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도봉산 산행기
色+樂+狂2005. 10. 17. 21:41
아이고.. 머리야...
눈을 뜨니 역시 찜질방이다.
헉..
바로 옆에 예쁘장한 남자가 누워있다.
누구냐 너~?
잽싸게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으나... 머리도 아프고... 귀찮고... 해서... 조금더 누워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7시 반이다.
9시 반에 망월사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 이제 정신 차려야지...
----------------
버스를 타고 망월사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전철을 타고 도착한 친구와 친구녀석의 애인님께서 도착하셨다.
전화로는... 아주 든든하게 먹을 것을 걱정말라고 했으니...
올라가는 길에 맥주한캔을 마시고, 막걸리를 봉지에 넣어 가방에 단단히 멘다.
이 친구녀석은 군대에서 워낙 고생해서 산을 싫어했는데...
작년부터 여친님과 산을 자주 오른단다.
지난번에도 도봉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두시간 반인가 세시간 걸렸다니...
허걱... 얼마나 잘타시나???
하지만 그건 착각일 뿐.
쉬엄쉬엄 오르다가 지치면 바로 자리펴고 밥먹고 한숨 자다가 내려오신단다.
친구녀석은 여친님께서 힘들까봐 그냥 그런단다.
그런데, 이녀석이 여친님께 나를 어떻게 설명했는지...
이 여친님 단단히 각오하고 오셨단다.
대략 산행시간이 4~5시간 걸릴 것이라고 했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신다.
친구녀석도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그녀석의 복장을 보니 청바지에 얇은 운동화다.
여친님은 다행히 등산화지만....
에효... 좋다.
오늘은 빡세게 타는 것이 아니라 이분들과 같이 널널하게 오르자.
오르다 힘들면 바로 내려오자.
원도봉 매표소에서 조금 더 올라 주차장에서 사진을 보고 설명을 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저기 삼거리에서 망월사를 지나 오른쪽 으로 올라가 포대능선을 만나는거고
거기서 자운봉까지 갔다가 도봉산입구로 내려올껍니다."
둘 다 히엑~ 놀란다.
절대 못한단다.
망월사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냐고 하길래...
대충 넉넉히 한시간이면 된다고 했다.
거기서 포대능선까지는 얼마 멀지 않으니 금방이니까 능선에서 아래를 보면서 밥을 먹자고 했다.
왠지...
친구와 친구의 여친님의 얼굴이 갑자기 비장해진다.
그렇게 산행을 시작했다.
지난 4월 말인가 5월 초인가... 이쪽길을 오른 적이 있다.
오늘같은, 혹은 요즘같은 단풍철이나 휴일에 도봉산 입구로 오르면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그리고 그쪽보다 이쪽이 여러모로 볼 것이 많았다는 것을 기억하기에...
이쪽 코스로 잡았다.
일단 오늘의 날씨는... 굉장히 좋은데...
안개나 스모그 같은게 아래로 많이 낀 듯 하다.
날씨는 토요일과 금요일이 죽여줬었다.
올라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고...
단풍은 이 아래쪽은 아직 충분히 물들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중간에 군데군데 빨간 곳이 보여 발길을 멈추고 바라보곤 했다.
그러나 색깔이 이쁘진 않다.
다리 하나를 건너다 말고 다리에 누가 낙서를 해 놓은 것을 보았다.
"역적 노무현, 역적 김대중"
이란 낙서가 다리 난간에 파란 분필 같은 것으로 갈겨 써 놓았다.
기분좋게 오르려는 사람들의 얼굴이 많이 찌뿌려진다.
친구녀석과 나는 농담삼아 우스갯소리를 했다.
얼마 전 한나라 당원들이 단체등산했나??
오르다 보니 무슨 입간판 뒤에도 역적 열우당인가? 그런 낙서가 있다.
(웃기고 한심하기도 하다. 포대능선을 만난 포대능선 입간판 기둥에도 그런 글이 써있었으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산을 올랐다.
둘 다 헉헉 대면서 잘 올라간다.
특히나 여친분께서는 발걸음이 참 가볍게 올라가신다.
하지만 얼굴은 약간 굳어있다. ㅎㅎㅎ
너무 아래만 보고 올라가다가 내가 '잠깐'이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위를 바라보라고 했다.
순간, 두분께서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쉬면서 이쁘게 물든 단풍을 구경한다.
아직 삼거리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이쁘고 고운 단풍이 반겨주니 기분이 좋아진다.
