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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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토요일 : 목포 - 대불공단 - 진도대교 - 진도 신비의 바닷길 - 접도 금갑해수욕장(82km)


전날 밤 바에서 도시애들형님과 전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눈을 뜨니
벌써 9시다.
헉... 전날 밤 1시인가 2시까지 마신거고.... 그리고 전날 비를 맞으면서 달린 것도 있으니 피곤하긴 피곤했나보다.
빨리 출발해야 한다. 오늘은 진도를 돌아야 하니깐....
그렇게 찜질방에서 나온 시간은 9시 50분.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10시에 하당의 한 찜질방에서 자전거를 끌고 출발한다.
오늘의 목표는 목포에서 진도까지....
진도 어디서 묵게 될 줄은 모른다.
전날 비를 맞고 달려서 그런가 자전거의 여기저기서 삐거덕 대는 소리와 힘들어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내 다리에서 나는 소리와도 같다.
이러다보니 목포를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속도가 나지 않고 몸도 마음도....
특히 팔다리가 잘 듣지 않는다.
한 마트에 들려서 얼음물을 준비하고 옷도 다시 갈아입고 썬크림도 다시 바르며
완전히 상태를 Reset 해서 다시 시작한다.
10시 30분.
어제완 달리 날씨가 작살이다.
아무래도.... 힘든 하루가 될 듯 싶은데....
그래도.. 그래도....
10시 40분 다시금 몸에 힘을 내본다.



출발한지 15분만에 방조제인지 다리를 만나게 된다.
건너편으로 유달산의 모습이 멀리 보인다.
그렇다. 이곳이 바로 영산강 하구 둑인 것이다.


그리 높지 않지만 이 하구 둑을 지나면 예전의 기억대로라면 그대로 영암 및 해남으로 바로 향하게 된다.
그대로 월출산, 두륜산, 대둔산으로 향하게 되는데....
이번은 자전거다. 그러니 조금만 더 참아다오.


가지고 있는 지도가 이상하다.
영산강 하구 둑을 지나자 마자 오른쪽으로 꺾어야 77번/18번 국도를 따라 진도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이정표가 없으니 확실치 않다.
직진하면 2번 국도를 따라 삼호를 지나 영암/해남으로 들어가는데
오른쪽으로 꺾으면 대불산단이다.
얼핏 하나의 이정표에 '진도'라는 것을 보게 된다.
어떠냐... 난 항상 제대로 된 길을 간 적이 없는걸.... 후훗....
언제나 고생스런 길을 선택하지.... 좋아... 가자구...
그렇게 대불산업단지를 해안가를 따라 쭈욱 달리길 약 1시간.
이 길이 긴지 아닌지는 중간에 이곳 주민분들께 물어보니 다행히도 이길이 맞단다.
어느덧 주택가/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이 곳을 지나니 현대삼호중공업의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11시 35분.
이미 지리적으로 목포시를 지나 영암군 대불산단 지나 삼호에 도착한거다.
현대삼호중공업 정문에서 하나의 언덕을 넘어가니 드디어 '영암방조제'가 나온다.
야호....
드디어 만났다. 영암방조제~!@!!!!!
이곳을 넘어야 진도로 더 빨리 갈 수 있는 것이다.
11시 50분.
자전거 여행 도중 항상 방조제 아래쪽을 달렸는데
이번엔 방조제 위를 바람을 맞으며 달린다.



왼쪽도 바다인줄 알았는데 왼쪽이 영암호, 오른쪽이 바다다.
이 길을 쭈욱쭈욱.... 삐걱거리는 자전거로 따라간다.
12시에 이정표가 보인다.
유후~!!!!
드디어 만나게 된거다.
그런데 좀 위험하다.
진도까지 37km???
4시간이나 걸린다는 건가??
그러나..... 지도를 다시 보고 마음을 다잡는다.
진도읍까지 37km이지.... 진도대교까지는 22km다.
우수영관광지가 진도대교 앞에 있으니....
물론 왼쪽으로 향하면 쭈욱쭈욱 달려 진도를 제끼고 해남, 땅끝까지 그대로 갈 수 있겠지만...
오늘은 진도다~!!!


