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우중산행...
色+樂+狂2005. 4. 11. 10:17
가는세월 형님 후기 : http://blog.empas.com/vstoljoe/tb/7492606
파찌아빠님 후기 : http://blog.empas.com/pazziabba/750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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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중 소백산을 마지막으로 거의 두달동안 산을 오르지 못했다.
그렇다고 중간에 운동이라도 했는가?
그런것두 아니다.
주말도 없이 매일 회사 나오고... 매일 술마시고...
배는 점점 나오고 체력도 떨어지고....
이러다 안되겠다 싶어... 무작정 산에 가기로 결심하던 중!
가는 세월 형님께서 파찌아빠님과 같이 산에 가기로 하셨단다.
원래 혼자라도 가려고 했으나 두분이 가신다면 나도 콜!
금요일 저녁 회식자리도 일부러 1차만 끝내고 집에 들어갔으나 잠을 늦게 자서 그런지 기상도 늦었다.
막내가 젤루 늦으면 안되는데.... 그래도 결국 약속시간 10시보다 20분 늦게 도착.
관악산 입구에 도착하니 도시애들 형님과 파찌아빠님께서 나와계셨고
알렉스님과 가는세월 형님은 안계셨다.
도시형님은 몸도 좋지 않으신대도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마중나오셨고
나중에야 가는 세월 형님도 오셔서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도시형님, 가는세월님, 파찌아빠님은 블로그에서 내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 중 한 무리였다.
작년 우연히 도시형님 블로그를 알게 되고 이를 통해 가는세월 형님과 파찌아빠님의 블로그를 통해
이분들이 작년에 우중산행부터 시작해 몇번의 산행을 즐기신다는 것을 보고...
굉장히 보고싶어했다.
이날, 비록 도시형님께서는 안방같던 관악산을 같이 오르시진 못했지만...
빨리 몸이 나으셔서 언젠가는 같이 산을 오르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초장에 말이 너무 많다.)
10시부터 빗방울이 하나 둘 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10시 반이 되니 꽤나 쏟아진다.
캔맥주 하나씩을 마시고 우의를 걸치고 10시 40분 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비가 오는데도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과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오후부터 꽤 많은 비가 돌풍과 같이 불어닥친다는데... 그것만 믿고 오르기에는 좀 그렇다.
나야 뭐 평소에는 말이 없으니(대신 술 들어가면 말이 많아진다... ㅡㅡ)
두분이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올라가시는 길을 뒤따라 가면서
계곡과 나무와 하늘과 산과 꽃들을 조금씩 감상한다.
빗줄기가 소강상태가 되자 모두들 우비를 다시 짚어 넣는다.
훨씬 가뿐하다.
산책길을 걷다가 계곡길에서 파찌아빠님이 길을 왼쪽으로 돌리신다.
계곡 따라 사람들이 많이 올라가지만 왼쪽길은 사람이 별로 없단다.
바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니 허어...
역시 파찌아빠님이시다.
평이한 길은 잘 가지 않으시고... 그래도 산이면 좀 타야 하는 바위들을 좋아하신다.
이 길 역시 약간은 손으로 바위들을 짚고 올라가야 하는 길이다.
파찌아빠님, 가는세월 형님을 따라 젖은 바위를 밟고 조심스레 올라간다.
나 역시 오랜만의 산행이어서 그런지 약간은 땀이 났으나 날씨덕을 많이 본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빗방울과 시원한 바람....
그러나 이 날씨가 우리를 배반할 줄은 몰랐다.
20여분을 꾸준히 바위를 타고 올라가 중간 쉬는 지점에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리 삼성산이 보이고... 관악산 꼭대기도 보인다.
날씨가 흐려도 보일건 보인다.
오랜만에 땀흘리며 바위를 타고 산을 오르니 기분이 좋다.
절로 좋아.... 어쩔 수 없이 오랜만에 쎌푸다.
가는 세월 형님이 만나자 마자 하신 말씀이 있다.
사진으로 봐서는 덩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까 작다고..
