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마더 (Mother, 2009)

樂+狂2009. 6. 27. 17:06

마더 (Mother, 2009)
감독 : 봉준호
출연 : 김혜자, 원빈, 진구, 윤제문
요약정보 : 한국 드라마 2009.5.28 청소년관람불가 128분

줄거리 : 읍내 약재상에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엄마. (김혜자 扮).
그녀에게 아들, 도준은 온 세상과 마찬가지다. 스물 여덟. 도준(원빈 扮). 나이답지 않게 제 앞가림을 못 하는 어수룩한 그는 자잘한 사고를 치고 다니며 엄마의 애간장을 태운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 당하고 어처구니없이 도준이 범인으로 몰린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엄마. 하지만 경찰은 서둘러 사건을 종결 짓고 무능한 변호사는 돈만 밝힌다. 결국 아들을 구하기 위해 믿을 사람 하나 없이 범인을 찾아나선 엄마. 도준의 혐의가 굳어져 갈수록 엄마 또한 절박해져만 간다.  아무도 믿지 마…엄마가 구해줄게…







이상하게도 2009년 상반기를 기대하는 두 감독 - 박찬욱과 봉준호 - 의 영화는 좀처럼 쉽지가 않았다. 
쉽다라는 말은 그 줄거리를 관객이 쉽게 따라가서 쉬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라는 말 정도?
(단순히 아무 걱정 없이 스토리하고는 상관없이 볼거리만을 강조하는 영화와는 틀림을 전제로 하자)

기대작 중 하나인 '박쥐'가 먼저 공개되고 드디어 마더도 공개되었다. 

봉준호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플란다스의 개'나 '살인의 추억', 그리고 '괴물'을 생각한다면 이번에 나온 '마더'는 확실히 봉준호 감독을 믿었던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배신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그 줄거리가 난해하다.

단순한 줄거리를 요약하면 이거다. 



그런데... 그런데... 이 영화는 위의 단순한 줄거리로만 표현될 영화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달 가까이 이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못쓰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숨어있길래? 분명히 드러난 이야기는 이러한데...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는 이게 아닌가? 이건가? 명확하지가 않은 것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건지...

박쥐가,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수많은 기호들을 제외하더라도, 인간과 흡혈귀 사이의 원초적 욕망의 선을 넘나드는 모습과 이를 순교(?)로 극복하는 치정극(이는 개인적으로 인정 못한다)이라고 한다면... 그럼 마더는? 여기저기서 이야기 하는 '엄마'가 자식을 위해 물불도 가리지 않는 그런 광기(狂氣)를 보여주는가? 

그것만은 아니다. 정말로 그것 뿐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지금 쓰는 글을 마치고 난 후에도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 모르나... 지금은 일단 정리를 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아 끄적여본다. 
(참고로 난 아직까지 '다크나이트'의 감상평을 적지 못하고 있다.)


[영화 개봉 후 한달이 넘었기에.... 강한 스포일러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린다.]


0. 눈에 보이는 것
영화를 보면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것이 있다. 그 중에 눈에 보이는 것을 보면....
  • 이야기 :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리숙한 아들에게 씌여진 누명. 이를 벗기기 위한 엄마의 고생.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 아들이 진짜 살인자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설마라는 생각과 이를 숨기기 위한 엄마의 광기어린 모성으로 저질러지는 살인멸구. 그리고 모든 것을 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 '침'과 '춤'
  • 주인공 : 엄마. 엄마는 한평생을 어렵게 사는데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 미숙아처럼 행동하는 청년인 아들을 항상 보살피고 사고뒷처리를 해대느라 피곤하지만 그래도 아들이 있기에 살아갈 수 밖에 없다.  
  • 사람들 : 미숙한 아들. 그 아들의 친구. 엄마 주변의 여자. 엄마 주변의 형사. 쌀떡 여학생. 여학생의 친구들. 노인....
확실히 눈에 보이는 것만 따라가도 이야기의 큰 흐름은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아니, 무언가 빠진 것 처럼 허전하다. 무엇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것이 있었나?


0.1 눈에 보이지 않는 것
  • 기억 : 하나는 미숙한 아들의 기억이다. 이 기억은 필요할 때는 떠오르지 않고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떠올라 보는 이들을 미치도록 만든다. 보여진 것으로만 한다면 벤츠의 사이드미러를 깬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 친구라는것. 그리고 어릴 적 박카스에다 농약을 넣어 엄마가 마시라고 준 것을 기억하는 것. 마지막으로 그 빈 집에 어떤 노인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이 모든 기억은 눈에 보인다. 사실이다. 그런데 필요할 때 나오질 않아 제대로 된 추적이나 추리를 할 수 없게 만든다. 엄마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기억이면서 동시에 엄마를 한순간 절망에 빠뜨리는 기억이 된다. 그런데 그 이후엔 아들의 기억이 나오지 않는다. 술에 취해서 여학생을 뒤쫓아간 것도 알고 얼핏 그 빈집에 누군가 있다는 것도 알아차린 아들이 '돌로 여학생을 죽였'다는 것을 기억해내진 않는다. 적어도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은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위험한 것이다. 더욱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그것이 정말 기억되지 않은 것일까? (후반부에 엄마랑 밥을 먹는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의심스러울 만 하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타이밍(timing)이 맞지 않게 이상한 곳에서 또 튀어나올 수 있지 않은가? 이 기억은 영화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는 것이다.

