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백운대~보국문
色+樂+狂2005. 7. 18. 11:10
산행시작 : 07:30
산행완료 : 12:30
산행구간 : 도봉매표소 - 위문 - 백운대- 위문 - 용암문 - 동장대 - 대동문 - 보국문 - 정릉매표소
일기 : 구름-안개-비-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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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몸이 좋지 않아 하루종일 집에서 쉬었다.
물론 아침 7시에 눈이 떠져서... 갈까 하다가... 몸 상태가 상태인지라...
게다가 비까지 오고 있는게 아닌가.
어차피 우중산행을 각오하고 있었으나... 이날같은 컨디션으로는 도저히 힘들 것 같아서...
집에만 붙어있었다.
일요일엔 가야지... 생각했으나....
그래서 일찍 자야지... 생각했으나.....
상황이 언제 내 맘대로 된 적이 있었나?
이것저것 하다보니 어느새 새벽 3시...
자고 일어나면 또 못갈것 같아 다짐한다.
밤 새고... 새벽에 바로 출발하자.
그렇게 5시가 되어 슬슬 씻고 짐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이미 날은 밝은지 오래다.
6시쯤 외곽순환도로를 지날 즈음.... 동쪽 하늘엔 잔뜩 찌뿌린 구름 사이로 태양이 간간이 얼굴을 내민다.
날이 좋을 것 같기도 하다만..... 글쎄... 쉽사리 하늘은 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의도를 지나 학교에 도착하여 차를 세운 시각은 약 7시.
그리고 버스를 타고 우의동까지 도착한 시간은 7시 20분...
확실히 밤을 샌 티가 난다. 버스타고 오면서 꾸벅꾸벅 졸았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산을 탈 수 있을까...
괜한 오기와 만용을 부리는 건 아닐까....
이렇게 오랜만에 육체에 고통을 가하는 것이 과연 괜찮을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면서, 이번 산행에서는 컨디션이 컨디션이기 때문에 술은 자제하는 것으로 결정.
간단히 오이 2개와 김밥 한줄, 얼음물 1통과 생수 1통을 사서 열심히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멀리서 바라본 인수봉은 구름에 싸여있다.
발걸음이 가볍진 않다.
그러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앞으로 쭉쭉 나간다.
어떤 이는 나보다 더 훨씬 앞서서 나가더니 어느새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어떤 이들은 내 뒤로 쳐져 어느새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난 그렇게 사람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길을 오른다.
지루한 아스팔트길이 끝나고 도선사 입구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30분이나 걸리다니....
다시한번 여장을 점검하고 물한잔 마신 후 표를 끊고 오르기 시작한다.
새벽에 비가 왔는지 땅은 약간 젖어있다.
바위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돌과 젖은 흙을 밟고 올라가는 것이 다소 벅차고 힘들다...
아마도... 5월 이후... 산행이 처음인가? 아니면 6월에도 다녀왔던가??
마지막으로 오른게 5월 말의 관악산이다...
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오르다 고개 끝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쉽지는 않을 산행같기도 하다만....
온 몸이 땀에 젖어가는 과정도 꽤나 삼삼하다.
7시 반에 출발했으니 여기까지 50분이 걸렸다. 꽤나 헉헉대고 올라온 듯 하다.
산악구조대를 지나니 인수봉이 눈에 들어온다.
한바탕 구름이 인수봉 꼭대기를 스쳐 지나간다.
캠핑장에는 많은 캠핑인파들이 아침을 맞아 일어나거나 밥을 먹거나 짐을 꾸리거나...
그렇게 북적대고 있다.
오늘도 긴 자일과 장비를 가지고 저 인수봉을 정복하려는 사람들이 많구나.
나도 언젠가는 저런 곳을 오를 수 있을까?
음.... 하고는 싶은데.... 무섭기도 하고....
에라 모르겠다.
그들을 지나쳐 꾸준히 한발 한발 내딛고 열심히 올라간다.
8시 50분 쯤 백운산장에 도착하여 숨을 고른다.
그리고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다가 만난 바위.
순간 흠칫 했다. 뱀이 공격해오는 그런 형상같다.
잠시 놀라서.... 바라보다가 한장 찰칵한다.
흠.... 역시나... 뱀처럼 보인다.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금새 위문에 도착하여 이제 백운봉 쪽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갑자기 주변이 흐릿해져간다.
구름이 많이 끼어있다.
만경대를 기준으로 오른쪽 북쪽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그래서인지 왼쪽으로는 구름이 잔뜩,... 안개가 잔뜩 끼어있다.
산에서 뿜어내는 안개가 바람을 따라 능선을 넘어 피어오른다.
백운대 올라가는 길은 오늘은 참 쉽다.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일찍 다녀야 하는데...
인천서 서울은 너무 멀다.
9시 10분이 조금 넘어 드디어 백운대 도착.
잔뜩 안개가 몰려온다.
바람과 함께 북쪽에서 안개가 솟구쳐온다.
그리고 순간순간 드러나는 산자락과 저 멀리 마을들....
세찬 바람과 함께 안개도 솟구쳐 오른다.
백운대를 내려와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무얼 할까 하다가 오이를 꺼낸다.
이제 아침 9시 20분... 산행 시작 후 2시간도 안되었고... 아침이다.
김밥은 점심 즈음 먹어야겠다.
오이나 꺼내서 으적으적 씹으면서 산아래, 산위를 쳐다본다.
저쪽이 염초봉을 통하여 원효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이겠지...
험한 길... 무서운 길....
올려다 본 백운대...
