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중앙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빠져나와 급하게 용산역으로 달려갔다.
11시 10분 열차. 마지막 열차. 막차다.
겨우 3분 전에 열차에 오른 후 맥주 두어 캔의 취기에 잠시 눈을 붙인다.
그리고 잠시 후 몸을 떠는 휴대폰을 받아보니 아는 동생녀석이다.
휴가기간동안 프로포즈 연습했는데 좋은 답을 얻지 못했단다.
그래서 지금 부천으로 혼자 술마시러 간다는데 왜 나한테 전화를???
아~ 맞다. 내가 결과 알려달라고 했었지.
아쉽지만 통화를 끝내고 기운 내라고 문자를 남겼다.
다시 눈을 붙이고 잠이 살며시 드는데 또 전화가 몸을 떤다.
아까 장례식장에서 몇년만에 만난 여자 동기.
지금 선배 차 얻어타고 집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주 토요일 자기 공연이 홍대에서 있으니까 오란다.
아마도 힘들겠지만 일단은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엔 조용한 음악을 들었다.
잠이 솔솔 온다.
그래도 완전히 잠에 빠지면 안되지.
음악의 멜로디 바깥으로 '수원역입니다', '평택역입니다' 소리가 들려온다.
아~ 이제 거의 다 왔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눈을 떴다.
열차가 빨리 달리고 있다.
시계를 봤다.
정차시간보다 5분이 지났다.
이런~
막상 천안에서 내리질 못했다.
휴우... 어쩌랴. 달리는 열차 안에서 뛰어내릴 수도 없고
이 열차가 그래도 조치원까지 간다니 다행이다.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면서 조금 더 느긋한 마음을 가졌다.
조치원에서 택시타고 천안 들어오면 얼마일까?
조치원에서 첫 기차는 언제 있을까?
막상 조치원에서 내려서 확인해보니 12시 58분이 막차다.
지금 시간은 12시 반.
한숨을 돌리고 찬 밤바람 속에 느긋하게 담배를 한대 태운다.
잠시 후 열차가 들어온다.
서울 가는 마지막 열차다.
20여분만 달리면 천안에 도착한다.
새벽 1시. 마지막 열차에 올라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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