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다큐멘터리 | 78분 | 연소자관람가 | 한국 | 2009.1.15 개봉

감독 : 이충렬

출연 : 최원균, 이삼순, 소새끼(?)

제작/배급 : 스튜디오 느림보, (주)인디스토리 

영화 홈페이지 : 없음, 대신 홍보블로그 있음. http://blog.naver.com/warnangsori 



1. 色

시작과 함께 나오는 경상북도 봉화의 세상.

다큐멘터리던 영화던 그 풍경 하나를 아름답게 잡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눈 앞에 나타나는 경상북도 봉화 산골짜기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파란색, 하얀색, 그리고 누런색

그 누런 색을 영화 내내 보여주는 일소 한마리.

세상의 모든 업을 짊어진 누런 색은 영화가 끝날 즈음 황토색으로 변한다.




2. 樂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남자의 목소리보다 여자의 목소리가 커지고 많아지는 건 당연지사.

할머니의 그 끝없는 수다에 영화의 절반은 웃음으로 넘쳐난다.

그리고 나오는 또 다른 주연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소에 대해 남들에게 자랑하는 장면은 보는 내게도 따뜻하고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3. 狂

일소의 평균수명이 15년이라 한다. 그런데 40년을 살아왔다.

그 살아온 소가 리어카(수레)를 끌고 집에서 비탈길을 내려오는 그 바들바들 거리는 다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80평생을 살아오신 할아버지는 평생을 농약한번 쓰지 않고 기계한번 쓰지 않고 오로지 할머니와 소와 함께 농사를 짓는다.

젊을 때 침을 잘못 맞아서 잘못된 다리를 이끌고 밭에서 기어다니시면서 논밭을 고르는 할아버지의 얇은 다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할아버지에게도 소리치고, 소에게도 소리치는 할머니

고장난 라디오를 두드리는 할아버지에게 라디오도, 소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고물이라고 피식 웃으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4. 色+樂+狂


감동적이니 뭐니... 하는 말은 패스.

 

경상북도 봉화군 옆에 영주에서 자란 저도...

어릴 적 외가집 과수원에서 소를 키워서 소 여물 쒀주고 해봤습니다.

 

가공되지 않은 생활에서의 웃긴 장면도 나오지만 이 웃음은 무한도전이나 다른 것을 봐온 웃음과는 틀립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장면은 다른 사람들이 우는 장면과는 틀립니다.

 

감동적이어서 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도중 세번의 눈물을 닦아내었지만...

그게 감동적이어서 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 눈물이 났는지는... 아직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경상북도 북부지방에서 살았기에

그 지방의 사투리를 알기에 자막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었고

그런 상황에 쓰는 그 말투가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기에...

소를 키워본 마음을 알기에...

남들보다 조금 더 이해를 할 수 있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영화관을 나오고 지금 이시간까지

 

그 느낌에 그저 먹먹할 뿐입니다.

 

 

 

 

감히...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한 농부와 그의 반평생과 같이한 소, 그리고 그 옆에서 똑같이 같이한 할머니

그들의 모습을 보기만 하셔도 됩니다.

잠깐만이라도 느끼시길...

 

 

 











p.s
2월 1일 보려고 했으나 천안에서 개봉이 확정된 날은 2월 2일부터였고 영화본 날은 2월 6일이었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 평일 저녁에... 170석 정도 되는 한개 관의 좌석의 7~80%가 꽉 찼더군요.
영화보고 나서 집에 들어와 확인해보니 7개관으로 시작되어 이날 68개관으로 확대상영되고 
관객수도 드디어 10만 넘었다고 하는데... 오늘 블로그 가보니 30만 돌파했답니다. 

축하합니다.

'色+樂+狂' 카테고리의 다른 글

4/11, 마이산(3)  (2) 2009.04.22
4/11, 마이산(2)  (0) 2009.04.21
4/11, 마이산(1)  (2) 2009.04.21
전주 맛집 중 오원집, 전일수퍼, 남문 피순대  (2) 2009.04.15
2/28, 고대산  (2) 2009.03.07
포근했던 소백산 자락(1/31)  (0) 2009.02.03
영하 20도의 소백산자락(1/24)  (5) 2009.01.30
1/2, 한라산  (0) 2009.01.16
12/25, 소백산  (0) 2008.12.27
강구막회 '08 송년회  (0) 200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