ㅡㅡ;;
셀프 카메라의 효과가 있구나.
머리 큰 것도 도움을 준건지도.. 흐흐흐
간혹 블로그에 이야기 하지만 다리 짧다. ㅜㅜ
머리 크다.
셀프에 속지 않으셨음 한다.
바람이 강해지면서... 하늘도 점점 어두워진다.
거기다 빗줄기까지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한다.
어느덧 시간은 11시 30분이 넘었다.
배가 고팠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해서 그런가?
아니면 오랜만에 힘을 써서 그런가...
빗방울이 거세지고 바람이 많이 부니 사진찍기도 어려워진다.
칼바위를 만나 파찌아빠님, 가는세월형님이 먼저 올라가시고...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오랜만에 산을 타서 그런지 몇번을 미끄러졌다.
신발 문제는 아니다.
다리에 힘이 풀린 것도 아니다.
방심한건가?
왼손에 가느다란 상처가 생기고 피가 맺힌다.
은근히 바위를 잡는데 신경이 쓰인다.
30분을 조금 더 부지런히 올라가 바로 연주암으로 향했다.
밥을 먹고 연주대로 오르기로 한 것.
어느새 비구름이 안개와 함께 주변을 감싸기 시작한다.
연주암으로 내려와 연주대를 보니 구름에 싸여 보이지 않는다.
연주암에는 점심때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비를 피하느라 처마 밑에 사람들이 쭈욱 앉아 밥을 먹는다.
우리도 몇번 시도 끝에 처마 끝에 비를 피하고 자리를 피고 밥상을 편다.
한 스님이 마이크에 대로 설법을 하시는데...
다 옳은 말씀을 하신다.
그런데 중간에 "술을 먹지 말아야 합니다!"라는 말씀이 흘러나왔다.
파찌아빠님도 가는세월 형님도, 나도 전날 술을 마셨다.
뜨끔한 것 보다 발끈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악이 술로 인해 나온다고 하는데, 술을 마시면 삐뚤어진다고 하는데...
어느정도는 맞겠지만 전적으로는 공감하지 않는다.
누군가 얘기 하지 않았던가.
세상이 삐뚤어져 있는데 나만 제정신이면 내가 미친것 아닌가.
ㅡㅡ;;
바보같은 소리.
비를 맞아 으슬으슬한 상태에서 다시 옷을 껴입고 연주대로 향한다.
연주암에서 연주대까지는 계단이다.
난 계단이 싫다. 산행에 있어서 계단이 나오면 저절로 C 소리가 나온다.
체력도 있는 편이고 뜀박질도 잘 하는 편인데... 산도 잘 타는 편인데...
계단은 잘 못타는 편이다.
계단이 100개 이상 되면 무릎이 삐걱거린다. 에효...
그래서인지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 비구름 속을 파찌아빠님, 가는 세월님이 가시고
나는 그저 고개를 푸욱 순인 후 아무 말 없이 뒤따라 갔다.
그렇게 연주대에 오르니.... 파찌아빠님이 안보이신다.
가는 세월 형님은 암자로 갔을 것이라고 그쪽으로 가신다.
비바람은 점점 거세어지고... 비구름도 점점 거세어진다.
연주대 꼭대기에 서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니...
가는 세월 형님이 다시 나타나시고... 파찌아빠님을 찾지 못하셨단다.
어쩌나...
이렇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연주대에서 사당쪽으로 내려갈 수 있을까나...
혹시나 해서 꼭대기에서 내려가는 길을 보니 10미터 밑도 되지 않는다.
절벽 밑이 보이지 않으니 더욱 두려운 마음이 든다.
가는 세월 형님과 십여분을 고민한 끝에...
사당쪽으로 내려가기로 결정.
가는 세월 형님은 가보신 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이끌어드려야 했다.
연주대 꼭대기에서 내려가기 전에 도시형님과 만난 장소와 해프닝을 말씀드리고 하산을 시작했다.
밧줄을 잡고 비바람 속에서 미끄러운 바위를 살살 내려왔다.
