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0, 관악산
色+樂+狂2007. 11. 14. 19:04
(트랙백 : 12/2, 관악산 )
1년, 정확히는 약 11개월 전에 관악산을 간 적이 있다. (트랙백 참조) 원래 육봉능선을 타기 위해서였는데... 겨울에는 육봉능선길을 막아놔서 다른 쪽으로 길을 헤치고 오른 적이 있다. 파찌아빠님, 이내님, 이내님 친구분들과 없는 길을 헤치면서 올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난 9월의 지리산을 마지막으로 산을 오르지 못했다. 뭐 그 사이에 설악산의 주전골 일부와 백담계곡 일부, 그리고 울산바위코스를 다녀오긴 했지만 산을 타고 싶어서 탄 것이 아니라 회사 일때문에 탔었기에 산을 오르지 못한 것으로 쳤다. 아니... 쳐야 한다. 그리고 바쁜 일이 계속되어 주말에는 계속 일일일... 도저히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이번에는 꼭 산을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그렇지 않아도 단풍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어느 모임에서 일요일 서울성곽을 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번 파찌아빠님도 올라오셨던 코스라 맘이 동했다. 거길 갈까? 그러다가 가족모임(실제로는 친척또래들 모임)이 토요일 저녁에 약속되었다. 아하~ !!!! 그럼 토요일 서울 가서 산을 타고 저녁에 가족모임을 치루고 일요일 다시 서울성곽을 타고 저녁에 내려오면 되겠구나!!!!! 조았어~!!! 이번 주말은 회사일은 생각하지 않는거얏~!!! 그럼 주말에 무슨 산을 탈까? 대여섯시간 이상 산을 탄 적이 오래되었으니까.... 육봉능선을 타고 깃대봉으로 올라 관악산 주능선을 타고 연주대로 간 다음 사당으로 내려오면 6시간 정도 걸리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래... 이제 주말에 서울 올라가는 일만 남았는데... 전철은 너무 머니까.... 어떻게 할까.... 차를 끌고 가자! 서울 시내로 안들어가니까 막힐 일은 없을 것이고... 과천 정부종합청사역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산을 올라 사당으로 내려간다음 전철로 종로가서 만나고 잠은 아현동 마님 누님 집에서 자고 아침에 다시 혜화역까지 가서 산을 타고 내려온다음 전철로 다시 과천으로 향해 차를 끌고 천안으로 올라가는거다! 오케이! 계획 다 짜놨다!!!!
회사와 다른 여타 일 때문에 금요일 저녁 2개의 술자리가 겹치기 전까지는 행복했다. 약속이 잡히자 마자 다음날이 걱정되었다. 게다가 약속 하나는 8시에, 다른 약속 하나는 10시에 잡혀버린 것이다. 어쩌나... 10시 약속은 몇개월만의 팀 회식이니 빠질수도 없고... 그래서 4시간 가까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버티다가 마시다가 새벽 1시가 넘어서 겨우 집에 들어올 수 있었고... 그나마 8시에 일어나서 급하게 짐을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허겁지겁 준비물을 챙겨 차를 끌고 과천으로 향했다. 주말 10시가 넘으니 경부고속도로도 금새 차량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그래도 다행히 11시 전에는 과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말이 가까이 오면서 짙은 안개와 연무, 그리고 구름때문에 걱정했는데 정작 여기 와보니 그나마 맑은 하늘이 나를 반긴다. 더 일찍 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리고 날도 그리 춥진 않다. 바람도 안불고.. 게다가 정부종합청사 기술표준원 옆을 지나가는 길은 노오란 은행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차차!! 문제가 발생했다. 육봉능선 들어가는 입구에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면서 서있길래 누구를 기다리나 하면서 다가갔더니 그 입구를 막아놓은 것이다. 12월부터 아니었나? 아니었단다. 11월부터 2월까지 길을 막는단다. 아.... 아까워라... 오랜만에 육봉능선 타보나 했더니... 작년에 못타서 올해는 타보려고 11월 초에 왔는데도 못타다니... 에궁..... 그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두리번 거리면서 어떻하나 고민하고 있을 즈음 내 기억 속으로는 문득 작년 파찌아빠님과 이내형님과의 산행이 떠올랐다. 그래!!! 저 뒷쪽으로 가면 돌아가서 다른 능선타고 육봉능선과 만나는 길이 있었지!!!! 그래서 그 길로 조금 더 올라가다 왼쪽의 작은 언덕길로 향했다.
