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2/7, 수락산

色+樂+狂2010. 2. 16. 20:08

1. 삼마 지각(ㅜㅜ)

아침에 눈을 뜹니다.
6시 반이네요. 약속이 9시 반이니까... 슬슬 준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다가 잠깐 다시 눈을 붙입니다.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속이 쓰리네요...

.
.
.

헉! 눈을 뜹니다.
시계를 보니 7시 반이네요!!! 어이쿠야~
후다닥 일어나서 씻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짐을 챙깁니다.
물을 끓이고 보온통에 물을 담고 옷을 챙기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섭니다.

전철에서 문자를 보냅니다.

[죄송합니다. 30분 지각예정입니다. 10시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답문이 오네요.

[나갈라했는데 ^^ 알겠어요. ㅋㅋ 삼마님도 지각을 다하는군화. 천천히 오삼 ^^]

에효.... 어쩔 수 없지요... 금정에서 수락산역까지 90분이 걸려 도착합니다.


2. 물옥잠 거꾸로 전철

9시 55분에 수락산역 1번출구로 나오니 사람들이 꽈악 차있습니다.
그들 사이를 뚫고 앞으로 나가는데 누군가 제 배낭을 낚아챕니다. 돌아보니 강별님이시군요~
어? 그런데 한분이 없습니다??

"옥잠이 착각해서 노원에서 전철 거꾸로 타고 내려가다가 갈아타고 올라오는 길이래..."

아~ 아침에 저만 정신없는 줄 알았더니... 옥잠님은 왜.... ㅜㅜ


3. 배터리(밧데리)

 옥잠님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물건을 확인하는 도중 카메라를 꺼내봅니다.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 사진이 잘 나올 것 같아요..
어젯 밤에 기분좋게 배터리도 풀 충전해놨으니....

그런데!!!! 이런.. 충전해놓고 집에 놔두고 왔네요... 이런... ㅠㅠ
게다가 휴대폰은 충전도 안해서 배터리가 간당간당...

아~ 놔~~~ 오늘 무슨 날이래요??? ㅠㅠ

아무튼 우여곡절끝에 옥잠님과 강별님과 삼마가 드디어 만나게 됩니다.
강별님을 앞에 두고 젊은(?) 처녀총각이 정신없으니 면목없습니다. ㅡㅜ

돈을 모아 물건을 삽니다.
막걸리 두개, 생수 3개, 김밥 3줄, 족발 (小) 1개, 컵라면 3개를 사고 오뎅 3개와 국물로 배를 채우고 출발합니다.

수락산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깔딱고개는 절대 타고싶지 않은 코스죠.
그래서 제가 잘 가는 능선길로 여러분들을 모십니다.

 

날이 너무 좋아요~
카메라가 없어서 강별님의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습니다.
생각보다 잘 나오네요..
그래서 오늘은 사진 협찬은 '강별'님 되시겠습니다.


4. 삼마 제거 기도사건

물옥잠님과 강별님이 드디어 독수리바위로 오르는 밧줄길을 타기로 결심합니다.
전 원래 다른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요~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밧줄을 잡고 엄청 많은 사람들과 같이 올라갑니다.


지난번 현영님도 관악산 바위를 잘 타시더니.. 옥잠님도 바위를 잘 타시네요~
중간에 잠깐 쉬고 올라온 곳을 바라봅니다. 아까 그 정자가 저 아래쪽에 보이네요~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사진 한 컷을 부탁하고 단체촬영 한번 해봅니다.


마지막을 얼마 두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로 만든 계단이 나타납니다.
이 계단도 원래는 없었는데 지난 1년~2년 사이에 나타났군요.
수락산에 못보던 것들이 많이 생겨났어요~ ㅎ

계단으로 올라가려는데 물옥잠님이 한말씀 하십니다.

"삼마님은 저쪽(?)으로 올라가세요~"

저쪽(?)을 보니 계단쪽이 아닌 바위쪽입니다.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계단보다야 재미있을 것 같아서 바위쪽으로 올라갔지요.
오르다 보니 중간에 길이 끊겨서 왼쪽으로 돌아갑니다.
커다란 바위 아래로 샛길이 나와있고 왼쪽으로는 절벽입니다.
샛길을 따라 그늘로 들어가니 바닥에는 아직 눈과 얼음이 생생합니다.
그 길 뒤로 몇 분의 산행객이 식사를 하고 계셨고 그 뒤로 자그마한 길이 보입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80도가 넘는 암벽인데... 새끼손가락만한 밧줄이 2~3미터 정도 나무에 걸려있습니다.
분명 저기만 오르면 될 것 같았는데...
바위 절벽에 매달려서 밧줄을 잡아봅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킨 순간 주르륵 미끌어져 내립니다.
포기.... 다시 내려오는데 제 뒤를 따라 오는 다른 분들이 오르는 길 있느냐고 묻습니다.
제가 어렵다고 하니까 먼저 와 계시던 분들도 어려워서 못오르고 쉬고 있다고 합니다.
딱 한명 올라갔다고 합니다.

저를 이쪽으로 보낸 물옥잠님이 의심(-_-)스럽습니다.

