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9/25, 지리산 2일

色+樂+狂2007. 10. 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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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잘 수가 있던가?
예전의 히말라야 트래킹에서와 마찬가지로... 산에서의 잠자리는 그리 꿈나라처럼 편하지는 않다.
새벽 4시가 되니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고 바깥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안개가 사라지고 달도 사라져서 캄캄한 검은 도화지에 반짝이는 별들만이 수놓아있다. 오랜만에 보는 밤하늘의 은하수들...
쭈욱 둘러보다 어지러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이 순간을 놓칠 순 없다. 다시한번 히말라야에서의 밤을 생각해본다.
산장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시간은 6시던가?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켜 나오니 이미 온 세상은 밝아져있는 상태다. 그리고 말 그대로 동남쪽으로 보이는 풍경이 나를 사로잡는다.
그 수많은 사진에서나 보던 '운해'를 눈앞에서 보다니...
(물론 산을 타면서 운해를 보지 않은건 아니다만... 이렇게 찌인한... 운해는 처음이다.)





여러 사진을 찍고 일출을 기다릴까 말까 하다가 그냥 다시 숙소로 들어간다. 일출이 이 지리산행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므로...
다시 잠을 청하고... 다시 일어나 전날 만난 일행을 깨운다. 그는 67번 자리에서 자고 나는 66번 자리에서 잤으니 깨우는 것은 쉽다. 7시에 일어나 짐을 챙기고 바깥으로 나와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그러는 사이에 일행들이 하나둘씩 잠을 깨고 바깥으로 나온다.
식사 후 벽소령 대피소에서 드디어 산행준비를 한다. 배낭을 챙기고 어깨에 메니 금새 얼굴이 굳어지다니... 무겁긴 무겁나보다.




드디어 벽소령에서 9시에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코스는 벽소령 대피소에서 장터목 대피소까지다.
갑자기 구름한점 없는 가을 하늘이 눈 앞에 펼쳐진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만난 풍경이다. 이 모습 자체가 아주 웅장함을 가져다준다. 오히려 새벽에 이곳에서 운해나 일출을 만났더라면 더 좋을 뻔 했다. 산 반대쪽에서는 이미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벽소령대피소에서 구벽소령으로 오르는 길은 왼쪽은 산, 오른쪽은 벼랑이어서 그 느낌이 반갑게 다가온다. (http://i.blog.empas.com/samma0/26917670_570x381.jpg)
우리나라에서의 트래킹도 가능한거로구나... 해발 1700미터가 넘는 곳에서 트래킹을 하는 느낌이 히말라야에서의 트래킹의 느낌과 오버랩된다.





울창한 산속을 계속 오르다 갑자기 내리막길이 나온다. 그리고 만난 광활한 산하에 반가운 '샘'이 반겨준다. 이름하여 '선비샘'이라고 하는데 물맛이 좋긴 좋구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물한모금 마시고 잠시 휴식을 즐긴다.

잠을 잘 못자서인지 찬바람을 맞아서인지 자꾸 산행 도중에 제채기가 튀어나온다. 그리고 계속 흐르는 콧물... 코를 훌쩍거리면서 산행을 하니 피곤함이 장난이 아니다. 이럴때는 가볍게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휴지로 코 한쪽을 막는다. (물론 콧물이 잘 나오는 쪽이다.) 그러면 제채기도 금방 줄어들거나 없어지고 다른쪽으로도 코가 잘 나오지 않는다.
샘터에서 쉬고 있던 여성분 두분께서 내가 계속 제채기를 해대니 불쌍하게 보이는지 감기약을 두알 주신다. 먹지 않을수도 있지만 혹시 모를 감기기운에 대비하여 두알 중 하나를 집어삼켰다.
여성분께 감사를 드리고...


휴식을 끝내고 다시금 산행을 시작한다. 한시간을 걸었을까?
아마도 덕평봉이지 싶은데...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좋아 다시금 휴식을 취하고....
이곳에서 아직 배낭에 들어있는 사과 4개를 꺼내 몽땅 먹어버렸다.
훨씬 가벼워진 배낭이 발걸음도 가벼웁게 만들어준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쪽에 천황봉이 있나 했으나... 없구나..