그 길을 따라가면서 육봉능선쪽을 바라본다. 이미 땅 아래까지 내려온 단풍 위로 슬슬 관악산의 모습이 드러난다. 저 멋진 육봉능선의 모습을 아쉽게 쳐다보면서... 이날도 그냥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군인아파트를 지나 쭈욱 길을 따라가다보면 작은 공원이 하나 나오고 그 끄트머리는 철문 비스무리한 것으로 막혀있다. 그 앞에서 오른쪽을 보면 울타리가 있는데 울타리 중간부분이 뚫려있다. 그 뒤로 작은 밭이 있고 그 사이에 길이 있다. 눈이 내리면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길이지 싶다.
그 길을 따라 걷기시작했다. 다른 한 일행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고... 그러다가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작년에는 이쪽이 아니라 좀 더 윗쪽에서 없는 길을 만들어 갔었는데... 오늘은 초입부터 자그마한 산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오르다보니 작년에 만난것 같은 길이 나온다. 오호~~ 신난다~!! 기억난다 기억나! 그래~ 가는거야~~~ 그리고 헐레벌떡 오르다보니 가파른 길이 끝나고 전형적인 관악산의 산행길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바위 하나를 만나 오른 다음에 뒤를 돌아봤다. 역시나 멋있는 단풍끝물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날이 점점 흐려지고 있어서일까? 그리고 연무도 점점 짙어지고 있었고....
기술표준원쪽 길이 보이고... 다음에는 다시한번 육봉을 도전해보리라 다짐해본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려 돌아보면 저 멀리 육봉능선의 모습이 보인다. 중간에 있는 저 바윗길로 오르다보면 육봉의 세번째인가 네번째 봉우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려온다. 서울의 산은 이런 맛으로 오르는거다.
길을 다시 오르다 보면 고구마 꼭지같은 바위도 만나고 일본 만화에 나오는 동상과 같은 얼굴을 한 바위도 만난다. 이쪽 길도 조금만 더 여유있게 가다보면 재밌는 바위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가끔은 약간 빡센 산행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고생고생하면서 바위를 기어 오르거나 고생고생하면서 두세시간 가파른 길을 오르거나 고생고생하면서 너덜길을 걷거나.... 오늘은 일부러 바위를 타면서 그런 힘든 기분을 느끼고 싶어 관악산을 선택했고 육봉능선을 선택했지만 다소 아쉽다. 그래도 아래와 같은 모습이 나오면 일단은 속으로 환희에 찬 비명을 지른다. 물론 남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게...
그러면서 어느새 운무는 점점 더 짙어져 안양쪽의 건물조차 잘 보이지 않게 되었고... 중간능선까지 오자 바람도 점점 차가워지면서 점점 강해진다. 아무래도 오늘 낮에 추울것 같다고 한 것이 이것이었나보다.
오르다 중간에 만난 두 개의 봉분... 나란히 넓은 대지와 산하를 굽어보고 있다.
자~~ 조금 더 올라보자~ 이런 코스~~~ 참, 팔봉능선을 두번 타보고 말았는데 다음번에는 팔봉을 다시 한번 가봐야겠다. 그런데 그쪽으로 가려면 서울대쪽에서 가야하니깐... 그쪽으로 가기가 참 힘들단 말야.... ㅡㅡ;;
마치 낙타바위처럼 봉우리가 울쑥불쑥 솟아있다. 이쪽 능선을 다 올라와 육봉능선과 만나서 바라본 깃대봉쪽의 모습이다.