친구녀석도, 친구 여친분도 잠시나마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다시 열심히 오르다가 샘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주차장에서 30분밖에 안왔다고, 앞으로 500미터 남았다고... 좀 더 격려를 했다.
삼거리에서 왼쪽은 바로 자운봉 가는길, 오른쪽은 망월사 가는 길이다.
자운봉 가는 길은 짧긴 해도 굉장히 빡셀 듯 싶었다.
(결국 이길로 내려왔는데... 올라갔다면 두분 다 낙오했을 것이다.)
약간 가파른 길을 계속 오르다 보니 어느새 망월사에 가까워져갔다.
그리고 드디어 망월사에 도착했다.
망월사는 1,300여년 전 신라시대에 세워진 절이다.
나도 지난번 오르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것에 놀랐었는데...
역시 친구녀석 놀랬다.
친구녀석과 친구 여친분 사진을 찍어주고... 나도 한컷 부탁!
아차차... 선글라스를 낄 걸~
차라리 지워버릴까... 흐흐흐...
여기서 바라보니 도봉산 능선 아래쪽으로는 많이 울긋불긋하다...
다음주면 산 아래까지 단풍이 내려갈 것 같다.
여기서 10여분을 쉬고 다시 힘들어하는 연인들을 끌고 포대능선으로 향했다.
중간에 이런 기분도 맛보기도 하고...
그러나 연인은 그럴 기분이 아닌가보다.
아무 말 없이 막판 포대능선에 오르기 위한 가파른 길을 오른다.
그리고 ...
드디어 포대능선 초입에 올라서니 바로 길 위에 퍼져버린다.
후후...
여친님께서 말씀하신다.
미리 각오하지 않았으면 오르다가 진작에 퍼졌을 것이라고.. ㅎㅎㅎ
조금만 참으세효~~~
포대능선을 따라 가다가 식사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조금 더 격려를 하고 자리를 떴다.
능선 두어개를 넘었을까?
명당자리가 보이길래 그쪽으로 모셔와 식사를 하자고 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다.
능선을 뒤로하고 서울쪽이라 바람이 불지 않으니 오히려 햇살이 매우 뜨겁게 느껴진다.
머리 위의 단풍을 배경으로 드디어 돗자리를 깔고...
그들이 준비해온 음식을 펼쳤다.
으음... 우와....
장난 아니다.
둘이서 아침일찍부터 준비해왔다고 하니...
커헉.... 이거 어떻게 다 먹냐...
일단 술이 빠질 수 없으니 막걸리도 같이 세팅을 해 놓구선~~~
각자가 원하는 포즈로 사진을 한컷씩 찍고...
식사 시작~!
먹다가 배불러 죽는 줄 알았다.
진짜 밥도 꼭꼭 눌러서 쌌고.... 반찬도 그렇고... 크흐...
친구랑 나는 막걸리 한동밖에 없어서 안타깝다고 서로 아쉬워했다.
밥 먹는 곳에서 바라본 포대능선과 자운봉.... 도봉산 봉우리들....
원래는 저기 포대능선까지 가려고 했으나...
너무 많이 먹었고... 힘들어하기에... 포대있는 봉우리를 오르려다 말았다.
그리고 바로 다시 원도봉 입구 방향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기는 굉장히 가파르고 어두침침한 길이었다.
그래서 내려오는데 두 사람이 조금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내려오는데.. 저런 모습 하나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이쪽 길은 생각보다 단풍이 별로 없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다가 갑자기 주변의 색깔이 바뀐 느낌이 든다.
머리를 들어보니... 어효.... 장관이다.
세상에...
어찌 저처럼 수많은 노란색과 연두색과 분홍색과 빨간색과 파란색과 초록색과 검은색을
어찌 저처럼 이쁘장하게 수놓았을까....
우리 셋 모두다 잠시나마 목이 아플 정도로 저 광경을 쳐다보았다.
우흐흐흐...
그리고 꾸역꾸역 계속 내려가다보니...올라올 때 잠시 쉰 삼거리가 나오고...
몇번을 쉬면서 내려오니... 어느새 원도봉 주차장이 나왔다.
9시 반에 만나서
주차장에서 10시 쯤 올라갔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딱 두시.
네시간이다. 적당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다리가 풀린 듯 하다.
이대로 헤어질 수 없어 간단하게 파전에 막걸리를 하고
다음번 다른 이벤트를 기약하면서...
그들과 헤어졌다.
p.s
망월사역에서 버스를 타고 삼선교로 돌아오는 도중 자리가 나서 잠깐 앉았는데...
눈을 떠보니... 대학로를 지나 종로로 들어가고 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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