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이 다가오자 안니다는 잠시 숨을 골랐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삐걱거리는 조그만 철문을 또 열어야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
물론 이 집에서 허락된 사람은 안니다 혼자뿐이다.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몇 개의 가로등이 켜져있으나 역시 어둡다. 통근버스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내일 아침에 퇴근하면서 사올 옷가지와 물건들을 위해 돈을 준비해야 했다. 40만원.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물건을 사야 남은 두어달의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
어두운 거리를 지나 밝은 거리가 나오고 흔히 가는 그 은행으로 간다. 은행은 닫겨있지만 아직 현금지급기는 작동중이다. 빨리 돈을 찾아 회사를 가야 한다. 지갑을 꺼내 현급지급기에 카드를 넣었다.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렀다. 익숙한 버튼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를 땐 항상 조심한다. 한글은 모르기에 영어를 보고 누른다. 그리고 금액을 확인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명세표까지 확인하니 잠시 후 촤르르륵 기계가 돈을 세는 소리가 들린다. 카드와 명세표를 뽑으니 파란 한국돈이 나온다. 돈을 챙겨 봉투에 넣고 누군가 볼 새라 얼른 안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명세표를 바라본다. 잔액이 10,010,205 원. 문득 다시 눈시울이 불거진다. 반년 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주신 돈이 6백만원. 그 돈이 여기 포함되어 있다.
남편은 한국인 장애인이다. 안니다는 남편과 지난 2006년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미 남편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결혼을 해야 산업연수생이나 고용허가제처럼 다시 본국으로 쫓겨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한국에서 늘러붙어 살 각오를 하고 왔기에 장애인 남편을 맞이하는 것도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건강은 점점 더 나빠져갔다. 장애인이 한국에서 일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손을 뗀지 벌써 1년이 훨씬 넘었다. 게다가 시어머니까지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더니 6개월 전에 돌아가셨다. 시어머니는 죽기 전에 한국말을 아직도 잘 못알아듣는 며느리를 붙들고 통장을 넘겼다. 그래도 며느리고 그래도 자기 자식을 보살피고 있으니, 하나 남은 자식과 잘 살라고 남은 돈을 전부 넘겨주었다. 그것이 6백만원이다. 그리고 그게 6개월 전이다.
통근버스가 올 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얼른 은행문을 열고 나섰다. 그리고 통근버스 타는 장소로 가는 무렵 누군가가 허겁지겁 뛰어와 안니다를 붙잡는다. 돌아보니 50대 정도의 한국남자다. 5만원을 들고 안니다에게 펴보이면서 소리친다.
"아줌마~ 아까 저기서 돈 뽑았죠? 돈이 또 나왔어요~ 이거봐요~ 5만원~~ 은행가서 다시 확인해야 해요~"
안니다는 약간 겁먹은 상태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한국인들과 일을 한다고 해도 역시 모르는 얼굴은 걱정이 된다.
"아~ 은행가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니깐요~ 아줌마 카드로 돈뽑을 때 더 나와서 문제있는지 확인해봐야 해요~"
은행직원인가? 안니다는 또박또박 그의 말을 들어보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돈을 뽑고 난 후에 현금인출기에서 추가로 돈이 또 나온 것 같다는 얘기다. 돈이 또 언제 나온거지? 이사람 은행 직원인가? 자꾸 다시 가서 확인하라는데.... 혹시 모르니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남자와 다시 은행으로 들어갔더니 아까 그 현금인출기 앞으로 안니다를 데리고 간다.
"여기서 5만원이 다시 나왔거든요? 다시 확인해봐요~"
확인이야 어렵지 않으니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계좌조회를 해본다. 등 뒤의 시선은 느끼지 못한 채... 금액을 확인하니 별 이상이 없다. 그런데 저 5만원이 어떻게 나온거지?
"카드좀 줘보세요~ 이상있는지 가서 확인하고 올께요~~"
그리고 순식간에 안니다의 손에서 카드를 채앗아 입구로 나간다. 왜 입구로 나가는거지? 정말 문제가 있는걸까? 이런 적은 없었는데....
그리고 1분... 2분... 5분을 기다려도 그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출근시간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데도 그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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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삐걱거리는 조그만 철문을 또 열어야지 세상으로 나올 수 있다.
물론 이 집에서 허락된 사람은 안니다 혼자뿐이다.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몇 개의 가로등이 켜져있으나 역시 어둡다. 통근버스가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다. 내일 아침에 퇴근하면서 사올 옷가지와 물건들을 위해 돈을 준비해야 했다. 40만원.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물건을 사야 남은 두어달의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
어두운 거리를 지나 밝은 거리가 나오고 흔히 가는 그 은행으로 간다. 은행은 닫겨있지만 아직 현금지급기는 작동중이다. 빨리 돈을 찾아 회사를 가야 한다. 지갑을 꺼내 현급지급기에 카드를 넣었다. 조심스럽게 버튼을 눌렀다. 익숙한 버튼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를 땐 항상 조심한다. 한글은 모르기에 영어를 보고 누른다. 그리고 금액을 확인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명세표까지 확인하니 잠시 후 촤르르륵 기계가 돈을 세는 소리가 들린다. 카드와 명세표를 뽑으니 파란 한국돈이 나온다. 돈을 챙겨 봉투에 넣고 누군가 볼 새라 얼른 안주머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명세표를 바라본다. 잔액이 10,010,205 원. 문득 다시 눈시울이 불거진다. 반년 전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주신 돈이 6백만원. 그 돈이 여기 포함되어 있다.