위의 봉우리 중에서 첫번째 봉우리가 아래의 사진인데... 이게 오른쪽에서 오를땐 쉽지만 왼쪽으로 내려오기가 참 애매한 곳이다. 예전에 딱 한번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누군가 아래쪽에서 발 위치를 알려줘서 겨우 내려올 수 있었다. 그때 기억때문인지 이번에는 그냥 우회길로 간 다음 반대편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어디어디를 밟고 잡아야 내려올 수 있는지 머릿속에 새겨넣는다. 잘못하면 왼쪽이 낭떠러지란 말야~
그리고 드디어 깃대봉에 올라 아까보다 한결 차가워진 거센 바람을 맞는다. 물론 헉헉대고 올라왔으니 가볍게 목을 축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시원한 막걸리를 한사발 콸콸 들이켜도 본다. 역시 산에서 먹는 막걸리는 최~고~
자~ 귤 두개와 쵸코파이와 물로 대충 배를 채웠겠다~ 이제 다시 출발하자고~ 정말 1년만에 관악산 능선을 제대로 타보는거 아냐~
오랜만에 만난 바위들이라 반갑구나~
게다가 이쪽 방향에서 보니 새롭게 보이기까지 하네~
아~ 헷갈려... 저기가 팔봉이 맞나? 아닌것 같은데.. 저 뒤로 도시가 보일리가 없자나~
헬기장도 지나고.... (연주대 가기 전에)... 아마도 지난해 겨울 이 헬기장 위에서 점심식사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기억이 난다. 아니... 여기서 먹었었다.
머얼리 연주암의 모습도 보이고.... (광학 10배줌의 위력!!! 하지만 조만간 18배줌의 위력이 다가오리라)
위의 연주암 사진은 아래 위치에서 10배줌으로 당겨찍은 것. 역시 10배줌의 위력이란~ ㅎㅎ
중간에 다소 아찔한 구간을 지나고 능선을 따라 결국 깔딱고개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여기서는 말바위고개를 넘어 연주대로 간다. 자주 가는 길이라 어렵진 않다만... 예전에 처음 관악산을 탈 때 이곳 말바위 코스가 얼마나 무섭게 느껴졌던지... 그러고보니 내가 본격적으로 이렇게 겁없이 산을 탄 게 한 4년 전인가? 2005년과 2006년을 피크로 산을 무척 많이 타다 보니... 이제는 꽤 익숙하다.
연주대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역시나 바글바글하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구나~ 우리의 철탑이여...
중간에 약속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4시 반까지는 명동에 가야 한다. 지금 시계를 보니 2시 반인가? 조금 빠르게 내려가야 할 것 같다.
8월인가 9월 초에 사당에서 관악산을 오르다 중도에 포기한 적이 있었다. (http://blog.empas.com/samma0/23123889) 아하하하~~~ 그때를 생각하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ㅜㅜ
하여튼 오랜만에 산을 타면서 다리와 무릎과 발이 아프면서도 느끼는 이 환희는 무엇일까... 참 나도 희한하다. 친구나 다른 사람들이 물어본다. 연애는 언제 하냐고... 나는 대답한다. 아직 여자보다 산과 술이 더 좋다고.... 이거 참 문제긴 문제구나.... ㅎㅎㅎ
하여튼!!! 1시간 조금 넘게 걸려 하산 하는 길은 언제나 똑같으므로 사진 없이 그냥 내려왔다. 내일(11/11)은 서울성곽이다. 여기에 비하면 거긴 산행이라기보담 산책 정도겠지? 후훗... 오늘 술만 조심하자.....
p.s 서울성곽(북악산 - 인왕산) 코스는 산책은 산책인데 다소 힘든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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