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8월 22일 화요일 : 왜목마을 - 대산읍 - 서산시 - 혜미읍 - 홍성군 남당리 - 보령시 (총 120.3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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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너무 무리를 했나보다.
전날의 거리가 108.57km이니.... 그 무거운걸 지고 그렇게 고생해서 한밤중에 도착했으니....
게다가 자기 전에 맥주 한잔 하고 TV보다가 1시인가 두시 넘어서 잤는데....
다음날 눈을 뜨니 11시가 뭐냐... 11시가....
이거 완전히 오늘도 고생하게 생겼네.... 휴우....
얼른 씻고 이것저것 준비하여 왜목마을을 출발한 시간은 정오, 12시다.
왜목마을에서 출발하여 대호방조제로 향하는 도중 오른쪽에 당진화력발전소가 보인다.
어젯밤 어두컴컴한 길을 달리다 본 그 불빛이 많은 곳이 이곳이었구나....
꽤 크다.


대호방조제 입구다.
전날의 석문방조제가 10km가 넘은 것에 비해 대호방조제는 작다.
하지만 구름 한점 없는 정오의 날씨에 달리는 것은 만만치가 않다.






대호방조제를 지나 대산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갑자기 언덕이 나오는데.... 장난 아니게 높고 길다.
휴우.... 이 길을 언제 넘어서 대산을 지나 서산까지 갈 수 있을까....


이번 자전거 여행에서는 무조건 무릎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약 50분 달리고 10분 쉬는 로테이션으로 가기로 했다.
베낭과 짐들로 인해 몸에 무리가 가니까 그 이상 달리는 것은 좀 위험하거나 힘들다.
게다가 체력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 쉬는 시간도 10여분을 넘기기 일쑤다.
꽤 높은 언덕이 나오면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다가 삐질삐질 흘리는 땀을 닦는 것도 바쁘다.
결국 그늘이 있는 시원한 곳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밖에....
왜목마을에서 출발할 때 샀던 얼음물을 꺼냈다.
2L 짜리 생수를 얼린 것인데 사자마자 일단 뚜껑을 연 다음에 다시 닫았다.
이 생수통이 열을 받았는지 쉬는 곳에서 물 마시기 위해 다시 여는 순간 마치 샴페인처럼 '퍼엉'하고 터진다.
생수통이 터진 것이 아니라 뚜껑이 공중 3~4미터를 튕겨저 올라간 것이다.
얼굴을 맞지 않아서 다행이다.
(길의 경사도를 보라.... 조금 과장되긴 했어도 경사가 저정도면 자전거로 오르는 것은 죽음이다.)



언덕을 지나 대산으로 가는 길이 갑자기 좋아진다.
쭈욱 달려가다 대산 농협 하나로 마트에 도착한 시간이 13시 45분.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빵과 우유를 사서 식사를 한다.
1시간 반동안 겨우 21km밖에 달리지 못한다.
언덕이 많은 구간이라 1시간 평균 거리는 10~14km 정도.... 그리 많이 가진 못한다.
하루 중 가장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오후 두시....
잠시 파라솔 아래 쉬다가 15분에 다시 출발한다.



오후 세시까지 그렇게 40여분을 달렸을까....
언덕이 보인다. 젠장.... 더운데..... 쉬다 가자....



수염도 길어지는구나...


어느새 4시쯤 서산에 도착한다.
서산시내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해미로 빠져서 홍성쪽으로 가기로 한다.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온음료로 갈증을 해소하면서 잠시 쉬는 동안
동네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 아저씨도 자전거를 타긴 타는데 오래타니 엉덩이와 사타구니가 아프다고 하신다.
내 자전거에 있는 젤형 안장커버를 소개시켜준다.
말랑말랑한게... 오래 타도 괜찮다.
(대신 자전거를 8일동안 타니까... 무거운 것을 메고 타서 그런지 꼬리뼈가 아파오더라.....)
4시간동안 왜목마을에서 서산시까지 온 거리는 46km...
힘들구나.... 좀 더 달려야겠다....
원래 목적지는 대천해수욕장인데..... 아무래도 힘들다.... 보령까지 갈 수 있음 다행이려나?
아침에 좀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췟....
어느새 29번 국도를 따라가다보니 해미가 나온다.
여기서 다시 홍성쪽으로 빠져야 한다. 그러면 40번 국도를 만나 해안을 잠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저 멀리 있는 산이 어디선가 본 산이다.
어라라? 저 산이 바로 충남 가야산이다.
우하하하..... 지난 6월 전국 산행일주 할 때 올랐던 산이 아닌가.
오른쪽의 레이더 기지에서 왼쪽의 석문봉까지.... ㅎㅎㅎ
꽤 재미있던 산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충남 가야산 산행기 : http://blog.empas.com/samma0/14236072)