헉... 헉....
미치겠다.
오늘은 바람도 이상하게 거꾸로 분다.
자전거가 내리막에서도 내려가지 않는다.
이럴때가 가장 괴롭다.
내리막에서 내려가지 않는 자전거.
그 이유는 딱 하나. 바람때문이다.
바람은 자전거를 탈땐, 어떨땐 동지지만 어떨땐 적이다.
오늘은 적이다.
강한 바닷바람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강하게 불어닥친다.
오르막길은 페달을 밟을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하고
내리막길은 페달을 밟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자전거는 비에 맞으면서 계속 달렸던 나에게 복수를 하는 듯 온몸에서 삐걱거리는 비명을 쏟아내면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왕복 2차선에서 왕복 4차선의 새로운 포장도로를 만났음에도 달리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새로운 77번 도로의 갓길을 달리다 보니 예전에 비해 못보던 광경을 보게 된다.
역시나 동물의 시체이긴 하지만..... 이곳은 유독 조류가 눈에 띈다.
독수리인지 비슷한 것도 있고 박쥐도 있고 비둘기도 있다.
왜 이쪽은 이런 날짐승들의 시체가 더욱 많은걸까?
1시 10분에 중간에서 잠깐 쉬고
쭈욱 쭈욱 달리다보니 어느새 2시.
드디어 진도대교에 도착을 하게 된다.


여기가 율돌목이다.
이순신장군의 그 유명한 명량해전이 있던 곳이다.
12척의 배로 300척의 왜군을 물리친 명량해전.
세계의 모든 해군사에 길이길이 남을만한 최고의 해전.
(어디선가 이야기 듣기론, 전 세계의 모든 해군에서 병법으로 가르친다고도 했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곳이 바로 이곳에서 벌어진거다.


일단 왔다는 증거샷을 먼저 찍고~!!!




바로 아래를 바라봤다.
이곳 끝에서 진도대교를 넘어 진도까지 이어지는 바닷길, 율돌목은 그리 거리가 멀지 않다.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아래 사진과 같은 소용돌이가 쉴새없이 일어나고 있다.
역시 모터가 없으면 이 길을 그냥 배는 절대 갈 수 없을 것이다.
갑자기 내가 한때 존경했던 이순신장군님에 대한 존경심이 무럭무럭 커지면서 나도 모르게 몸을 떨게 된다.
그분은 이곳에서 12척으로 300척을....
그 순간순간을 상상해보니 더욱 더 전율이 느껴진다.


2시 40분.
진도대교를 넘어서 쭈욱쭈욱 18번 국도를 따라간다.
하지만 내가 처음에 예상했던 도로가 아니다.
진도의 도로는 오르막내리막이 심하다.
그냥 해안을 따라가는 제주도 같은 도로를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특히 이날의 바람은 더욱 더 내 앞길을 방해하고 있다.
진도에 오지 말라는 얘기인가?
군내면을 지나기 전에 어느새 2시 45분....
잠시 마을회관 앞 담벼락 그늘에 몸을 앉힌다.



요게 무언지 모르겠다.


요건 뭔지 안다.
아무나 다 알 것이다.
한달만 있으면 새빨개지겠지???

군내면을 지나자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쭈욱 오르막이 이어져있다.
그냥 직진하면 평지다.
이때는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진도읍으로 들어가는데 그냥 직진하면 바다가 갈라지는 그곳이다.
왜 진도 읍으로 가지 않았을까 후회했지만 다음날을 생각해보면 잘한 짓이다.
갈림길에서 직진하면서 뒤를 바라보니 자그마한 바위산이 보인다.
멋져보인다.


바람도 바람이거니와 진도에서 가장 후회하면서 실수한 것은 진도의 오르막길이다.
오르막이 어느정도냐고??????
왠만한 것은 끌고서라도 오르긴 하겠는데 이건 심하다.
일단..... 제대로 처음만난 오르막....
둔전 저수지를 지나 만난 오르막이 좀 심하다.
문득 변산반도에서의 오르막이 생각나지만....
중요한건 내리막길에서의 맞바람때문에 내려가도 신이나지 않는다.
아래 사진은 오르막에서 만난 진돗개 사육장.... 녀석들....


오르막을 내려와 다시 올라가 다시 내려오니.... 고군면이 나온다.
고군면 하나로마트에서 요기를 채운 후 가다보니 이런... 또다시 오르막이 나온다.
좀 심한데.... 거의 15분동안 오르막길을 끌고 올라온거다.
오르막길 정상에서 반대편쪽을 바라보니 끔찍한 광경이 나온다.


으악~~~!!!
저길 넘어가야 하는 것인가??
잠시 멍하니.... 저 오르막길을 보다가 자세히 보니 아래쪽에 길이 따로 있다.
다행이다.
저 길은 다른 길이로구나.....
오랜만에... 제대로 된 내리막을 달려보자.
시원하게 내려와 향동을 지나보니 이정표가 보인다.
그렇다.
드디어 간조육계도, 즉 신비의 바닷길이 나온 것이다.
가계해수욕장을 지나 회동마을까지 해안을 따라 쭈욱 들어가본다.


