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인천에서 서울에 있는 산에 가려면 얼마나 힘이 드는가...
북한산에 가려면 코스에 따라
구파발역이나 불광역, 수유역
또는 우이동, 정릉 등등... 이 있는데...
내가 있는 곳으로부터 장장 1시간 반에서 두시간 이상의 거리다.
도봉산은 어떤가.
우이동, 도봉산입구, 망월사 등등...
여기도 만만찮다.
수락산은 수락산입구역이니...
여기도 7호선 타고 끝까지 가야 한다.
관악산은?
버스를 타고 인천지하철 가까운 곳으로 가서 인천지하철 타고 부평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다시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 타 신림에서 내릴 경우는 버스를 한번 더.
사당에서 내리면 바로, 사당에서 4호선으로 갈아 타 과천이나 정부종합청사까지 가는 데도 2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지난번, 관악산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을 알아냈다.
인천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용인가는 버스가 평촌, 범계에 들린다.
1,900원 하는 버스를 타고 거기까지 가는데 2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바로 범계역에서 4호선 타고 과천이나 정부종합청사로 가는데 10~15분...
돈은 좀 들겠지만 그래도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다만 문제는 인천터미널에서 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있거니와,
아침일찍이 아니라면 오전이나 오후에는 현장에서 표를 끊기가 힘들다는 것.
(용인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다. 젊은 친구들이나 학생들...)
이날은 결국 그래서 버스를 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고
인천터미널-부평-신도림-사당-정부종합청사 로 오는데... 걸린 시간이 ㅡㅡ;;
10시 반에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12시 반이다.
두시간... 가량 지하철에 서있었더니... 벌써부터 다리가 풀린다.
운악산 가려던 계획은 이내님의 사정에 의해 무산되었고...
그래서 어느산을 갈까 고민하다가 관악산을 택했다.
날씨가 추워 늦잠을 잤고, 꾸물럭 거리다가 짐을 챙겨서 나오고 나니....
인천터미널에서 관악산 가야지라고 마음먹었다.
지난 10월 3일인가?
산행느낌님과 고꼭지님과 함께 육봉능선을 올라 팔봉능선으로 빠져 서울대 입구로 내려온 적이 있다.
비록 혼자이지만,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5시간가량 산을 타기 위해서는 관악산이 낫겠다 싶었다.
도봉산이나 북한산까지 가는 건 힘들고,
게다가 저녁 7시에 약속이 노량진에서 있으니....
관악산, 육봉을 올라 능선을 타고 연주대까지 가서 서울대로 가던 사당으로 가던
시간에 맞춰 하산하면 될 터.
그렇게 맥주 한캔과 주먹밥으로 아침겸 점심요기를 채우고 출발한다.


12시가 넘어 1시 가까이 되어가는데도...
날이 참 쌀쌀하다.
혹시나 해서 점퍼를 가져오긴 했지만 아직 입지는 않은 상태...
종합청사 앞길에는 은행나무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지난번 길과 마찬가지로 기술표준원 바로 윗쪽의 어느 절 입구로 들어간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틀리게 사람들이 거의 없다.
토요일이라 그런가??


관악산은 단풍이 그리 물들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단풍나무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오르다 보니 지난번 만났던 폭포가 있다.
금요일, 전날 비가 와서 물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쪽은 별로 안왔나보다.
대신,
보름전에는 파랬던 나뭇잎들이 지금은 노랗게 물들어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관악산을 다시한번 조망을 해보니...
여기저기 울긋불긋하게 물이 들어있긴 하다.
단풍나무가 별로 없어서인지.... 그렇게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가파른 길을 조금씩 올라 드디어 육봉 입구에 도착했다.