혜미까지는 왕복 4차선 도로라 국도길이 편했는데 홍성으로 빠지는 길은 꼬불꼬불한 시골길이다.
왕복 2차선, 편도 1차선....
이런 국도길이 어떨 땐 느긋하고 편하기도 하지만
워낙 꼬불꼬불하거나 언덕이 더 많아 힘들때가 더 많다.
그리고 갓길이 대로에 비해 부족하거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차가 다닐 땐 더 위험하기도 하다.


이 길의 한가운데 '고북리'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여기 상촌까지 오는 도중에 높다란 언덕이 하나 있다.
타고 끌고 타고 끌고를 반복하다가 쭈욱 내리막길을 실컷 내려온다.
그리고 만난 상촌 교차로.... 29번 국도를 따라 쭈욱 직진하면 홍촌으로 들어가지만
40번 국도를 따라 가면 안면도로 가는 지방도로를 만날 수 있다.
이 길이 홍성IC를 빠져나와 안면도로 들어가는 방조제 길이다.
하지만 나는 도중에 40번 국도로 빠져 남당리쪽의 해안길을 따라가야 한다.


그리 좋지 않은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다.
저녁 7시 15분 남당리에 도착했는데 어찌보면 을씨년스럽다.
휴가철, 성수기가 끝난 마을의 점포들은 거의 문을 닫고 비닐만 바람에 날린다.
그리고 해수욕장인지 뻘은 쓰레기만 쌓여있다.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된 해수욕장을 만나지는 못했다.
그쪽도 다 그럴까나?
해가 지는 시간이 더 짧아진 듯 하다.
보름전만 하더라도 7시 반쯤 해가 졌는데 이젠 15분이면 해가 진다.
더욱 짧아지려나??




천수만 관광센터를 지나 천북면으로 들어서는 길에 방조제가 또 나온다.
그 사이에 파출소를 하나 지나는데 경찰들이 베드민턴을 치고 있다.
열심히 지나가는데 한 경찰관이 "힘내세요~"라고 소리친다.
어두워지는 가운데 힘이 솟는다.
"고맙습니다~~~"


방조제를 지나면 천북인가 어딘가 나오는데....
이쪽의 가게들은 다 '굴 전문점'이다.
온통 굴... 굴... 굴....
아직 철이 아니어서 아쉽긴 하다만.... 나중에 제철에 이쪽으로 와서 굴을 먹어도 괜찮을 듯 하다.
굴굴굴굴......
7시 56분... 8시가 다 되어가니 날이 컴컴해진다.
보령까지 가려면 훨씬 멀었는데...
한밤중의 라이딩을 위해 장비를 점검한다.
자전거 뒤에 다는 깜빡이 등은 텐트로 인해 제대로 달 수 가 없어 약간의 편법을 동원한다.
그리고 자전거 앞쪽에 등을 달고 이마에 헤드렌턴을 달고....
세 곳에서 불이 깜빡이니 지나가는 차들이여.... 무사히 피해가시길..... 나도 조심할테니....


천북 - 오천을 지나 주포까지 도착한다.
1시간을 달린 셈인데.... 어두컴컴한 길인데.... 고생한 길이다.
아마도 산길이고.... 높은 고개를 두세개 넘은 듯 한데....
이러다가 9시 되어도 보령시까지 들어가긴 힘들 듯....
주포 사거리에 도착하니 이제서야 이정표가 보인다.
대천해수욕장까지 20km???
지금 9시인데..... 거기까지 가면 너무 멀다..... 게다가 밤이지 않은가....
보령 시내에 들어가 찜질방에서 쉬기로 마음먹는다.


드디어 21시 30분 보령에 도착한다.
거리는 약 120.39km
어제보다 더 달린 셈이네.....
출발을 너무 늦게 해서 그렇다.
내일은 더 일찍 출발하기로 마음먹고 일단 배고픔을 해결해야겠다.
시내 한 치킨집 들어가서 양념 반마리에 맥주 두잔 마시고 찜질방으로 고고고....
무릎은 오늘 다행히도 아프지 않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제대로 무릎찜질을 하고 자기로 하자....
무거운 베낭도 메었으니 어깨도 찜질하고.....
허벅지... 장딴지도.... 찜질하고......
졸린다... 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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