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8월 24일 목요일 : 부안읍 - 변산해수욕장 - 채석강 - 내소사입구 - 흥덕(선운사IC) - 선운사입구 - 상원 - 동호해수욕장입구 - 구시포해수욕장 (총 거리 116.56km)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고 시간을 보니 어느새 8시다.
찜질방에서 자는 것도 버릇이 되다보면.... 습관이 되다보면... 즐기게 된다.
찜질방에서의 주의할 점은 '주말'에는 절 대 가지 않는다이다.
주말에 가족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잠을 거의 잘 수 없다.
평일이면.... 그나마 괜찮지....
하여튼 아침의 모든 생리현상 및 준비를 모두 마치고 부안에서 출발할 준비를 한다.
09시 30분에 아침식사를 우유로 간단히 하고 얼음물을 준비한 후 09시 40분 부안읍을 출발한다.
날은 맑지만 시계가 그리 높진 않다.
그러나 분명 따가운 햇살이 아침부터 변산반도로 들어가는 길을 따갑게 내리쬐고 있다.
30번 국도를 따라 변산반도로 들어가는 길은 평평한 길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내변산이 보이는 길부터 조금씩 오르막 내리막이 지속되더니 해안길을 만나자 마자 그 각도가 점점 높아진다.
부안에서 출발한지 1시간이 지나 아스팔트 도로에서 비포장 길로 해안을 바라보는 쉼터가 나온다.
5일째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무릎이 이상해진다.
이상신호가 자주 오고 있다. 약간 겁이 난다.
게다가 장딴지 허벅지에는 근육통까지 오고 있다.
무릎의 문제는 조금 더 조절을 하면 되고, 근육통 정도는 다시 자전거 타다보면 어느정도 풀리겠지.
이 쉼터에서 보면 물이 빠진 갯펄에 주민들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오른쪽으로 보이고
왼쪽으로는 머얼리 희미하게 방조제가 보인다.
저기가 바로 새만금방조제이다.





바람모퉁이란 쉼터를 지나 본격적으로 해안도로로 진입하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쉽진 않은 고개다.
15분 정도를 다시 달리다보니 본격적으로 새만금방조제 박물관인지 어딘지와 방조제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새만금간척지는 아래쪽은 여기 변산반도에서 시작하여 윗쪽으로는 군산까지 이어진다.
아직 다 공사는 하지 못하고 윗쪽은 여전히 매립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어느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도움이 되고 얼마만큼의 부를 가져다 줄지는 모르겠다.
아니... 대충은 느끼고 있지만 이곳을 위해 고생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든 사람이 잊지는 말아야겠지...
11시 반쯤 변산해수욕장에 도착한다.
변산비키니 해수욕장이라고 하는데 비키니 입은 사람은 전혀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서 잠시 충전코자 "술의 신 D"를 사서 마시는데 아주머니가 보시더니
혼자 다니냐... 왜 힘들게 그런 짓 하느냐.... 라고 하신다.
뻘쭘하게 웃고는 바다를 보면서 잠시 쉰다.


물이 빠진 아무도 없는 해수욕장에 한 아이만 무엇이 즐거운지 돌아다니고 있다.
무릎이 조금 더 아파오는 듯 하여 마루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이 해수욕장에 놀러온듯한 4명의
아가씨들이 어디론가 이동하려는 듯 길 가로 나오는데 동네 주민인 듯 보이는 청년이 그 아가씨들을
설득하고 있다.
채석강 가 봤자 거긴 사람도 없고 바위밖에 없다.
해수욕 하면서 놀려면 여기가 낫다.
그 청년의 말에 아가씨들이 참 많이 망설인다.
내가 출발하기 전까지도....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한다면 해볼만도 할텐데....
그러나 내가 뭐라고 해줄 수 있을 입장이 아니어서 다시 출발한다.
변산해수욕장을 빠져나와 채석강까지는 해안도로가 있다고 했는데 찾지 못하고 일직선상의 좋아진 편도 2차선 국도를 따라 달리고 달린다.
오랜만에 속도가 붙는다.
정오가 되어 채석강에 도착한다.
이곳에 온 것도 2년 반만이다.
아마도... 2004년 3월 말인가 4월초인가... 남도 여행하다가 온 곳...
그때는 한밤중에 도착하여 채석강은 구경도 못했으니... 이번엔 보고 가야지...
아차차... 여긴 국립공원이다.... 입장료가 있구나....
매표소로 다가가 입장료를 내는 도중에 매표소 여직원이 내 모습을 보더니
어디서 왔냐 혼자냐 어디까지 가냐 며칠째냐 등등을 물어온다.
귀엽고 이쁜 젊은 아가씨 같은데... 아르바이트 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대단하다고 하는 여직원에게 고맙다고 하고 채석강으로 들어간다.


해수욕장에는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해서인지.... 사람도 많고.... 물도 좋은 듯 했다.
아까 변산해수욕장에서 본 아가씨들... 거기보담 여기가 더 좋은 듯 한데.... ㅎㅎ


여기서 젊은 친구들 세명을 만났다.
대구에 사는 젊은이들인데... 이 친구들은 대중교통으로 전국여행을 하고 있었다.
아까 얼핏 새만금방조제 입구에서 본 친구들이다.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하기 전에 하는 동기들끼리의 여행이라는데 참 보기 좋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꽤 흘렀다.
사진 한장 부탁을 했다. 남에게 사진을 찍힌 마지막 사진이다.



