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대한 단상.
狂+色2005. 11. 7. 17:58
(예전 글) 불량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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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먹는거 가지고 장난치면 벌받는다.
큰일난다.
어릴적부터 허구헌날 들었던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나도 인정한다.
세뇌당한건 아니다.
다만 서른이 넘은 이후부터는 음식에 대해 다른 가치관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 다른 가치관이란 별게 아니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좋은 재료와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란걸 뒤늦게야 깨달은 것 뿐이다.
좋은 재료는 말 그대로 음식을 하기 위한 좋은 재료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나라 음식이 입에 맞다.
물론 우리나라 음식은 우리나라에서 난 재료여야 한다.
난 기본적으로 항상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랴.
저가 다량의 중국산 식재료에 이미 식탁의 절반 이상이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재료는 국산이라 하더라도 조미료나 양념류가 중국산이면...???
만드는 사람의 정성은 말 그대로 정성이다.
음식은 크게 두가지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것과
돈을 벌기 위한 것.
이것이 같아진다면... 아무 문제 없지만
이 차이가 커진다면 그건 아주 문제가 많아진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차이라고는 해도...
그래서 이 차이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다.
만두파동에 이어 김치파동이란다.
김치파동 이전부터... 언젠가 김치의 맛이 틀려지기 시작했다.
모든 김치가 그런 것이 아니라 몇몇 식당의 김치, 회사식당의 김치가 그랬다.
어릴적부터 경상북도 소백산 아래의 산골에서 살아서 그런지 어머니의 김치가 입에 배었다.
서울 올라와 10여년 가까이 혼자 살면서도 어머니 김치의 맛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몇몇 식당의 김치가 입에 맞지 않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김치만 있어도 그걸로 찌게를 해먹고 부침을 해먹고 볶음밥을 해먹고
좀 여유생기면 제육볶음도 만들고... 그렇게 살 정도로 김치를 좋아했는데...
이거야 원, 김치가 입에 맞지 않다니... 내 입맛이 바뀐 것인가?
식당에 가면 보통 김치부터 먹는다.
밥은 한공기를 겨우 먹어도 김치는 두세번을 달라고 한다.
그정도로 좋아하는데...
결국 그러니 회사김치는 입에 안대게 되더라.
그러다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의 김치맛에 식당영양사에게 항의까지 했다.
그리고도 얼만간은 회사식당김치를 먹지 못했었는데...
요즘은 다시 김치맛이 돌아온 듯 하다.
물론 100%는 아니고 50%정도?
업소김치, 대량생산용 김치야 당연한것 아닌가.
얼마전 강촌에 1박여행을 다녀왔다.
지인들 중 한명이 전북 익산이 집인데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얼마전 집에 갔다 올라올 때 어머니께서 싸주신 총각김치를 여행때 가져왔다.
진짜 맛있더라.
진짜...
요즘 들어 음식의 소중함을 더욱 더 깨닫고 있는 중이다.
혼자 산지 너무 오래 되어서 그런가?
김치는 요즘 들어 더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중에... 김치파동이 터졌다.
흠...
일단, 먹는거 가지고 장난치면 벌받는다.
이건 사실이다.
그러니 예전처럼 표백한 단무지라던지, 약품넣은 음식이라던지 그런 사람들은 벌 받을 것이다.
또한, 제조공정상에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조치를 확실히 취하지 않은 이들도 벌 받을 것이다.
그럼 김치는 어떠할까.
개인적으로 김치를 사먹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맨날 내 스스로 해먹을 수도 없고, 누군가 날 위해 매일매일 해줄 수도 없는 일...
그리고 나 역시 제조업에 있고 여러 루트를 통해 몇몇 기업에서는 김치제조를 아주 깔끔하고 조심스럽게 한다는 것을 들었었고...
그럼 문제가 무엇일까?
그렇게 하지 못한 일반 소기업, 영세기업들이 문제일까?
지금의 김치파동은 그런 문제를 넘어선다.
제조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 기관이 인정한 원재료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리라.
하지만 그 문제가 얼마나 크길래?
댁들은 얼마나 깔끔하고 깨끗하길래?
서울 시내에서 아주 깨끗하게 음식을 먹느니
시골 촌구석에서 논두렁에 돗자리 깔고 일하다 말고 참이나 점심을 먹는 게 낫겠다.
문제는 그게 아니지 아닌가?
처음 중국산 김치의 문제는 옳다구나 했었다.
일단, 맛이 없으니까.
하지만 가난이 죄인지... 돈이 없다는게 죄인지... 그걸 쓸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
그리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식재료는 장난을 많이 쳐서 사람을 진짜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었고... 싫어했다.
들은 얘기로는 중국에서도 고급식재료는 꽤 수준이 높다고 한다.
(들은 것 뿐인가?)
하지만 저가때문에, 싸기 때문에 싼 만큼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사이의 적절한 타협을 찾다 찾다 이런 일이 터진건가?
제조업을 하다보면, 경영에서도 얘기 하지만,
품질을 높이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고객을 만족시키고
품질을 낮추면 비용은 줄어들지만 고객의 불만은 증가한다는 것이 있다.
그래서 적정 품질수준을 찾아 고객과의 접점을 찾고 이윤을 만들어 가야 한다.
기존의 제조업의 이론이었으나 이제는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
품질을 높이면 비용은 많이 들지만 고객을 만족시키고
품질때문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드는 비용이 훨씬 더 커지기 때문에
미리 품질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서 아예 문제나 불량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거다.
이제 집에서, 식당에서 보는 김치는 거의 다 제조업에서 만들어낸 것이 되었다.
거의 드러나지 않던, 거의 대부분이 모르고 있던 제품의 불량이 새로 정의되었다.
이 불량이 고객한테 얼마나 치명적인건지를 여기저기서 선을 그어놓고 있다.
제조업에서, 그중에 음식과 관련된 식료품은 사람에게 가장 중요하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 입장이 아니라 음식을 먹는 사람 입장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소 안타깝긴 해도,
기준과 잣대가 다시한번 정해져야 할 것이며,
제조업 스스로 품질수준을 정의해야 할 것이다.
(무얼???)
소비자들은 '김치파동'이란 말에 현혹되지는 말아야 한다.
얼마전 '쓰레기 만두소' 사건에서도 한데 싸잡아 모는 바람에 여타저타 많은 피해가 있지 않았던가.
고객도 제조업에 이런저런 것을 요구한다면 그만큼 이런저런 것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그저 잘못되었으니 너네들 죽어봐라... 이런 경우는 잘못이라 본다.
이미 결과는 나왔다.
식품청인지 농수산부인지 정부기관이던 민간기관이던 연구소던 기업이던
무엇보다 이 결과에 대한 기준치와 수준을 확실하게 그어주고
당당히 품질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쓸데없이 여론몰이나 하는 매체들도 제발 제대로 된 기사를 내달라.
어떤 기사에선 김치 못먹는다고 하고 어떤 기사에서는 실컷 때려놓구선 몸에는 유해하지 않는 기생충알이라고 하고...
너희 언론매체조차 줏대, 아니 잣대가 없으니 그걸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괴롭겠는가.
하아..
김치는 김치다.
난 여전히 김치를 사랑한다.
국산김치. 우리 어머니 김치. 엇그제 먹었던 전라도 익산의 김치...
신탄진에서 명절때마다 먹는 큰어머니 김치...
하얀 쌀밥위에 김치한조각 찢어서 후후 불어가며 먹던 7년 전의 자취방이 생각난다.
그때의 김치는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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