다시 길을 돌아 가는 도중 왼쪽으로 커다란 바위 사이로 샛길이 보입니다.
다시 내려갔다가 오르기는 더 힘들어 샛길로 들어섭니다.
저 윗쪽에 밧줄이 있는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얼음길입니다.
조심스레 미끄러운 길을 오르고 바위 위로 다시 올라옵니다.
아까 거기 바로 윗쪽입니다. ㅜㅜ

기운이 다 빠진 상태에서 겨우겨우 계단 윗쪽으로 올라섭니다.
물옥잠님은 저 윗쪽앞에 계시고 강별님은 바로 위 바위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저를 이쪽으로 보낸 물옥잠님이 의심스럽습니다.






5. 알뜰살뜰한 점심

드디어 점심시간입니다.
아까 산 일용할 음식들을 이리저리 꺼냅니다.
각자의 가방에서 컵라면과 막걸리(강별님 가방)와 김밥(삼마 가방)과 족발(물옥잠님 가방)이 나오고
각자의 따뜻한 물들이 나옵니다.


* 에피소드 1
삼마 : 이거 막걸리 상한거 같은데요? 맛이 이상해요~
강별 : 오늘이 몇일이지? 2월 8일? 이거 제조일자가 오늘인데? 괜찮아~
(그리고 이날 저녁 물옥잠님 밤새 고생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강별님과 저는 괜찮더군요~)

* 에피소드 2
저희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 휴대폰이 없다고 빌려달라고 하셨는데..
말씀을 들으니.. 일행분을 놓치셔서 연락하려는데 배터리는 다 되었고(동지~~)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다는데.... 뭐였더라.... ㅡ_ㅡ;;;

 

 


6. 미끌미끌

철모바위에서 주능선타고 도솔봉으로 향하는 길이 매우 미끄럽습니다.
그 덕에 많은 사람들이 정체되기도 했지요.
강별님과 물옥잠님과 저도 얼어붙은 땅 위를 조심스럽게 밟으면서 산행을 합니다.

철모바위를 지나 종바위, 코끼리바위, 계란바위, 치마바위까지 쭈욱 달려갑니다.
내려가는 길도 나오고 다시 올라가는 길도 나오고...
조금만 더 가면 금방 내리막길이 나올테니 천천히 산을 탑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안전이니까요.

겨울산행 중에서 눈이 쌓이면 아이젠을 차고 다니면 되지만
눈이 없는 경우는 흙과 돌 사이에 얼음때문에 더욱 더 조심스럽게 다녀야 합니다.



7. 용굴암??? 이 길이 그길?

도솔봉 정상을 찍진 못하고 그 아래쪽으로 돌아서 내려옵니다.
길이 워낙 미끄러워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로 갈 수 밖에 없었지요.
이제는 하산길만 나옵니다.
이 능선을 쭈욱 따라가다보면 왼쪽으로는 당고개역으로 내려가는 길이구요,
오른쪽으로는 수락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지요.

오늘의 목적지는 당고개역쪽이니까... 왼쪽으로 빠지는 길만 찾으면 되는데...
원래는 도솔봉 정상에서 탱크바위를 지나 도안사쪽으로 내려와 동막골로 나오려고 했는데...
그냥 내려오는 바람에 그쪽 코스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내려오는데 중간에 강별님은 자연에 거름을 주셨는데
저는 생리현상이 급했기 때문에.. 도중에 용굴암 방면으로 빠집니다.

원래 이 길이 학림사 입구쪽으로 내려가는 길인데요...
입구쪽으로 가기 전에 왼쪽으로 다시 거꾸로 올라 용굴암쪽으로 올라갑니다.
왜냐!!! 거기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때문에~ 때문에~~에~~~에~~~~

그리고 무사히 볼일을 마치고 난 후

"어? 여기에선 내려가는 길이 없어요~ 다시 아까 거기로 가야 해요~"

하니까... 갑자기 무서운 눈초리가 제 등짝을 팍팍팍 꽃습니다.

"아~ 하. 하. 하. 하....."

 

용굴암 갈림길에서 얼른 학림사쪽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8. 천사와 악마

 

물옥잠 : 삼마님~ 왜 삼마에요???
삼마 : 色을 좋아한다고 해서 색마, 노래방에 가면 악쓴다고 악마, 술마시면 미친다고 해서 광마라는 별명을 대학 1학년때
친구들이 지어줬어요~
물옥잠 : 저는 왜 갑자기 사람들이 옥잠이라고만 줄여서 부르는지 모르겠어요.
삼마 : 그러게~
물옥잠 : 강별님은 이름만 들으면 참 이쁘다고 할 것 같아요~ 나 결혼할 때 시써주신다고 했는데~
강별 : 원래 내 이름을 들으면 시인이 되긴 하지~

이때까지는 서로 분위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하산길에 내려오던 도중 물옥잠님께서 친구와 통화하시다가...

"응~ 내 옆에 지금 천사와 악마가 있어!!!"

라는 말에 저는 다리가 풀리고 강별님은 허리를 삐끗했습니다.

문제 : 누가 천사이고 누가 악마였을까요????

 

아침 10시 40분부터 시작된 산행이 15시 50분이 되어서 끝이 납니다.
원래 10시부터 시작해서 15시에 끝낼 예정이었는데...
늦게도 출발했고... 용굴암에서 놀기도 했고 해서...
예정보다 10분 늦게 끝이 났습니다.
오늘 산행에 도움을 주신 강별님과 물옥잠님께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p.s. 이번에는 사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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