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조금 올라가다 보니 자그마한 해수욕장이 하나 나온다.
여기가 백석 해수욕장이란 곳이다.
거참... 화장실 이름이 '근심을 푸는 곳'이다.
이 백석 해수욕장을 지나자 마자 드디어 영덕군에서 울진군으로 들어가게 된다.
벌써 울진까지 다 와간다는 말인가... 흠... 정말 다 와가는군...
그럼 느긋하게 백암온천 들러도 된다는 말이렸다...
7번국도를 따라가다보니 자전거 한대가 나를 앞질러 앞으로 쭈욱 쭈욱 나간다.
어라…. 반가운 척이라도 좀 해주지
그런데 저 양반은 간단한 색 하나에 손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모자를 쓰고
긴 바지에 긴 팔을 입고 달린다.
참 빨리도 달린다.
난 이미 무릎 때문에 발에 힘이 없는데
그냥 바라만 보다가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다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원래 후포를 들릴려고 했는데 저양반 볼려고 후포로 빠지지 않고
평해가는 중간에 겨우 만났다.
언덕을 올라가는 도중에 내려서 가길래 겨우 따라 잡아 뒤에서 인사를 했다.
약간은 나보다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인데….
실제로는 어릴 것 같다.
어디서 오냐고 물어봤더니 포항서 올라오는 길이란다.
그냥 7번 국도만 쭈욱 따라서대단하다.
4일 전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어제 포항 근처 학교에서 몰래 자고
오늘 포항에서 그냥 길 따라 주욱 올라간다는 것이다.
참 대단한 양반이다.
어디까지 갈거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르겠단다.
그냥 간단다.
대충 시간봐서 오늘은 울진까지 가려고 한단다.
내리막길이 나오자 그사람 바쁘다는 듯 주욱주욱 내려간다.
혼자 뭐가 그리 바쁘다고 자전거타고 계속 가기만 할까
나처럼 좀 구경도 하고 이리 쉬고 저리 쉬고 좀 할 것이지
그래도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즐거웠다.
어느새 내려오다 보니 평해 입구 삼거리다.
왼쪽으로 백암온천 가는 길이 보인다.
11km 대충 예상으로 1시간 정도 가면 되리라 생각했다.
지금이 4 정도 되었으니 백암온천에서 찜질방이나 같은데서 잘까나 생각했다.
무릎 때문에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자전거 핸들을 온천쪽으로 돌렸다.
이때는 몰랐다.
내가 지옥과 천국을 왔다 갔다 할 줄은
백암온천 들어가는 길은 11km나 된다.
온정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들어가는 입구에 자줏빛 꽃나무들이 몇km 계속 이어져 있다.


무슨 꽃일까
들어가다 보니 드디어 산길이 나오기 시작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산길은 점점 높아진다.
산길에도 계곡이 있고 계곡따라 몇 군데 사람들이 놀고 있다.
무릎이 점점 더 아파온다.
길 옆의 깍은 산자락의 바위나 돌도 붉은 자줏빛이다.
이 동네는 자줏빛과 연관이 있는 것일까.


오르막길의 끝자락 너머 아늑히 먼 산정상에 구름들이 걸려있다.
이 산길은 영양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5 넘어가는데 저 구름을 봐서는 66 넘으면 금새 어두워질 것 같다.
산속에서는 해가 일찍 진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오르막길은 끝이 보이지 않고
꾸역꾸역 올라오는데 지쳐서 30분이 걸렸다.




진고개 휴게소라는 매점이 고개를 넘자마자 있다.
한 참 걸린 오르막길과는 달리 내리막길은 짧고 가파르다.
그리고 여러 산들 사이에 둘러싸인 온정이란 곳이 보이며
저 멀리 산 중턱에 백암온천과 많은 호텔들이 있다.
저곳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자고싶은 생각은 없어져간다.
날이 어두워지려고 하고 있다.




결국 얼음물 하나를 사서 다시 나오려고 마음먹었다.
지금은 6시 5.
조금 전에 넘은 진고개까지 올라가는데 30분까지 올라가서
다시 평해까지 30분동안 달려야 한다.
이 산골짜기를 7 전에 도망쳐야지 어둠속에 갇히지 않는다.
그래야 다시 바다까지 환할 때 갈 수 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내려올 때에는 가파르게 내려왔으니 올라갈때는 절대 타지 못하고 끌고 올라가야 했다.
시원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꼭대기 까지 올라가니 이제는 머언 내리막길
다소 모험을 걸 필요가 있다.
최대한 차가 안지나갈 때 속도를 내어 내려가야 한다.
출발그리고 15분만에 산골짜기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평해까지 와서야 마음이 놓인다.
7 되었음에도 아직 환하다.
산속이었으면 어두워져서 아주 위험했을 거다.
열심히 내려오면서 페달을 밟았음에도 내려오는 동안은 무릎이 아프지 않았는데
다 내려오고 나서야 다시 고통이 느껴진다.
긴장이 풀려서인가보다.
확실히 패키지가 아닌 이런 여행은 쉽게 되는 법이 없다....
p.s
백암온천이 있는 온정이란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베낭을 메고 있으니
가게 주인이 여기서 하는 무슨 산악자전거대회에 나가느냐고 물어본다.
음.... 삐질삐질.... 거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런데 나가는 사람들 몇백만원짜리 가지고 열나게 운동해서 가는데...
나는 이 13만원짜리 접이식으로 어떻게 산악자전거대회를 나가???
그러나 별 대꾸 없이 웃음으로 화답...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