이미 간조는 끝났다. 만조다.
바닷길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게 어디인가.


어느새 오후 5시.....
언제까지 이곳에서 바닷길이 다시 열리길 바랄 수는 없겠지....
그래... 다시한번 출발하자.....
아마도 목표는 진도의 접도에 있는 금갑해수욕장이 아닐런지.....
이상하게도 진도는 해변도로가 거의 없는 듯 하다.
해안도로가 있어도 그 오르막길이 장난 아니다.
가계해수욕장에서 나와 18번 국도를 따라 가는데도 해안도로보다는 오히려 언덕길을 끌고 올라가야 한다.
미치겠다.
왠지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오르려고 한다.
차를 끌고 왔다면 아주 편했을테지만 자전거다보니... 이 오르막길이 장난 아니다.
제길....
신비의 바닷길을 떠난지 어느덧 두시간.....
시간은 오후 7시가 다 되어간다.
이즈음 되면 서쪽 하늘에 붉은 석양이 피어오르겠는데 오늘 날씨는 좀 이상하다.
구름이 많이 끼어서 그런지 석양은 절대 볼 수 없다.
그런 상태에서 드디어 금갑해수욕장을 만난다.
저녁 7시가 지난 지금.... 어떻게 더 갈 수는 없을 듯 해서 이곳에서 하루를 지내기로 한다.


그저 엷은 주황색 하늘만 살짝 끼다가.... 바로 없어진다.
아무도 없는 해수욕장에서 그나마 다행인게 슈퍼 하나는 열려있다.
그 옆에 샤워실도 있고.....
이런저런 준비를 다 끝내고 텐트를 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해변에는 아무도 없다.
해수욕장에는 정자가 두어개 있는데 사람도 없으니 괜히 땅바닥에 깔고 자느니 정자 위에 텐트를 치고 자는게 어떨까....
나 혼자 질문해놓고 나혼자 대답을 한다.
"당연하지~!!!!"
그리고 라면을 끓여 소주 한잔을 하면서 생각한다.
진도는 생각보다 꽤 험했다.
언덕을 자전거로 끌고 올라간 후 쭈욱 내려오면 다시 또 나타나는 언억....
페달을 제대로 밟을 시간도 없었고.....
휴.......
아마도..... 어찌될진......
9월은 체력 막바지 단련의 달이다.
관악산, 삼성산, 삼각산,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불암산 등등등....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거리만큼 뚜벅뚜벅 걸어가는 훈련이 필요할 수도 있다.
소주한잔 하고 난 후 슈퍼의 주인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큰아들이 올 초 졸업했는데 아직도 취직 안했다.
지난번 독일인이 자전거 캐리어로 여기까지 왔었다.
작은아들은 그래도 취직했다.
등등등....
그러다가
"차라리 우리가 일본에 완전히 지배되었다면 지금 이렇게 되진 않았을꺼야~"
라는 말에 발끈해서 자리를 정리하고 자기로 했다.
그 분과 이정도 얘기까지 나오면 더이상 할 얘기가 없다.
내가 뭐라고 해도 들으실 분은 아닌 듯 하니....
밤 11시.....
이것 저것 정리하고 정자 위에서 텐트치고 자는 것도 운치가 있다.
하루를 정리해보고 몇몇 사람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잠을 청한다.
오늘 무척 피곤했으니 푸욱 잘 수 있겠지.....
그래야 내일 땅끝까지 갈 수 있겠지.....
휴우....
쿠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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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쾅' 하는 소리에 문득 놀라 눈을 뜬다.
시간을 보니 12시다.
한시간 가량 잠을 잤을까?
무슨 소리지?
해변쪽으로 상황을 바라본다.
해변 멀리 천둥번개가 치면서 비바람이 몰아닥치고 있다.
가로로 되어있는 텐트를 바람이 불어오는 해변으로 세로로 향하게 하고 비가 들어오지 않도록 다시 정리를 해본다.
거센 비바람때문에 텐트가 약간 들썩들썩인다.
그렇게 1시간 가량....
새벽 1시가 되니 어느정도 바람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남쪽 하늘은 아직도 까만 구름 사이로 번개가 치면서 천둥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다행이다.
정자가 그나마 비를 막아주겠구나.....
새벽 1시....
자자... 자자.....
다음날 땅끝마을까지 가긴 멀었다....
자자....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