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리즈 4탄 - 크리스마스에 북한산에서...
色+樂+狂2004. 12. 28. 22:11
크리스마스 아침 눈을 뜨니 7시.
3시 반에 잠이 들었으니 겨우 세시간 반 잔거다.
피곤하다.... 졸립다... 자고 싶다....
왜 늦게까지 마셨을까... 젠장...
억지로 몸을 일으켜 등산준비를 하고 8시에 동생집을 나왔다.
아직 꿈나라에 가 있는 동생과 동생여친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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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입구에서 지하철을 타고 합정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고 불광역쪽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은 아니나 그래도 휴일인 8시 반쯤...
객차 안에는 몇사람 없지만... 그들중 절반 이상이 등산복 차림이다.
다들 산에 오르려나보다...
북한산은 얼마전에 우이동에서 백운대까지 올라간 것을 빼면 가본지 너무 오래되었다.
작년 1월 1일 후배랑 같은 코스로 백운대 바로 밑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아 돌아온 것.
졸업하기 전에 학교 다닐 때 두어번 더 간 것을 빼면... 없다.
그러나 산은 넓고 크다.
내가 다닌 곳은 아주 짧다.
그러나 파찌아빠님이 돌아다니는 북한산은 아주 길고 크고 넓다.
몇번이나 북한산 코스를 짚어보았으나 혼자 가기에는 좀 그런 듯 해서...
파찌아빠님을 꼬셔서(?) 같이 가기로 했다.
9시에 파찌아빠님을 만났다.
계단을 올라오시는 걸 볼땐 그저 그랬으나... 다 올라오시고 내 앞에 서시니... 크다...
아니.. 내가 작구나... ㅡㅡ;;;
컵라면을 사면서 캔맥주도 하나씩 사서 마셨다.
지난번 관악산 갈때도 그랬으나... 역시나 북한산 올라가는데....
게다가 도시애들형님과 같이 산을 잘 타시던 파찌아빠님이시기에...
관례대로... 캔맥주를 하나씩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작했다.
불광역에서 버스를 타고 백화사 에서 내렸다.
멀리 북한산자락 위로 태양이 솟구치고 있었고 북한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옆길의 나무에는
아침 서리가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재킷을 집어넣고 신발끈을 다시 매고 파찌아빠님과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약 9시 반. 출발이다.
매표소에서 한참을 걸어가다 의상봉을 오르는 초입이 나온다.
의상봉 꼭대기를 쳐다보았다.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산에 올라가는 초입이 뭐 이리 가파르단 말인가...
허어... 참.... 두렵다.
초입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쉬지않고 얘기하면서 올라갔으나 정작 의상봉을 타기 시작하자...
앞서가는 파찌아빠님도.. 뒤따라가는 나도 가파른 숨소리만 낸다.
아래에서 바라본 가파른 모습은 산을 오르다 보니 더욱 더 가파르게 느껴진다.
거의 7~80도에 이르는 각도의 바위에 꽃혀있는 쇠줄을 잡고 유격하는 듯이 올라간다.
초입부터 의상봉을 오르는 빡센 길은 산행 초보자라면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하리라.
수락산과 관악산을 오르면서 배운 릿지나 바위타기가 어느정도는 도움이 된 듯 싶다.
오르다보니 잠시 쉬는 곳에 쌍토끼바위라는 곳이 나온다.
절묘하지만... 사진찍는 방향이 틀려 아쉽게 잘 나오지 않았다.
어느정도 가파른 곳을 올라오니 북한산성이 눈앞에 나타난다.
파찌아빠님은 이런 것이 산성이지... 새로 쌓아올린 산성은 제대로 된 맛이 안난다고 한다.
그말에는 나도 동감이다.
가파른 돌길을 다 올라왔다고 생각하였으나 의상봉을 오르기 직전의 마지막 코스가 남았다.
저기만 오르면 나타나겠지...
그러나 이러한 코스를 의상봉 코스 내내 타게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괜히 속아서 오르는 건 아닌가?
그러나 그러한 마음은 의상봉에서 북한산을 바라본 순간 씻은듯이 사라져갔다.
의상봉에서 보이는 원효봉과 그 위로 계속 오르는 가파른 바위들 위로 백운대가 우뚝 서있다.
그리고 백운대 아래로 노적봉(?)과 위문을 걸쳐 북한산의 산자락이 그대로 쭈욱 돌아선다.
