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9/24, 지리산 1일

色+樂+狂2007. 9. 27. 23:45
프롤로그는 다음번에....
오늘은 본편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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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에서 눈을 뜬 시간은 새벽 3시 반. 구례버스터미널에서 첫차가 4시에 있다.
차에서 마지막 짐을 꾸리고 난 후 터미널로 갔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차에 타고 성삼재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4시 정각에 첫차로 출발하여 구불구불한 성삼재길로 향한다.
새벽이라 어둠과 안개 속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은 마지막 날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새벽 4시 40분경 성삼재에 도착한다. 드디어 시작이다. 안개가 무척 많이 끼었고 날씨도 굉장히 춥다. 반팔과 반바지만 입고 산을 오를 수 없어 일단 점퍼를 다시한번 걸친다. 베낭도 다시한번 확인하고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하여 손전등과 헤드랜턴을 챙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이다. 그저 꾸준히 걷기만 하면 된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 왼쪽 혹은 오른쪽에서는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암흑 속에서 듣는 그 소리는 남다르다.
바람이 점점 더 심해지더니 드디어 빗방울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빗방울은 금새 폭우로 변하고 어둠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비를 걸치고 베낭커버를 씌운다. 나 역시 그렇게 도중에 준비를 하고 빗속을 뚫고 노고단으로 향한다. 오랜만의 우중산행이다.
노고단 대핗소에 도착하여 비를 피한다. 이미 대피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고 새벽에 출발한 모양인지 다들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나와 일행도 같이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가볍게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커피와 사과로 디저트를 한다. 그리고 슬슬 출발준비.
p.s.1 같은 라면인데 산에서 먹는 것은 참 맛있다. 그런데 왜 집에서 먹는 라면은 구역질이 날 정도일까?
p.s.2 시골에서 상경하면서 사과 7개인가 8개를 챙겨왔다. 물론 우리 외가댁 과수원 사과다. 이 사과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어서 이틑날까지 꽤나 고생해야 했다.


비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식사 후에 비그치길 기다려봤자 소용없기에 단단히 장비를 챙기고 다시금 출발한다. 노고단고개에 도착하여 잠시 구경하던 도중 지리산을 잘 아는 한 산행객을 만나 그와 동행하게 된다. 처음에 2명으로 시작한 산행은 그렇게 3명으로 늘어나더니, 어느새 또 다른 2명의 산행객과 만나 5명이 동행하게 된다.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07시부터 노고단고개에서 본격적인 능선을 따른 산행을 시작한다. 빗줄기는 그칠줄을 모른다. 다만 잠시 소강상태에 있을 뿐 계속해서 내린다. 노고단에서 임걸령,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을 거쳐 명선봉에 이르러서야 빗줄기가 줄어든다.


우중산행은 참 재밌다. 온 몸으로 스며드는 빗줄기에 이상야릇함을 느끼면서도 꾸준히 산행을 하면 몸에 열이 난다. 그러다가 잠시 쉬면 금새 체온을 빼앗겨 부들부들 떨기도 한다.
5시부터 시작된 빗줄기는 12시 30분이 되면서 줄어들고, 명선봉에 이르러 그친 빗줄기 사이로 서서히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연하천 대피소에 도달하니 이미 많은 산행객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 일행들도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대여섯시간 이상을 내린 빗줄기에는 아무리 방수가 잘 된 베낭이라 할지라도 속에는 습기가 차기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카메라를 가져온 사람들이 연하천대피소에서 사진기를 꺼내 확인한 순간 비명을 지른다. 이미 습기가 카메라로 침투하여 오작동을 하고 있다. 이건 일반 카메라던 컴팩트이던 데쎄랄이던 상관없다. 내것도 그랬으니깐...

그래도 다행히 비는 그치고 햇살이 나오는 터라 다들 베낭과 옷가지와 등산화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다. 햇살이 간간히 비추고 비출때마다 그 따가움에 몸서리를 치다가 햇살이 사라지면 그 추위에 다시한번 몸서리를 친다.




연하천대피소를 출발하여 형제봉으로 들어가기 전 가벼운 휴식을 통해 안개, 운무속에서 드러나는 산세를 바라본다.





더운 여름날, 혹은 봄 가을이라도 비가 오고 난 후의 산의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비가 그치고 나면 그 물기를 흠뻑 머금은 산은 다시한번 그 물기를 토해내는데 그것이 바로 안개처럼, 혹은 구름처럼 하늘로 퍼져 오른다. 그러한 모습은 때로는 산세를 가리는 장해물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웅장한 파노라마를 연출하기까지 한다. 둘 중 어느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순간이다.







형제봉 앞 봉우리 정상에 올라 바라본 능선과 하늘의 모습이 신기하다. 마치 1년 전 히말라야 트래킹에서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 광경을 사진으로 담았으니 두고두고 다시 확인할 수 있으리라.




형제봉에서 벽소령대피소로 향하는 길은 꽤 험하다. 그 길을 일행을 뒤로하고 마구 달려줬으니 무리를 한 것은 사실이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뛰어넘다가 오른쪽 무릎의 신경이 놀란 듯 하다. 갑자기 힘이 든다. 그러나 그 사이사이에서 만나는 햇살과 풍경은 그 통증까지도 한순간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날 하산하기까지 무릎의 고통은 떠나질 않았다.)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할 때 즈음 오른쪽 무릎의 이상신호가 더욱 심해진다. 어떻게 될진 내일 두고봐야 할 듯.
일행과 같이 저녁식사를 하는데 산에서의 술이 빠질쏘냐. 저녁식사겸 같이 소주 한잔씩을 하는데... 일행 중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서 다소 아쉽긴 하다.




원래 지리산에서의 산장을 예약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연히 비박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휴기간의 산행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고, 2박 중 1박은 비박경험, 1박은 산장경험도 해볼 만한 것이라 생각했기에 남는 자리에 신청을 했더니 자리가 난다.
05시부터 시작된 산행은 18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나고 취침은 21시가 넘은 시간에 이루어진다.
이제 제대로 잠을 자련다. 피곤했던 하루... 내일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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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시에 잠을 청하고 눈을 뜬 시간이 23시다. 내가 배정받은 번호는 66번, 그러나 65번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자고 있어서 원래 주인이 그 사람과 자리확인을 하는 말소리에 잠이 달아났다. 워낙 피곤해서 푸욱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화장실 갔다가 안개속의 달그림자를 구경하다가 다시 산장으로 들어와 잠을 청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산장 안의 몇명의 코골음소리가 서라운드가 되어 울려퍼진다. 이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나도 자면서 코를 골았을 터이니.... 잠을 못잘 줄 알았는데 어느새 다시 잠이 든다. 피곤하긴 피곤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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