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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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강촌에 저녁에 볼일이 있었다.
토요일, 쉬는 날...
집에서 빈둥대다가 오후에 출발하면 뭐하나...
그래서 일찌감치... 이날 그 운악산을 오르기로 미리 결정을 해 놓은 상태였다.
원래 이내님과 운악산을 가볼 예정이었고, 이날은 명지산을 가려고 했었는데...
10월의 운악산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11월 운악산으로 결정한 것.
모든 준비를 차근차근 하는 와중에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을 모르고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 컨디션이 아닌가.
내 스스로의 컨디션을 체크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11월 1일 발표자료로 인해 일요일, 월요일 거의 12시 넘게까지 준비를 하고
화요일, 수요일 연속 이틀을 오랜만에 술로 달리고
목요일 새벽4시까지 일하다가 겨우 두어시간 자고 일어났으니...
금요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일찍 자야 했다.
게다가 저녁 6시가 되니 코가 막히면서 갑자기 감기기운이 몰려온다.
이거 큰일났네...
저녁을 먹으면서 일단 소주 한병으로 몸의 열을 올려놓고....
그러나... 그놈의 빨래 ㅡㅡ;; 빨래 두번 돌리니 금새 12시다.
에효... 결국 1시에 자서 아침 8시에 일어났는데 몸이 말이 아니다.
움직이지 않는다.
이거 어쩌나... ㅡㅡ;;
겨우 9시에 몸을 일으켜 몸을 추스리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끓인 물을 준비하고 집을 나선 시간이 10시 쯤.
인천에서 운악산까지 약 두시간을 예상했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쭈욱 나가 구리에서 빠져 46번 국도를 타고 갔다.
이런.. .실수!!!
차가 굉장히 막힌다.
오랜만에 이쪽으로 와서 인지... 왜 이쪽으로 빠졌을까??
구리요금소를 나와 바로 빠지지 말고 쭈욱 직진하면 남양주 진접까지 쭈욱 그냥 갈 수 있는데...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봤더니.. 호평IC까지 임시로 개통이 되어 있었는데...)
구리에서 금곡까지 무척 길이 막히는 거다.
우씨...
어쩔 수 없이 금곡에서 진접으로 빠져 진건으로 들어서는 47번 국도를 택했다.
이 길을 따라가면 포천 산정호수인가 백암폭포인가가 나온다.
난 중간에 다시 가평방향으로 37번 국도를 따라 턴을 해서 다시 거꾸로 내려온다.
이 길을 국도변에는 아침고요수목원이 있으며, 현리에서 운악산으로, 임초리에서 축령산으로 빠진다.
나는 현리에서 운악산으로 빠져서 쭈욱 들어가 결국 운악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시간은 12시 조금 넘겼다. 휘휴...
다음엔 제대로 와야지...
어쨋든, 등산 준비를 하고 김밥을 사고 캔맥주 하나를 마시고 길을 올랐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12시 35분.
윗 이내님의 산행기에서처럼.. .나도 길을 그리로 택했다.
후우...
처음부터 가파른 등산로와 함께... 끝없이 나오는 계단!
컨디션도 좋지 않아 바로 식은 땀이 배어나오고... 이거 어쩌나...
숨이 막힌다... 결국 20여분을 올라가다 쉴수밖에 없었다.
끄윽... 이거 난리났다. 왜이리 힘드냐...


20분을 올라와 바위턱에서 쉬면서 바라본 운악산 입구 주차장...
커허...
운악산은 저기에서부터 여기까지 20여분이라면... 굉장히 가파르단 말이다.
가파른 만큼... 등산길이 계단이다.
내가 계단을 싫어하는 이유가 있다.
첫째. 군생활을 할 때
비록, 통신병이어서 매일 철책근무를 나간건 아니지만...
그래서인지 통신선 확인을 위해 일주일에 두어번 돌아다닐때... 그 망할놈의 천개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무릎에 무척 많은 고통을 얻었었다.
그 이후로 산에 있는 계단은 무척 싫어한다.
둘째,
산행할 때 계단이 있으면 속도조절을 못한다.
성격이 급한 탓도 있겠지만... 평지나 일반 등산로는 쉽게 보조를 맞출 수 있는데
이 계단에선 이상하게 답답하고 불편해서 속도조절을 못해 쉽게 계단에서 지친단 말이다.
운악산도 마찬가지다. 초반 20여분을 그렇게 계단을 빡세게 오르다보니 처음부터 체력이 빠진다.
이거 몸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왜 이러냐...
5분을 쉬고 초콜렛으로 다시한번 기운을 다지고 꾸역꾸역 오르기 시작한다.
눈썹바위 밑의 쇠줄과 바위를 탈땐 오히려 더 쉽다.
그렇게 깔딱고개 비슷한 곳까지 오르고 다시한번 털썩 주저앉는다.
아... 힘들어... 눈물이 날 것 같다.
우씨... 다시 돌아갈까... 그냥 내려갈까... 히잉....
그런데 문득... 오갱님과 뉠리리야님이 생각이 난다.
특히나 늴리리야님도 이 산을 올랐다는데... 흑...
어쩌냐... 흑...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다시한번 다리에 힘을 준다.


