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참고글 : 3일의 산행


백운산(白雲山) 정보
 - 지리 : 전라남도 광양시 옥룡면, 진상면
 - 고도 : 1,217.8m


전라남도에서 지리산을 제외하고 남도쪽에서 천미터가 넘는 높은 산은 별로 없다.
유일하게 무등산(1,187)과 백운산이 있는데... 무등산은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백운산으로 정해봤다.

백운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날이 좋으면 지리산이 눈 앞에 장황하게 펼쳐지고 남쪽으로는 광양만 등 바다가 보인다는거다. 이 얼마나 좋은 위치에 있는 산인가? 그래서인지 100대 명산에도 들어가있다.

전날 늦게 찌는 더위에 고흥의 팔영산을 타고 고흥 주변을 둘러본 뒤 광양으로 들어왔다.
광양에는 아는 후배가 있어서 그녀석과 만나 술한잔을 간단하게 걸쳤다.
(꼭 홍보해야 하는 곳이다. 광양터미널 옆 중마시장 안의 미소김밥이란 곳에서 수육에 국밥에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맥주 한잔을 더하고 한잔 더하자는 후배의 청을 뿌리친 뒤 모텔에서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덕에 다음날 일어나는데 많은 지장이 있었다.
전날 5시간의 운전, 4시간의 뙤약볕 산행, 그리고 또 두세시간의 운전, 소주...맥주... 피곤하지 않을 리가 있으랴...
그래도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9시경 모텔을 나온다.

차를 끌고 백운산으로 향한다. 전날 본 백운산의 코스를 보니 능선이 멋있을 것 같아 능선을 타는 코스를 잡는다.

광양IC에서 빠져 백운산계곡쪽으로 들어가는데 날이 날인지라(이 날이 일요일이었음) 계곡으로 들어가는 차량들이 많다. 하지만 하늘은 구름이 끼어 어둡고 능선 끝자락의 정상은 구름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빗방울이 한두방울씩 떨어지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이번에는 큰 배낭을 메고 이것저것 집어넣었다. 컵라면도 큰거 하나 사서 집어넣고... 동동마을 입구에서 어느쪽으로 어떻게 올라가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10시 반에 주섬주섬 가득 채운 배낭을 메고 가파른 동동마을을 지나 역시 가파른 산길로 향한다.
날이 흐리지만 역시나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전날 오랜만에 회포(?)를 푼 다리가 꽤 무겁다.
게다가 배낭도... 역시나 무겁다. (물만 3L가 들어있으니...)



동동마을 입구 매점 앞의 강아지. 내가 먹던 빵에 군침돌아 하길래... 조금 줬더니 경계하면서도 나만 가면 시선이 따라오더라는....



동동마을. 아주 가파르다. 오른족의 노란 경계석이 있는 곳이 마을회관...




마을 끝자락을 지나면 이런 길이 나오고...




어느새 익어가는 밤나무 숲을 지나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온다.






가파른 등산로를 힘겹게 20여분을 오르니 갑자기 임도가 나타난다.
아! 맞다! 이 곳이 광양제철 수련관이다. 일요일이어서인지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와 방송안내 소리가 산속을 뒤흔든다. 오늘 조용하게 산타기는 틀린건가?

임도가 나온다고 해서 바로 임도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잠시 한숨을 돌리고 곧바로 산길로 또 올라야 한다.
그런데 이 길이 만만찮은건지 체력이 저질인건지 급격한 체질저하가 따라왔다.
도저히 힘이 들어서 중간에 털썩 주저앉아 거의 3~40분을 소요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도중에 생각이 든 것은... 라면도 물도 사놓구선... 아차차!!! 가스가 없구나!!!

맞다! 지난번 조령산 탈때... 산 밑으로 가스가 굴러갔었어!!! ㅜㅜ
이거 아주 위험하다. 이쪽 산행코스를 보니 꽤 길고 그런데.. 아침을 우유와 빵으로 때우고 물만 잔뜩 있는 가운데..
이렇게 장거리 코스를 탈 수 있으려나? 힘도 드는데....
예전처럼 중간에 낙오하는 경우가 생길 것 같아 미리 겁이 든다. (2008년 8월 24일 영축산 산행기 참조)


그래도... 쉬면서 바라보는 백운산의 능선이 멋있긴 하다... 게다가 거의 평평하고...

임도.. 여기서 산 타는 사람도 있군... 하지만 등산길은 임도 옆의 오르막 산길...




중간에 쉬는 곳에서 바라본 백운산 주능선... 왼쪽의 멀리 산꼭대기가 구름에 가려있는 곳이 바로 백운산 정상(상봉)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0분이 지나도록 노랭이봉을 찍지도 못하고... 중간에서 푸욱 쉬다가...
참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번처럼 낙오할까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레 겁을 먹고
어디서 중도 하산을 해야 할까 고민만 하다니...

암튼 노랭이봉까지는 올라가야 할 듯 해서 다시 다리를 움직여본다.

드디어 노랭이봉에 도착했다. 산행을 시작한지 거의 두시간 만.
노랭이봉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상당히 불고 있다.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한...

노랭이봉 뒤로는 구름에 가린 억불봉이다.





억불봉에서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
노랭입봉에서 저 아래로 내려가 저 길을 따라 주능선을 타게 된다.
저 아래쪽에서 왼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면 광양제철 수련원을 만나게 된다.
수련원에서 많이 이용하는 코스겠지?




