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8월 23일 수요일 : 보령시 - 대천해수욕장 - 무창포해수욕장 - 춘장대해수욕장 - 서천 - 장항 - 군산 금강하구둑 - 만경 - 부안읍내 (총 124.51km)
간만에 일찍 눈을 떴다. 8시...
이것저것 준비하고 찜질방을 나와 자전거랑 여장을 정비하고 출발하는 시간은 9시 30분.
오늘의 목표는 전남 부안읍까지다.
보령시내에서 대천까지는 약 12km.
이정표를 보고 출발한다. 언덕을 하나 넘고 나니 쭈욱 가다보면 대천해수욕장이다.
대천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세갈래가 있는데 난 가장 오른쪽으로 들어간다.
대천항쪽으로 들어가다가 해수욕장의 끄트머리에서부터 남쪽으로 쭈욱 내려갔다.
10시 10분.... 아직 이른시간인지..... 아니면 철이 아닌지 사람들이 별로 없다.
아니다. 자세히 보니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숙소에서 나오지 않은 것 뿐....
대천 해수욕장은 꽤 크다.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사람들이 해변에 더 많이 나와있다.
10시 40분.... 어제 여기에 왔으면 야영을 할 수 있었을까?????
밤늦게 왔으면 불가.... 저녁에 왔으면 가능했겠지.... 아쉽다.
물과 음료를 보충하고 다시금 출발한다.




11시 30분에 무창포 해수욕장에 도착한다.
죽도가 있는 방조제를 지나 산길로 들어서서 언덕을 몇 개 넘으면 무창포로 들어가는 길이다.
다시 나올 것을 생각하면 암담하긴 했어도 여기까지 왔으니 구경은 해야지....
대천 앞바다에 비해 바다도 훨씬 깨끗하고 해수욕장도 깨끗하지만 사람이 없다.
이쪽은 이미 성수기가 끝났는지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그저 들리는 곳인가보다.
여기도 물길이 갈라지는 곳이 있다는데 확인은 하지 못했고.....


연 이틀을 너무 무리하게 달렸는지 자전거의 속도가 제대로 나고 있지 않다.
게다가 길도 험해서 언덕이나 자그마한 국도가 힘들다.
무릎의 고통은 거의 없어졌으나 허벅지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온다.
노가다 피로는 노가다로, 등산 피로는 등산으로, 자전거 피로는 자전거로....
조금 더 힘을 내보자고 다짐하고...


무창포에서 춘장대로 넘어가는 길 역시 산길이어서 몇 번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부사방조제를 지나 춘장대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춘장대 역이라니?? 이쪽으로 오는 기차도 있나??


여기는 무창포보다는 큰데 역시나 사람은 별로 없다.
자전거를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잠시 쉬고 있는데 어떤 젊은이가 와서 말을 건다.
자기도 자전거 여행을 계획만 세우고 여태껏 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보령에서 40km정도인 이곳에 그저 하루 휴가내고 바람쐬러 왔다고 하니
무슨 고민덩어리들을 던져버리려고 왔을까....


그런 문제는 뒤로 하고 자전거 여행에 필요한 것들을 이것저것 얘기해주다보니 시간이 금새 25분이나 흐른다.
여행에 있어서 사람만나는 일은 그 지방사람을 만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여행객끼리 만나는 경우도 있다.
여행객끼리라면 어쩌면 이야기가 더 잘 통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서로 다른 목적으로 서로 다른 목적지에 서로 다른 일정으로 왔으니..... 그리 얘기할 것이 뭐가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자전거 이야기로만 20분을 넘게 이야기 했으니..... 다행이다.
그 젊은 사람이 찍어준 한 컷과 다음날 찍은 한 컷이 남들이 찍어준 사진 전부다.
많이 만나지도 못했지만 남들에게 일부러 사진찍어달라고 하고 싶진 않았다.. 후훗..


춘장대를 벗어나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가면서 몸이 풀린 듯 속도도 나기 시작한다.
중간에 빗방울이 잠시 떨어지긴 했어도 자전거 타는 데 큰 문제는 없을 듯....
산 속의 저수지에 빗방울들이 흔적들을 남겨놓는다.



그러나 서천까지 6km를 남겨놓은 지점에서 난코스를 만난다.
경사 6%의 오르막길이 쭈욱쭈욱.... 이런....


몇 십미터를 끌고 올라가다가 도저히 힘들 것 같아서 서천읍내쪽이 아닌 장항쪽 617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기로 결정한다.
다행히 지방도로는 바닷가쪽을 끼고 달리는 터라 오르막 내리막이 그리 심하지 않다.
다만 장항쪽과 가깝다 보니 큰 차들이 많이 달려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그리고 드디어 장항에 들어선다.
보령을 출발한지 70km가 지난 지점....

성누가병원....
내 고향 영주에도 '성누가병원'이 있는데 이곳에도 있구나....
장항에서 드디어 금강하구를 만나게 되는데 강 건너편이 바로 군산이다.
이쪽으로는 가는 길이 없어 금강하구둑을 통해 건너야 한다.
철새도래지라고 하는데 한 여름에 철새는 구경할 수 없겠지....


