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12/25, 소백산

色+樂+狂2008. 12. 27. 23:55
2004년 크리스마스에는 파찌아빠님과....
- 연말시리즈 4탄 - 크리스마스에 북한산에서... http://blog.empas.com/samma0/5616980
200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이내님, 버스정류장님, 오갱님과....
- 12/24, 소백산 산행기 http://blog.empas.com/samma0/11897448
2006년과 2007년은 천안에서 무얼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고....
2008년 크리스마스... 소백산에 다시한번 몸을 맡겨 본다. 이번엔 혼자 나홀로 산행....
지친 몸을 이끌고 새벽부터 준비하여 소백산 죽령에 도착한 시간이 8시 30분.
단양휴게소에 들렸을 때 잔뜩 구름낀 하늘과 가끔 흩날리는 눈, 그리고 세찬 바람이
이곳 죽령으로 오니 조금 양상이 틀리다.
구름낀 하늘은 점점 개고 있고, 흩날리는 눈은 보이지 않지만 세찬 바람은 더욱 세차다.
오늘의 코스는 죽령 - 연화봉 - 비로봉이다.



죽령탐방지원센터(110분(4.5Km))제2연화봉(50분(2.3Km))연화봉(천문대)(40분(1.8Km))제1연화봉(80분(2.5Km))비로봉(90분(4Km))비로사(40분(2Km))삼가탐방지원센터




거리는 약 17km 정도이며... 예상 산행시간은 이것저것 다 해서 8시간 정도...
원래 계획했던 6시부터 산행을 시작했더라면 국망봉까지 가서 초암사로 내려왔을텐데...
이건 아니었나보다.
내 몸이 내몸이 아니기에...
연화봉까지는 7.3km, 비로봉까지는 11.5km 정도? 이거 위에서 나온 것과는 계산이 좀 틀린데?

아무튼 죽령의 바람이 너무 세고 날이 추워서 초반부터 중무장을 해본다.


다행히 눈이 남아있다만, 죽령에서 오르는 길은 초반부터 가파른 시멘트포장도로다.
게다가 그 위에 눈이 쌓여있어 처음부터 조금 힘들기는 하다.

어느덧 저 멀리 중계소가 보인다.
그래... 저 중계소.... 2월달에는 저기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왔었지....


그렇게 눈길을 걷고 있는데 어느새 구름이 다 걷히고 아침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띵동~"
주머니에서 울리는 부재중 전화소리에 꺼내보니 버스정류장님이다.
어인일이시지?
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이어서 조금 더 올라가 전화를 걸어보니 받는다.
"삼마님~ 주무시고 계셨어요? 어제 술 많이 먹었구나?"
"아닌데요~ 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이어서~"
"어디신데요?"
"아~ 지금 산타고 있어요~"
"무슨 산이요?"
"소백산 타고 있어요~"
"뭐야~ 맨날 혼자만 산타고... 그러니 친구가 없지..."
"ㅡㅡ;;"
버스님이 어떤 일행과 소백산 타러 오는데 길을 몰라서 물어보시는거였다.
어허허허... 이런 일이... ㅎㅎㅎ
몇번 이야기 하다가 좀 빨리 와서 희방사에서 연화봉으로 올라오는 코스를 권했다.
그러면 내가 오르는 속도를 조절하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런데.... 휘유~ 아직 멀었구나...




이곳 죽령에서 오르는 길도 바람이 장난 아니다. 완전무장이 필요하다.


아래쪽에는 아직 눈꽃이 없던데... 이쪽에서는 드디어 눈꽃이 나타난다.
제2연화봉에 다 와간다는거다...


중계소가 이제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중계소 바로 아래의 이정표. 이곳의 해발이 1,270미터다. 연화봉까지는 2.7km 남았고...

산능선 너머로 구름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흩어진다.
바람이 엄청 분다는 이야기....

중계소를 끼고 돌아가는 지점에 역시나 바람이 장난 아니다.

중계소 전망대에서 보이는 연화봉과 비로봉, 국망봉의 모습.
다행히 날씨가 좋아 멀리 보인다만... 문제는 세찬 바람으로 인한 눈가루때문에
시야가 그리 깨끗하지는 않는다는 점....