아까보다 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정상
그 왼쪽으로 도솔봉이 보인다.
날이 이러니... 능선이나 정상에서 지리산의 모습을 보기에는 그른 것 같다...




대신 남쪽으로는 어느정도 하늘이 보인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광양만도 멀리 보이긴 하다. 뿌옇게 된 대기로 인해 잘 보이진 않는다.




억불봉이 잠시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멋지기는 한데... 오늘은 저기까지 갔다오기 힘들다.






결국 곰곰히 고민을 해본다. 능선이 일자형인것으로 보아 가파른 오르막이나 내리막은 없을 것 같다.
그럼 도중에 힘이 빠지면 그냥 내려가면 되는데... 어디서 내려가느냐??
정상은 오르지 말고... 정상 아래쪽 능선에서 바로 진틀마을로 내려가자... 그렇게 고민해본다.







그림같은 오르막길을 다 오르니 어느새 헬기장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는 억불봉, 왼쪽으로는 백운산 정상이다.
오늘은 아쉽지만 억불봉은 패스다.




헬기장을 거쳐 저 능선을 가로질러 가야한다. 역시 멀리 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심하다.




일종의 억새능선이긴 하지만 영축산에서 신불산 넘어가는 억새밭과는 사뭇 틀리다.
아담하다고 할까?




능선은 주로 이런 평범무난한 산길을 지난다.
꽤 오래...



분명 저 북쪽의 구름이 걷히면 지리산이 보일텐데... 정말 아쉬월 뿐...




그나저나 정상쪽으로 가면 갈 수록 구름이 더욱 심해진다.





남쪽은 아직 괜찮은거 같은데 구름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인지... 내가 점점 더 구름쪽으로 올라가고 있는건지...





지리산의 모습은 나중에 와서 봐야겠다.





어느새 전망바위지 싶은 곳에 도착했다.
(싶은 곳인 이유는... 주변의 구름때문에 전혀 주변의 전망을 볼 수 없었기 때문)





어느 바위 위인데... 주변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잠깐 바람때문에 살짝 걷히는 구름 사이로 건물이 보인다. 저기가 백운사인가?
그렇다면 저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될 듯 싶다.
이제 슬슬 배도 고파오고 힘도 빠지고 그런 상태.



지금 시간이 세시가 넘었는데... 10시 반에 출발해서 네시간 반동안 먹은거라곤 쿠키 부스러기 조금, 연양갱 하나, 그리고 물만 2L 가까이 된다. 잠시 이곳에서 쉬어가기로 하고 바위 위에 드러눕는다.



조용하다.





살짝 선잠이 들었는데 금새 추워서 일어난다. 여전히 사방은 구름으로, 혹은 안개로 가득차 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3시 30분이 훨씬 넘었고.... 아래에서 내리막길 만나면 바로 내려가기로 하고 자리를 뜬다.



그런데... 그렇게 내려오길 10여분?
이정표가 나왔는데...  정상까지 300미터만 남았네?
이걸 가? 말어???

그래...300미터밖에 안남았으니 정상 찍고 진틀마을로 내려가면 될꺼야~

여기까지 왔으니 가보자구~!!






그리고 금방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 주변은 구름으로 뒤덮여있다.
바람과 함께 구름이 소용돌이 친다.









정상에서 한숨을 돌리고 있는 동안 안개구름을 뚫고 두 가족이 올라온다.
진주 출신이면서 순천에서 근무하고 계신 두 가족.
이런 저런 이야기와 함께 이렇게 느즈막즈음에 올라오신 이유를 묻자
진틀마을에 놀러왔다가 점심먹고 가족들과 그냥 오른거란다.

이런 저런 이야기와 함께 물이 없다고 하여 남은 물을 모두 드리고 먼저 하산했다.

하산길은 '신선대'를 거쳐 진틀마을로 내려가는 길로 잡았고
초반의 가파른 구간이 끝나고 완만한 구간이 나오자 어느새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린다.

6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이어도 아직은 어둡지는 않아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 하루종일 흘린 땀을 씻어낸다.







아까 그 가족들은 다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이런 저런 짐을 챙기고 터벅터벅 마저 길을 내려간다.

산길이 끝나는 무렵에 음식점인지 산장이 나타나고 거기서부터는 십여분을 가파른 시멘트길 내리막이다.
룰루룰루 하면서 하산시에 드는 생각은 '백운산이 꽤 크구나'이다.
저 아래 계곡부터 이 위쪽 계곡까지 이만한 큰 계곡과 큰 산세를 가지고 있는 산이 참 드문데
왜 이름이 많이 나지 않았을까? 왜 도립공원이나 이런 걸로 등록되지 않았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생각나긴 하지만 그저 혼자만의 추측일뿐...

아무튼, 백운산... 참 명산이란 생각이 자꾸만 든다.
날이 좋을 때 한번 더 오고싶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고...


도로까지 다 내려와서 이제 동동마을로 가야하는데 버스가 언제 오려나 기다리다보니
정상에서 만난 가족들 말고 또 다른 아저씨 한분이 차를 끌고 지나가다 빵빵거린다.
그분덕에 한참을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동동마을까지 아주 쉽고 편하게 왔다.
고마우셔라~




광양의 후배에게 전화를 건다. 이미 시간이 6시 반이라 다시 광양가서 후배 만나기는 너무 늦은 시간.
그리고 다음날 코스는 사량도 지리산이기 때문에 아침일찍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터라 오늘은 만나지 못할 터.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차를 끌고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삼천포로 향한다.
정확히는 사천시 삼천포항이다.

2일차 산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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