남편은 한국인 장애인이다. 안니다는 남편과 지난 2006년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미 남편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결혼을 해야 산업연수생이나 고용허가제처럼 다시 본국으로 쫓겨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한국에서 늘러붙어 살 각오를 하고 왔기에 장애인 남편을 맞이하는 것도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의 건강은 점점 더 나빠져갔다. 장애인이 한국에서 일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손을 뗀지 벌써 1년이 훨씬 넘었다. 게다가 시어머니까지 갑자기 건강이 나빠지더니 6개월 전에 돌아가셨다. 시어머니는 죽기 전에 한국말을 아직도 잘 못알아듣는 며느리를 붙들고 통장을 넘겼다. 그래도 며느리고 그래도 자기 자식을 보살피고 있으니, 하나 남은 자식과 잘 살라고 남은 돈을 전부 넘겨주었다. 그것이 6백만원이다. 그리고 그게 6개월 전이다.
통근버스가 올 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얼른 은행문을 열고 나섰다. 그리고 통근버스 타는 장소로 가는 무렵 누군가가 허겁지겁 뛰어와 안니다를 붙잡는다. 돌아보니 50대 정도의 한국남자다. 5만원을 들고 안니다에게 펴보이면서 소리친다.
"아줌마~ 아까 저기서 돈 뽑았죠? 돈이 또 나왔어요~ 이거봐요~ 5만원~~ 은행가서 다시 확인해야 해요~"
안니다는 약간 겁먹은 상태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한국인들과 일을 한다고 해도 역시 모르는 얼굴은 걱정이 된다.
"아~ 은행가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니깐요~ 아줌마 카드로 돈뽑을 때 더 나와서 문제있는지 확인해봐야 해요~"
은행직원인가? 안니다는 또박또박 그의 말을 들어보았다. 자세히 들어보니 돈을 뽑고 난 후에 현금인출기에서 추가로 돈이 또 나온 것 같다는 얘기다. 돈이 또 언제 나온거지? 이사람 은행 직원인가? 자꾸 다시 가서 확인하라는데.... 혹시 모르니 확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남자와 다시 은행으로 들어갔더니 아까 그 현금인출기 앞으로 안니다를 데리고 간다.
"여기서 5만원이 다시 나왔거든요? 다시 확인해봐요~"
확인이야 어렵지 않으니 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누르고 계좌조회를 해본다. 등 뒤의 시선은 느끼지 못한 채... 금액을 확인하니 별 이상이 없다. 그런데 저 5만원이 어떻게 나온거지?
"카드좀 줘보세요~ 이상있는지 가서 확인하고 올께요~~"
그리고 순식간에 안니다의 손에서 카드를 채앗아 입구로 나간다. 왜 입구로 나가는거지? 정말 문제가 있는걸까? 이런 적은 없었는데....
그리고 1분... 2분... 5분을 기다려도 그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출근시간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데도 그 남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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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발생일시 : 2008. 1. 18(금) 19시 이후
ㅁ 피해자 : 외국인 근로자 - 안니다 (F-2 : 내국인과 결혼하여 국내 거주)
ㅁ 피해내용 : 약 800만원 사기당함
ㅁ 세부내용 : Y 주임에게 확인 한 내용임.
- 언제 : 지난주 금요일(1/18) 저녁 출근 전
- 어디서 : D역 근처국민은행 현금인출기
- 어떻게 : 출근 전 현금인출 하다가 범인이 현금인출기 오류 및 카드오류라는 사기기법을 통해
카드와 비밀번호 획득
피해자는 은행직원인줄 알고 카드이상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카드를 건네줬다가
범인이 잠적함
긴급고장신고 직원 연락해서 도착 후 상황설명하였으나 이미 현금 560만원 인출 및
타행계좌 200만원 이체된 상태 (타행계좌는 대포통장으로 확인 됨)
(약 1,000만원 입금계좌여서 300만원 남은 것은 현재 타은행계좌로 이체해놓음)
일단 21시 이후 출근 후 Y 주임이 피해사실 확인하여 18일 밤에 피해지역 파출소에 출두
사건 접수 및 진술서 작성
사건 접수 후 담당형사 배정 후 연락준다고 하여 귀가 함.
ㅁ처리상황 : 형사는 이러한 외국인 근로자 대상 범죄가 많다고 하며 본 사건의 경우
범인을 체포하더라도 돈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함.
생산팀장이 상기 사실에 대하여 1/22(화) 오후에 대표이사에게 보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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