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저녁늦게 영화를 보고 사람들과 술한잔 하고 겨우겨우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침에 겨우겨우 일어나긴 했는데... 시간은 8시 반....
슬슬 준비를 한다. 옷을 챙기고 가방을 챙기고 밥을 해서 도시락통에 집어넣고 물을 끓여 보온통에 집어넣고 어젯밤 끓여놓은 옥수수차는 물통에 넣어 잠시 냉동실에다 넣어둔다.
그리고는 PC 앞에 앉아 오늘 갈 목적지를 자세히 살펴본다. 어떻게 가야 하지?
1. 사전탐색 : 대야산
-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 사이에 걸친 산으로 높이는 931미터이다.
- 소백산맥 자락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월악산이 나오고 남쪽 또는 서쪽으로 도락산-월악산-주흘산-희양산을 거쳐 대야산-속리산-구병산으로 쭈욱쭈욱 내려간다. 백두대간의 한 구역이기도 하다.
(구병산을 지나면 경부고속도로를 넘어 민주지산-덕유산으로 이어진다.)
그럼 천안에서 가는 길은 어떠할까? 어느 길로 갈까 고민하다가 문득 지도에서 나온 34번 국도를 살펴본다. 34번 국도는 천안의 북쪽 끝인 입장에서 진천-증평을 거쳐 괴산-문경까지 이어진다. 이 국도만 잘 따라가다 517번 지방도로 - 922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면 대야산 주차장이 나온다.
다만, 문제는 천안에서 국도와 지방도로를 타고 대야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출발이 10시 40분인데 도착이 2시 20분이란 것이다. 거의 4시간 가까이 걸렸다는거다. 도대체 어떻게 왔길래 그렇게 되었을까?
먼저 진천읍내에서 길을 잘못들어 20여분 헤매고.... 다음은 증평에서 또 길을 잘못들어 15분 정도를 헤맸다. 또다시 괴산에서 15분 정도를 헤맸고.... 517번 지방도로를 지나치는 바람에 20여분을 헤매고 마지막으로 517번을 겨우 찾아 들어갔는데 좌측으로 꺾어 922번을 찾아야 하는데 오른 쪽으로 꺾는 바람에 3~40분을 헤맸다. 그러니 거의 2시간 가까이 도로에서 헤맸다는 것이다.
결국 대야산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2시 20분이니.... 이거 참... 이렇게 산을 타기 위해 길을 헤맨것은 처음이다. 점점 머리가 둔해지고 있는 것인지.. 참 걱정이다.
오후 2시가 넘어서 산을 타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다행히 대야산은 4시간에서 5시간 사이의 산행길이라 크게 걱정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작년 전국산행일주할 때 하루에 산 2개 탈 때 두번째 산을 2시쯤 탄 기억이 난다. 운악산과 매화봉이었던가? 그리고 서울에 있을 때 3시 넘어서 도봉산 갔다가 내려온 게 7시였나.... 흠...
하여튼.... 2시 20분이 지나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다소 발걸음이 조급해지기는 해도... 한달만의 산행이라 몸이 따를지 걱정이다.
2. 산행코스 : 주차장(벌바위마을) - 용추 - 월영대 - 피아골 - 정상 - 밀재 - 떡바위 -월영대 - 용추 - 벌바위(주차장) 으로 약 9km 정도이다. 13km짜리 7시간 코스도 있다만 원점회귀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으로 기약하기로 한다.
주차장에서 이정표를 따라 자그마한 언덕을 넘으면 아래와 같이 양쪽에 인삼밭이 있는 길을 따라 내려간다. 그리고 난 다음 만나는 곳은 용추계곡이다.
오후 2~3시의 계곡은 여러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이 주변에서 놀러온 사람들
그리고 산 타고 내려와 유흥과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뒤로 하고 올라가는데....
솔직히 많이 부럽다. 이 뙤약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계곡에 발을 담그고 얼마나 시원할까...
오르다 보면 용추가 보이는데.... 그 곳은 나중에 소개하겠다.
