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3, 사패산과 도봉산
色+樂+狂2006. 9. 25. 10:10
(파찌아빠님 글 트랙백 : [마감] 9/23(토), 사패~도봉 )
금요일 저녁, 수영장 회원 회식이 있었다.
난 9월에 들어간 터라 중간에 들어온 새내기인지라.... 다소곳이 앉아있다가 분위기만 맞춰주고...
그런데 다른 회원들은 보통 마시면 새벽 다섯시까지라고 한다.
허거거거.... 토요일 새벽에도 강습이 있는데.... 이젠 나이도 있으니 무리할 필요는 없겠지...
그래서 12시쯤 나와서 집에 들어가 자고 토요일 아침 수영장에 갔더니 회원들 중 달랑 세명...
약간 힘들게 수영하고 난 후 재빨리 집으로 들어와 짐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8시 30분쯤 집을 나와 40분쯤 버스를 탔다.
회룡역에서의 약속시간은 9시 30분.
버스운전사분이 느긋하게 운전을 하시는 터라.... 아무래도 10~20분 늦을 것 같아 문자를 드렸다.
띠로롱~
보내자 마자 문자가 와서 확인해보니 푸하하하... 산족님은 나보다 더 늦다.
다행이네...
하여튼 회룡에서 내려 급하게 사람들을 찾고 있는데 다시한번 문자가 온다.
[먼저출발 범골매표소 사패산]
파찌아빠님 일행이 먼저 출발한지 3~4분 정도 되었을까?
일단 나도 초행인지라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범골매표소는 어딘지 모른다고 다들 고개를 절래절래...
일단 대충 방향을 맞춰 올라가다 가게에서 물어보니 저~쪽으로 가란다.
호암사 이정표와 '범골 7길'이란 표지판을 보고 약간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음달의 히말라야 트레킹때문에 트레킹화도 새로 사서 발에 길들여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 하면 안될 듯...
몇분 걷다보니 앞서가는 사람들의 일행이 눈에 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분들인데.....
아하~!@!
왼쪽의 가장 키크신 분이 혜인아빠님, 그리고 순서대로 파찌아빠님, 선비님....
그런데 왠일로 다들 천천히 걸어가실까?
흠....
그렇게 일행을 만나고 올라가는 도중 산족님도 도착하여 막걸리 사고 올라오신다고 연락받는다.
산족님도 산길을 잘 타시니 별 걱정없으시리라....
파찌아빠님이
'두사람은 걱정없으니 먼저 출발한거라'고 하시니.. 약간은 삐질~~ ㅎㅎㅎ
호암사방면으로 올라가다가 매표소 앞쪽에서 아주머니들이 샛길로 들어선다.
그걸 보고 우리도 샛길로 들어서다 매표소 직원분에게 딱!! 걸렸다.
다행히 샛길 입구에 약수가 있어서 "약수먹으러 왔어요~"라고 변명하지만 통한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매표소를 지나 오르다보니 역시 가을이다.
하늘은 파아랗고..... 다행히 바람도 분다.
사패산자락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 봤으나 직접 오르기는 처음이다.
오르는 초입부터 호암사까지 가파른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지지만 바로 머리위에서 보이는 바위들의 모습이 그리 힘들게 하진 않는다.
(사진 순서가 거꾸로 되어있네요.....)
웅장하진 않지만 가파르고 아담한 바위들을 지나 호암사를 거쳐 능선길로 올라선다.
아차차~!@!!
오르다 생각해보니 시산주를 먹지 않았다.
맥주 마시지 않고 산을 오르면 물을 많이 먹게 되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든다.
(결국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고등학생인지 중학생 애들이 한 학년이 단체로 사패산을 오른다.
각자 도시락과 얼음생수를 하나씩 들고 힘들어하면서도 씩씩거리면서 오른다.
나도 학교다닐때 학교에서 이런것 해주면 좋았으리라..... 생각해봤다가.... 취소했다.
고향의 산은.... 소백산이다.... 만만하게 오를 산이 아니다. ㅡㅡ;;
그들과 엎치락 뒷치락 하면서 산길을 오르다가 만난 바위가 있다.
어라? 완전히 마루다. 평상이다.
바위가 평평한 채로 널찍하게 있다. 여기서 구경을 하는데 산족님이 드디어 따라온다.
숨이 가쁜지 물을 마시다가 뱉어낸다. 술이란다. ㅎㅎ
평상에서 드디어 다섯명이 다 모인 후 본격적으로 사패능선을 따라 사패산으로 향한다.
우리들 뿐이었으면 그나마 쉽게 가겠는데 학생들이 많다보니 줄지어 오르기도 일쑤.
그렇게 드디어 포대능선과 사패산으로 가는 삼거리를 만나고 사패산으로 일단 오른다.
