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가다 보니 한 200미터 전방에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다.
울진에서 영주로 가는 버스는 6시 반에 있다.
지금 시간은 5시 반……
표를 끊고 터미널 밖에서 슬슬 짐을 정리했다.
그제서야 카메라를 가진 것이 생각난다.
이미 손가락에는 붕대가 감겨 있지만 한 컷.





4일 동안 고생한 자전거를 바라보았다.
싸구려지만 체인이 한번 벗겨진 거 빼고는 아무 이상 없이 여기까지 왔다.


김훈씨의 풍륜에 비교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어디인가….
자전거를 접었다.
많은 부분이 녹이 슬어서 접기가 힘들다.


배낭을 바라보았다.
작년 여름에 제주도에서 한 번 쓰고 올해 여기서도 한번 쓰고… .
일년에 한번씩밖에 쓰질 못하는 건가??
그래도 꽉꽉 채우면 30kg 가까이 나가는 완전군장은 안되지만 그래도 꽤나 나가는 무게….
타다가 어깨가 빠질 것 같기도 했지만 마음먹고 조금 비싼 거 구한 거라 생각보다 편하게 왔다.
고생했다 배낭아….




수염이 많이 났다.
31일부터 오늘 4일까지 면도를 하지 않은 셈이니까..
이 꼴 누구에게 보여줄까나….
ㅋㅋㅋ….


시간이 다 되어서 자전거를 짐칸에 싣고 버스를 탔다.
6시 반이 다되어서 그런지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이제 올 여름의 자전거 여행은 이걸로 마지막이다.
휴가도 끝이란 말이겠지….
오늘 밤 인천으로 올라가 푸욱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서쪽 산 쪽으로 맑은 하늘과 구름이 반반씩 있다.
버스가 출발한다.
동해안이 7번 국도 뒤로 어렴풋이 보인다.
올해 바다는 실컷 봤다….
몸을 집어넣지는 않았지만….










버스를 타고 불영계곡을 올라가다 깜빡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뜨니 밖에는 자욱한 안개와 비가 오고 있었다.
계속해서 산길을 내려갔다 올라갔다 구비구비를 돌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졸다 깨다를 반복했다.
버스는 9시 반이 되어서야 영주에 도착했다.
영주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기차역까지는 거리가 쫌 된다.
자전거로 한 10분?
산꼭대기에서부터 영주까지 오는 2시간 동안 내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영주에도 비는 내리고 있었다.
역까지 오니 내 차가 무사히 기다리고 있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다시 접어 차에 싣고 짐을 정리했다.
어느새 10시가 넘었다. 비가 내리는 기차역을….
영주를 뒤로하고 출발했다.

이렇게 4일간에 걸친 자전거 여행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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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이동거리 56.8km
이동경로 : 구산해수욕장-기성망향해수욕장-망양해수욕장-성류굴-
- 불영계곡휴게소-울진버스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