 진짜 등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얼마 오르자 마자 드디어 제1곡 이정표가 나타난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초암사 아래쪽의 계곡이 진짜 괜찮은건지 모르겠다.
특히나 초암사 아래쪽은 사람들이 과수원과 농사를 짓고 있는 터라...
물이 진짜 깨끗한건진... 다소 의문이 든다.
이 위로는 사람이 사는 흔적이 없는 곳이라 다소 안심.
그럼 제1곡 금당반석을 구경해볼까?
멋있긴 멋있다.
아래의 계곡물이 고여있다가 위의 사진처럼 바위들 위를 좌우로 몇번이나 왔다갔다 하면서 시원스럽게 흘러내려온다.
지그재그로 계곡물이 흐르는 모습이 참 재미난다.




죽계구곡의 모든 곳은 이렇게 계곡 물줄기가 규모가 좀 큰 소를 이룬다.
얘기를 들으니... 산을 오르다 이런 곳에서 목욕을 하는 이들이 꽤 된다고 한다.
하하하~~!!!
부럽다.


한적한 다리를 지난다.
다리 위의 말라 비틀어진 낙엽들이 왠지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사람들의 흔적이 없다.
매표소부터 올라오는 등산길에 만난 사람이 아직 한명도 없다.
7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 빼고는...




이쪽 길이 참으로 맘에 든다.
온갖 물줄기가 계곡을 따라 아주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 준다.


약간 흐리던 날씨가 갑자기 개이면서 울창한 등산로를 비춘다.
나무들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등산로를 환하게 비춘다.


초암사를 지난 지 4~50분을 지났을 까...
계속 오르다 보니 계곡줄기가 점점 가늘어진다.
그러다 만난 이상한 저 구멍....
무어지?
동굴이다....


동굴 안의 공기가 얼마나 차가운 걸까?
입에서 나오는 공기가 하얗게 입김으로 변한다.
새까만 동굴 안을 플래시를 터트려 찍어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지 싶은데...
과연 저 동굴의 끝은 어떻게 되어 있는걸까?
이 동굴은 사람이 만든건 아니지 싶은데...
어째서이런 동굴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뭐, 단양쪽에 천동사코스에는 유명한 동굴이 있지만....
그만큼 크진 않아서 그냥 자연스럽게 고개만 들이밀고 지나가는 것일지도....








편하게 오르던 등산로가 이 지점을 기점으로 이제 험해지기 시작한다.


여전히 계곡은 계속 등산길을 따르고 있다.
아니, 말을 잘못했구나.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가늘어지는 계곡은 그 높낮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얼래? 갑자기 계단이 나온다.
이런...
계단이 나온다는 얘기는 갑작스럽게 길이 가파르게 된다는 뜻이며....
지금까지의 등산로와는 다른 등산로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럼 계곡도 여기서 끝인가?
지금 시간은 1시 반....
그래... 어디 올라가보자.


약간의 풍경이 나온다.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순흥쪽일까... 영주쪽일까.... 아니면 부석쪽일까...
가늠을 못하겠다.


약간은 허기지고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두줄의 김밥 중 한줄을 먹기로 했다.
집에서 냉장을 해 온 캔막걸리도 하나 꺼내고...
우리 어머니의 특제 김치도 꺼내 야금야금...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몸을 차갑게 한다.
가을이긴 가을이고 산이긴 산이다.







두달만에 오르는 산이라... 체력안배가 골고루 되지 못해 금새 지친다.
다리가 금새 아파오기도 하고....
이거 제대로 산을 오를 수 있을까....
다소 걱정이 든다.
아무래도 저녁때 부석사에 들리기는 힘들지 싶다.
다시 숨을 고르고 여장을 챙긴다.
힘이 들지만... 조금전 마신 막걸리의 힘으로 다시한번 출발이다.
아직 국망봉까지는 멀었다.
힘을 내서 오르다보니 내려오는 부부일행을 만났다.
인사를 하고 나서 얼마나 가야하냐고 물으니...
봉두암까지는 금방이고 거기서 1km 정도 남았는데... 힘든 코스라고 한다.
이런....