파찌아빠님 말씀대로라면 이곳으로 올라 말발굽모양으로 한바퀴 쭈욱 돌아 백운대를 찍고 내려오는게 제대로 된 코스라는데... 그 길을 의상봉 꼭대기에서 눈으로 둘러보니 장난이 아니다.
파인 곳에 위문이 보인다.(10배 줌)
의상봉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는 기념으로 셀푸를 찍었다.
(이 사이에 파찌아빠님이 내 엉덩이를 찍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ㅡㅡ)
한숨 고르고 다음 코스인 용혈봉을 바라보았다.
의상봉에서 다시 내려갔다가 의상봉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다.
다시 눈을 비비고 용혈봉 다음 봉우리, 그 다음 봉우리 등을 살펴봤더니...
관악산의 팔봉능선과는 확실히 비교가 되긴 되어보인다.
어차피 팔봉능선은 내려가면서 탔고 여기는 의상봉부터 올라가면서 타고 있다.
그래도... 팔봉능선이 일종의 아기자기한 느낌이라면
이곳 의상봉 능선은 거세게 힘찬 능선이라고 할 수 있지 싶다.
용혈봉, 용출봉을 거쳐 증취봉에서 내가 올라왔던 능선들을 다시한번 바라보았다.
사진으로는 좀 애매하지만... 오른쪽 멀리 있는 것이 의상봉.
왼쪽 봉우리가 용혈봉, 가운데 용혈봉과 너무 붙어있는 듯한 봉우리는 용출봉.
용혈봉에서 용출봉까지도 한참을 내려갔다 올라오는 코스다.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 후 두시간동안... 저 세개의 봉우리를 거쳐 증취봉까지 올라왔다.
그러고보니 어느덧 시간은 11시 반...
파찌아빠님의 명당자리를 찾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오늘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 이브때부터 날이 풀리기 시작해서인지 그리 춥지 않은게 다행.
게다가 아직까지는 하늘도 꽤나 맑다.
산을 타기 아주 좋은 날씨라고 하겠지.....
게다가 정상은 아니나 명당자리에서 컵라면과 차가운 김밥을 먹는 맛은....
꽤나 낭만이라면 낭만이다....
거기다 차가운 막걸리 한잔까지 곁들이고 후식으로 사과와 귤이라면 더할나위 없겠지...
파찌아빠님은 말씀을 꽤나 즐겁게 하신다.
올라가는 길이 험하면... 거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곳이라고 말씀을 하시니...
이쪽길이 처음인 나로서는... 안심시켜주시려고 하는 말씀이겠지만...
은근히 부담이 간다.... ㅡㅡ^
왠만한 코스는 따라갈 수 있었다.
단지 평소보다 팔다리가 후들거릴 뿐....
약해서 그런지... 잠을 못자서 그런건지...
밤새 술먹고 잠을 제대로 못잔 것이라서 그렇다고 치자.... ㅡㅡ;;;;
백운대, 노적봉... 저 노적봉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ㅡㅡ;;
이쪽에서 보니 북한산도 꽤나 험하다.
점심먹구 쎌푸.
멧돼지 바위... 멧돼지 답다. 흘흘...
나월봉인가 나한봉을 넘어오다가 나오는 길... 꽤나 험하다.
뭐 나들 다 가니깐.... 따라가긴 했으나...
내려오고 나서 올려다보니 위에서 내려다볼 때랑 느낌이 틀리다.
내려오고 나니 안도해서일까?
파찌아빠님이 손수 모델이 되어 비교가 가능하게 해주셨다.
서비스정신 투철!!!
칠성문을 거쳐 문수봉은 오르지 못했으나 문수봉을 올라 다른 바위들을 쳐다보았다.
저게 비봉이고 저게 사모바위고.....
그러나 지금 봐도 어느게 어느건지 잘 모르겠다... ㅡㅡ;;;
그저 바라보는 풍경이 즐거울 뿐...
북한산은 그 기세가 높다.
북한산 뿐만 아니라 서울을 둘러싼 산들은 바위들이 많다.
이런 산들은 시골에 한적한 곳에 있어야 하는 산들은 아닌갑다.
도시에 붙어있어야 하는 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기세를 타고, 그 기세를 업기 위한 산이다.
북한산은 더욱 그렇다.
짧은 코스에 산책, 산행, 암벽을 다 보여주는 코스도...
그저 산책, 산성따라 산행하는 코스도...
암벽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코스도...
이 모든 산의 모습들은 커다란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을 유혹한다.
당연히 도시인이라면 그 유혹에 빠져야 하겠지...
사람이 사는 삶이야 다 그렇겠지만..