금강하구 둑이 보인다. 저 길을 건너면 군산이다.





아차차.... 이제 드디어 충청도에서 전라도로 진입을 하게 되는 거로구나.....
서울에서 출발한지 4일만에 전라북도 진입이라.....
생각보다는 빨리 오는 듯 하다.



하지만 내 모습은 점점 피폐해져가고..... 휴우....


금강하구 둑을 지나니 바로 21번과 29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지루한 편도 1차선이 아니라 편도 2차선의 새 길이다.
잘 되었다. 이제 속도를 좀 내자....
평균 25~30km의 속도로 쭈욱쭈욱 달려나간다. 이대로 김제까지 가면 되는건가??
장항에서 출발한지 1시간 만에 18km를 달리다가 국도길에 새로운 문제를 만나게 된다.
자동차 전용도로다.
물론 무작정 가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위험할 듯 해서 국도를 빠져나온다.
군산 개정교차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익산방향으로 고개를 튼다.
주유소가 나오길래 한번 아저씨께 물어보려고 자전거를 세운다.
그런데 내가 자전거를 세우는 모습을 보자마자 주유소의 아저씨가 다가오신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이것저것 말씀하시다가
'김제로 가면 어떻게 가야 합니까?' 라는 질문에 어디까지 가냐고 하신다.
부안까지 가려고 하는데요.... 하니 아따~ 김제까진 뭐하러 가느냐고 버럭버럭 ^^
그리고 손수 내가 가진 작은 지도가 아닌 큰 지도를 그분 차에서 꺼내가지고 직접 길을 보여주신다.
"이길로 쭈욱 가다보면 검문소가 나오는겨~ 꺼기서 우측으로 틀어부러... 김제가는 길이랑께~"
그렇게 김제쪽으로 가다가 만경에서 삼거리 나오면 부안가는 이정표가 나온단다.
덕분에 헤매지 않고 길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개정삼거리 근처 서해안주유소 아저씨께 감사드린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어서고.... 인사를 드리고 다시금 출발하는데 생각보다 언덕이 없어 길을 쉽게 갈 수 있다.
지경쪽에서 검문소가 있어 거기서 우회전 하니 29번 국도가 나오는데 편도 2차선이 아닌 오래된 도로다. 편도 1차선.
멀리로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왼쪽으로 같이 내려가고 있는것이 보인다.
이 길을 쭈욱 가다 보니 강 하구가 나온다.
만경강이다.

낚시줄을 매달고 낚시하는 분들....

만경강을 지나 만경으로 향하는 길....
지평선이 보인다.





하늘이 문득 보고싶어 올려다본다.
이정도 날씨면 오늘 일몰은 재밌게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경읍 거의 다 들어와서 만난 공장....
아~ 하림이 여기 있었구나....
본사인가? 옆에 사료공장도 같이 있구나....




만경 읍내에 들어서니 저녁 여섯시 15분.
날이 저물고는 있지만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는 느낌이 들기에 빵과 우유로 원기를 보충한다.
동네 아이들이 편의점 옆에서 사마귀를 발견하고는 돌을 던져 맞추고 있다.
예전엔, 사마귀한테 물리면 물린 곳에 사마귀가 난다는 것을 믿고 있었지....
"얘들아... 사마귀 안무섭냐???"
"안무서워요~"
겁없는 녀석들....
자... 이제 또다시 달려볼까~~~~!!
또 어두워진 후에 도착하기는 그러니깐.... 좀 더 속도를 내보자.
20km는 더 달려야 하는데.... 한시간 반정도 걸릴라나??
그렇게 시골길을 쭈욱쭈욱 달리다보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온다.
어라어라??
오늘 날씨가 꽤 좋은데.... 멋진 광경이 될 듯....
서해안 고속도로와 만나는 죽산이란 곳에서 부안쪽 방향 23번 국도를 드디어 만나고 몸을 싣는다.
이야이야~~~











이것이 지평선으로 지는 해로구나....
얼마만에 이러한 일몰을 보는건가.....
비록 이번 여행에서는 바다에서의 일몰을 보진 못했지만..... 이걸로 환상이로구나.... ㅎㅎㅎ
해가 다 넘어가고 난 뒤 김제에서 부안으로 넘어가는 강가에 마지막 남은 연분홍빛이 물들어온다.
7시 15분..... 아직 부안까지는 멀었다. 빨리 달리자.

23번 국도를 타고 부안읍내에 도착한다.
시간은 19시 40분.
이미 어둑어둑해진 터라.....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읍내로 들어가니 가게들의 불빛들이 훤하다.
4일차 총 124.51km
여기서도 아쉽지만 찜질방으로 하자....
이번 여행에서는 제대로 된 야영을 아직 못해보는군....
다음 코스는 구시포가 될지 가마미가 될지.... 나도 아직 모른다.
내일을 기대하면서 쉬자....
참고로 이번 찜질방은.... 6월에 내변산 갈때 왔던 그 찜질방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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