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계곡을 뒤로하고 울진으로 계속 내려왔다.
그리고 울진읍내로 꺾어 차들 옆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울진 읍내가 보이고 저기서 버스 터미널만 찾으면 된다.
7번 국도 옆을 지나 울진 읍내로 들어가는 길에 다리가 하나 보인다.
다리 앞쪽에 차 두 대가 비상등을 켜며 정차한다.
나로부터 한 100미터 전쯤….
그리고 각각의 운전석에서 남자 둘이 내린다.
갓길에 세워져 있으니까 운전석 쪽으로 나가면 차도라서 위험할 것 같았다.
다행히 갓길 화단과 정차된 차 사이에 충분한 공간이 있다.
속도를 약간 줄이고 핸들을 오른 쪽으로 약간 꺾었다.
두 대의 차 중 뒤 차를 지나가는 순간 조수석 뒷자리의 문이 갑자기 확 열렸다.
그러면서 자전거의 왼쪽 핸들과 부딪히고 순간 나는 공중을 날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갓길 옆에 나 있는 화단으로 떨어졌다.
왼쪽 손이 무척 아프다.
오른손으로 왼쪽 중지와 약지를 꼭 쥐고 고통을 맞이했다.
두 운전자와 뒷문을 연 아주머니가 급하게 나온다.
뭐라고 그러는데 정작 나는 너무 아퍼서 계속 누워있었다.
그리고 잠시 손을 펴서 얼마나 손가락이 다쳤는지 바라보았다.
중지는 손톱과 살점 부위가 약간 찢어진 것뿐이고 크게 다친 곳은 약지다.
손가락 윗부분은 손가락 끝에서 첫 번째 마디가 있는 부분이 1.5센티미터 정도 찢어졌고
손가락 아랫부분은 마디 바로 밑에 약 0.5 센티미터 정도의 살점이 떨어져 달랑달랑 붙어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자전거는 화단 위에 팽개쳐 있고
나도 화단 위에 팽개쳐 있고 그 상황에서 어깨에 멘 배낭이 거추장스러웠다.
아저씨들이 배낭 일단 벗으라고 해서 조심스럽게 벗도 휴지 좀 달라고 했다.
그리고 휴지로 손가락을 동여맸다.
배낭에 응급약이 있는 것을 생각하고 배낭을 뒤졌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당황하면서 계속 병원에 가자고 한다.
응급약통에는 소독약과 붕대, 밴드밖에 없다.
일단 밴드를 꺼내어 대충 붙이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몸을 살펴본다.
몸에는 별 이상 없다.
천만 다행으로 화단 위로 굴렀기 때문에 몸이 다치진 않았다.
내가 넘어져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화단 한가운데 뾰족한 쇠파이프가 꽂혀 있었다.
잠시 아찔했다. 아주머니가 내 살점이 떨어져 나간 곳과 살이 찢어진 것을 보고
병원 가서 치료하고 꿰매자고 말씀하신다.
다른 손가락들을 움직여봤다.
이상 없다.
뼈는??
글쎄….
손가락 윗부분은 아프지 않다.
다친 약지의 두 번째 마디도 이상 없다.
아니 약간 아프다.
손가락 끝을 잡고 아래 위로 움직여봤다.
움직이긴 움직인다.
한 아저씨의 차에 타고 읍내에 병원을 찾아 헤맸다.
아저씨들도 경황이 없는지 읍내 사람이 알려준 곳을 찾지 못하고 빙빙 돈다.
결국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았다.
나는 혹시나 뼈에 이상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엑스레이만 찍어보자고 했다.
아저씨들은 엑스레이도 찍고 찢어진 곳을 꿰매자고 한다.
살좀 살짝 찢어졌는데 무슨 꿰메기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



결과는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치료받으라는 것을 물리치고 병원을 나왔다.
아주머니가 하얗게 질려있다가 나를 보고 내 손가락을 보고 뼈에는 이상 없다고 그러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미안해서 어쩌냐고 그러신다.
그 두 가족은 대구에서 올라와서 봉화에서 은어축제를 마치고 동해바다,
망양해수욕장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7번 국도를 빠져 나와 길을 잘못 든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 차를 세우고 길을 다시 한번 알아보려고 했던 찰나에 나와 사고가 난 것이다.
아주머니는 미안하다면서 돈을 쥐어준다.
난 되었다고 하면서 아저씨에게 바다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데 아주머니가 뒤에서 무얼 한다.
뻔하다 배낭에 돈을 넣어놓았다.
다시 꺼내서 아주머니 드리고 연락처만 하나 받고 자전거를 끌고 거기서 떠났다.
그런 사고가 났는데도 자전거는 멀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