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참고글 : 사량도 지리산(1) , 사량도 지리산(2), 사량도 지리산(3)





사진을 찍는 건 둘째 문제다. 사진기를 비스듬히 메어 단단히 고정시키고 장갑을 다시한번 확인해본다.
선글라스를 다시 쓰고 힘이 빠진 팔 다리에 다시금 힘을 집어넣어본다.

그리고 밧줄을 잡고... 준비... 시~ 작!!!

아래를 보지 말라! 눈 앞의 바위만 보라!
하늘을 보지 말라! 눈 앞의 밧줄만 보라!
하얀 동아줄을 움켜쥔 두 팔에 힘을 주어라!
날카로운 바위를 디딘 두 다리에 힘을 주어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봉우리에 오르고 나니 이마에는 땀이 한바가지 쏟아졌고
양 팔은 소름과 함께 식은땀이 송송 맺혀있다.
입에서는 가쁜 숨소리가 새어나오고 심장은 끝없이 둥둥둥둥 요동친다!

무슨 소리냐고?

한마디로 쫄았다라는 거다.
거의 십 몇년 만에 맛보는 공포다!
지난번 조령산에서도 이런 공포는 없었고, 2006년 달마산에서도 이러한 공포는 없었다.
히말라야 ABC에서 네팔 총각을 쫓아 올라간 히운출리 아래에서도....


그렇게 봉우리에 올라 다시한번 가마봉을 본다. 아찔하구먼~

이 봉우리의 이름이 '금봉'이었나? 가물가물하다.




동쪽으로 보니 앞으로 갈 길이다. 왼쪽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 뒷쪽으로 옥녀봉이 보인다.
상도와 하도 사이에 끼어있는 바다가 오른쪽에 있다. 꼭 강물같기도 하다.





이제 이 봉우리에서 내려가야 하는데...
허걱!!! 이건 또 뭐야?

8~90도의 직벽으로 나무사다리와 밧줄이 하나 있다. 이 높이 역시 8~9미터쯤 되어보인다.
후와~ 또다시 가슴이 심하게 요동쳐온다.
두근두근.... 또다시 온몸에 땀이 샘솟는다.
다시한번 차근차근 두 팔에 힘을 주고 나무사다리를 타고 내려온다.
오로지 양 손은 밧줄에만 의지하고...
그렇게 한발 한발 내려오는 시간이 마치 꿈결처럼 길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1~2분 남짓?


내려오고 난 후에 내가 내려온 길을 올려다본다.
어이구 짜릿짜릿~!!
아슬아슬했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물론 이 봉우리를 타지 않는 우회로도 있다. 초보자는 절대 타지 말아야 할 곳이기도 하다.





금봉이란 봉우리를 내려오면 아래와 같은 길이 나온다.
이건 거의 절벽을 쇠기둥을 붙잡고 가는 길이었는데.... 최근에 나무길이 만들어진 듯 하다.





작은 봉우리를 돌아서니 옥녀봉이 눈앞에 보인다.
이제 큰 모험구간은 끝난거구나.






남서쪽으로 오른쪽 상도와 왼쪽 하도를 마주보고 바다로 나가는 길이다.
이젠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다.





옥녀봉을 찍고...




그 앞에 잠시 앉아 숨을 돌린다.
아찔한 구간을 지나와서인지 약간 다리에 힘이 풀린 것 같기도 하고...
봉우리 한두개 넘는데 무슨 땀을 그리 쏟아냈는지.. 원...

시원한 물로 보충을 하고... 잠시 경치를 구경한다.
















한숨을 돌리고 쉬기를 10여분...
2시 40분이 내지에서 배가 들어오는 시간이라.... 대항으로 내려갔다가 시간을 알아보려면 다소 빠듯할 듯...
그래도 옥녀봉에서 내려와 대항해수욕장 쪽으로 향한다.






10여분 조금 넘게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오니 대항해수욕장 바로 위의 도로와 만나고
그 도로 아래 시원한 약수터가 있어서 일단 식은땀을 식히고 씻고 물을 보충해본다.






그리고 대항해수욕장쪽으로 내려가다가 수퍼 아주머니한테 물어본다.

"아주머니~ 여기 삼천포 가는 배 들어오나요?"

"아니~ 여기 안들어오고... 내지항에 2시 40분인가 배 들어오는데...
잘 되었네... 아저씨, 이 총각 태워주면 되겠네?"

같이 말씀 나누시던 아저씨 두분이 일어나신다.

"이 트럭 타소~ 우리도 내지 가니까"

"어이쿠야~ 고맙습니다~!!!"

그렇게 트럭을 타고 대항에서 내지항까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린다.






다시 들어선 내지항.
삼천포 들어가는 배가 들어오기까지 아직 20여분 남았다.
맥주 한캔을 들이키며 다시한번 사량도 지리산의 모습을 되새겨본다.




내지항의 모습도 살펴보고...





그리고 들어온 배를 타고 사량도를 떠나면서 다시한번 지리산의 풍경을 가슴에 담아본다.







한마디로 멋진 산이고... 유격코스라고 불릴만한 짜릿함이 있기도 하다.

그렇게나 벼르고 벼르던 산을 휴가기간에 다녀올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했고...



특히나 이번 휴가기간의 산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쉴땐 2~30분간 쉬기도 하고
달릴땐 한두시간 달리기도 하면서 나 나름대로 산을 탔다.

혼자 타는 산은 이런 맛이 있어서 좋긴 하다.


언제 또 이곳에 올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잊지 말아라~ 사량도 지리산아~~~







삼천포항에서 사량도 들어가는 배편
 - 세종1호, 일신호, 112일신호 운항시간표 및 사무실, 휴대폰, 선박 연락처임.


p.s 삼천포에서 4시 반쯤 출발하여 천안에 들어온 시간이 7시 반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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