20분 오르고 5분 쉬고, 15분 오르고 10분 쉬고... 하니 어느새 적당한 언덕에 도착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드디어 운악산의 정상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얼래?
이제서야 몸이 서서히 풀리는건가?
힘든 곳을 지나 바위가 나오면서 슬슬 힘든게 살짜쿵 사라진다.
오호~~
아니 힘들긴 힘들지만... 아까처럼 진짜 낙오할 만한 심정도 아니거니와
체념하고픈 마음은 사라져간다.
몸이 풀린건가?? 진짜??
그렇게 한시간을 오르니... 드디어 모습이 보인다.
오홋.... 저기가 운악산이란 말이지??
산세가 장난 아니군...






와... 저 절벽 봐....
회사 과장님이 갔다 와서는 끝이 안보인다고 할 정도라고 했는데... 휘휴~~
저길 보니... 이상하게 기운이 더 솟는다.
어떻게 올라가야 할 지 모르겠는데도... ㅎㅎ
조금 더 올라가 전체 사진을 찍어본다.


진짜 산세가 멋있긴 멋있다.
오른쪽이 병풍바위라고 하는 곳인가보다.
후후...
이상하게 힘이 도네...
아까 질질 짜려고 했다는게 이해가 안된다.
하하하!!!
하하하!!!
산을 오르는 일행 중에 이사장, 박사장, 그리고 한명의 이사라고 불리는 중년의 세 남자분이 계셨다.
계단을 오를 땐 내가 앞서나가다가... 깔딱고개 끝에서는 내가 지쳐서 완전히 뒤로 쳐졌고
다시 바위길을 오를 땐 한분을 제외하곤 두분을 제쳤다.
나머지 한분은 진짜 체력이 대단하신 듯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쉽게 바위를 타고 가파른 길을 오른다.
뒤따라 오시는 분들이 못오시면 소리쳐서 외치고...
결국 뒷따라 오시는 분들을 내가 제치고... 보니.... 그분이 먼저 제1봉인지 2봉 아래쪽에서 일행을 기다리신다.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니 병풍바위를 찍는 곳이란 알림표시가 있다.
어디 보자... 그 길로 나가서 보니... 진짜 병풍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크흐... 보이지가 않는다.
도대체 어디서 솟아오른 것이냐?
햐~~~ 진짜 멋지다.
저 산을, 저 바위를 보면서 겨울이면 진짜 멋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 겨울에 다시 한번 와봐???




지나가는 이에게 한 컷 부탁을... ㅎㅎ
자... 이제 오르는 길을 보자...
운악산의 가파른 암벽길엔 손잡이와 발디딜 부분을 금속 파이프로 바위에 박아놓았다.
그래서인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쇠줄과 손잡이를 적당히 잡고 바위틈을 또한 적당히 잡고 오르니
오호... 이거 재밌다. 바위타는 기분이 참 재밌다.
다른 등산객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앞에서 줄 잡고 오르면 난 옆의 바위로 타고...
내려오시는 분들이 줄 잡으시면 옆의 바위를 붙잡고 기다리고.. ㅎㅎ
그렇게 힘들지만 재밌게 오르다 보니 어느새 미륵바위가 보이는 곳이다.
저게 미륵바위라는데.. 처음엔 남근석인줄 알았다.
하지만 남근석은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다른곳으로 가야 있다고 한다.
흠... 미륵바위를 보고 남근석으로 생각하다니!!
불경스럽구나~!~!!


미륵바위를 찍은 곳에서 왼쪽을 보면 바로 병풍바위다...
진짜 아래쪽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정상까지 가파른 바위를 타고 올라간다.
한번의 암벽등반과 또 한번의 암벽등반을 마치면 아찔한 계단이 나오고
짧은 암벽을 잠깐 타면 정상으로 착각할 만한 평평한 바위가 나온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기에 난 거기를 지나쳐 내리막으로 내려온다.
정상까지 100미터 남았네?
꾸역꾸역 올라가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밥을 먹던지 구경을 하던지 하고 있다.
정상 인증샷은 아래에~!!