그렇게 십여분을 내려왔을 때 저 아래쪽에서 "삼마~" 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소리다. 파찌아빠님께 나도 답변을 한다.
가는 세월 형님과 같이 내려가다 다시 만난 후 어쩌니 저쩌니 반가운 마음에 이야길 나눈다.
비바람이 여전히 부는 상태에서 이제는 어려운 길은 끝났기 때문에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하산했다.
중턱까지 내려오니 비구름의 범위를 벗어난다.
연주대는 보이지 않지만 능선과 서울역, 낙성대 등은 보인다.
그렇게 이야길 하면서 내려옴으로 인해 약 4시간이 걸린 우중산행은 끝이 났다.
비오는 날의 산행이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재밌다.
베낭을 감쌀 수 있는 방수포만 있었어도 더 편안하게 비를 맞을 수 있었을텐데...
하산 후, 사당쪽에서 사우나실에서 서로 몸을 풀었다.
가는 세월 형님이 내 가슴에 비수를 꽂으신다.
"생각보다 몸이 많네..."
흑.... 겉으로 보기엔 그렇지 않지만.... 나도 살이 꽤 있다. ㅜㅜ
샤워 후, 온탕, 열탕, 사우나, 냉탕, 열탕 등을 번갈아 하다가 샤워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막회 vs 두부보쌈 의 대결에서.... 개인적으로 막회는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두부보쌈으로 졸랐더니 흔쾌히 응하신다.
파찌아빠님의 소개로 들어간 두부보쌈집에서,
통나무 주변에 비닐로 막을 친 야외에서...
천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안주삼아
두부와 숯불 삼겹살과 삶은 김치와 소주를 곁들여 한잔 두잔...
역시 나는 술이 들어가야 말이 많아진다.
그러나.... 가는세월 형님과 파찌아빠님의 말빨(?)에는 꼬리를 내려야 했다. ㅎㅎㅎ
삶은 김치에 두부와 삼겹살을 얹고 마늘을 된장에 찍어 올리고 돌돌 말아 소주 한잔! 캬하~~~
씻은 배추 이파리에 두부와 삼겹살을 얹고 무말랭이 무침과 새우젓을 얹어 소주 한잔 하고 한입 와삭!
흐흐흐...
상당히 괜찮은 맛이다!
파찌아빠님께 감사!
그리고 일본 이야기가 나와, 일본 음식점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라면(라멘)을 먹을 이야기를 하니까... 홍대 근처에 라면집 있다고 가자고 하시길래...
자리를 일어나 전철로 향했다.
등산 후 사우나후 소주한잔 하고 나니 피곤함이 몰려와 전철에서 자리가 나서 앉자마자 잠이 솔솔 든다.
파찌아빠님이 한정거장 지났다고 깨워주신 후에야 전철에서 내릴 수 있었다.
홍대의 번화가를 지나 한적한 골목으로 들어가니, (극동방송 옆 골목)
어쩐지 일본 주택가 풍의 깔끔한 골목이 나타난다.
그리고 길 옆에 붙어있는 라면집.
인라멘과 청라멘이 있는데.... 약간 덜 느끼한 인라멘으로 세사람 다 젓가락을 들었다.
파찌아빠님과 가는세월 형님은 국물 한술 남김없이 다 드셨으나 나는 국물을 조금 남겼다.
(전에 먹은 두부보쌈이 배에서 요동을 치고 잇었기에... 국물까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통해 파찌아빠님과 가는세월 형님을 알게 되었다.
두분의 다양한 삶과 다양한 취미와 다양한 일상과 다양한 모습을 통해
이런 분들을 알게 된 걸 참으로 다행이고 복으로 생각한다.
파찌아빠님, 고맙습니다.
가는세월 형님, 고맙습니다.
다음번엔 제대로 3차를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s 이번에 내가 수영복을 가져가지 않아서 두분이 계획한 수영을 하지 못했다.
다음번엔 꼭 수영복을 지참하리라. 흘흘...
오랜 만의 산행이라 아주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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