도시의 변화무쌍한 기운이 그대로 이 북한산에도 옮겨진 것인지...
아니면 북한산의 수많은 굴곡과 거센 암벽, 바위들을 따라 도시도 그렇게 옮겨가는건지...
도시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산들을 한번씩은 넘어봐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문득 고향의 소백산이 떠오른다.
소백산에는 이런 험난한 굴곡이나 바위들이 없다.
단지 소백산의 절경은 연화봉과 비로봉, 국망봉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능선일 뿐이다.
어찌보면 그 시골에서의 삶과 똑같지 않을까...
시골사람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문득 그렇게 생각해본다...
이제 한동안 이런 성곽을 끼고 가다가 칼바위능선을 만나야 한다.
이런 길이 더 쉬울 것 같지만...
의상봉능선을 타고 온 나로서는 이런 성곽 옆의 바위계단을 보니 다리에 힘이 더 빠질 뿐이다.
그러고보니 이날 산을 타면서 엄청 엄살을 부렸지 싶다.
파찌아빠님이 약골, 겁쟁이라 놀리지 않을까...
칼바위 능선에 도착하여 올려다보았다.
능선 초입에 또다시 가파른 바위들이 나타났다.
여전히 파찌아빠님은 죽고싶어도 죽지 못하는 곳이란다.
에라 모르겠다.... 따라나서야지....
칼바위 능선 정상부근에서... 다시한번 북한산을 바라다본다.
북한산 백운대가 보이고 오른쪽 머얼리... 도봉산이 보인다....
산성에서 샛길로 빠져 넘어온 칼바위능선...
저쪽은 문수봉쪽이겠지...
여기서 칼바위들을찍진 못했지만...
바위들이 마치 칼로 두부를 썰어놓은 듯 했다.
그래서 칼바위능선이라 부르는 것일까...
어떤 것은 칼로 바위들을 내리쳐 잘라놓은 듯 했고..
내려가는 바위길은 칼로 난도질을 하고 음식을 다지듯 다져놓은 것 같기도 했다.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칼바위 능선을 내려와 빨래골 쪽으로 하산길을 잡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중에 공초선생의 묘가 나타났는데...
나로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나 파찌아빠님은 보자마자 달려가 사진을 찍고 절하고 좋아하신다.
파찌아빠님과 공초선생과의 인연은 아래 파찌아빠님의 글에 실려있다.
빨래골 입구를 나와 사우나에서 몸을 쉬게 했다.
몸이 늘어지고 푸욱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로 헹구고(?)
사우나에 몸을 뉘이니 저절로 잠이 쏟아진다.
힘든 행군 뒤의 피로가 쌓인 것인지... 전날 못잔 잠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사우나를 끝내고 파찌아빠님이 친구분(아마도 수빈아빠님이 아닐까?)에게 소개받은 집을 찾아갔다.
드림랜드 길 건너편에 있는 쭈꾸미구이 집이랬는데...
가보니... 회 뿐만 아니라 여러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쭈꾸미 구이는 혼자 딱 술한잔 하기에 좋은 양과 가격이다.
흘흘... 그러한 부분에는 파찌아빠님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술을 마시다보니 약간 모자른 듯 싶어 안주를 두어개 더 시켰다.
그리고 생각보담 괜찮지 않은 집을 나오면서 찬바람에 몸을 맡겨야 했다.
산행은 즐거웠다.
크리스마스에 산을 타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담 많았다.
만일 일요일이라면 얼마나 더 많을까...
파찌아빠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산에서는 파찌아빠님이 주로 말씀하셨지만....
술한잔 들어가면 나도 말이 많아져서 만만치 않은데...
^^
파찌아빠님에게 도시애들형님과 가는세월형님, 그리고 알렉스님이나 다른 분들이야기도 들었다.
재밌었다.
의상봉 능선은 꽤나 재미있는 코스지만...
초보자가 가면 딱 낙오할 만한 코스지 싶다.
p.s 이날 산행을 끝나고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했다.
학교에 가서 동아리 후배들 공연 뒷풀이에 참석하고 술마시고 의자에서 두세시간 자다가
새벽에 깨어서 아직도 남아있던 후배들과 몇 잔 더하고 나서 8시가 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하고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p.s2 담날 26일 하루종일 집에 있었으나 이것저것 하다보니 술도 못먹고 낮잠도 못자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새벽 3시 반에 잠들었다. 월요일 아침 출근 정말 힘들게 했고..
하루종일 눈을 비비느라 정신없었다.
나름대로 빡센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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