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저녁 6시에 미아에서 친구 애기 돌잔치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내려가봐야.... 시간이 좀 남을 것 같아 천천히 내려가기로 했다.
그러나 나의 산 버릇은 남들보다 좀 빨리 타거나 빨리 내려간다는 것이다.
특히나 내려갈 때는 아주 급하게 내려가는 버릇이 있다.
백운대에서 내려와 가파른 바위를 사람들하고 어울려 밀고 밀리고 내려왔다.
그리고 위문에서 다시금 버뜩버뜩 내려가려고 하는데
앞에서 내려가던 어린 여학생이 힘들게 조심스럽게 내려가면서 친구에게 한마디 한다.
"왜 사람들 내려갈 때는 아주 급하게 내려가는거지?
빨리 내려가기 경주하는 것 같아..."
속으로 뜨끔했다.
빨리 내려갈 필요가 있는가?
급한 일이 아니면.... 산이 어두워지기 아니면...
순간 내가 산을 잘못 타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어차피 시간도 넉넉히 남으니까 구경도 하고 쉬기도 할 겸 천천히 내려가기로 했다.
그 여학생의 말이 내내 가슴에 와 닿는다.





아래는 백운산장인지 휴게소 바로 아래.
올라올 때 연노란 은행잎들이 주변의 색을 바꿔 놓은 곳.
이미 산 너머로 그늘이 져서 그런지 올라올 때와 같은 그런 색은 아니다.






그러나 내려가는 길 바닥에 온통 흑갈색 낙옆들이 아닌
연노랑 은행잎들이 색칠을 해주니 오르던 사람도 내려가던 사람도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피는 듯 하다.





깔딱고개 정상까지 내려와 잠시 쉬었다.
오른쪽 발등이 아파온다.
어디 다치거나 부딪힌 것도 아닌데 어째서일까.
등산화에 뭐가 들어가지 않은 것인데...
교통사고의 후유증일까?
그런건 아닌 것 같다.
한동안 운동 안하다가 갑자기 산에 타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때마침 잘 되었다 싶어.... 쉬다가기로 했다.









한 아주머니가 아이와 함께 아빠를 기다리고 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자 아이가 기침을 한다.
엄마는 아빠가 올때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아이보고 내려가서 기다리자 한다.
아이는 기침이나 아빠보다는 주변풍경이 좋은지 고개를 자꾸 흔든다.
날이 추워지는데 계속 기다릴 수 없으니 어서 내려갔음 좋으련만...
내려가는 길에 음악을 듣기 위해 MP3를 꺼냈다.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지난번 명지산에서 내려오면서 낙엽밟는 소리, 돌길을 내려오는 소리를 녹음한 부분이 나왔다.
한참동안 들었다.
아무도 없는 하산길에서 혼자 저벅저벅, 스윽, 타박타박 소리를 내며 내려왔었지.
조용한 가운데 내 발소리만 들리면서 간혹 콧물을 닦는 소리도 들린다.
또다른 흥분이고 또다른 쾌감이다.
그리고 또다른 발견이다.
잠시 후에는 폭포소리도 들린다.
명지산 하산길에 만나 쉬게 된 폭포소리다.
내려가는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나중에 산에 오르거나 내려가는 동안 그 소리를 또한번 녹음해봐야겠다.
정말 색다른 즐거움이기도 하다.
누군가 그랬다.
산의 모습은 해가 질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해가 질때의 산의 색깔은 정말로 형형색색이라고.
그런것 같기도 하다.
도선사를 지나 아스팔트길을 내려오면서 등 뒤에서 비치는 햇살에
나무와 잎들이 더욱 더 반짝인다.
자기 색을 이순간 완전히 내는 것일까?
아니면 이순간 황혼을 맞보게 되는 것일까...
아마도 저녁의 태양은 모든 사물을 이렇게 황혼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이제 곧 저런 황혼색도 아래 깔린 낙옆처럼 될까.
그럴 날이 머지 않았겠지.







이건 또 다른 색의 발견이다.
도선사길 올라가는 초입의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이미 비쩍 말라버려 앙상한 가지만 회색빛으로 내뿜는 나무와
그 뒤에 절정의 색을 보여주는 단풍과
그 아래 조용히 그들을 지나는 물...
멋진 색의 조화.



이것도 하늘은 파란색, 그 아래 노란 단풍, 그아래 빨간 단풍, 그라애 푸른 전나무...
전나무 맞겠지?

느긋하게 내려왔을 때 시간은 4시가 조금 넘었다.
보통 3시간 코스이지 싶은데.... 느긋하게 사진 찍으면서 올라가고 사진 찍으면서 내려오다보니...
그래도 마음은 편하다.
가게에 들러 동동주를 한사발 시킨다.
파찌아빠님이 있었음 가방에 막걸리를 가지고 오셨을 텐데....


북한산을 오른건 이번이 4번째인 것 같다.
구파발에서 한번.
이곳 우이동에서 세번.
그중 백운대 정상을 밟은건 이번 포함 두번째인가...
다음번엔 다른 코스로 가보고 싶다.
언제가 될지....
파찌아빠 말씀처럼... 항상 산은 기다려 주니까...
내가 시간을 내야지...
휴우....

'色+樂+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섯 번째 주말 - 소백산(1)  (1) 2005.01.31
50년 후의 내 모습...  (1) 2005.01.31
연말시리즈 4탄 - 크리스마스에 북한산에서...  (1) 2004.12.28
영화.  (0) 2004.11.22
[뮤직비디오] Starsailor - Bring My Love (영화 '올드보이' 중에서)  (0) 2004.11.09
북한산 백운대(3)  (1) 2004.11.07
북한산 백운대(2)  (1) 2004.11.07
북한산 백운대(1)  (0) 2004.11.06
보구싶다....  (0) 2004.10.28
명지산에 가다(3)  (1) 2004.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