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왠지 가고 싶었다.
예전에 정선 환선굴 갔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가….
어차피 점심도 먹어야겠고….
불영계곡에서 먹을 곳이 있지도 않을 터.
성류굴 구경하고 나와서 입구에서 밥 먹고 출발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성류굴 앞에 사람들이 무지 많았다.
표를 끊을까 말까 하다가 잠시 쉬면서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담배한대 피우고 나니 입구에 줄이 많이 줄어들었다.


좋아.. 지금 들어가면 되겠지….
그러나 그것이 나의 실수였다.
성류굴은 정선 환선굴과는 틀리게 굉장히 작다.
통로도 들어가는 줄 한 줄, 나오는 줄 한 줄이다.
굴 구경은 잘 했지만 많은 사람들 때문에 30분이면 보고 나올 것을 1시간 반이나 있게 되었다.
줄줄이 서서 졸졸 따라가다가 낮은 데서는 앉은 오리걸음으로
서로 지나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몇 번 반복하여 안쪽까지 들어갔다 나왔는데….
별 느낌이 없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가….
내 뒤를 바로 따라오던 한 가족이 있었다.
그 중에 아저씨는 굴을 따라 들어오면서
왜 종유석과 석순이 생기는지를 스스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런 모양은 용암이 녹아서 흘러내리면서 생기는 것인지 뭔지라고….
조용하게 가고 싶었으나 바로 부인과 자식들에게 그렇게 얘기 해버리면 나중에 어쩌라고???
그래서 들어가면서 왜 종유석과 석순이 생기는지를 설명해줘야 했다.
동굴 속에 물이 생기는 이유도, 동굴 속에 연못이 생기는 이유도.
이 성류굴에 깊이 30미터나 되는 연못이 어디랑 어떻게 통하는지도….
이런 곳에 생물이 살까 말까 하는 질문에도 분명 생물이 산다고….
그러다가 도중에 그 가족이랑 찢어졌는데….
무사히 구경하고 올라갔겠지???


성류굴을 나오니 바깥에는 소나기가 무척 퍼붓고 있다.
소나기가 분명했으므로 잠시 밥을 먹으면 충분히 소나기가 지나갈 것이다.
성류굴 입구에 있는 많은 음식점 중 하나를 골라 들어가 비빔밥을 시켰다.
여기 비빔밥은 첫날 먹었던 불국사 입구의 음식점보다 맛과 서비스가 못하다.
어째 그쪽보다 이쪽이 사람들이 더 많다.
점심을 다 먹고 나왔다.
비는 어느 정도는 그쳤지만 아직은 빗방울이 약간씩 떨어진다.
성류굴에서 다시 울진 쪽으로 빠져 나와 다리를 건너서 좌측으로 꺾었다.
불영계곡 들어가는 길이다.
무슨 민물고기 박물관이란 곳도 있지만….
….
다리를 건너 도로를 따라 불영계곡으로 가려다가 갑자기 차들이 서행을 한다.
보니까 도로 중앙선에 오리 두 마리가 있다.
오른 쪽에 오리농장이 있는데 거기서 두 마리가 뛰쳐나왔나 보다.
차들은 그저 조심조심 빵빵거리면서 지나가는데….
어쩔 수 없지….
자전거에서 내려 가방을 풀고 차들이 오지 않게 한 다음
일단 두 마리를 길 가 농가 우리쪽으로 몰아갔다.
그런데 녀석들을 잡기 힘들다.
하수구에 들어가 나오지를 않는다.
조금 있다가 한 마리가 나오긴 했는데 결국 우리 뒤편 산으로 도망친다.
거기면 다행이지….
나머지 한 마리는 나오지 않네….
결국 그 집 주인에게 소리를 질러 얘기를 했다.
그런데 주인아저씨는 그냥 그러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신다….
….
3가 넘어서 불영계곡 제1야영장에 도착했다.
그렇다고 내가 여기에 머무르려고 한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 불영계곡을 넘어 저녁 7까지 4시간 동안 현동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울진에서 영주까지 100km가 넘는다.
직선도로나 7번 국도처럼이라면….
100km면 국도만 달려서 5시간이면 된다….
그런데이런 산악도로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에효….
일단 조금 더 올라가서 생각해보자….
계곡도 오래간만에 구경해볼 겸….








저 산꼭대기에는 아직도 구름이 깔려있다.
그러나 계곡물은 아직 맑다.
그런데 사이렌이 울리면서 차 한대가 지나간다.
그리고 뭐라고 방송을 해댄다.
뻔하다. 상류에 비가 오고 있으니 빨리 철수하라는 뜻.
불영계곡휴게소에 들릴 때까지 사람들이 주섬주섬 텐트를 걷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비가 오면 계곡에서는 꼭, 절대 철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소나기라도 마찬가지.
불영계곡 휴게소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내려갈 때쯤 이미 계곡물은 엄청 불어 있었고
흙탕물이 거세게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계곡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이미 텐트를 걷고 도로변에 세워놓은 차로 돌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