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잠시 들리다.

色+樂+狂2008. 6. 21. 10:15
금요일 저녁 모임이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석달에 한번 만나는 모임인데... 술 한잔씩 걸치고 2시쯤인가 다 헤어졌지요.
모임이 끝나고 난 후 저는 걸어서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충무로에서 을지로로, 을지로에서 시청으로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시청에서는 시민들이 '식코'란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시청오는데... 이런 모습이 되어 있었군요.
어느 한 방송소리가 들립니다.
[광화문에서 고등학생들이 연행되었답니다~ 경찰서에 같이 가실 분을 모집합니다.]

그 소리를 듣고 저도 광화문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청계천 입구에 세워져있는 조형물의 그림자가 무섭군요.
그 아래에 예비군복을 입으신 분들이 한바탕 거사를 치루시고 쉬고 계십니다.
광화문 사거리는 광화문쪽으로는 통제되어 있었고 나머지 차도들은 차들이 다니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전경버스로 산성을 만들었나보네요. (나중에 얘기 들으니 구리스를 발랐다고 하던데.... 확인 못했음)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12시인가 1시쯤에 이쪽에서 전의경들의 강제해산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4일인가 5일째 밤샘을 하고 계시는 한 아주머니가 그 장면을 목격하고 시청으로 가서 사람들을 불렀다고 하시네요.
(잠은 근처 따님집에서 낮에 잠깐 주무시고... 수원의 농사 일은 그만 두셨다고 하네요...)

많은 시민들은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집회하다가 강제해산에 밀려갔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시청으로 '식코'영화 보러 간 사람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로 나뉜 모양입니다.
트럭 한대가 오더니 이것저것 준비합니다. 다음 아고라에서 자원봉사로 유명세를 타신 '다인아빠'님이시군요.
3시부터 아침 6시까지 계속 라면을 끓여서 시민들에게 대접해드리네요. 이번에는 자원봉사분들도 7~8분이나 같이 하셨어요.
시민들은 고등학생들이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구경하시고
쉬는 시간에는 여러 시민분들이 나오셔서 각자 한마디씩 발언을 해주시던데요.
(뭐 술에 취해 꼬장?을 부리는 어르신 한분과, 라면 안준다고 꼬장을 부리는 어르신 한분도 계시더군요.. ㅎㅎ)


어느새 날이 밝았습니다. 4/19, 6/10 항쟁 등을 참여하신 전적이 있으신 아주머니 한분은 5월에 한번 나오셨다가
강제해산과정에서 상처를 입으시고 수원의 농사일을 접고 나오셨답니다. 그리고 강력하게 주변의 다른 아주머니께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드리네요.
어떤 아저씨는 한달째 나오고 계신답니다. 강아지 애견분양사무실은 사모님께 맡겨놓으셨다나요.
한분은 현대건설에 MB와 같이 일했던 일화를 말씀해주시고.. ㅎㅎ
그렇게 예닐곱분의 시민들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 와중에 라면 한그릇씩 얻어먹기도 했구요 나중에는
수박까지 주시더군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자원봉사자분들도 주린 배를 채우시고 아픈 다리를 잠시 편하게 하십니다.
원래 5시 반이나 6시부터 방송하면서 또 강제해산 시키는 과정이 있었다는데 이날은 사람이 없었는지
토요일이라 차가 없었는지 그런 해산과정은 없었습니다.


그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서울역으로 가서 첫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 글을 씁니다.
이제 저도 좀 자야겠습니다. 이따가 회사 나가려면...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