용추를 지나 계곡을 끼고 산행을 하다보면 산길이 여러개가 있다.
계곡 왼쪽으로도 가고 오른쪽으로도 가는데... 왔다갔다 해도 결국은 월영대라는 곳을 만나게 되어 있다. 약 1시간 가까이 계곡을 따라 거니는 길은 산책길로도 아주 적당하고 좋다. 가다가 피곤하면 계곡가에 발을 담그고 편안하게 쉬기만 하면 된다.
계곡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4월에 간 민주지산의 '물한계곡'만큼이나 좋다.
여러 산을 다니다보니 확실히 계곡이 점점 끌린다. 바다보다 더...
월영대를 만나야 하는데 도중에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월영대는 보이지 않고 계속 가다보니 피아골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곳은 촛대재라는 또다른 봉우리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과 중도에 촛대재로 향해서 촛대봉으로 가는 길.... 촛대봉으로 가고 싶기도 했지만 처음이고 시간도 늦고 해서 안전한 길을 택한다.
대야산 정상 방면으로 고고...
아직도 계곡물 소리가 들리지만 이 즈음부터는 길이 가파르기 시작한다.
밧줄을 잡고 오르기도 하고
그러다보면 아래와 같이 정상까지 30분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완만한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라 어렵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부터 30분이란 길은 꽤나 가파르고 힘든 고갯길이고... 깔딱고개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숲을 계속 지나다 어느순간 하늘이 비치는 길로 나오게 되고
그런 와중에도 멋진 절벽과 물길을 만나게 된다.
이쪽 산에도 다양한 바위들이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고...
정상에 가까워지는 듯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 있다.
하늘과 능선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 보니 정상에 점점 더 다가서고 있다.
바람이 점점 세지고 거기에 따라 나무들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춤을 춘다.
문득 바라본 나뭇잎 사이의 하늘이 아주 환상적이다.
이제 막바지다. 저 가파른 바위길만 오르면 정상 바로 아래다.
그리고 드디어 정상을 바라본다. 2시 20분에 출발하여 거의 4시에 정상에 도착한 셈이다.
1개월만의 산행이어서 그런지 약간 힘들기도 했다만 정상을 오르는 순간 맛보는 그 느낌은 힘든 것은 날려버릴 정도로 짜릿하고 좋다. 이 산이 높던지 말던지....
셀프가 없어서 의아해했을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컷~!!
황사끼가 아직도 남아있었다. 황사만 없더라면 저 장엄한 능선과 황사 뒷쪽의 희미한 산맥들이 보였으리라. 저 능선의 모습은 꽤나 장엄하고 훌륭했다.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곳이 주차장이 있는 곳이다.
알록달록 치장한 소나무와 같이 한컷을....
(지금 보니, 왜 정상의 나무에 저런걸 달아놨을까....)
3. 식사 : 밥, 컵라면, 카레, 그리고???
진수성찬이긴 하다만.... 이젠 이상하게 컵라면이 느끼해서 더이상 먹지 못하겠다.
차라리 찬 밥이 더 좋다. 저 카레는 아침에 데워서 가져왔는데... 정작 먹지는 못했다.
소주? 그냥 가지고만 다니고... 요즘은 산 정상에서 술을 잘 안마신다.
왠일이여....
아래 사진은 괴산쪽 방향이다. 고개 하나가 보이는데 그 곳을 넘으면 선유동계곡이 나온다.
멀리 보이는 높은 산은 어떤 산일까?
위 사진에서 좀 더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래와 같은 풍경이 나온다.
멋지다.
정상 뒤쪽으로 머얼리 보이는 곳이 아마도 속리산이지 싶다.
아... 언젠가는 저곳도 가 보리라... 언젠가는....
밀재로 가는 길의 멋있는 바위능선
까마귀 한마리가 정상 근처 바위위에 폼을 잡고 있다.
이제 슬슬 내려가야지... 4시 30분이 조금 넘어 정상을 출발하여 밀재로 향한다.
