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1월의 마지막 주말.
미리 소백산 계획을 짜놓았지만...
같이 가고자 했던 분들의사정으로 인해...
금요일 밤에 출발하려던 것을 토요일 아침으로 변경되었다.
결국 경주에서 우여곡절끝에 올라와(경주-동대구-서울역KTX-인천)
여장을 풀고 다시 짐을 챙기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 동생과 동생여자친구를 만나 술한잔 하고 그네 집에서 자고 새벽에 나가려고 했는데...
客의 처지라 동생이 당구치자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쳐줘야 했다.
경주에서 올라오자마자 서울로 왔기에 힘들고 피곤해서 동생 집에서 먼저 자고
새벽에 눈을 뜨니 동생여친이 열심히 김밥을 싸고 있다.
동생과 동생여친은 이날 파주 병원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가려고 했다.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다 하고... 동생여친이 주는 김밥과 오렌지, 방울토마토 등을 싸들고 집을 나왔다.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같이 가기로 한 분들이 먼저 와계신다.
영주가는 버스가 아닌 바로 풍기가는 7시 반 버스티켓을 끊고 아침을 토스트와 국수로 채우고 준비완료.
다소 걱정이 든다.
7시 반에 서울을 출발하여 10시쯤 풍기 도착.
좀 빡세게 산행을 해야 적절한 시간에 내려오고 부석사를 구경할 수 있다.
산행은 혼자 하는 경우랑 같이 하는 경우 그 속도의 차이가 꽤 크다.
대부분 같이 하는 경우 속도가 많이 처지게 된다.
이날의 산행계획을 결과적으로 잘못 세웠다는 나의 실수는 산을 오르면서부터 느껴졌다.
---------------------------------------------------------------------------------
다들 새벽에 일찍 나왔기 때문에 잠을 못잔 듯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따뜻한 온기속으로 몸을 뉘였다.
나역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다가 문득 눈을 뜨니 버스는 어느새 치악휴게소로 들어가고 있다.
휴게소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이 산행차림이었다.
아마도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일기예보가 맞나 싶었다.
중부지방에 눈이 많이 올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7시 반에 서울을 떠날때 약간의 진눈깨비 비슷한게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치악산휴게소에서는 그 눈발이 조금 더 많아졌다.
소백산 능선을 보여주려 가는 길인데... 아마도 눈이 오게 되면 힘들것 같다.
풍기에 도착하고 보니... 이런... 삼가매표소 가는 버스가 15분 전에 출발했다.
대략 난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매표소까지 가서 출발해야 했다.
택시는 비로사까지 15,000원에 가자고 했지만 난 매표소까지 10,000으로만 가자고 했다.
매표소에 내려 입장표를 끊고 전열을 정비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야영장 옆에 붙어있는 매점에서 캔맥주를 하나 마시고 준비를 한 후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한 시간은 10시 30분... + α
--------------------------------------------------------------------------------------
아마도 이번 소백산에 오르는 이들에게 계속 강조했던 것은 소백산의 바람!
야영장에서 오르는 순간부터 머얼리서 바람소리가 강하게 들려온다.
죽령터널을 빠져나와 풍기에 들어설 때에는 맑았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져 온다.
그리고 진눈깨비가 다시 흩날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아마도 일행에게는 힘든 산행이 되지 싶은 걱정이 든다.
야영장에서 비로사까지 올라가는 길도 꽤 멀다.
한명의 남자분은 체력이 되는 듯 잘 올라갔지만 다른 한명의 여자분은 힘에 겨운지 벌써 숨이 가쁜듯 하다.
소백산을 처음 오르는 이들을 과연 끝까지 같이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데...
걱정을 하면 오히려 산에 오르는 기쁨이 없어지리라...
다만 안전하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중요하겠지.
나역시 헐떡거리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비로사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산행코스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