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리듬이란게 있다.
그중에,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과도 일종의 리듬이다.
나의 경우...
아침에 일어나 씻고 출근하고 아침먹고 화장실 갔다가 오전일과 마치고
점심먹고 화장실 갔다가 오후일과 마치고
저녁먹고 일 마무리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한 후 집에 들어와 블로그질이나 컴퓨터를 만진 후
잠에 든다.
일상이다.
그러나 워크샵이나, 등산이나...
일상에 놓여있는 집이나 회사를 떠나는 순간 나의 리듬은 깨진다.
26일부터 3일간의 경주 워크샵 참여때문에...
25일 밤부터 리듬이 깨지기 시작했다.
결국 2시가 넘어서 잠이 들고 26일 새벽에 일어나 전날 밤에 준비한 준비물을 가지고 집을 나선다.
인천에서 서울 선릉역까지의 두시간동안의 전철에서의 기다림은 너무나 지겹다.
8시 반에 선릉역에 도착하여 버스와 사람들을 기다리는 동안 그 근처에서 일하는 후배를 만났다.
어느새 또다시 통통해진 녀석과 이런 저런 인사를 나눈 후 헤어지고
준비된 사람들과 준비된 버스에 몸을 싣고 9시가 되어서야 버스는 출발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의자를 뒤로 약간 젖히고 눈을 붙이고 금새 잠에 빠져든다.
버스는 죽전에서 잠깐 쉬었는데 나도 따라 바람을 쐬러 나오니 주변 산에 눈이 약간 쌓여있다.
지난 밤에 중부지방에 눈이 왔다고 하더니... 사실인가보다.
다시 출발하고 잠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가 눈을 떴다.
지난 밤의 깨진 리듬에 아직 몸이 적응하지 못하나보다.
창문밖을 바라보니 산에 눈이 많이 쌓여있다.
나무에 핀 눈꽃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버스가 잠시만 섰어도 그 눈을 카메라에 담았으리라.
그렇게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추풍령을 넘으니 어느새 하늘은 개어있고 눈도 사라져간다.
오히려 따가운 늦은 오전의 햇살이 창문을 통해 내리쬔다.
웃도리를 벗고 선글라스를 끼고 다시 경치를 음미한다.
김천에 다가서면서 차가 갑자기 급정거를 한다.
고속도로가 막혀있다. 사고인가? 거의 한시간을 기어가다시피했다.
몇몇 도로위의 운전수들이 차에서 내려 무슨일이 있나 바라보는데 갑자기 차들이 빠지기 시작하자 얼른 운전대를 잡으려고 차로 들어간다.
서서히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다른 사람들이 놀라 소리를 지른다.
버스 한대가 중앙 가드레일을 들이받아있다.
저것때문인가? 그 앞에 하행선 갓길에 또다른 버스 한대가 뒷꽁무니가 깨진 채로 서있다.
두 버스가 충돌했나?
갑자기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커진다.
상행선에 차량들이 많이 부숴져있다.
하행선 갓길 너머에는 트럭인지 뭔지 모를 차가 아예 뒤집혀있다.
다시 건너편에는 트럭과 트럭 사이에 승용차 한대가 앞뒤가 끼인 채로 있었고
조금 더 가니 이번에는 트럭이 아예 중앙 가드레일을 뚫고 머리를 하행선 차로에 들이밀고 있었다.
그렇게 20여분을 슬슬 기어가는 동안 상행선과 하행선의 많은 차량들의 사고현장을 목격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사고는 오전 7시부터 일어난 사고로
짙은 안개와 눈길에 약 20중 추돌사고를 비롯하여 차량 50여대가 파손된 사고였다.
1명 사망에 다수 부상... 그렇게 끔찍한 사고는 처음이다.
안전띠를 다시한번 확인 한 후 버스가 속도가 붙자 다시 눈을 감았다.
예정된 시간은 12시 반이었으나 버스가 경주 보문단지에 도착한 시간은 3시가 다 되어서였다.
버스 안에서만 장장 6시간.... 힘들다.
호텔에서 이미 식어버린 회덮밥을 먹고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이미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 뒷자리에 끼어서 늦게나마 강의를 들었다.
강의가 끝나고 숙소에 올라가서 잠시 쉬고 있는 동안 보문호 위 산자락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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