그렇게 숨을 고르고 찬 바람에 어느정도 몸이 식으니 으슬으슬해진다.
이제 어디로 갈까나.... 일단 위문까지 내려가서 보자.
내려가는 길에 중간에 몇번 눈에 띈 꽃이 보인다.
무슨 꽃일까....
연보라색이 주변의 초록과 회색, 갈색에 비해 아주 선명하게 드러난다.
위문에서 내려와 지도를 보고 오늘은 정릉으로 내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제껏 정릉에서 오른 적도, 정릉으로 내려간 적도 없으니... 이번에 정릉코스를 확인해봐야겠지....
그렇게 위문을 지나 만경대를 우회하는 길로 들어선다.
계단을 지나 가파른 바위를 지날 땐 참 많이도 미끄러웠다.
맞은 편에서 부는 바람이 안개와 물기를 산 여기저기에 뿌려놓아 주욱주욱 미끄러지게 마련.
쇠줄을 잡고 가도 불안하다.
힘들게 내려간 후 노적봉에서 갑자기 길이 왼쪽으로 확 꺾인다.
이 길이 대동문쪽으로 가는 길이겠지....
이 길부터는 흙길이 나오고.... 한참을 내려가니 길이 편해진다.
용암문을 지나 대동문으로 가는 길 와중에 갑자기 이 편한 길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지난번 행주산성에 갔을 때, 그 토성과 길이 비슷하나...
이 길은 토성이 아니라 돌로 쌓은 산성 위의 길이다.
산성따라 길을 가다가 문득 눈앞에 나타난 시내...
왜이리 사람이 많은가...
여기 봐도 아파트, 저기 봐도 아파트...
문명과 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의존하고 있고 나 역시 그러하다.
그게 자의던 타의던 많은 이들이 저 건물에 몸을 꾸역꾸역 집어넣고 산다.
산 위에서 확 트인 시원한 기분을 느껴야 하는데...
저 건물들을 보니 오히려 더욱 답답해진다.
사람의 숙명이겠지.
사회를 벗어나지 못한, 사회에 길들여 살아야 하는 인간의 숙명이겠지.
동장대에 이르러 맞은편 능선을 바라본다.
능선을 구름이 쫘악.... 가리고 있다.
의상봉 능선이다.
저기를 한번 더 가봐야 하는데.....
대동문에 도착하니 11시 반.
김밥을 먹고 숨을 고르고 잠시 쉰다.
여기서 잠시 착각한 것이 대동문을 내려가면 정릉이 나오는 줄 알았다.
그래서 잠시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와 보국문까지 가야 함을 알았다.
지난번 누군가가 산성길을 따라가면 재미없다고 한 말을 들었다.
아마 파찌아빠님의 글에서 봤으리라.
그래서 산성길 아래의 자그마한 샛길을 따라 나섰다.
이 길이 굉장히 울창하게 숲으로 둘러싸여있다.
그리고 오르락 내리락 그 재미도 솔솔찮다.
갑자기 후두두둑 하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빗방울이 굵게 떨어지고 있구나.
이 길은 많은 나뭇잎들이 그 비를 막아주고 있다.
갑자기 슬슬 몸이 이상해진다.
피곤해짐과 동시에...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전날 아침 7시부터 지금 11시 반까지 꼬박 잠을 안자고... 눈을 뜬 상태이니...
점심을 먹고 졸리기 시작인가?
이거 큰일났다.
보국문에 도착하니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우중산행을 예상하고 온지라... 커버를 꺼내 베낭을 씌우고.... 우비는 입지 않았다.
비를 맞는 기분으로 내려가야지.... 그래야 졸지도 않을꺼구...
하지만 내려가는 길에 자꾸 눈꺼풀이 내려온다.
마지막 남은 오이 반조각을 꺼내 우적우적 씹으면서 내려간다.
그래도 졸립다.
눈을 부릅 뜨고 입으로 무엇무어라고 중얼거리면서 내려간다.
다시한번 다리에 힘을 주고 바위, 돌, 흙을 조심스럽게, 힘차게 밟는다.
한참을 내려오니 ... 어느새 정릉계곡을 끼고 내려오고 있다.
계곡으로 물줄기들이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다.
한참을 내려오고 나서.... 매표소를 지나 한숨을 돌린다.
산을 더 탔더라면... 위험했을꺼다.
졸음이 자꾸 발걸음을 무겁게, 그리고 비틀거리게 만드니...
빗길을 무사히, 한번도 안넘어지고(미끄러지긴 했어도 넘어지진 않았으니) 내려온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면서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온 시간은 12시 40분 정도.
무리한 체력에... 무리하게 산을 올랐으니.... 참 무리 많이 했으나...
그래도 다행이다.
그리고 시원하고 좋다.
다리가 아프지만서도... 그래도 좋다.
비록 8시간은 타질 못했다.
보국문에서 의상봉 능선으로 발길을 돌렸으면 탈 수 있었겠지.... 8시간을....
다음번엔 아침 일찍 다닐 생각을 해야겠다.
10시에 산을 타는 거랑 7시나 8시에 산을 타는 거랑...
산에서 느끼는 기분이 참 틀리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2주 뒤에 다시한번 산을 타야 하는데....
그땐 어디로 정할까....
비만 안온다면... 바위를 타는 코스로 정해야겠다.
아마 의상봉 능선이나, 관악산의 팔봉이 좋지 않을까....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산은 산대로 나는 나대로 생활하되...
둘이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8월까지만 서울산으로 하고...
9월부터는 지방으로 다시 눈을 돌려야겠다.
문득 명지산이 다시한번 가보고싶어진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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