저 정상 너머로는 촛대봉으로 가는 길이다.
참고로 이 길은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기도 하다.
언제쯤 백두대간을 넘을 수 있을런지.... 막막하다.
이쪽 능선으로도 재미난 바위가 나타난다. 첨 봤을 땐 코끼리인지 코뿔소인지 궁금했다.
저기 보이는 곳을 마지막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가게 된다.
멀리서 봤을 땐 삼각산의 사모바위가 생각나게 한다.
또다른 멋진 바위는 옆에서 보니 사람 얼굴처럼 생겼다.
바위 위에 홀로 있는 소나무 한그루
아까 봤던 커다란 바위. 저곳을 마지막으로 이제는 본격적인 내리막길이다.
무슨 바위인지는 모르겠다만 그 위용이 대단했다.
내리막길을 내려오다가 마지막으로 태양을 바라본다.
내리막에서도 땀을 흘리기 때문에 능선을 따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마지막으로 느껴본다.
지금부터의 내리막길은 바람이 전혀 없는 길이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오다보니 드디어 밀재를 만난다.
할매통시바위쪽이 백두대간의 길이다.
누군가가 대야산정상까지 4시 50분 소요라고 적어놨다...
실제로는 50분에서 1시간 가량 걸린다.
나는 이제 용추계곡쪽으로 하산하는 것만 남았다.
그리고 한참을 내려오니 어느새 월영대다.
보통 산행객들은 이쪽을 올라가서 정상에서 피아골로 내려온다는데...
월영대의 모습이다.
월영대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널찍한 계곡 입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월영대를 다시 출발한다.
참고로 월영대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피아골을 통해 정상으로 오르고
왼쪽으로 가면 밀재를 거쳐 정상으로 오른다.
내려가는 길에 땀도 흐르고 해서 오랜만에 계곡에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탁족을 한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1분도 담그기 힘들다.
콸콸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위에서 언급한 용추가 나온다.
아름다운 색깔의 자그마한 '소'가 나오는데... 이 소로 흘러드는 곳이 정말 아름답다.
이런 하트 모양의 계곡으로 물이 쏟아져 내려오고
이 물이 바로 아래의 '소'에 담긴다.
몇 시간 전 산을 오를 땐 바글바글했던 곳이 6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는 아무도 없이 조용하다.
그저 물소리만 들린다.
그렇게 돌아온 주차장.
어느새 시간은 6시 20분...
정확히 4시간 가량 걸렸다.
해가 지는데 이제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면 된다.
4. 귀가
귀가길을 고민해본다. 다시 34번 국도를 따라 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코스로 밟아볼 것인가.
일단 다른 코스로 고민해본다. 6시 40분 경 주차장을 출발하여 922번을 따라 다시 돌아가다가 517번 지방도를 타고 괴산쪽으로 직진한다. 그러다 만난 32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청주'로 향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그쪽으로 쭈욱 달리다보니 청주가 나오고 청주 외곽으로 경부고속도로 입구로 향한다.
청주IC에서 경부고속도를 타고 천안으로 와서 집으로 들어오니 시간은 어느새 8시 20분.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 길이 어떻게 보면 더 쉬운 길이었을텐데... 다소 아쉽다.
한달만의 산행. 대야산. 힘들게 찾아갔고 늦게 탄 산이긴 하지만 그 계곡의 모습들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또한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경들은 나중에 날씨가 좋을 때 가면 나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내게 할 것 같다.
대야산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잘 찾지 않는 산이라고 한다. 그래도 100대 명산에 끼어 있으니...
이렇게 혼자 산타다보니.. 점점 외로워지는데.. 아마도 6월 10일에는 여러 사람들과 산을 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랜만에 여러 사람들과 산을 타면 어떻게 될까 걱정이 들긴 하지만...
대야산. 정말 나중에 다시 오고픈 산이기도 하다. 오히려 계곡은 지난 민주지산의 물한계곡보다 더 아름답고 좋으니... 후우....
고생했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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