덕평봉을 지나 세석대피소로 가는 길에 만난 계단길...
330개의 계단이라고 하는데... 세어보니 전혀 아니다.
그리 힘들지도 않고...
첫날 연하천으로 가는 길에 만난 계단길이 더 끔찍하긴 했다.
다행히 그날은 내리막이었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한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면서 식사준비를 한다.
이곳 세석 대피소는 세석평전이 있는 곳으로 주변에 자연이 잘 보호되어 있는 곳이다.
또한 세석 산장은 이곳 사람들 말로는 그야말로 지리산 산장중에서 '호텔급'이라고까지 불리운다.
뭐, 안에 들어가보진 못했지만.... 보통 1박 2일로 산행을 하는 이들이 1박을 세석에서 한다고 하니....
이내형님도 여기서 주무셨겠지???


세석평전에서 바라본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은 꾸준한 길이다. 한번도 쉬지않고 올라가보니 뒷쪽으로 세석대피소가 보이고.... 잠시 후 금새 봉우리 근처는 박무로 뒤덮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으로 장터목이나 천황봉이 보인다고 하는데... 날이 흐리니 어쩔 수 없구나...
저 바위 뒷쪽 왼편으로 보인다는데... 아깝다.


촛대봉(세석)에서 다시 출발하여 장터목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또다른 세상이다.


저 길로 올라가면 연화봉을 만난다. 연화봉만 지나가면 바로 장터목이 나온다.
이 길도 참 아름답다.




어느새 해는 많이 기운 상태고 구름이 없는 하늘은 파란 모습을 더욱 푸르게 보여준다.



구름 뒤로 숨은 태양을 뒤로 하고 조금 더 가니 어느새 장터목 대피소가 나온다.
이 장터목 대피소는 원래 여기저기서 올라온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 파는 장터였다고 한다.
백무동이나 증산리나...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와서 물건을 팔았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장터목 대피소 앞의 널따란 마당에서 둘째날의 저녁식사를 한다.
첫날은 산장에서 잤으니 둘째날은 비박을 해야 한다. 비박경험을 해보는거다.
같이 산행을 해온 다른 커플은 침낭커버와 우비로 비박을 셋팅하고
나는 지난번 준비한 비박용 탑(천막)으로 설치하고 안에다 매트를 깔고 침낭을 펼친다.
원래 이곳에서는 텐트를 칠 수가 없다. 그래서 산장직원인지 관리소직원인지 텐트를 치우라고 방송하고 이곳까지 와서 텐트를 칠 수 없다고 얘기하다가.... 텐트가 아님을 확인하고 그냥 발걸음을 돌린다.
이번 추석연휴기간이라 그런지 지난번 벽소령도 그렇고 이곳 장터목 산장에서도 자리가 많이 남나보다. 계속 산장에 자리가 남아 산장에서 잘 사람은 신청하라는 방송을 한다.
그러나 .. 이번에는 비박이다. 아싸!!





일행 중 여성분 한명과 남성분 한명은 산장으로 들어가고 한 커플은 바로 내 옆에 비박을 한다.
다른 코스로 산을 오른 한 무리의 일행과 만나 이야기를 한다. 젊은 사람들인데 각각 혼자서 산을 타다가 만났다고 한다. 지리산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나보다.
부산에서 온 여자분 한분은 히말라야를 가보는게 소원이라는데.... 이미 다녀온 내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준다.
거의 12시까지 없는 술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지고 다음날 아침에 보기로 하고 숙소로 향한다.
12시가 다 된 하늘은 저녁부터 불어오는 안개로 뒤덮여있고 보름달만이 간혹 옅은 안개 사이로 빛을 발한다. 아무래도 새벽에 다시한번 확인해봐야겠지만... 내일 아침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기에는 힘들 것 같다.
해뜨는 시각이 06시 10분에서 30분 사이라고 했으니 오르는데 1시간 가량을 잡으면 넉넉히 4시 반에는 준비를 마치고 40분에는 산을 오르기 시작해야 한다. 새벽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을 기다리겠지.. 오른쪽 무릎아... 조금만 더 참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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