채석강에서부터 내소사 입구까지의 약 15km 정도의 길은 자전거에게는 무척 힘든 길이다.
변산반도의 아래쪽 부분은 예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는 곳이 있어서
그 길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 꽤 힘들다.
10여분을 자전거를 끌고 높은 언덕을 끙끙 거리며 올라갔다가 다시 1~2분을 쏜살같이 내려온다.
그리고 다시 또 5분을 끌고 올라가고....
이러기를 1시간 정도 고생고생하면서 마지막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는 시속이 최대 4~50km까지 된다.
물론 조심조심 해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차가 없는 경우나 일직선이면서 내리막의 끄트머리에 대한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저렇게 나온다.
그래봤자 1~2km 정도밖에 안되는 길이지만 이때만큼 짜릿한 경우도 없다.
마지막 내리막길을 내려와 내소사 입구 삼거리를 지나 자전거를 잠시 세운다.
저기 보이는 것이 변산반도의 산이다.
내변산은 아니고 내소사 윗쪽으로 올라가면 만나는 관음봉을 비롯한 몇몇 봉우리들....
6월에 힘든 체력으로 올라갔던 길이 생각난다.
저쪽에서 아주 아찔한 내리막을 걸었었지... ㅎㅎ



한편 반대쪽 남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줄포만 너머로 선운산 도립공원이 보인다.
곰소만을 빼앵 둘러 결국 저쪽 선운산 쪽을 향해야 한다.
지금 시간이 14시 20분.....
갈길이 멀구나~


곰소만을 지날 때 음료수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곰소의 젓갈과 소금냄새가 자전거를 타고 갈 때 코를 찌른다.
곰소를 지나 줄포까지 가는 길도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니다.
일단 약간의 오르막길을 꾸준히 달리다보면 어느새 영전-줄포를 지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이제 부안에서 바로 고창으로 이어지는 23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23번 국도는 그렇게 좋은 길은 아니다.
이렇게 꾸준히 달리고 달리다 보니 오후 3시 45분 쯤 흥덕 내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김밥과 콜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면서 잠시 쉬기로 한다.
조금 무리를 해서 한시간 반 가량을 달렸더니 아.... 다리 근육통.....
다소 심해지는 듯 하기도 하다.
이곳 흥덕은 유동차량이 많다.
바로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나가면서 선운사IC가 바로 앞에 있기 때문이다.
차들이 많기 때문에 일단 어느정도까지는 조심해서 운전을 해야 한다.
다리가 아픈 관계로 제대로 속도도 나지 않는데 이상한 언덕이 많다.
흥덕에서 바로 선운사쪽 까지 기존 22번 국도가 아닌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다.
터널까지 있는 길이니 기존의 꾸불꾸불한 도로가 아닌 거의 일직선의 도로다.
완공이 된다면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바로 선운사까지 쉽게 갈 수 있을 터이다.

4시 15분에 흥덕을 출발하여 17시 05분 드디어 선운사 입구에 도착한다.



이상하게도 저 '풍천장어'라는 간판을 보니 갑자기 배가 무척 고파진다.
이런....
으휴휴... 장어먹고프다.....
예전 왔던 길인데... 그땐 비록 차였지만.... 앞으로의 길은 양호한 편이다.




선운사 입구에서 선운산을 따라 바깥쪽으로 돌아나간다. 이쪽 길은 이제 어려운 길은 아니다.
변산반도의 모습이 이제 확연히 보이는 곳까지 나온다.
상원 조금 지나 거의 100km를 달려온 거리.
오늘의 자전거 여행은 변산반도 말고는 힘든 코스가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는다.
이대로 가면 동호해수욕장도 들려보고 구시포해수욕장까지 갈 수 있을 듯....


상원을 지나 동호해수욕장쪽으로 내려오는 내리막길에 자전거의 느낌이 이상하다.
발바닥과 다리를 통해 자전거 공기의 쿠션이 많이 줄었다는 느낌이 온다.
혹시나.... 내리막길 바깥쪽 아스팔트에 무언가가 많이 있었다 싶었는데 자전거에서 내려서 살펴보니
이런... 뒷바퀴의 바람이 빠져있다.
펑크가 났구나.....
둘째날... 안중에서의 펑크 이후로.... 두번째 펑크....
바로 동호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 4km 전방에서다.


다행히 펑크 때우는 키트를 사왔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로구나....
30분에 걸쳐 펑크를 때우고 다시 준비.
30분이나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이거 아슬아슬하다.
구시포해수욕장까지 가서 일몰을 보려고 했는데 30분이나 허비하다니....


18시 40분 출발하여 열심히 달리지만 어느새 하늘의 태양은 서쪽으로 넘어가버린다.


그리고 구시포 해수욕장에 19시 20분에 도착.
태양은 넘어간지 오래고... 바다도 조용하다.


그래도 왔다는 증거를 만들어야지...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고창군까지 왔는데 장어를 먹지 않을 수 있나...
일단 장어구이 한판을 먹고 쉰 다음 씻으러 나왔으나 씻을곳이 안보인다.
역시 이곳도 성수기가 끝나서 어쩔 수 없나...
찜질방에 들어가 해수찜질을 하려 했으나 가격이 만만찮아 사우나만 하고 나온다.
그리고 야영장으로 들어가 텐트를 친다.




한 매점 아저씨가 다가오더니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왜 목욕탕에서 했느냐면서 뭐라고 하신다.
자기네 아직 샤워장 하는데... 1,000원에....
이그그... 아쉽네....
결국 그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새벽 1시가 되어버렸다.
이런이런... 빨리 자야겠네.....
오늘은 그리 힘든 날은 아니었는데... 내일은 어떻게 될지.....
일단 목포까지 내려가는 것이 목표이니.... 열심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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