오르다 만난 비석인데..
무슨 비석이지?


드디어 해발 1,100m 인 봉두암에 도착.
이거봐... 국망봉까지는 1km 남았다.
초암사까진 3.4km란다.
지금 시간은 2시....
두시간 반만에 올라온 길이다.
후우... 힘들다.....






신기한건... 해발 1100미터에서도 물이 있다는 거다.
국망봉이 1400미터가 넘을텐데...
여기서도 이렇게 물이 있으니... 당연히 그렇게 계곡이 있을 수 밖에...
계곡 따라서면 한 2시간을 따라 오른 것이니....


커다란 바위가 물터 옆에 있구나.
무얼까?





봉두암이다. 높이 18미터라며, 거대한 봉황이 머리를 치켜든 형상이라고 한다.
과연???
어디 한번 보자~!!
오옷....
확실히 새의 모습이긴 하다.
특별히 봉황이라고는 할 순 없겠지만....



머리를 치켜들고 가슴을 부풀리는 새의 모습이 연상되지 않는가.
기왕 모습이 생긴거... 봉황이라고 치자... ㅎㅎㅎ


이렇게 높은 곳에서도 물이 솟는다는 것은....
참말로... 신기하다.


봉두암을 지나니 윽.... 다시 계단이다.


이런 계단이라면.... 거의 다 올라왔다는 걸까?
계단을 오르고 나니 꽤 경사가 심한 길이 나온다.
휴우... 힘들어 죽겠다.
이제서야 사람들이 간혹 보인다.
다시 내려오는 사람들이 두어명 있다.
이를 악물로 다시 발을 내딛는다.


얼래? 갑자기 하늘이 밝아졌다.
그리고 더이상의 봉우리나 언덕이 보이지 않는다. 저기가 마지막이다.
안개같은 것이 파란 풀숲을 바람과 함께 휘감아간다.
하얀 들꽃이 흔들리는구나....





드디어 능선에 도착 완료~!!
초암사까진 4.1km (이만큼을 올라왔다는 거다.)
그리고 국망봉까지 300미터...
그래? 국망봉은 어딨는거지???
아... 저긴가보다.
흰 안개인지 구름이 사라지면서 국망봉의 모습이 들어온다.
지금 시간은..... 2시 40분...
주차장에서 빡세게 오른지 3시간만에 능선에 도착했다.
갑자기 발걸음이 가벼워지면서.... 기분이 날아갈 듯 하다.
이곳은연화봉~비로봉 능선에비해 바람이 많이 불진 않는구나.
그래서인지 풀밭이 신선해보인다.
여전히 돌을 쌓아 올리길 좋아하는... 우리네 습성...
그만큼... 하늘님에게 무언가를 비는 우리네 습성...
대부분이 가족의 평안과 안녕이겠지...






국망봉 오르는 계단이다.






이것만 오르면....
저기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바위가 있는 곳이... 국망봉...
계단의 왼쪽 오른쪽에 하얀 야생 들국화와 야생화들이 나를 반겨주는 듯 하다.
"니~ 이제 오나?"


국망봉 오르다 만난 봉우리...




그리고 드디어 소백산 국망봉.
해발 1,420미터 도착~!!
시간은 2시 46분.
야호~~~~~ 힘들어도 오르는 재미가 있구나~~~
국망봉의 전설을 알려주는 표지판.


?????


그래.. 조아쓰...
수고했고... 고생했어...
짧은 팔은 긴팔로 갈아입고....
이제 제대로 밥좀 먹자고~!!


아까 먹고 남은 김밥 한줄, 김치... 그리고 냉동해서 가져온 막걸리 하나.
하나는 냉장, 하나는 냉동해서 가져왔으니... 냉장한건 아까 먹고 냉동한거 꺼냈는데...
벌써 다 녹았네... ㅎㅎㅎ 적당히 딱.. 시원하고~~~


에고에고... 김치가 벌써 다 떨어졌네... 조금씩 먹어야지....


