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2/28, 소백산

色+樂+狂2010. 3. 2. 23:29
일요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짐을 챙긴다.
일기예보에서는 안개를 조심하라고 나온다.
오전까지는 맑다가 오후부터 흐려진다고 한다.
맑은 소백산 하늘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솟구친다.

6시 조금 넘어서 출발한다.
저녁의 인천에서의 약속만 없다면 비로봉까지 가겠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죽령~연화봉~희방사 코스로 잡아본다.

단양IC를 빠져나와 죽령으로 오르는 길에 중턱에서부터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길을 살살 뚫고 올라가는데 아랫동네는 말라있던 길이 올라갈 수록 젖기 시작하더니
죽령 정상에 다 와서는 눈과 얼음이 섞여있다.

그리고 죽령에 도착한다.



뿌연 안개 사이로 햇살이 잠시 비춘다.
아마도, 하늘은 맑지만 몇시간동안은 안개 속을 거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중에 이리로 다시 오면 코스를 다음과 같이 잡아야겠다.

[죽령 - 연화봉 - 비로봉 - 천동]

그러면 차를 죽령에다 대고 천동으로 내려가 고수대교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리로 오면 되니깐...
다만, 그럴려면... 아주 일찍 산을 타거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죽령고개에 있는 버스 시간표를 언젠가는 이용할 날이 오겠지....




해발 696미터의 죽령에서 8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마지막 겨울의 모습을 보려고 오른 소백산에 당연히 마주치는 것은 봄의 기운이다.
다음에 올 때는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겠지...




그러나 조금 더 오르니... 본격적으로 안개가 길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어제인가 내린 비가 눈이 되어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안개 속에서 눈길을 밟으며 지나가는 이 느낌...
이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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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들이 바람에 흩날려 옅여진 사이로 햇살이 잠시 내리쬘때
길 사이로 멀리 보이는 언덕과 양 옆으로 눈 쌓인 나무에 비추는 눈부심이
그 어느때보다 황홀한 느낌.... 이 느낌은 이제껏 소백산에서밖에 느껴보질 못했었지...

이제 어느정도 올라오고 나니 눈 흔적도 없고 하늘도 개인다.
멀리 제2연화봉이자 KT 중계소 안테나가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해발 1000미터를 지나 1300미터정도로 올라오면 어느순간 파란 하늘과 함께 뒤를 돌아보게 만든다.
뒤에는 안개구름 속에 모습을 드러낸 소백산의 또 다른 봉우리인 도솔봉(1,315m)이 있다.
지난 해 저 도솔봉을 오르는데 꽤 힘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도솔봉은 소백산의 다른 봉우리들과는 전혀 또 틀린 맛이다.
힘든 만큼... 더 좋은데... 날이 무척 좋을 때 저 곳에서 소백 주능선을 바라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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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에서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은 끊임없는 오르막이다. 어느 코스나 그렇지 않은 길이 없다만 주요 코스를 비교해보면 난이도는 가장 낮다.
  • 난이도 A(상) : 초암사~국망봉 코스
  • 난이도 B(중) : 천동~비로봉 코스, 희방사~연화봉 코스, 비로사~비로봉 코스
  • 난이도 C(하) : 죽령~연화봉 코스
이 중에...  어의곡~비로봉~국망봉~을전 코스도 난이도 B에 속한다 하겠다.

난이도 C 코스에서... 그래도 오르막이 끝나고 능선을 만나는 이곳 제2연화봉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봉우리 아래쪽을 빙 돌아 천문대 방향으로 향한다.

중간에 전망대에서 능선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다시금 안개가 불어닥치니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하늘의 태양도 다시 짙은 안개 속으로 숨어버린다.

그리고 제2연화봉에서 연화봉(천문대) 쪽으로 가는 길에 안개가 겉혔다 다시 끼었다를 반복하고...
소백산에서 상고대가 가장 아름다운 길을 지나면서, 그동안 따뜻한 날로 인해 제대로 된 상고대가 피지 못한 것을 잠시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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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에 도착한다.
연화봉에 오를 때 마다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다.
비로봉과는 틀리게 연화봉의 정상은 다소 넓다.
그래서 더욱 감동적인가?
그렇다면 연화봉보다 더 넓은 평원 같은 곳에 불룩 솟아있는 국망봉이 더 감동적이어야 하는데...

사실, 여러 봉우리 중에서 소백산의 주 능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연화봉이다.
비로봉이나 국망봉에서는 같은 능선을 보더라도 느낌이 좀 틀리다.
그런데 이렇게 안개가 낀 상황에서 감동적으로 느낀건...  무얼까?