첫번째 봉우리인가?
드디어 이제 힘좀 쓰겠구나...
지난번엔 세명이서 같이 오르다 보니 잘 몰랐는데,
혼자 육봉을 오르다보니... 이게 장난이 아니다.
첫번째 봉우리는 쉽게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두번째 봉우리부터였다.
앞에서나 뒤에서 봐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지난번 처음 왔던 길이 여기가 맞는지 틀린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두번째 봉우리에선 바위를 타다가 다시 내려와 다른 곳으로 올라가야했다.
이때 미리 짐작을 했어야 했는데...
이날의 산행은 결코 쉬운 산행이 아니었음을...
산에 오를 수록,
바람이 점점 세지면서 차가워진다.
1시 반에 넘었는데도 이정도니 오후에는 얼마나 추워질까...
날이 언제쯤 풀릴 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래도 올라야지... 올라야지...



아마도 두번째 봉우리인가? 그 위로 비행기 한대가 쉬익 지나간다.






드디어 육봉을 다 올라 국기봉까지 왔다.
1시간 반동안 빡세게 오른 탓에... 시간은 이제 겨우 두시다.
팔봉능선이 저 앞에 보이고....



저 멀리... 기상대가 보인다.
여기서 잠깐 망설인다.
지난번처럼 팔봉능선을 타고 내려갈까?
아니면 저쪽, 연주대까지 갈까???
시간은 두시.
잠시 망설이다가, 저기 연주대까지 한시간이면 될 것 같고...
서울대로 갈지 사당으로 갈지는 연주대까지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참, 서울대에서 연주대쪽으로 올라오다 보면 꼭대기에서 왼쪽으로는 연주대,
능선을 넘으면 연주암, 오른쪽 바위능선은 레이다기지인가... 로 되어있다.
바로 저기 보이는 기지쪽의 능선은 타본적이 없다.
그래서 목표는 저곳으로 향했다.
(예전에 타려고 했다가... 친구의 전화를 받고 바로 내려갔었으니깐....)
두시 반쯤인가?
능선을 타고 가다가 이제 점심을 먹어야지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
아침에 물을 팔팔 끓이고 보온통에 넣어 오면서 컵라면을 샀으니....
산에서 먹는 컵라면의 맛이 또한 일품이다.
다만 김밥이 있었더라면... 컵라면에 말아먹었을텐데...
그리고 간단하게 캔막걸리도 한모금씩 하고....
식후 따뜻한 커피도 한잔 하고....
다시 몸을 추스린 후... 출발...



기지가 저렇게 가까이 왔다.
능선을 조금씩 조금씩 넘을 수록 점점 더 가까워진다.



레이다기지의 바로 오른쪽으로 바싹 붙어 약간은 험한 길로 향한다.



기지를 돌아서자 마자 보이는 기상대와 연주암.

조금 더 줌을 해볼까?
연주암의 색깔이 이상하다. 벽을 보수했나?
왼쪽 연주대쪽으로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래도 가을이니 단풍도 한컷 찍어주고...


다시한번...
그런데 어디선가 모터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아니..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무어지???


바로 이거다.
이 자그마한 선로를 따라 저 기계가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있다.
뒤에는 어떤 아주머니가 짐을 가지고 타고 계시고...




헉....
무인운반???


저 아주머니는 뭐하시는 분일까?
저 레일은 레이다기지까지 이어져 있던데...
가파른 높이와 약간은 절벽 옆을 이어가기도 하는데...
재밌겠다라는 느낌과.. .무섭다라는 느낌이 같이 들었다.
어쨌던,
이제 제대로 다시 바위타는 시간이 왔다.
레이더 기지 옆에서 연주대로 넘어가는 우회길도 있으나 능선의 바위로 정면돌파.
사진은 비록 찍질 못했지만 여기도 길이 아찔하다.
다행히 먼저 가는 분이 앞에 있길래 그분 뒤를 졸졸 따라서 겨우겨우 넘었으니...
만일 아무도 없었더라면... 이번에도 포기했을 터...
어째 겁이 더 많아진 듯 하다.
그리고 다시 바위능선을 타고 내려와 서울대에서 올라오는 길목에 도착한다.
잠깐 고민...
시계를 보니 3시가 조금 넘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관악산 입구쪽... 오른쪽으로 가면 연주암과 과천향교쪽...
고민....中....
에잉... 연주대까지 가보자.
거기서 서울대나 관악산 입구로 가는 길이 있으니...
거기서 고민해보지 뭐...
지난번 파찌아빠님과 가는세월 형님과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도 되고...
그렇게 연주대에 도착을 했다.
막걸리 한사발을 먹고 잠시 쉬면서 한 컷.