이렇게 잠잠하다가도....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눈발이 장난 아님....

이건 완전히.... (아래 동영상을 보면 실감날 듯....)

소백산의 상고대는 중계소에서 천문대 가는 길이 유명한데....
아직은 익지 않은 듯 하고 일부만 아래와 같이 눈꽃이 피었다.







다시 푹푹 빠지는 눈길과 그 위를 불어닥치는 세찬 칼바람을 뚫고....

천문대로 향한다.

오른쪽이 옛 천문대자리, 왼쪽이 새로운 천문대 자리...

이쪽도 바람이 세차기는 매 한가지...

천문대의 모습.

지난번 한번 견학하려다가 못했는데... ㅡㅡa

옛 천문대 뒷편으로 아까 지나온 중계소가 보인다.

여기서 스패츠를 착용하기 시작.
아이젠은 연화봉 올라가서 차자.

백두대간의 줄기를 이루는 소백산 백두대간 구간.
죽령, 연화봉, 비로봉 능선은 타봤고, 아직 비로봉 - 국망봉 능선을 못타봤네...
묘적봉과 도솔봉은 죽령에서 반대쪽으로 넘어가야 하고...
언제쯤 국망봉에서 고치령, 마구령까지 가볼 수 있을까....
언젠가는....

이제 연화봉까지 100여미터도 남지 않았다.


연화봉에 올랐다.
오르자 마자 제1연화봉과 비로봉, 국망봉이 눈 앞에 펼쳐진다.

그와는 반대쪽으로 천문대와 제2연화봉에 있는 중계소가 모습을 보인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바람이 많이 분다.
맞바람을 맞으며 인상을 찡그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연화봉의 높이는 1,383미터.

버스님에게 전화해보니 희방사 주차장에서 10시 14분 정도에 출발했다는데....
내가 연화봉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반정도이니.... 올라오려면 1시간 정도를 더 올라와야 한다.
만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힘드니까... 나중을 기약하고 비로봉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연화봉에서 비로봉으로 가는 길에는 크게 두개의 봉우리를 거쳐야 한다.
그 하나가 제1연화봉인데, 아래의 모습이 제1연화봉으로 오르는 계단이다.


제1연화봉의 해발은 1,394미터 (제2연화봉과 동일한 해발이다.)
비로봉까지 2.5km 남았는데... 봄/여름/가을엔 좋지만 겨울에는 꽤 힘든 코스다.
왜냐고?? 바람때문에...


이건 그동안 못보던건데.... 소백산에도 연리목이 있었나??? 신기하다.




며칠전 강원도를 휩쓴 폭설의 영향으로 이곳에도 눈이 왔지만 그정도로 많이 온건 아니고
그 사이에 날이 포근해서인지 이쪽으로 올 수록 눈이 녹은 모습이 많다.
그래서 나뭇가지에 붙은 눈들도 모습이 예전과 같지 않다.


솜사탕 같기도 하고... 누에고치 같기도 하고....


제1연화봉을 내려오면 아래와 같은 풍경을 만나게 된다.
저 높은 하나의 봉우리를 넘어야 하는데... 그리 높진 않아서 괜찮다만....
저 길이 만만찮은 길이다.
봄에는 철쭉으로 만개하지만 겨울에는 칼바람이 몰아닥친다.
이상하게도 죽령에서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으로 가면 갈수록 바람이 더욱 거세진다.



봐라.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아무것도 없는 능선의 백미다.
저기 보이는 봉우리까지 얼마 되진 않지만... 이 길을 걸을때마다 제대로 소백산의 능선을 걷는구나 하는 느낌이 팍팍든다.
이날은... 너무도 심한 바람에 길을 가다가 몸이 오른쪽으로 계속 쏠릴 정도였으니....
후와~~~

위의 봉우리만 지나면 이제 드디어 비로봉이 눈앞에 보인다.
주목관리소가 보이고 그 옆으로 사람들이 능선을 따라 비로봉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은 날도 날이거니와 많이 추워서인지 그리 많은 사람들이 보이진 않는다.
오른쪽 봉우리가 비로봉이다.