사패산으로 향하는 길은 300미터라는데....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니다.
이름모를 꽃이 아주 자그맣게 산길에 피어있다.
멀리 오봉과 그 뒤로 상장능선, 백운대가 보인다.
저긴 다음주에 가게 되겠지....
드디어 올라온 사패산 정상에는 그 학생들과 많은 산행객들이 바글바글하다.
우리도 그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다.
선생님인듯 한 분이 학생들이 올라올 때 마다
"71등, 72등...."
순위를 매긴다.
산에서의 순위는 별거 아닐 터..... 학생들이 다 올라왔는지를 확인하는걸 것이다.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순위다툼에 찌들었는데 산에서조차 그러면 재미없지...
파찌아빠님은 아침식사를 하셨는데도 배고프다고 난리시다.
결국 사패산 정상에서 식사자리를 찾다가 명당자리를 발견.
먼저 계신 분들이 고맙게도 자리를 비워주신다.
막걸리 한잔이라도 드리려고 하는데 웃으면서 사양하신다.
바람도 불고 날도 쾌청하지만 흘리는 땀과 내리쬐는 태양빛에 은근이 날이 더움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는 산을 타면서 항상 느끼는 목마름, 갈증이다.
게다가 시산주도 못했으니 일행들 모두 목이 타서 난리다.
나 역시 그랬으니 일단 가방의 먹거리들을 모두 꺼내놓고 젓가락질 하기 전에 막걸리부터 한사발 따른다.
키햐~~~~!!! 역시 이맛이다.
선비님이 가져오신 족발...
특이한 것은 혜인아빠님의 하이라이스인데.... 사진을 찍지 못했다.
혜인아빠님의 도시락 내용이 점점 화려해져가는 듯.... ㅎㅎㅎ
사패산 정상바위 바로 아래 명당자리에서 1시간 반가량 식사와 담소를 나눈다.
어느새 12시가 훌쩍 넘고....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리라....
사패산에서 바라본 도봉산까지의 능선은 만만치 않은 듯 하다.
포대능선이야 어려울것 없지만 아까의 그 삼거리에서 포대능선까지의 길은 꽤 가파르게 보인다.
역시나....
가다보니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몇번 지나 꽤 긴 계단이 나온다.
철계단은 아니나 나무계단이 쭈욱 이어져있다.
다소 걱정이 든다.
정상에서 우이동으로 가는 길도 이렇게 쭈욱 내려갔다가 다시 쭈욱 올라오는 곳이 많은데....
산행을 시작한지 3시간이나 지났지만 아직 반도 가지 못한 초반이다.
계단의 중간에 바위가 있어 산족님이 먼저 한번, 그리고 내가 두번째로.... 마지막으로 파찌아빠님을 꼬셔서 오른다.
맞다.
파찌아빠님은 꼬심을 당한 것이다.
올라오자 마자... "또 속았어~"라고 한탄을 하시니..... ㅎㅎㅎ
혜인아빠님과 선비님은 우리들은 신경쓰지 않고 계속 계단을 올라가 먼저 쉬고 계신다.
그분들과 만나 다시 오르는 산길..... 이젠 계단은 없고 약간의 바위들이 나타난다.
드디어 포대능선의 초입에 들어선 것이다.
포대능선을 지나 자운봉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또 주능선 따라 가야 한다.
여기서부터 4시간 가량 걸리지 않을까.... 가늠해본다.
포대능선을 서너번 타본 것 같다.
혼자서만 세번, 친구와 한번.... 이번이 네번째다.
예전에 아래의 코스를 혼자 올랐다가 홀라당 겁을 먹고 부들부들 떨면서 다른쪽으로 겨우겨우 내려온 적이 있다.
그래서 설명만 하고 우회하려는데 산족님이 입맛을 다신다.
아무래도 암반을 만나니 몸속의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시는 듯... ㅎㅎ
이런 곳 말고도 포대능선에는 두세곳의 바위를 타는 코스가 있다.
내가 아는 길만 가고 마는데 산족님은 역시나 두려움이 없으신지 갈까말까 망설인다.
한 코스에선 선비님은 아예 우회를 하시고, 산족님이 먼저 가볍게 하산, 혜인아빠님은 큰 키와 다리를 이용하여 척척.... 파찌아빠님은 초행길인지라 약간 후들..(혜인아빠님의 다리를 원망하면서... ㅎㅎ )
나는 몇번 와봤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태연한척 달랑달랑..(다리 길이때문에.... ㅡㅡ)
이제 힘든 곳을 지나 포대가 있는 봉우리, Y계곡의 초입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다시한번 각오를 다지고 오른다.
포대봉우리에서 도봉산과 주변풍경을 보면서 잠시 쉬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Y계곡으로 향하는데...