정상에서 보면 포천방향(운주사)으로 가는 길, 절고개(현등사방향)으로 가는 길
그리고 내가 올라온 하판리 방향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운악산은 그러고보니 이정표가 참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운악산 정상이라는 인증샷!!
저 안내도는 왜 찌그러져있는거지?? ㅎㅎ
어느 산악회에서 이십여명정도가 자리를 펴고 밥을 먹고 있다.
거의 다 먹었는지 많이 남아있다. 김밥과 머릿고기가.
인천에서 온 세명의 젊은이와, 가평 군부대로 발령받아 온지 얼마 안되시는 연대장님 한분이 끼어서 얻어드신다.
나도 배가 고파 부탁을 청했더니 흔쾌히 남은거 주신다.
잽싸게 앉아서 김밥과 머릿고기, 그리고 맛있는 김치를 먹다가 문득 생각이 나 막걸리를 꺼냈다.
이런.... 사진 찍을 틈도 없이 이분 저분들이 한잔씩 달라고 하셔서...
결국 난 한잔만 먹고 다른 분들 한잔씩 다 드렸다.
ㅜㅜ
다른 분들 다 내려가고 연대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머지 밥을 먹고
가져간 컵라면도 먹고....
대충 시간을 봤다.
점심때 늦게 올라온 터라... 운악산을 제대로 다 구경하기는 힘들 것 같다.
5시까지는 강촌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시간을 보니 어느새 3시 반이 넘었다.
흠... 어쩌나???
절고개를 넘어야 할텐데... 도저히 시간때문에 안되지 싶다.
결국 절고개가 아닌 바로 현등사쪽으로 단코스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여 하산준비를 한다.
연대장님은 천천히 내려오신다고 했고...
내려가다보니 이쪽도 길이 굉장히 가파르다... 후후...
올라갈때 계단에서 찔찔(?)대던 모습과는 틀리게 아주 기운이 넘쳐난다.
ㅡㅡ;;
부끄럽다... 흠..
드디어 길을 다 내려오고 하산길에 현등사에 들렀다.
이건 함허당 득통 기화대사 부도탑이라고 한다.
현등사 들어가기 100여미터 전에 있다.
무언가 해서 찍어봤다.


부도탑 옆으로 현등사로 가는 길인데... 아름답다.
대학생들이 단체로 등산한 모양인데...
연인인 듯한 남녀 한쌍이 손을 잡고 걸어간다.
안찍어줬다.
흥!




현등사 오르는 계단 옆에 핀 단풍.
어차피 산꼭대기는 다 졌고...
이쪽으로는 아랫쪽에 색깔이 남아있다.


현등사 경내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 낙옆..
이거 무슨 나무 낙옆이지???


무슨 탑 아래 웃음짓고 계신 부처? 보살??


운악산을 탄 사람들이 한모금씩 마신 물인데... 다들 맛있단다.
맛있긴 맛이 있었다.
힘들어서였나?? ^^


백팔계단이다.
내려오면서 생각은 했으나 세어보진 못했다.
아래쪽 입구에 설명이 붙어있다.
백팔번뇌라고 들어는 봤으나 무언지 잘 몰랐는데 여기 이렇게 써있다.
[중생의 번뇌수가 108가지가 있는데
6근(根) 안 眼 이 耳 비 鼻 설 舌 신 身 의 意 로
6진(塵) 색 色 성 聲 향 香 미 味 촉 燭 법 法 을 대할 때
저마다 호(好) 오(惡) 평등(平等)의 세가지가
서로 같지 않아서 18번뇌를 일으키고
또 고(苦) 락(樂) 사(捨)의 3수(受)가 있어
18번뇌를 내니 모두 합하여 36종.
또 이를 삼세(三世) 과거, 현재, 미래에
배(配)하여 108번뇌가 된다.]
누가 해석좀 해주세요~!!
아마도 6개의 근본적인걸로 6개의 무엇을 대할 때, 세가지가 서로 같지가 않아 6X3 = 18번뇌를 일으키고
또 6개의 무엇을 대할 때 3수가 있어 6X3 = 18, 그래서 합하여 36종인데...
과거, 현재, 미래를 배하니.... 36X3 = 108이라 하는건가?


이건 민영환 암각서라는데...
을사조약때 여기서 한탄을 했단다.
그것도저 바위에서...
어디 있는지는 찾지 못했다.




다 내려오니 어느새 시간은 4시 반.
생각보다 일찍 내려온거다.
12시 반쯤 올랐으니 약 4시간 가량 산행을 했다.
처음에 올라갈 때 그 망할 계단때문에... 처음에 너무 고생한거 아닌가...
다행히 중반부터는 몸이 풀려 재밌게 산행을 했지만...
진짜... 운악산은 처음 30분이 고비이지 싶다.
현등사쪽으로 오르는 길도 가파른 평지라서.. 재미없을 듯 싶고...
후훗...
겨울 모습이 참 기대가 많이 되는 산이다.
단풍은 다 졌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산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진짜 악 소리 나올만한 산이었던 것으로 기억하자.
진짜 여태껏 산을 타면서 이렇게 초반에 힘들어 한 적이 없었으니...
혼자 타서 다행인가??
이내님과 같이 갔었더라면.... ㅡㅡ;;;;
아주 쪽팔린(?) 상황이었을게다... ㅜㅜ
운악산!
너를 정복하려는 건 아니다.
다음에 올땐... 천천히.. 차근차근히...
다시 둘러보러 올테다...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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