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2/6, 소백산

色+樂+狂2008. 2. 11. 20:01
삼마의 집은 영주다. 경상북도 영주. (몇몇 사람들은 내 집이 인천인줄 알고 있다.)
20살 서울에서 살면서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일년에 두번만 집에 내려갔었다. 설, 추석.
그러다가 인천에 살면서 차가 생기고 난 후부터는 간혹 간다.
이곳 천안에 살면서 어찌보면 인천보다 가까워진듯 하지만 여전히 220km 이상의 거리를 달려야 영주에 도착할 수 있다.
아! 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집이 영주이고 영주와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은 소백산이란 이야길 하려는것이다.
2003년인가 2004년에 문득 소백산에 오랜만에 오른 다음부터 갑자기 소백산이 무척 좋아지고 사랑스러워졌었다. 그 덕에 2005년에만 4번, 2006년에는 5번, 2007년에는 2번을 갔었다.
보통 명절때는 한번씩 소백산에 오르는데 2007년 가을에는 지리산을 타느라 소백산을 오르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가장 최근에 다녀온 코스가 작년 12월의 단양 천동에서 비로봉 코스이다.
그날 이후 속리산자락 구병산과 속리산 문장대를 연달아 올랐었고 바쁜 1월 한가운데 정신이 없다보니 어느덧 1개월을 산을 타질 못했다.
그러나 항상 다가오는 명절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소백산을 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큰집이 대전이다보니 특별한 일이 아니면 영주에서 가족이 모였다가 명절 전날 대전으로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명절 앞의 휴일이 많은 경우에는 시간이 널널하지만 이번처럼 6일부터 명절이 시작되는 경우에는 단 하루만 쉬고 대전을 가야 하기 때문에 빡세다.
2월 5일 저녁에 일이 끝나자 마자 옷을 차려입고 짐을 챙기고 베낭과 스틱 등을 챙기고 천안을 떠난다.천안에서 영주로 가는 가장 빠르고 단순한 길은 천안에서 23번 지방도를 타고 안성으로 간 다음 안성에서 38번 국도로 갈아타는 것이다. 이 38번 국도는 안성 - 장호원 - 감곡 - 충주 - 제천을 지나 영월 - 태백을 거쳐 삼척까지 이어진다. 다만 내가 가본 길은 안성에서 영월까지이며 2005년인가 2006년에 왕복 4차선으로 고속화도로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이후는 모른다. 그렇기에 38번 국도를 타고 계속 가다가 제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만나 쭈욱 풍기/북영주IC까지 오면 된다.
명절은 명절인가보다. 제천IC를 통해 중앙고속도로를 올라선 순간 언제 이렇게 이 도로에 차가 많은 적이 있던가. 제천에서 단양을 지날 때 까지 시속 80km를 넘기기 힘들다. 게다가 항상 한가하던 단양 휴게소가 사람들이 북적북적 댈 정도라니... 후훗.... 그래도 즐거운 기분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IC를 빠져나와 안정비행장을 거쳐 영주 시내로 들어선다. 이사한지 1개월이나 지난 새로운 집을 찾아가보니 오래 전 살던 집 근처다. 누님을 도중에 만나 누님과 함께 집으로 들어서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맞아주시고... 그리고 새벽 3시 반에는 동생내외가 집에 들어선다.
이런.... 새벽 3시 반이라니. 잠을 12시 반에 들었고 3시 반에 잠을 깨고 4시 반에 다시 잠이 들어 결국 5시에 산에 오르려던 계획은 취소가 된다.
원래 계획은 일찍 산에 올라 일출을 보고자 했던 것인데 운전 피로에 잠도 못잤더니 결국 집에서 나온 시간은 5시 30분 경. 어느 코스로 갈까 망설이다가 문득 죽령코스를 오르고자 했다. 몸도 피곤하거니와 오늘은 일찍 집에 들어가 오후에 아버지와 함께 대전으로 내려가야 하니까 산을 오래 타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예전에 올랐던 죽령재로 향한다.