3시가 훌쩍 넘은 시간.... 4시가 가까워지면서 어느새 해가 길어지는 느낌이 든다.
바람도 점점 차가워지고....


높은 철탑...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어떻한댜....
서울대쪽으로 내려가면 다시 버스를 타고 신림역까지 나가야 하니깐...
그냥 사당으로 내려가서 전철을 바로 타기로 결정하고
좋아.. .가보자고...




내려오면서 서울 시내를 한컷...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수락산 쪽이 보이고...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도 보인다.
줌으로 당겨봤더니, 남산도 보이네...
그런데 오후가 들어가니 역시 날이 흐려진다.
이때부터가 문제가 생긴다.
막 내려오다 보니 길을 잃어버린 것...
얼래? 여기가 어디여???
능선을 타고 내려오다가 과천향교로 빠지는 샛길능선으로 잘못 빠진것이다.
과천으로 내려가면 또 한참을 돌아와야 하는데...
흑...
결국 다시 거꾸로 올라가기로 하고..
여기서 2~30분을 잡아먹어버렸다.
또한 이제 막 내려가는 길인데...
갑자기 졸음이 엄습한다.
왜이래??
졸음 뿐만 아니라 배고픔도 같이 밀려온다.
이거 진짜....
배가 고프니 손발이 덜덜 떨린다.
크흐...
빨리 내려가서 사당에서 무언가를 먹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슬슬 날이 저무면서 황금빛 태양도 점점 기울어져간다.
사당역에 도착하니 5시 40분 경.
휘유...
편의점에서 들려 주먹밥과 음료수로 겨우 요기를 채운다.
날도 추운 상태에서 덜덜덜 떨다가 음식이 들어가니 겨우 몸이 진정을 한다.
전철을 타려고 내려가니 어디선가 쿵짝쿵짝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모여있다.
뭐지???






얼래?
쪼그만 아이들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지하철 예술공연이라는데... 애들 춤 잘 추네...


귀엽게 춤을 추는 아이들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사진을 몇장 찍는다...
차가워진 몸을 지하철에 실으니... 잠이 솔솔 몰려온다.
이거 자리는 없고... 토요일 오훈데... 왜이리 사람이 많아?
노량진에 도착을 하고서야 알았다.
오늘 여의도에서 불꽃축제를 한다고...
그런데 어쩌라고???
피곤해 죽겠는데....
산행을 하면서 느낀게...
편안하게 걷는 산이라면 혼자 가도 되지만...
육봉이나 팔봉처럼 바위를 타는 산이라면 절대 혼자 가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보다 길게, 그리고 빡세게 관악산을 탄 것 같아.... 몸이 많이 힘들어한다.
이대로 노량진에서 술을 마실 수 있을까?
추운 몸을 달래는 데 소주가 최고일 듯 한데...
아마도.... 오래 달리지는 못하지 싶다.
담주엔 어느 산으로 갈까나???
p.s 노량진에서 먹어준 것들...
전어회!!!
비록 이날은 수산시장에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구워먹진 못했다.
고소하두먼...
하지만... 난 진짜 구워먹는 걸 원했다고...
그것도 바싹~~~!!!


새우를, 대하를 샀는데... 주인장이 너무 구워버렸다.


하지만 껍질까기 신공을 지닌 일행의 덕분으로... 맛있게도 냠냠..


게다가 산낙지까지 같이 얹어주는 센스!!!




우하하하...
이날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눈을 뜨니까.... 동인천역....
ㅡㅡ;;
택시타고 겨우 집에 들어왔다.
무척이나 힘들고 빡센 하루를 보냈다.
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