캔막걸리... 잇힝...
영주 막걸리가 아니어서... 아쉽다.
서울탁주에서 나온 캔막걸리.




이렇게도 먹어보고 저렇게도 먹어보다가...
김밥 한조각 위에 김치 한점 올려놓고.....
막걸리 한모금 마시고 저걸 집어먹고 으적으적... 어적어적... 으석으석....
키햐~~~~~
밥을 먹으면서 바라본 비로봉쪽의 모습...
구름이 많이 끼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고.... 왼쪽의 능선을 따라 쭈욱 2km정도 가면 비로봉을 만나게 된다.
지금 저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이 간다.
예전에 저런 상태의 비로봉을 오른 적이 있었는데...
눈 앞의 10미터가 하얀 안개로, 구름으로 싸여 바람에 휘날린 적이 있었지....


이쪽 국망봉쪽으로도 구름이 피어오르려나?
구름과 아래의 산자락 사이로 멀리마을들이 보인다.


비로봉쪽을 바라보며...


국망봉쪽의 하늘은... 아직은 파란 하늘이 보인다.




이제 내려갈 준비를 해야지...
나중에 올라오신 노부부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디로 가면 더 좋고 어디로 가면 더 좋고....
그러다... 어르신께서 8월 고등학교 정년퇴임을 하셨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어디학교이신지 물어봤더니...
이런....
알고보니 12년 전 내 고등학교 시절의 은사가 아니신가....
잽싸게 아래에서 다시 위로 올라가 정식으로 인사를 드렸다.
정년퇴임을 하시고 이렇게 사모님과 산에 자주 오르신단다.
그러면서 초암사와 좌석쪽의 길을 알려주시면서 이쪽이 훨씬 더 아름다운 길이 있다고 하신다.
맞는 말이다.
광경, 풍경은 비로봉이나 연화봉쪽이 더 웅장할지 몰라도...
산 자체, 산길 자체가 아름다운건 이곳일지도 모른다.
아니 이곳이다.
2~3km를 쭈욱 이어진 계곡길...
그리고 산등성이에 핀 수많은 들꽃들...
사모님께서는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 사이가 제대로 된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신다.
그때는 이곳 국망봉 봉우리쪽이 완전히 꽃밭이란다.
그러지 싶다.
이곳은 바람도 많이 불지 않으니...
사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내가 소백산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증거가 속속히 들어난다.
소백산에게, 그리고 내 자신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런저런 말씀을 듣고... 인사를 드리고 4시에 자리를 떠나 내려오면서 드는 생각은...
이쪽코스를 제대로 몇번 더 올라와봐야겠다는 생각 뿐....
얼마나 그런 기회를 더 찾을 수 있을까?
다소 늦을것 같아 약간 성급해 내려온다.
4시에 출발하여 초암사를 지나 7곡으로 내려오니.... 5시 반...
잠시... 국립공원 경계를 지나 한적한 계곡에서 탁족을 하고....
계곡물에 뽀송뽀송해진.... 얼굴과 팔과 다리를 가지고 기분좋게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6시가 다 되었구나...
이번 산행은... 게으름에 의해 계획했던 대로 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전혀 모르는 새로운 모습의 소백산을 맞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
게다가 국망봉에서 은사님을 만나 소백산의 비경을, 숨은 코스를 들을 수 잇어서
나중에 머리속에 그 길, 숨어있는 폭포를 만나는 내 모습이 머리속에 떠돈다.
몇번이나... 다시금... 다시 올테니... 기다리라고 말하고...
매표소를 떠나 집으로 향한다.
9월 16일. 금요일....
산행코스 : 초암사 주차장 - 매표소 - 초암사 - 국망봉
산행시간 : 5시간 30분
나중에 아침일찍 다시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