왠걸.... 줄이 장난 아니다.
한참을 기다리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건너오는데 두시간 걸렸네..."에... 일행들 우회하기로 한다.
그런데 포대봉우리 바로 아래쪽에 지름길이 있는데 혜인아빠님과 선비님이 먼저 올라온 길로 내려가셨다.
파찌아빠님이 그분들을 부르기 위해 따라가시고 산족님과 나는 먼저 지름길로 내려가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시지 않아 소리를 지르니.... 윗쪽 지름길이 아니라 아래쪽 우회길에서 대답이 온다.
에고에고... 우회길이 장난 아닐터인데 올라오시는 분들의 표정이 장난 아니다.
더군다나 혜인아빠님과 선비님을 부르기 위해 따라가신 파찌아빠님이 가장 뒤에서 헉헉 거리면서 올라오신다. 오늘 파찌아빠님 고생이 장난 아니다.
어느덧 산도 하나둘씩 물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한달만 있으면 장관을 이루고 있으리라.
히말라야 갔다 오고 나서.... 또 한참을 돌아다녀야겠지.... ㅎㅎ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나.... 같이 가신 분들 중에 신선대를 올라가셨던 분이 아무도 없으신듯 하다.
이제부터 가장 고생스럽던 길이 시작된다.
물도 거의 다 떨어지고 신선대 아래쪽으로 쭈욱 내려갔다가 다시 뜀바위쪽으로 쭈욱 올라오고
또 쭈욱 내려갔다가 칼바위와 오봉으로 빠지는 갈림길로 쭈욱 올라오고
다시 쭈욱 내려간다.....
이런 길이 몇 번 이어지니 다들 힘들어하신다.
그나마... 이제는 그런 계단이나 가파른 길은 없으니 안심이긴 하다.
우이암을 보여주니 다들 반응이 제각각이다.
산족님의 반응이 제일 볼만했으니..... 자세한 것은 파찌아빠님의 글 참조....
우이암을 지나 내려오는 길에서 약간은 위험한 암릉을 타려고 했으나 모두들 지쳐있고
(물이 홀라당 다 떨어졌다.... 마지막 1시간 반가량을 물 없이 산을 탔다....)
해서.... 편하지는 않은 가파른 지름길로 가기로 결정.
그러다가 내려오는 길에 이상한 밧줄이 묶여있는 바위코스를 발견하고 모두들 아연질색한다.
하지만 혜인아빠님의 교관과 같은 솜씨를 보고 다들 잘 내려오시고...
산족님은 구조대 역할까지 하셨다.
(구조대 역할을 하게 된 경위는.... 파찌아빠님의 글에서 참조바람....)
이제 어려운 코스는 다 끝났다..... 내리막길이다.
터벅터벅 내려가는 줄 알았는데 이분들이 워낙 빠르셔서인지....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는다.
잔상만 남을 뿐이다.
그렇게 우이매표소를 지나 내려온 시간은 거의 다섯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넘었나?)
우이동 입구에서 백운대쪽을 보니 헬기 한대가 주변을 돌고 있다.
도는게 아니라 만장봉(?) 위에서 계속 대기중이다.
아무래도 무슨 사고가 난 듯....
모두들 목이 말라 일단 캔맥주를 하나씩 하고 먼저 급하신 혜인아빠님은 씻지도 못하고 가시고
선비님은 간단히 씻고 옷을 갈아입고 가셨다.
남은 세 남자는 들어가자마자 샤워하고 온탕과 냉탕과 폭포와 사우나 등을 번갈아 돌아다니며
지친 몸을 다스린다.
산뜻하게 변신(?)한 세 남자는 무얼 먹어줄까 고민하다가 얼마 전 파찌아빠님이 블로그에 언급하신
원남동의 '아바이 순대'를 먹어주기로 결정하고 버스에 몸을 싣는다.
오늘 산행은 모두들 힘들어하신것 같다.
우리 일행은 '오산종주'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을 해야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산행도 좋다.
구경하는 산행도... 체력을 단련하는 산행도....
하지만 물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실수라면 실수.....
다음번엔 좀 더 제대로 준비해야겠지....
새로 산 트레킹화는 확실히 릿지용이 아니어서인지 바위에서 몇번을 미끄러졌다.
발에 익히는 일이 더 남았는데.... 서울에 있는 산을 타면서 익히기에는 무리일 듯 하다.
다음주 삼각산(북한산) 산행이 기다려진다.
시간이 이날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으리라.
파찌아빠님, 혜인아빠님, 산족님, 선비님 수고하셨습니다.
(먹어준 이야기는 잠시 후에.....)
파찌아빠님의 산행기 보러가기 : http://blog.empas.com/pazziabba/15892132
산족님의 산행기 보러가기 : http://blog.empas.com/kgonny/15914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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