천동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지나 예전처럼 주목군락지를 따라 주목관리소로 가는데... 얼래?
이쪽 길이 막혔다. 막아놨다. 어쩔수 없이 돌아서 관리소로 향한다.
주목관리소에 들어서자마자 겨우 한숨을 돌린다.
비로봉 일대를 휘몰아치는 칼바람에 어느덧 손가락 끝이 얼얼해진 상태.
바람의 영향은 없어도 주목관리소 안쪽도 입김이 벌벌 나올 정도로 춥다.


올해부터인지 주목관리소에 국립공원 관련된 직원이 상주하고 있는듯 하다.
아니, 상주라기보다는 흡연과 취사를 못하게 하려는 요원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평소에는 바글바글하고 버너에 물을 끓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날은 보이지 않는다.
점심을 먹지 못하고 연화봉에서 삶은 계란 2개를 먹었었지.
남은 1개와 컵라면을 꺼내 물을 붓는다.
삶은 계란은 어느새 꽁꽁 얼어있다. 해동이 필요하다.

열심히 라면을 먹고 있는데 앞쪽의 아주머니와 아저씨께서 불쌍해 보이던지...
찬 밥과 김치를 주셨다.
옆쪽에 다른 자리를 잡은 일행들은 직접 캔 더덕으로 담근 더덕주를 한사발 주신다.
그래~ 산을 타다보면 이런 제맛이 있는거다.


어느정도 몸을 추스린 후 드디어 비로봉에 오른다.
주목관리소에서 비로봉까지 200미터도 되지 않을 거리이고 50미터도 차이가 나지 않을 높이인데도...
이 길을 오르는 것이 꽤 힘들다.
이 계단길을 오르고 오르면 오를 수록 점점 더 거세지는 칼바람에 쉽게 지친다.
그리고 비로봉에 오르자 마자 뒤를 돌아 바라보는 소백산 능선의 모습....
그리고 언제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로봉....

멋지게 셀카를 찍고 있는 듯 하지만....
저때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중계소에서 불어오는 바람보다, 연화봉에서 부는 바람보다 열배는 더욱 날카롭고 찬 칼바람에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였다.
손가락은 장갑을 껴도 얼었고... 맞은 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인상을 찡그리지도 못하고
저 선글라스 안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2~3분도 못있어서 바로 바람이 별로 불지 않는 반대편쪽으로 내려가 다시한번 사진을 찍고....

얼른 능선 아래 비로사 방향 계단으로 내려간다.
이 곳은 저쪽과는 전혀 반대로...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다.
겨우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잇는거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멀리 국망봉을 바라본다.
또 가고 싶은데... 비로봉에서 국망봉 능선을 남들은 쉽게 타는데 난 언제 가보나.... 쩝....

비로봉에서 비로사로 내려오는 길은 남향이어서인지... 7부능선부터는 눈이 별로 없다.
그렇게 터벅터벅 비로사까지 내려온 다음, 비로사에서 다시 삼가 주차장까지 내려온다.
이쪽은 바람도 없고 한결 편안하다.


버스정류장님과 일행분은 연화봉에서 다시 원점으로 하산하여 이곳 삼가주차장까지 오셔서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어떻게 초코파이 한두개로 연화봉까지 찍고 다시 내려와 이곳까지 오셨을까나???
식사를 대접해드리기 위해 또 어머니 가게로 향한다.
어머니에게 미리 전화를 드리고 도착해서 먹은 김치찌게...
충청도 아가씨(버스님), 전라도 총각(지금은 유부남인 짝퉁창렬님)에게 인정받은
정말정말 맛있는 경상도 김치찌게...
이날도 역시 최고~~~



그렇게 어머니의 가게를 뒤로 하고 죽령으로 와서 내차를 갈아타고 두분과 헤어졌다.
천안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경.
이번의 산행은 1월 1일 있을 한라산 산행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비록 초기 계획대로 산을 타진 못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소백산 칼바람이 더욱 반가웠고
눈이 푹푹 쌓인 산길을 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연말까지는 산행 없고... 1월 1일만 기다리는거다....
보너스!!!!
소백산의 겨울 칼바람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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