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포대능선을 넘다...
色+樂+狂2005. 5. 6. 09:40
도봉산에서 더위먹다.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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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마신 술...
또 장난 아니게 마셔댔다...
으휴...
산타기 전날 실컷 술 마시고.... 담날 산에서 고생하고...
어째 맨날 이러냐...
앞으로 산타기로 했으면 전날 술을 줄여야겠다.
상큼하고 상쾌하게 산행을 시작해야지...
여하튼...
찜질방에서 나온 시간은 9시 반.
106번 버스를 타고 회룡까지 가기로 했다.
지난번 내려오면서 각오했던 '포대능선'을 타기 위해서이다.
의정부쪽으로는 초행길이라... 어떻게 갈까 하다가..
다른 산악인들 뒤를 따라 버스에서 내리고 따라가다보니.. 얼래?
원도봉 입구로 나온다.
표를 끊고 올라가서 주차장에서 산행길을 살펴보니... 포대능선 가기가 애매하게 되어있다.
다락능선을 타고 올라가 포대능선을 타고 내려올까.... 아니면...
원도봉을 타고 올라가다 망월사에서 포대능선을 탈까...
결국 망월사쪽으로 가기로 했다.
올라갈 땐 계곡을, 내려올 땐 능선을 타는 것도 괜찮지 싶었다.
술기운이 빠져나가서인지.... 몸 상태가 장난 아니다.
캔맥주 반 정도를 마시고 오르다보니 슬슬 몸이 풀린다.
지난번 도봉산행에서는 초반에 너무 빨리 체력을 소진해서 나중에 고생했었다.
해서, 이번에는 천천히.. 조금 더 여유롭게 오르기로 했다.
어차피 초행길이다.
원도봉계곡은 생각보다 물이 없다.
지난번 용어천계곡쪽은 물이 많았는데...
대신 중간에 물을 마실 수 있는 샘이 있어 좋았다.
어느새 5월이다.
그리고 어느새 산도 초록색 잎으로 물들어 있다.
그런 상태로 쭈욱 즐기면서 올라가다보니...
망월사에 도착을 했다.
산에 있는 암자야 뭐 그렇겠지.... 라고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생각보다 절의 규모가 큰 것에 대해 굉장히 놀랬다.
이리저리 경내를 돌아다니는 것도 시간이 쫌 걸린다.
경내에서 보니 수락산과 불암산이 왼쪽으로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도봉산의 봉우리들이 보인다.
산에는 절이 있어서 다행이지 싶다.
교회나 성당이 없다....
유럽쪽에는... 오히려 ... 산꼭대기나 깊은 산속에 교회, 성당이나 수도원들이 있지 않나?
역사인 것이다.
망월사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포대능선 끄트머리를 만나게 되고
오른쪽으로 오르면 포대능선 출발점을 만나게 된다.
당연히 오른쪽으로 꺽고... 지루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능선 초입에 도달해있다.
왠지 가슴이 두근세근...
길이 없는 곳은 우회하고... 길이 있는 곳은 앞서 가는 사람들 따라 능선바위를 타고...
중간에 한 능선에 아무도 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김밥을 먹었다.
경치가 좋아 앞쪽 멀리수락산과 불암산, 아래쪽으로는 아까 들린 망월사.
눈 앞을 가로 지르는 다락능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멀리 보이는 만수봉, 자운봉 등등...
태양은 찌뿌둥한 하늘에서 얼굴을 보였다 감췄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원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피부를 차갑게 한다.
자리를 뜨기 전에.... 바위에 붙여놓은 비석의 글을 다시한번 살펴본다.
그 친구가 누구인지는 모르나.... 잠시 숙연해지고... 뭉클해진다.
비석의 먼지를 손으로 한번 훔친 후... 발길을 옮긴다.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그렇게 몇십분을 하다보니.... 마지막 포대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그런데 길이 위험하고 힘들다고 돌아가라는 이정표가 있다.
음... 돌아가려다가... 에라.... 위험하면 다시 내려오자 생각하고 다시 포대쪽으로 올라갔다.
오르다 본... 희한하게 생긴 바위... 어떻게 저렇게 주름질수 있을까....
가파른 바윗길에 쇠줄이 달려 있어 오르는데 그리 어렵진 않았다.
드디어 포대능선에 올랐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엄청 좋다.
만수봉, 자운봉, 신선봉 등의 봉우리들의 기세가 확실히 잘 느껴진다.
포대능선 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경들...
그리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기념 셀푸샷!
잠시 고민을 한다. 선인봉쪽으로 내려갈까? 거긴 가 봤다.
주능선을 탈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음...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능선 타고 내려갈까???
좋아... 다락능선을 타고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왼쪽으로 내려갔다.
얼래/...
갈 수록 이정표가 다락능선이 아니라 도봉매표소다.
어쩔 수 없지...
갈림길에서 한 아저씨에게 물어본다.
여기는 어디고 저기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둘 다 도봉매표소로 가는데요...
여기로 가면 계단이고 저기로 가면 밧줄타고 내려가요... 험하구요...
같이 계신 아주머니는 계단으로 가라시고... 아저씨는 남자라면 밧줄쪽으로 가라신다.
암... 난 남자다.
계단은 싫다.
그런데 밧줄이 쇠밧줄이고 기울기가 70도가 넘을 줄은 몰랐다.
사람들이 올라오는데... 장난 아니구만...
우여곡절 끝에 밧줄을 타고 험한 곳은 내려와 중간에 쉬는 곳에서 틈틈히 산세를 다시 둘러본다.
이쪽에서 바라보는 도봉산도 참 멋있구나...
너무 한쪽만 바라보면.... 그 대상의 참맛, 아니... 참모습을 모르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참모습을 보려면 한쪽만 바라봐서는 안되는 거다.
포대능선
멀리 보이는 우이암 너머 북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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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다 보니... 이상한 골짜기로 내려오고...
이상한 곳으로 나온다.
그래도 길따라 내려왔으니 다행....
포대능선 넘을 때 위험한 길을 올랐다.
바보같으니.
첨 타는 바위를 혼자 오르다니....
다행히... 남의 도움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이번에는 술을 가지고 올라가진 않았다.
그래서 내려와서 한잔 하려는데.... 이런... 아무데도...TV있는 가게가 없네...
결국.. 쭈욱 아래까지 내려와... TV있는 가게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통을 천천히 먹고...
기분 좋게 산을 탔기 때문에 기분 좋게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카드를 찍고 도봉산역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에 들리려는 순간...
들려오는 전화 한통...
"나 OO 형인데...
너 주성이 알지?
92학번 박주성... 그래....
응...
교통사고로 어제 죽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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