    또 다른 기억은 노인의 증언이다. 노인은 자신이 그 빈집에서 본 모습을 이야기한다. 기억을 더듬으면서 엄마에게 숨겨진 진실 - 아들이 여학생을 죽였다라는 것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숨겨진 것은 무엇인가? 빈 집에서 돗자리를 까는 모습에 옆에 쌀봉투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영화에서는 '저 노인이 쌀로 여학생과 섹스하려고 했구나'라는 것을 짐작하지만 엄마는 그것을 모른다. (다만 엄마는 휴대폰 안에 노인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럼 노인은 일단 하나를 숨기고 기억을 떠올려 엄마에게 이야기한 것이다. 그럼 엄마에게 일러준 기억은 모두 사실인가? 모두 믿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마더'에 나오는 기억을 되살려 증언하는 모습들을 모두 믿어야 하는가? 아니면 모두 믿지 못할 것인가?  영화 자체가 '보이는 것을 모두 믿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같다.
이것들 이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위 정한석님의 글과 다른 기사들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0.2 안(內, inner)과 밖(外, outer)
영화는 수많은 안팎을 보여준다. 이것은 항상 '대비'를 보여주는데... 무엇을 말하기 위한 대비일까?
  • 가게 vs 도로 : 가게 안의 엄마는 가게 밖의 아들을 보고 있다. 가게 밖에선 형사가 엄마를 향해 들어온다. 그때마다 엄마는 작두를 썰고 있다. 한번은 손을 다치고 한번은 다치지 않는다. 
  • 옷장 vs 안방 : 엄마는 옷장 안에 숨어있다. 그리고 옷장 바깥에서는 아들 친구와 술집마담의 딸이 섹스를 하고 있다.
  • 면회소 안 vs 면회소 밖 : 면회소 안에는 항상 아들이 있다. 바깥편에는 항상 엄마가 있다. 
  • 헌 집 안 vs 헌 집 밖 : 헌 집 바깥에서는 그저 작은 상황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헌 집 안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이 드러난다.
  • 버스 안 vs 버스 밖 : 버스 안에서는 망연자실한 엄마가 허벅지에 침을 놓는다. 엄마 밖에 없다. 버스 밖에서는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잊혀지는 걸까?



1. 色
  • 이 영화에서는 '性'의 코드가 많이 숨어있다. 봉준호 감독도 '엄마와 아들'이란 관계에 들어있는 그런 코드를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 아들의 욕구는 어떻게 해결되는지... 그걸 아는 사람은 엄마 뿐이다. 아들이 '여자와 자봤어... 엄마'라고 할 때 그냥 넘어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화면에서는 아들은 엄마의 가슴을 만지며 잔다.
  • 엄마와 마을 사람들의 관계는? 형사도 엄마라고 하고 아들 친구도 엄마라고 한다. 
  • 이 마을 자체도 '性'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여학생의 문제는 학생들이 모두 다 알고 있다. 맨하튼의 딸(여고생)은 아들 친구와 섹스를 한다. 아들에게는 자신의 허벅지를 보여주면서 대놓고 유혹(?)을 한다. 엄마는 동네 사람들에게 침을 놔준다. 그중에 젊은 아줌마에게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말로 침을 놔준다. 이 영화에서 아버지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이 마을도 이상하긴 이상하다.

2. 樂
  • 첫 장면은 슬픔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웃는다. 특히나 젊은 사람들이. 너희들은 부모님들과 관광버스 안타봤니?
  • 중간중간에 웃음이 나오는 것은 아들의 미숙함때문이다. 그 어리숙함이 바보로 표출되고 그걸 보고 사람들이 웃는다. 관객들이 웃는다.... 슬프다.
  • 음악이 기억나지 않는다.... 음악을 다시 한번 듣고 싶다. 


3. 狂
  • 개인의 광기 - 아들은 '바보'라는 소리를 들으면 뒤집어진다. 
  • 대상의 광기 - 엄마는 자식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 사회의 광기 - 여고생은 늙은 할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몸을 판다. 그 친척들은 그때는 없고 죽은 후에야 나타난다. 형사들은 추리에는 관심 없고 이슈와 실적에만 관심있다. 학생들은 휴대폰을 개조한다. 그리고 폭력을 휘두른다. 그리고 본드를 흡입한다. 엄마에게는 남편이 없고 사진관 여인에게는 남편이 없다. 그럼에도 마을은 돌아간다. 결국 남은 것은 '또 다른 바보'다. 희생자다. 





4. 色+樂+狂
정말로 이 영화 마더는... 무얼 하나 콕 찝어서 이야기 하기가 쉽지 않다. 그 안에 숨어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건지, 아니면 콕 짚어서 이야기 할 것들이 너무 무분별하게 나열된건지 약한건지... 눈치채기 쉽지 않다. 분명 있긴 있으나 그것을 관객이 머리쓰면서 찾아야 할 그런 추리물은 아님에도 머리를 쓰게 만든다. 
물론 머리를 쓰지 않아도 상관 없다. 이야기를 따라가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마'라는 존재의 '사랑? 집착? 광기?'.. 즉, 광기에 찬 모성애라고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난 단순히 보여지는 이 이야기를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이렇게 감상평을 종료함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짓지 못하고 있다.
단 하나...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는 '狂'이라는 것 밖에는....


p.s 마지막 버스에서 춤추는 장면을 밖에서 따라가는 모습은... 정말... 좋았다... 뭐가 좋은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