바로 안개가 걷히는 순간 드러나는 모습을 기대해서이다.
작년의 그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바람의 흐름이 정상을 보여줄 때 까지 좀 기다리기로 하고 주변의 눈꽃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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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화봉 정상 전망대에서 찬 바람을 맞으며 기다리길 십여분....
드디어 조금씩 안개가 걷히면서 정상의 모습이 드러난다....
아니... 처음에는 연화봉(제1연화봉)이 드러나고... 그 뒤로 비로봉이 보이고...
그리고 천천히.... 주 능선의 모습과... 저 멀리 국망봉까지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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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원한 바람과 함께 눈 앞이 청명해진다.
그리고 서쪽 능선의 천문대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눈 앞의 안개가 걷힌다.
멀리 제2연화봉의 중계소도 보이고....






고개를 돌리니 눈 앞의 소백 주능선이 서서히 드러난다.
바람과 함게 서서히 드러나는 제1연화봉과 그 아래쪽의 하얀 주능선







그리고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비로봉과 저 멀리 국망봉
순간 감격에 못이겨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그리고 안개구름은 비탈사면을 따라 서서히 내려가고
바람과 함께 다시 오르락 내리락을 번갈아 한다.






빠지지 않은 셀카~
오랜만의 선글라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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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도 사진 나름이겠지만 이 고요하고 역동에 찬 순간을 문득 동영상에 담아보고 싶어진다.








10시 50분에 올라와 40분동안 연화봉 정상에서 온갖 청승(?)아닌 감상을 떨다가 이제는 안될 것 같아 이제 슬슬 내려간다.
어차피 11시 반이 지나면서 다시금 바람과 함께 안개가 능선을 가리니...
정말 기다린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충분히 본 만큼 이제 또 능선을 가리니...
이날 정말 정~~~말~~~ 저~~어~~~엉~~~말~~~~ 최고였다.

연화봉에서 희방사쪽으로 방향을 틀면 아래쪽으로 100미터 정도 내려간 순간 약간의 공터와 함께 예전에는 없던 table이 있다. 거기서 컵라면에 점심을 해결한다. 게다가 산새까지 공연하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사실... 여기 구석에 쓰레기나 음식찌꺼기를 버린 사람들이 많아서 이 겨울에 그걸 먹으러 온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씁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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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은 그야말로 진흙탕이다.
얼음이 언 곳은 얼고 녹은 곳은 녹아서 자그마한 물줄기가 되어 등산로를 적신다.
아이젠 없이 두 개의 스틱과 두 발로 조심스럽게 내러온다.





깔딱재에서 한숨을 고르고 이제 깔딱고개를 내려간다.
안개는 정상에서 깔딱고개 저 아래쪽으로 내려와있다.
이 코스는 연화봉으로 오르는 코스 중에서 가장 힘든 코스이기도 한데
여러 사람들이 오른다.
가족들, 연인들... 아이들...

그들을 지나 한참을 내려오니 어느새 희방사와 만나게 되고
다시 안개와 만난다.




이 아래는 봄이다.
산중턱에는 눈이 조금 남아 있지만 계곡에는 얼음이나 눈이 남아있지 않다.
시원한 물줄기가 콸콸콸 하고 봄을 알려준다.
봄 내음은 나무와 풀에서만 나는 것이 아니다.
저 시원하고 힘차게 흐르는 물줄기에서도 뚜렷한 봄내음이 난다.
봄내음에는 촉촉한 봄의 숨결이 방울방울 되어 흩날린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는 희방폭포
그 우렁찬 소리가 드디어 소백산에도 봄이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희방폭포의 높이는 28미터이다.
계단처럼 내려오는 다른 폭포와는 달리 수직으로 내려찍는 폭포다.
윗쪽의 사람만 없으면 그리 크게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사진이 아닌 눈으로 보는 폭포의 위용은 대단하다.
희방폭포는 해발 700미터 지점에 위치해있다.








모든 산행을 마친 시간이 1시 반.
그리고 희방매표소를 지나 주차장을 지나 도로를 만나는 곳까지 내려가서 지나가는 차를 잡아 히치를 한다.
히치를 하지 않고 희방매표소(문화재관람료 받는 곳)에서 택시에게 죽령까지 가는 비용을 물어보니 15,000원.
주차장을 지나 공용버스 종점에서 물어본 비용은 10,000원...

차라리 20분동안 히치를 해서 그냥 올라가는게 낫지...

그렇게 다시 죽령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2시.

8시 반부터 시작한 산행은 1시 반에 끝나고 오후 2시에 소백산 죽령을 출발한다.

아마도... 다음에 다시 올 날은 5월이나 6월달이 될 듯...
올해는 철쭉을 제대로 구경하고 싶다.



광주에는 무등산 정기가 있다면, 영주에는 소백산 정기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소백산은 나의 정신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언제까지나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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