아직 어두컴컴한 죽령재에 올라 차 밖으로 나오니 거센 찬바람이 휘몰아친다. 으덜덜덜... 기온이장난 아니다. 바람이라도 덜 불면 다행일테지만 이날따라 바람도 심상찮게 분다.
새벽 6시에 그렇게 산행을 시작한다. 죽령매표소를 지나자 마자 눈길이 바로 나타나고 가파른 길을 헉헉대며 오르다가 첫번째 쉼터에서 아이젠을 착용한다. 그리고 헤드랜턴의 불빛에 헉헉 대면서 숨을 고르며 꾸준히 오르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오르다보니 바람과 함께 급격하게 떨어진 새벽 기온에 따라 손가락과 귀와 얼굴이 꽁꽁 얼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카메라도 꺼낼 생각을 못하고 그냥 무작정 오르기만 한다. 쌓인 눈이 얼어붙어있고 그 길 위를 걷는 등산화와 체인이 눈 또는 얼음을 지치는 소리와 함께 입에서 헉헉 대는 소리가 같이 들린다.
그렇게 산을 오르길 한시간 반 정도 되었을까? 어느새 밝아온 동녁 하늘에 동이 텄다. 아니 해가 떴다.
그래... 어느새 동이 텄더냐... 하늘은 맑다가도 단양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눈과 안개가 하늘을 쉽사리 뒤덮더니 동녁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지 못하고 어느새 떠버린 태양만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보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오오오~~~ 저기가 도솔봉 코스이던가? 도솔봉이던가? 운해 위로 도솔봉이 사뿐사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지금 있는 위치에서 저 도솔봉의 모습을 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결국은 아쉬운 마음만을 가지고 도솔봉을 바라보며 내려올 때도 저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어느새 제2 연화봉에 다 와간다.


저 길로 20여분만 올라가면 연화봉이다. 하늘이 맑다. 그러나 도중에 세찬 바람으로 인해 흩날리는 눈발로 바로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하기도 한다. 그 차가움, 그 매서움에 볼과 이마 뿐만 아니라 가슴까지도 서늘하게 베이는 것 같다.






제2연화봉 중계소 아래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새벽에 집에서 싼 밥과 김치와 전날 사놓은 컵라면. 8시에 아침식사를 눈발을 맞으며 홀로 한다.


그리고 20여분을 지나 연화봉으로 향한다. 어느새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하늘은 개어있다. 하지만 이 바람때문에 흩날리는 눈보라로 파란 하늘을 볼 수 없다.
게다가 모르고 있었는데 등산복 왼쪽 옆구리가 와장창 뜯겨져 있다. 어쩐지 무척 춥더라니...








결국은 연화봉 천문대로 오르는 길을 뒤로 하고 다시 하산하기로 한다. 다만 상고대만 잠시 구경하고 아무도 없는 길을 되돌아갈 뿐이다.


다시 돌아가는 길도 역시나 춥다. 산을 타면서 이렇게 추워보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하지만 오늘은 혼자라서 더욱 추운 것 같기도 하다.
흩날리는 눈발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고.... 갑자기 환해지는 사이로 제2연화봉 중계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눈길을 뒤로 하고 내려오니 이제서야 사람들이 슬슬 올라온다. 한 서너커플을 만났나?
그리고 역시나 내려오는 길에 멋진 도솔봉의 운해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번 산행에서의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며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지른 순간이며 오늘 연화봉에서 산자락의 능선을 바라보진 못했지만 그것을 충분히 만회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터벅터벅 길을 내려와 죽령휴게소에 도착하니 어느새 10시다. 약 4시간 정도 산을 탄게지...
예전에는 풍기에서 단양까지 왔다갔다 하는 버스가 많이 있었지만 죽령터널과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그 버스는 없어졌다. 다만 죽령에서 단양, 단양에서 죽령으로 하루에 네번 정도 왔다 갔다 하는 버스만이 남아있다. (2007년 10월자) 이 버스 시간표를 알면... 죽령으로 올랐다가 비로봉까지 가서 천동으로 내려간 뒤 단양으로 나와 버스타고 죽령으로 다시 올 수도 있고.... 단양에서 천동으로 올라 비로봉을 찍고 능선을 타고 죽령으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단양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꽤 괜찮다.
이런 대중교통이 부족하여 소백산은 혼자서 원점회귀할 수 있는 산이 아니다. 참 어렵다.



2008년 1월 1일 문장대 이후 1개월만에 소백산을 올랐다. 비록 연화봉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눈 앞에 드러난 도솔봉이 모습이 참으로 날 유혹한다. 죽령재에서 그쪽 코스를 보니 만만하진 않고... 묘적봉이나 도솔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혼자 가기에는 오르는 길로 올랐다가 그냥 내려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소백산의 몇몇 코스들이 아직 날 유혹하고 있다. 내가 특별히 백두대간을 원하거나 꼭 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솔봉을 오르고 싶고.... 순흥골 달밭재에서 국망봉~비로봉 능선을 타보고도 싶고... 고치령에서 국망봉 능선을 타보고도 싶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저런 코스는 혼자 타기에는 정말 힘들다...
누구를 꼬셔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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